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331 - 챕터 340

1552 챕터

제331화

“서유 씨, 도련님께서 꼭 이 웨딩드레스를 전해주라고 당부하셨어요. 난 이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합니다.”그가 손짓하자 하인들은 웨딩드레스를 소파에 올려놓았다.“서유 씨가 결혼식 날 이 드레스를 입었으면 합니다.”가슴이 답답해진 서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집사님, 가져가세요. 남편이 이미 저한테 새 웨딩드레스를 가져다주었어요. 다른 사람의 웨딩드레스를 전 받고 싶지도 않고 결혼식에서 그 사람이 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지도 않아요.”매몰차게 내뱉은 그녀의 말에 흠칫하던 주태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서유 씨, 도련님께서는 지난 3년 동안 꿈속에서 당신을 만나기 위해 매일 수면제를 복용하셨어요. 도련님한테 이러는 거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서유는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왜 이제 와서 그녀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건지?내내 말이 없던 정가혜도 그 말에 조금 놀랐다.그러나 서유를 강요하는 듯한 주태현의 모습에 그녀는 놀란 마음을 다시 가라앉혔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서유의 앞을 막아섰다. “주 집사님, 만약 당신네 도련님이 3년 전에 서유한테 이 웨딩드레스를 선물했다면 두 사람은 지금쯤 아마 아이까지 낳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귀국 후 웨딩드레스를 선물하기는커녕 오히려 계약서를 보냈고 무자비하게 서유를 버렸어요. 이제 와서 이 웨딩드레스를 선물하는 건 너무 늦었다는 생각 안 들어요?”“그리고 그 사람이 서유를 위해 매일 수면제를 먹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미안하지만 우리 서유는 3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던 사람이에요. 당신네 도련님이 한 모든 일을 서유는 직접 볼 수가 없었어요. 서유가 본 건 지난날 그의 무자비함과 잔혹함이에요. 그 사람이 서유를 위해 희생했다는 이유로 지금 서유를 이리 몰아붙이는 거예요?”“또한 서유가 결혼할 사람은 당신네 도련님이 아니에요. 어떻게 다른 사람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려요?”거침없이 쏘아붙이던 정가혜는 웨딩드레스를 집어 들어 하인의 손에 쥐여주고는 차가운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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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어느덧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송사월이 보낸 메이크업 팀은 9시가 되어서야 별장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신부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늦게 온 것 같았다. 정가혜는 그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왔다. 신부를 만나는 순간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한 시간이면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신부의 얼굴을 보니 메이크업을 대충 해도 될것 같았다. 이내 그들은 서유를 둘러싸고 그녀에게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해주었고 30분도 안 돼서 헤어메이크업이 완성되었다. 한편, 스타일리스트는 소파 위에 놓인 웨딩드레스를 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이아몬드가 박힌 웨딩드레스를 만져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의 마지막 작품이에요. 이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한 후 그분은 더 이상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이 웨딩드레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장품이 되었어요.”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채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서유를 쳐다보았다.“서유 씨, 이 웨딩드레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남편분이 당신을 위해 낙찰받은거예요? 이게 다 얼마야? 엄청 비싸게 주고 구입했을 것 같아요.”메이크업을 마친 서유의 얼굴빛이 조금 더 하얘졌다. 그녀는 자신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모두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 관한 일은 언제 어디서나 늘 조금씩 그녀의 귀에 들어왔고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옆에 있던 정가혜는 서유를 보고 의상 스타일리스트에게 말했다.“백 선생님, 시간이 다 됐으니 얼른 웨딩드레스로 갈아 입혀주세요.”그제야 백아연은 자신이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걸 눈치챘다. 그녀는 연신 사과를 하며 소파에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지러 갔다.바로 이때, 뒤에서 신부의 부드럽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거 아니에요.”백아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유를 쳐다보았다.“그럼...”서유는 옷장에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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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그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여인이 그가 선물한 웨딩드레스는 입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였다.그녀는 남편이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드레스를 선택했고 하늘거리는 쉬폰 드레스가 그녀의 몸에서 더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였다.그는 부케를 꽉 쥐고 아픈 가슴을 억누르며 그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발소리가 들리자 김태진이 온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그와 눈이 마주쳤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주태현한테 전해달라고 부탁했건만 결국 그는 이 자리에 나타났다.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송사월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 남자는 또 어찌할지?하지만 이승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부케를 건네주었다.“서유야, 미안해. 내가 김태진의 부케를 빼앗았어. 날 탓하지 말아줘.”