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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이지민이 떠난 후, 이승하는 펜을 내려놓고 우아하게 일어나 외투를 집어 들고는 사무실을 나섰고 곧장 이진철의 집으로 향했다.

우뚝 솟은 그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접시 하나가 날아왔고 그는 빠르게 몸을 피하였다.

접시는 그의 곁을 지나쳐 뒤에 있는 벽에 부딪혔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 깨진 접시와 어지러운 거실을 쳐다보며 그가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이진철의 집에 거의 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의 기억 속에 이진철의 집은 항상 깨끗하고 단정했다.

지금 눈에 들어온 이곳은 깨끗하고 깔끔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연이가 뒤뜰에 지은 강아지 집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한창 이연석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유나희와 이진철은 이승하를 발견하고는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그는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는 이연석을 흘끗 쳐다보았다.

“일 때문에 연석이한테 볼 일이 있어서요.”

그가 이연석을 도와주러 온 것이라고 착각했던 유나희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이승하가 자신의 집안일에 간섭하는 걸 원치 않았다.

“서재에 가서 얘기 나눠. 차 가져다줄게.”

그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이연석을 향해 턱을 쳐들고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눈빛을 보냈다.

그제야 이연석은 손에 들고 있던 골동품 꽃병을 내려놓고 이승하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나희가 커피를 들고 와서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

“네 취향을 잘 몰라서 연석이 좋아하는 걸로 준비했어. 일단 마셔봐. 입맛에 안 맞으면 다른 걸로 바꿔 줄게.”

카리스마가 넘치는 이승하를 보며 그녀는 말투가 상냥하고 한결 부드러워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승하가 그녀의 아들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이승하는 밖에서 음식을 쉽게 먹지 않았다. 그러나 유나희의 열정적인 대접에 그는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맛이 별로였지만 예의 바르게 유나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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