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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1화

술자리에서, 처음엔 이연석이 일부러 장난을 치며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자, 친구들은 답답해하며 술을 계속 권했다. 결국 술에 취한 후에야 이연석은 자신이 결혼하려는 사람이 바로 정가혜라고 선언했다.

친구들은 모두 정가혜를 알고 있었기에, 그 말을 듣자마자 큰 소란이 일었다. 이연석이 재혼녀에다 나이도 많고, 심지어 자신을 괴롭혔던 여자를 아내로 맞겠다고 하자, 모두들 이연석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많은 훌륭한 여인들이 이연석과 결혼하기 위해 줄 서 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하냐며 그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충고했다.

술에 취해 의식이 흐릿한 이연석도 그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깨닫고 순간 화를 냈다. 그는 갑자기 의자를 발로 차며 자신에게 충고하던 친구들을 하나하나 욕하기 시작했다. 손을 대는 것만 빼고는 거의 다 했다.

단이수가 그를 말리지 않았다면 이연석은 아마 술김에 정가혜를 헐뜯는 친구들을 모두 때려눕혔을 것이다.

친구들을 다 욕하고 나자 이연석은 이 자리가 의미 없다고 느끼며 외투를 집어 들고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우울한 기분에 빠진 단이수는 그를 따라가지 않고, 구석에서 혼자 남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시름을 달랬다.

술기운에 휘청거리던 이연석은 방을 나서다가 우연히 배하린과 마주쳤다.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배하린은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지도 않고 다가왔다.

“이연석, 너 결혼한다며?”

배하린은 슬픈 눈빛으로 이연석을 올려다보았다.

이연석의 눈앞에 두 명의 배하린이 보이다가 결국 하나로 겹쳐졌다. 그는 누가 자신 앞에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여자인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난 이미 결혼할 사람이 있어. 다른 여자와는 멀리 있어야 해.’

머릿속에 오직 정가혜만으로 가득한 이연석은 배하린을 피해 옆 복도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술에 취해 발걸음이 불안정하던 그는 그만 발을 헛디뎌 쓰러질 뻔했지만, 배하린이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손... 놓아.”

정가혜가 기분 나빠할 것을 생각한 이연석은 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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