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1181 - Chapter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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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이승하는 서유의 말을 듣고 서유는 정가혜의 말을 듣는다. 그가 정가혜를 설득하면 모든 발언권을 얻는 셈이니 두려울 게 없었다.이런 논리로 생각을 정리한 이연석은 용기를 내어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렸다.이연석이 돌아서는 순간 민첩한 이승하가 재빨리 차 문을 열었다.침실 문이 열리는 찰나, 서유가 고개를 돌렸다. 누가 나오는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그녀의 눈을 가렸고 이어서 귓가에 차갑고 멋진 목소리가 들렸다.“보지 마. 눈이 멀 수도 있거든.”“...”눈이 가려진 서유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이연석을 보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하지만... 한 번 보고 눈이 멀 정도라면 가혜는...’갑자기 뛰쳐나온 이연석을 본 정가혜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이연석을 방으로 밀어넣으며 투덜거렸다. “안에 있으라고 했잖아요, 왜 나왔어요?”이연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뭐 눈을 오염시키는 물건도 아니고, 왜 나오면 안 돼요? 게다가...”말을 마치기도 전에 힘을 꽉 준 정가혜에게 세게 밀려 방으로 들어갔다.그를 가두고 문고리를 잡은 정가혜는 돌아서서 서유와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이승하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에 온몸이 오싹해진 정가혜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서유야, 응접실에서 좀 앉아 있을래?”서유는 이 말을 듣자마자 이승하의 손바닥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그래.”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한 말이었는데, 서유가 대답할 줄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정가혜는 얼굴을 가리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따라와...”도망치듯 내려가는 정가혜의 뒷모습을 보며 서유는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보, 난 가혜랑 잠깐 얘기하고 갈게요. 당신은 차에서 기다려요...”이승하의 차갑고 담담한 눈동자가 침실 문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당신은 가봐. 난 여기서 연석이가 나오길 기다릴 거야.”문 안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이연석은 이 섬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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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정가혜는 서유의 맑은 눈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꽉 쥐었던 손을 천천히 펴며 말했다. “만약 연석 씨가 정말로 프러포즈한다면 아마 받아들일 것 같아...”그녀는 거의 강간당할 뻔했으니 이런 일에 트라우마가 있어야 했는데, 어젯밤에는 그 장면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이연석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흔히 말하듯 몸이 마음의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의 몸이 이연석을 좋아한다는 건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이연석을 놓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여전히 좋아한다면 한 번 더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른다.왜 ‘빠진다’고 표현했는지는 정가혜 스스로도 잘 몰랐다. 이연석과 함께하면 그다지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결혼한 뒤 그가 싫증을 내고 그녀를 내치면 어쩌나, 두 번째로 버림받은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정가혜의 마음 속 깊은 곳엔 두려움이 있었지만 주서희가 남긴 유언도 이연석에게 한 번 기회를 주라는 것 같았다.주서희는 절대 그녀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정가혜가 이연석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서유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럼 도련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려봐야겠어.”두 사람이 막 화해했으니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 거라고 생각한 서유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도련님이 승하 씨 때문에 겁먹어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우리가 가면 두 사람이 좀 더 이야기 나눌 수 있겠네...”“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정가혜는 입으로는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입 꼬리에는 그녀 자신도 모르는 희미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서유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2층으로 향했고, 이승하를 데리고 나왔다.차에 탄 이승하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결혼식 끝나면 저 녀석을 Y국으로 보내야겠어...”서유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겨우 사랑을 얻었는데 좀 자랑하게 해줘요. 너무 앙심 품지 말고...”이승하는 그녀의 안전벨트를 매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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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정가혜는 코니세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후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안에 있던 이연석은 마치 모델처럼 통유리창 앞에 서서 꼼짝도 않고 아래층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정가혜는 그 모습을 보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 “이미 갔어요. 연석 씨는 언제 갈 거예요?”승리를 거둔 것처럼 눈부시게 웃고 있던 이연석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황급히 웃음을 거두고 정가혜를 향해 돌아섰다.그녀가 옷을 단정히 차려입은 것을 보고 살짝 눈을 찡그렸다. “입을 옷이 없는데, 하룻밤 더 묵게 해주면 안 돼요?”눈빛에 어떤 감정이 서려 있는지 명확하진 않았지만 정가혜는 그의 말 속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녀는 못 본 척하고 돌아서서 침실 옷장을 열고 남성용 옷 한 벌을 꺼내 이연석에게 건넸다.