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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육씨 집안에서는 원래 육성아와 상씨 집안의 셋째 도련님과의 만남을 주선하려 했지만, 김윤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우선 그녀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김윤주의 장례를 마치고 육우성은 서재로 돌아와 서랍을 열어 한 장의 사진을 꺼내 그 위의 인물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육성재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아버지, 외삼촌 일행이 오셨습니다...”

육우성은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즉시 손에 든 사진을 서랍 안에 숨겼다.

육성재는 잠시 멍해졌다.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걸까.

서랍을 닫은 육우성가 일어섰다.

“가자.”

육성재는 몸을 돌리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2초 정도 그 자리에 머물다 방향을 바꿔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서랍을 열었고, 눈에 들어온 것은 서유의 사진이었다. 아니... 이건 서유가 아니라 김영주였다!

아버지가 계속 김영주의 사진을 숨겨두고 있었다니, 아버지 마음속에는 김영주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걸까.

이를 깨달은 육성재는 부모님이 그들 앞에서 보여준 애정이 극도로 위선적이었다고 느꼈다.

그는 전에는 서유를 경멸했었다.

돈을 위해 몸을 팔고 출신이 천하고 자존심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유가 이런 인생을 살게 된 원인이 그의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써서 김영주를 해쳤다.

그의 아버지는 약혼자를 버리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김윤주를 선택했다.

그와 육성아가 누린 달콤한 사랑은 모두 김초희와 서유를 짓밟고 얻은 것이었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서유를 경멸할 수 있었을까?

육성재는 이를 생각하며 눈 밑에 다시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의 행동을 용서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의 육성재처럼 말이다.

김윤주가 김영주를 해쳤기 때문에 김초희와 서유가 유랑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만 김윤주가 죽었으니, 과거의 원수는 김윤주의 죽음과 함께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육성재는 답을 찾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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