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88화

유나희는 정가혜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도 유나희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유나희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하고 그녀의 말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유 여사님, 저라도 아들이 모든 면에서 그보다 못한 여자를 만난 걸 보면, 당연히 만족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연석 씨가 저를 선택한 거지, 제가 억지로 매달린 게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물러나길 바라신다면 차라리 아드님께 말씀해 보세요. 연석 씨가 설득당해서 저와의 결혼을 포기하면 그때 저한테 알려주세요. 그러면 절대 방해하지 않을 거고 그 후로는 마주치더라도 피할게요.”

정가혜는 긴 숨을 내쉬며 말을 끝냈다. 그녀의 가슴은 떨리고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와 맞서서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건 처음일 것이다. 비록 자신이 이연석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그녀 또한 그를 놓을 수 없기에 노력하고 있었다.

유나희는 잠시 정가혜를 응시하다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연석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제는 결혼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하는군요. 가혜 씨가 내 아들을 보잘 것 없게 여긴다면, 왜 연석이가 결혼하자고 했을 때 그렇게 쉽게 흔들렸어요?”

유나희의 질문은 꽤 단도직입적이었다. 정가혜는 말문이 막혀 고개를 푹 숙였다.

유나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가혜 씨 배경이나 학업 능력 외 제일 중요한 건 내 아들을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그 마음조차 없다면, 내가 어떻게 두 사람 결혼을 허락하겠어요.”

이 말을 들은 정가혜는 고개를 떨궜는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원나잇 스탠드가 없었다면 그녀는 결혼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황당한 하룻밤 이후, 이연석이 꼭 그녀를 아내로 삼겠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흔들림의 근원은 단순히 이연석의 ‘결혼하자’는 한마디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아직도 이연석을 완전히 포기하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