그녀 방에 다른 남자의 옷이 있는 것을 본 이연석은 얼굴색이 어두워졌지만 지금 자신에게 따질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이를 악물고 거절했다.“조금 있다 비서에게 옷을 가져오라고 할게요.”다른 말로 하면, 다른 남자의 옷은 입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정가혜는 그를 흘깃 보고는 셔츠를 펼쳐 칼라를 들추고는 이연석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브랜드를 보자 이연석은 속으로 기뻐하며 재빨리 손을 뻗어 받았다. “내 옷을 아직도 갖고 있었어요?”정가혜가 이연석에게 모든 걸 돌려준 날 뭐에 홀렸는지 옷 한 벌을 남겼다. 아마도 기념품으로 남기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이연석의 옷을 몰래 간직했다는 사실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아주머니가 포장하는 걸 깜빡하셔서 한 벌만 남았어요.”이연석은 정가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가 피하지 않자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손을 뻗어 옷과 함께 그녀를 품에 안았다.두어 번 몸부림쳤지만 이연석의 힘이 너무 세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정가혜는 그가 몸을 숙이고 자신의 귓가에 다가오는 것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가혜 씨가 날 잊지 못해서 남긴 옷이라고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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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유나희와 이진철은 이미 이연석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봤기에, 그가 돌아온 것을 보고도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 이지민과의 사이가 틀어졌을지 모르지만 이연석은 그렇지 않았다. 설령 그랬다 해도 결혼 문제는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할 일이었다.이연석이 돌아왔지만 먼저 입을 열지 않자 이진철 부부도 모르는 척하며 하인들에게 저녁 식사와 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거실에서 잠시 안부를 나누다 식탁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연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어머니, 저 결혼하려고 해요. 준비를 도와주시겠어요?”이연석은 이승하와 달리 부모님이 계셨기에 이런 일은 반드시 부모님이 주관하셔야 했다. 최소한 신부 집에 청혼하러 갈 때는 부부가 직접 가야 했다. 이는 정가혜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다. 그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진철 부부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결국 유나희가 입을 열었다. “누구와 결혼한다는 거니?”사실 그들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연석은 몇 년 전 자기보다 세 살 연상인 여자 친구와 꽤 오래, 약 3년 정도 사귀었다가 헤어진 후에도 계속 얽혀 있었다. 저번에 한밤중에 술에 취해 육성재의 차를 들이받은 것도 그 여자 때문이었고, 나중에는 그 여자의 남자친구 때문에 화가 나서 응급실에 실려 가기까지 했다...이런 일들에 대해 이진철 부부가 묻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걸 알고 있었기에 아들의 이번 결혼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하지만 이지민의 일을 교훈 삼아,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한때 연인 사이를 갈라놓았던 유나희는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연석은 유나희를 힐끗 보고는 어머니의 거짓 웃음을 단번에 알아챘다. “이름은 정가혜라고 해요. 제가 이번 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반드시 결혼해야 할 사람입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젓가락을 내려놓은 뒤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혜 씨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해 보셨겠죠? 그러니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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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이연석은 눈썹을 찌푸리며 뒤돌아보았다. “만약 두 분이 지민이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전 평온한 마음으로 앉아서 두 분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그때 지민이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말이에요!”그는 여전히 이지민을 위해 분개하고 있었다. 단이수가 이지민을 그토록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모 때문에 그들은 강제로 헤어져야 했다. 만약 정가혜에게 가장 완벽한 결혼식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면 이 집에는 아마 영원히 돌아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이진철은 그의 말에 화가 나서 탁자를 내리쳤다. “지민이 일은 이미 지나갔는데 왜 아직도 붙잡고 있어. 이제 와서 우리를 훈계하다니, 다 컸다고 부모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이연석은 이진철과 다투기 싫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어쨌든 할 말은 다 했으니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그들이 정말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둘째 형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할 것이다. 어차피 이씨 가문은 그의 부모가 좌지우지하는 곳이 아니니까...“그리고 전처럼 몰래 가혜 씨를 찾아가지 마세요. 만약 두 분이 가혜 씨를 찾아갔다는 걸 알게 되면 제가 이 집을 박살 내버릴지도 몰라요!”이연석은 이 말을 던지고는 이진철 부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외투를 집어 들고 어깨에 걸친 뒤 돌아서서 나갔다...그 건방진 뒷모습을 보며 이진철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개졌다. “봐, 당신이 키운 좋은 아들을! 자기 아버지조차 안중에 없어...”유나희는 화가 나서 손에든 젓가락을 던져버렸다. “집사, 가서 정가혜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정말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있었다. 감히 부모를 협박하다니, 유나희는 몰래 정가혜를 찾아간 후 이연석이 어떻게 이 집을 박살 낼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집사는 ‘네’라고 대답하고 일을 하러 내려갔다. 곧 정가혜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두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유나희 앞으로 가져왔다.