차갑고 정중한 그의 말투를 보면 그저 부케를 선물하러 온 것 같아 보였고 별 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를 내쫓으려 했던 그녀는 그의 창백한 얼굴과 새빨간 두 눈을 보고 모진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러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충분히 잔인한 일이었다.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부케를 받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이승하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짙은 속눈썹을 내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을 풀어주며 그녀에게 부케를 건네주었다.“시간 다 됐어. 내가 널 시집보내줄게.”말을 마친 그가 바닥에 있는 웨딩 슈즈를 집어 들어 그녀에게 신겨주려 했다.서유는 빠르게 발을 거두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승하 씨, 이러지 말아요.”그는 입술을 깨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창백한 얼굴로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더 슬퍼 보였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가 그녀의 발을 잡고 웨딩 슈즈를 강제로 신기고는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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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서유는 계속 발버둥 쳤지만 이승하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그녀를 꼼짝도 못 하게 했다.그는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를 꼭 껴안고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내려갔다. 그 광경을 본 정가혜는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얼마나 큰 용기가 있어야 사랑하는 사람을 제 손으로 시집보낼 수 있는 건지?이승하는 정말 서유를 많이 사랑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는 그녀를 안고 별장을 나온 뒤 뒷좌석에 그녀를 태우고는 다시 허리를 굽혀 그녀의 긴 치맛자락을 정리해 줬다. 잠시 후, 조수석과 그녀의 옆자리를 번갈아 보던 그는 결국 그녀의 옆에 앉았다.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소수빈이었다. 그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승하의 모습을 보고 눈치껏 가림막을 내렸다.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 결혼식 장소로 향했고 그 뒤에는 수십 대의 웨딩카들이 일렬로 늘어져 뒤따라갔다. 차에 앉아있던 서유는 온몸이 차가워지고 얼굴이 창백해져 핏기가 전혀 없어 보였고 몸을 계속 떨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눈치챈 이승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다독였다.“곧 도착할 거야. 날 보고 싶지 않더라도 조금만 참아.”그 말에 서유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복잡한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승하는 그녀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자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여인을 자세히 훑어보았다.오늘 그녀는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숱이 많은 새까만 단발머리에 흰색 베일을 쓰고 있었다.너무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문득 그녀와의 첫 만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 당시 그녀는 흰 치마를 입고 있었고 허리를 굽혀 그에게 물 한 병을 건네주었다. 그 시절의 그녀는 명랑한 여인이었고 늘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있던 사람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여전히 예전처럼 아름답지만 그녀에게서 그때의 밝은 미소는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가 웃음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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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결혼식은 보육원 맞은편의 정원에서 이루어졌다. 탁 트인 야외와 꽃밭이 펼쳐져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절경이었다.이곳은 송사월이 서유를 주운 곳이기도 하고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며 사랑을 싹 틔운 곳이기도 하다.송사월은 정원 근처에 아무나 얼씬하지 못하도록 사람을 배치해두었다.정원 밖에서부터 식장까지 이어지는 레드카펫 위에는 장미꽃들이 흩뿌려졌고 송사월은 지금 손에 99송이의 장미꽃과 반지를 든 채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여인이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서유는 정원 입구에 멈춰 서 들뜬 호흡을 정리하며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켰다...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 위에는 빗방울이 하나둘 맺혀갔다.이제 막 도착한 김태진은 그런 그녀를 발견하고 황급히 우산을 씌워주었다.“다행히 제가 제때 도착한 것 같네요...”서유는 김태진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가죠.”김태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그때 정가혜도 식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순간 가장 먼저 서유가 떠나는 걸 바라만 보는 이승하를 발견했다.그녀는 이승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승하 씨와 서유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정가혜는 말을 마친 뒤 그를 지나쳐 식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승하는 몸을 흠칫 떨더니 정가혜의 뒷모습을 향해 물었다.“주서희가 나한테 서유가 나를 사랑했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입니까?”정가혜는 그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네, 서유는 승하 씨를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당신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을 만큼. 그리고 몸을 판 돈을 승하 씨에게 돌려주기 위해 일도 열심히 했죠. 그렇게 해야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떳떳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자신을 다시 제대로 봐주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품었죠. 