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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이연석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그에게 한 방 먹이려고 하자, 이승연이 그를 제지했다. “연훈 씨, A시에서 아직 놀아보지 않으셨죠? 지민이랑 한번 둘러봐요.”

상연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동정의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처음 와봐서 구경해보지 못했어요. 지민 씨가 안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지민이 서둘러 일어났다.

“그럼 제가 해변으로 가서 경치를 구경시켜 드리죠.”

상연훈이 예의 바르게 ‘좋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일어서려 하자, 이연석도 따라 일어났다.

“나도 같이 가죠.”

이승연이 그의 소매를 잡고 소파로 다시 끌어당겼다.

“지민아, 너는 연훈 씨 데리고 가. 나는 네 오빠랑 할 얘기가 있어.”

이지민은 오빠의 굳은 얼굴을 보며 그가 왜 상연훈에 대해 그렇게 거부감이 큰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상연훈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지민은 상연훈에게 ‘가시죠'라는 손짓을 했다.

“연훈 씨, 갑시다. 제가 운전해서 구경시켜 드릴게요.”

상연훈은 그제서야 걸음을 옮겼다. 문가에 이르러 아직도 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뒤돌아 이연석을 흘겨보았다.

“지민 씨 오빠, 여기는 괜찮은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상연훈의 행동을 본 이지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소아마비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

이지민이 상연훈을 데리고 떠난 후, 이승연은 얼굴에 있던 예의 바른 미소를 거두고 차가운 표정으로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너 대체 왜 그래?”

“그 사람, 눈에 거슬려.”

이승연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너 혹시 아직도 단이수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니거든.”

이연석은 이 말을 던지고 외투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

“누나,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승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석아, 더 이상 단이수를 따라다니며 밤마다 흥청망청 놀지 마...”

“걱정 마.”

이연석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들어 멋지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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