그녀가 휴대폰을 받아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이진철이 손을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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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이연석을 차단 목록에서 해제하려던 정가혜는 낯선 전화번호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았다.“가혜 씨, 저는 연석이 어머니에요. 잠시 커피 한 잔 할 수 있을까요?”이 말에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연석이 부모님께 알리겠다고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 속도도 꽤 빠르다고 생각했지만...이연석 어머니의 전화 목적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정가혜는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과 관련된 일이니 그의 부모님이 신중해지는 것도 당연했다.망설이다가 결국 알겠다고 대답했고, 곧이어 유나희가 주소를 보내왔다.정가혜는 보수적인 옷을 골라 입고 옅은 화장을 한 뒤 차를 몰고 나섰다. 카페 앞에 차를 세우자 마침 고급 차에서 내리는 귀부인이 보였다.한 눈에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씨 가문의 자녀들이 가진 우수한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온 것이었다.이연석의 어머니는 그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었다. 고상한 외모와 우아한 자태, 온몸에서 풍기는 기품, 심지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관리를 잘 했든 아니든 적어도 이연석의 어머니는 본질적으로 미인이었다. 이연석과 이지민 남매의 외모가 그렇게 훤칠한 것도 당연했다.정가혜는 그 우아한 모습이 카페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차에서 내렸다.들어가기 전, 문 앞에 선 정가혜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몇 번 삼켰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심형진의 부모님을 만날 때도 이렇게 긴장되지 않았었다.심장이 쉴 새 없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진정시키려 해도 미친 듯이 뛰는 심장 박동을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무척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으로 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문을 밀고 들어갔다.유나희는 아마도 그녀에 대해 조사해봤는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가혜 씨, 이쪽이에요.”정가혜는 뻣뻣한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웃으며 다가갔다. “여사님, 안녕하세요.”그녀는 ‘어머님’이라는 친근한 호칭도 쓰지 않고 그저 공손하게 존칭을 사용해 후배로서의 예의를 표했다.유나희는 오히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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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유나희의 말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정가혜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이연석에게 물들었던 얼굴의 홍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창백해졌다.그녀는 갑자기 단이수가 당시 느꼈을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토록 온화하고 고귀해 보이는 얼굴, 분명 선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이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말을 할 수 있는 걸까...그녀에게는 부모님이 없었다. 그녀를 조사한 유나희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분명 일부러 아픈 곳을 찌르는 것이었다...이연석과 결혼하고 싶어 했던 정가혜는 이 순간 갑자기 뒷걸음질 쳤다.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 아니라 두 가정의 일이었다.어릴 때부터 가정이 없었던 그녀는 당연히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남자 쪽 가정을 갈망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정가혜는 손바닥을 꽉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 들게 한 뒤에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유 여사님, 제 부모님은 안 계세요...”유나희는 놀란 표정조차 짓지 않고 바로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이 연석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말 밖의 뜻은 부모의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그녀의 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만약 다른 사람의 부모였다면 정가혜는 벌써 일어나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연석의 어머니 앞에서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장 아픈 곳을 찔렸음에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그녀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연석 때문이었다. 부정할 수 없이 그녀는 이연석을 좋아했고 포기하기 싫었다. 그렇다면 그를 위해서라도 노력해서 쟁취해야 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정가혜는 꽉 쥐었던 주먹을 풀고 평온한 마음으로 유나희를 바라보았다. “유 여사님, 부모님이 없는 것은 제 잘못이 아닙니다. 그 한 가지 이유로 저와 연석 씨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정가혜는 유나희의 말 속에 숨은 의도를 직접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말을 따라갔다. 하지만 유나희는 정가혜가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가혜 씨, 사실 심한 말을 하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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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유나희는 정가혜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도 유나희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유나희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하고 그녀의 말을 받아들일 뿐이었다.“유 여사님, 저라도 아들이 모든 면에서 그보다 못한 여자를 만난 걸 보면, 당연히 만족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연석 씨가 저를 선택한 거지, 제가 억지로 매달린 게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물러나길 바라신다면 차라리 아드님께 말씀해 보세요. 연석 씨가 설득당해서 저와의 결혼을 포기하면 그때 저한테 알려주세요. 그러면 절대 방해하지 않을 거고 그 후로는 마주치더라도 피할게요.”