하지만 승하 씨는 그런 서유한테 실망만 남겨주었어요.”이승하의 얼굴색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또한, 가슴이 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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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한편, 정원에서는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고 사회자의 인사말이 들려왔다.하객은 많지 않았지만, 결혼식 진행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다.신랑인 송사월은 흰색 예복을 입은 채 레드카펫 반대편에 있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서유를 신부로 맞이하는 건 어릴 적 그의 꿈이자 서유와 한 약속이기도 하다.만약 기억을 잃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은 진작에 부부가 되었을 것이다...갖은 풍파를 겪은 끝에 드디어 그녀를 얻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모든 게 아직 꿈인 것만 같았다.송사월은 멀리 있는 서유의 얼굴이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 어려웠고 지금은 모든 것이 환상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그러다 사회자의 입에서 신부를 데리러 가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김태진은 뒤에서 휠체어를 끌어 주면서 그를 서유의 앞에까지 데려다주었다.송사월은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예쁜 신부 메이크업을 한 서유의 얼굴에는 옅은 웃음이 어려있었고 그를 온전히 눈에 담고 있었다.송사월은 똑같이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손을 건넸다. 서유는 천천히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사회자의 입장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레드카펫을 걸어갔다. 이 길은 마치 어릴 적 송사월의 집념을 채워주는 듯했다.그렇게 어느새 주례사 앞까지 도달한 두 사람은 이제 서로를 향한 혼인서약 낭독만 남겨놓고 있었다.그때 정원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요.”소수빈은 원래 결혼식이 끝난 뒤 서류를 전해주려고 했지만, 화를 못 이기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하객석에 앉아있던 주서희는 갑자기 나타난 소수빈 때문에 당황한 것도 잠시, 황급히 그에게로 달려가 물었다.“오빠,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결혼식에 이런 식의 행동은 큰 민폐가 아닐 수 없다.“두 사람한테 결혼선물 주러 온 것뿐이야.”김태진은 서류봉투를 들고 서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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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이승하는 얼굴을 굳힌 채 송사월과는 할 얘기가 없다는 사람처럼 입을 꾹 닫고 있었다.송사월은 그런 그의 태도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옅게 웃어 보였다.“확실히 어릴 때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능력이 되는 어른이 돼서 서유와 결혼해 평생 고생할 일 없게 해주겠다고 결심했죠...”그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과거를 회상하듯 눈가가 조금 어두워졌다.“그거 아세요? 서유는 저한테 몇 번이나 물었어요. 대체 언제 자신을 신부로 맞이할 거냐고...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저는 항상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고 그 기다림이 지금에 와서야 끝이 났죠. 이제야 알았어요. 어떤 일은 마냥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이승하의 차가운 눈빛이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결국에는 소원대로 결혼하게 됐네요.”송사월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렇죠.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게 됐죠...”이승하의 얼굴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축하해요.”이 말을 남기고 다시 자리를 뜨려는데 또다시 송사월이 말을 걸어왔다.“이 계약서 안 받을 겁니다. 도로 가져가세요.”이승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더니 더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송사월을 바라보았다.“당신한테 준거 아닙니다.”“저도 압니다.”송사월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자신을 구해주고 지켜주고 또 지금 화진 그룹까지 돌려주려는 이 모든 행동이 다 서유를 위한 거라는 걸 송사월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승하가 아직 서유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까지...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송사월은 이승하를 향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이토록 사랑하면서 그때는 대체 왜 서유를 버린 겁니까?”“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일 텐데요.”그 말에 송사월은 다시 계약서를 건넸다.“마음만 받을게요. 더 이상 이 대표님께 신세 지고 싶지 않아서요.”이에 이승하가 코웃음을 쳤다.“당신이 김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서유를 지킬 힘이라도 생기는 겁니다. 지금의 당신은 내게 신세를 논할 자격이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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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원래 그날 프러포즈하려고 했었는데 사소한 다툼이 생겨버렸어요... 제 탓이었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서유가 남자직원이랑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고 질투가 나서 상처가 되는 말을 해버렸거든요. 그 때문에 서유가 화가 나서 빗속으로 달려나갔어요.”송사월은 계속 말을 이었다.“그날 밤은 폭풍우가 내렸고 제가 다급하게 따라가서 업으려고 하니까 화를 내며 못 업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뒤를 따라갔어요. 다툼이 생겼을 때 서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제일 싫어한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요. 그날도 내가 입을 꾹 닫고 있어서 화가 났을 거예요. 그러다 브레이크가 들지 않는 차와 마주하게 됐죠...”