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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택이는 마음속으로 무척 갈등했다. 이때 가야 하는데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상씨 집안 셋째 도련님과는 어떻게 됐어요?”

“꽤 괜찮은 사람이라서 우리 며칠 후에 결혼할 거예요.”

택이는 멍하니 굳어버렸다가 곧바로 창틀에서 뛰어내려 육성아의 양 어깨를 잡고 약간 다급하게 말했다.

“고작 한 번 만나고 결혼해요? 적어도 반년은 사귀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결혼해도 늦지 않잖아요...”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차갑게 되묻는 한 마디에 택이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는 육성아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용기를 내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마요.”

육성아는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더 꽉 안았다.

“참 재미있네요.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와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걸 막으려 하고. 당신 제정신이에요?”

택이는 고개를 숙여 턱을 그녀의 어깨에 대고 힘없이 그녀의 볼에 입맞췄다.

“육성아 씨, 당신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난 어쩔 수 없어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먼저 해결해야 해요. 날 좀 더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안 돼요.”

육성아는 온 힘을 다해 택이를 밀쳐냈고, 다시 손을 돌려 그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꺼져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요!”

육성아의 힘이 매우 세서 택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크게 부어올랐고,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택이는 따끔거리는 뺨을 만지작거리며 육성아를 바라보았다.

“내가 성아 씨를 좋아한다고 인정해도 그 사람이랑 결혼할 거예요?”

“당신 너무 늦었어요.”

아까 그녀가 상연훈과 연기할 때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지금 몰래 그녀의 방에 들어온 것도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거지, 그녀를 되찾으러 온 게 아니었다.

이는 택이가 그녀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마음이 그리 깊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는 언제든 그녀를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남자는 육성아도 두려워했다.

택이는 얼굴의 찢어질 듯한 고통을 참으며 죽을 각오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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