정가혜는 긴 숨을 내쉬며 말을 끝냈다. 그녀의 가슴은 떨리고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와 맞서서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건 처음일 것이다. 비록 자신이 이연석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그녀 또한 그를 놓을 수 없기에 노력하고 있었다.유나희는 잠시 정가혜를 응시하다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연석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제는 결혼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하는군요. 가혜 씨가 내 아들을 보잘 것 없게 여긴다면, 왜 연석이가 결혼하자고 했을 때 그렇게 쉽게 흔들렸어요?”유나희의 질문은 꽤 단도직입적이었다. 정가혜는 말문이 막혀 고개를 푹 숙였다.유나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가혜 씨 배경이나 학업 능력 외 제일 중요한 건 내 아들을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그 마음조차 없다면, 내가 어떻게 두 사람 결혼을 허락하겠어요.”이 말을 들은 정가혜는 고개를 떨궜는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원나잇 스탠드가 없었다면 그녀는 결혼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황당한 하룻밤 이후, 이연석이 꼭 그녀를 아내로 삼겠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흔들림의 근원은 단순히 이연석의 ‘결혼하자’는 한마디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아직도 이연석을 완전히 포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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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과거의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정가혜는 미래를 약속할 수 있었다. “유 여사님, 제가 연석 씨랑 결혼하게 된다면 예전처럼 대하지 않을 거예요. 모든 걸 바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고, 지킬 거예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이것이 바로 정가혜가 보일 수 있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감정에 진지했고, 전 남편에게도 모든 것을 바쳤으며, 심형진과의 관계에서도 여자친구가 되기로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그녀 마음속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인 이연석이었으니, 결혼 후에는 분명 그에게 더 잘 대해 줄 것이었다.정가혜가 여전히 물러서지 않자 유나희는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우리 연석이가 사실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바람기 있고 노는 걸 좋아하죠. 스캔들도 끊이질 않았어요. 하지만 그건 가혜 씨를 만나기 전의 일이에요. 당신과 만난 뒤로는 확실히 많이 변했어요. 적어도 잦은 스캔들은 없어졌죠. 그 점에선 고마워요. 하지만 가혜 씨, 연석이를 완전히 믿을 수 있겠어요?”계속 소파에 기대어 있던 유나희가 갑자기 몸을 바로 세우고 하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눈빛으로 정가혜를 직시했다.“우리 아들은 어릴 적부터 집에서 예쁨만 받고 자라, 하고 싶은 건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예전에 배하린과 결혼하고 싶다며 온 집안을 들쑤셨던 것처럼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싫증이 나자 죽어도 결혼하기 싫다고 했죠. 지금 갑자기 가혜 씨랑 결혼하겠다는 게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배하린에 관한 자세한 내막을 유나희는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이렇게 말한 것은 정가혜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유나희는 정가혜의 과거를 조사해 알고 있었다. 전 남편을 위해 집도 사주고 돈도 보태주는 등 모든 걸 바쳤지만 결국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보통 이런 일을 겪은 여자라면 감정이나 결혼에 대해 더욱 조심스러워질 것이라는 걸.그래서 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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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이지민과 단이수를 언급하자, 줄곧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던 유나희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그녀는 정가혜의 손을 놓았다.“내가 무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걱정하지 않겠어요? 가혜 씨가 출신이 조금 더 좋고, 학식이 높으며, 몸가짐을 조금 더 단정하게 했더라면 내가 왜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겠어요?”유나희는 단이수와 이지민의 일에서 교훈을 얻었기에 다시는 아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정가혜는 단이수보다 능력도, 감정적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단이수를 마음에 두지 않았던 만큼 정가혜를 받아들이기는 더 어려웠다.“가혜 씨, 사실 우리 같은 집안에서는 문벌이 맞는 게 가장 중요해요.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 사고방식, 시야, 세계관, 학식, 이 모든 것이 다르거든요. 지금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에요. 이 열기가 식으면, 그때서야 차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거예요.”유나희의 이 말에 정가혜는 자격지심이 들었다. 말문이 막혀버린 정가혜는 주먹을 쥔 손을 서서히 풀었다. 그녀의 눈에는 피로가 서려 있었고 말없이 유나희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유나희는 그녀의 반응을 알아차릴 수 없어 말을 이어갔다.“물론, 승하와 서유는 가문 문벌이 맞지 않는 결혼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승하와 연석이는 달라요. 승하는 서유의 출신 배경이나 부족함을 모두 감싸 안아요. 심지어 어느 날 서유가 바람을 피운다고 해도 승하는 여전히 서유를 사랑할 겁니다. 하지만 연석이는 다르죠.”“그 아이는 아직 철이 없어요. 원하는 건 늘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고 손에 넣으면 금방 싫증을 내죠. 그때가 되면 가혜 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유나희의 말은 정가혜의 가장 깊은 불안을 정확하게 찔렀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헤집으며 정가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꺼내놓았다. 정가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유나희의 말이 너무도 정확했기 때문이다.정가혜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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