송사월의 쓸쓸했던 얼굴이 어느새 초연하게 변해버렸다.“이 말을 전하는 이유는 고작 질투 따위로 서유한테 상처 주지 말고 다툼이 생겼을 때는 침묵보다 대화로 풀었으면 해서예요. 두 사람이 무슨 이유로 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제 상황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서요...”예전의 그는 이승하와 마찬가지로 고집이 세고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항상 진정 아끼는 걸 잃고 나서야 사랑이 뭔지를 깨닫게 된다...송사월이 긴 얘기를 마칠 때까지 이승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동공이 조금 흔들릴 뿐이었다.만약 그때 당시 송사월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서유라는 여자를 곁에 두지도 못했겠지...송사월은 수중의 반지를 미련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마침내 그걸 이승하에게 건네주었다.“이 결혼식은 당신에게 줄게요.”이승하는 사랑 때문에 포기를 선택했고 그 덕에 송사월도 그제야 진정한 사랑이란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승하는 송사월이 이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가 그의 손에 들린 반지를 보는 순간 다시 감정을 꾹 짓누르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서유는 물건이 아닙니다. 당신과 내가 함부로 주느니 마느니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서유는 당신과 다시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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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서유는 줄곧 아름다움을 고집하던 여자였다. 추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건 싫다고 죽기 전에 부기 빼주는 약을 받을 정도였으니까.그런 그녀의 등이 지금 까맣게 타버렸고 전처럼 매끄럽지도 부드럽지도 않게 되어버렸다.이승하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심장이 철렁하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는 손에 든 우산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그녀의 앞에 꿇은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서유의 등은 드레스와 함께 까맣게 타버렸고 뼈는 살을 뚫고 나와 있었다.이승하는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다.하지만 그 순간 서유가 미간을 찌푸리며 땀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파요... 만지지 마세요... 아파...”이승하는 다급하게 손을 거두어들이며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아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주먹만 꽉 쥐고 있었다.그때 저 멀리에서 주서희가 뛰어왔고 이승하는 그녀를 향해 외쳤다.“주서희, 빨리 어떻게 좀 해 봐!”그의 목소리는 다 갈라져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는 지금 이승하가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 알려주었다.서유가 지금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아픈 만큼 이승하 역시 아픈 것만은 확실했다.“왜, 왜 바보같이 거기서 나를 감싸는 거야...”서유는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송사월을 한 번 보고 또 이승하를 한번 바라보고는 옅게 웃었다.“승하 씨한테는... 빚진 게 너무 많아서...”그녀는 이번 생에 두 남자에게 빚을 졌다.송사월은 그녀의 반평생 인생을 보살펴 주었고 그녀를 위해 자살하려 했으며 양쪽 다리까지 잃었다.그리고 이승하는 그녀를 8년 동안 사랑해주었고 그녀를 위해서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갚지 못할 일들을 많이 해주었다.하여 남은 생은 송사월을 위해 살며 이승하의 돈을 갚기 위해 노력하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뭘 어떻게 해봐도, 어떤 선택을 해도 그들에게는 상처밖에 주지 못했다.사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원인은 그녀인데... 차리리 3년 전에 죽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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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그 칼이 목으로 향하려 하는 순간 이승하는 가볍게 옆으로 피한 다음 남자의 손목을 반대로 꺾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칼을 뺏어 들고 망설임 없이 그의 가슴에 찔렀다.있는 힘껏 찔러 넣은 터라 이승하의 흰 셔츠가 빨갛게 물들어버렸다.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칼을 뽑은 다음 또 한 번 힘껏 찔렀다...“대표님!”주서희보다 한발 먼저 도착한 소수빈은 그의 살의를 감지하고 다급하게 제지에 나섰다.“살인은 안 됩니다! 나머지는 저희한테 맡겨주세요!”하지만 바로 그때 환경미화원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이승하, 어디 계속 찔러 봐! 네가 사람 하나 죽인 뒤에도 계속 꼭대기에 앉아있을지 궁금하네!”이에 이승하의 눈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소수빈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칼날을 환경미화원의 목 쪽을 향해 힘껏 찔렀다.다행히 소수빈이 한 발 더 빨랐지만, 그 칼날은 소수빈의 손등을 아프게 파고들었다.소수빈은 고통을 뒤로하고 이승하를 향해 말했다.“대표님 도발에 넘어가지 마세요. 지금은 서유 씨를 구하는 게 먼저입니다.”그때 마침 주서희가 헐레벌떡 뛰어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까맣게 변해버린 서유의 등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주변에 뭐라도 있을까 싶어 둘러봤지만, 이곳에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도구 같은 건 아무것도 없었고 야속한 비만이 계속 내릴 뿐이었다.한편 휠체어에 앉은 채 굳어버렸던 송사월은 그제야 이성을 차린 듯 떨리는 목소리로 주서희에게 말했다.“서유를 보육원으로 데려 가.”주서희는 그 말에 초조한 눈빛으로 이승하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어서 서유 씨를 보육원으로 데려가 주세요!”이승하는 그제야 손에 든 칼을 버리고 조심스럽게 서유를 안아 올린 다음 보육원 방향으로 뛰었다.주서희도 같이 뛰려고 몸을 일으켰다가 이곳으로 달려오는 정가혜를 보고 말했다.“가혜 씨,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정가혜는 발걸음 멈추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병원에 연락한 다음 다시 보육원으로 향했다.상황이 급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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