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3화

그 말에 이연석은 물론 유나희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직접 사과까지 하러 왔는데 더 이상 밀당이 필요한가?

그러나 정가혜한테는 이게 밀당이 아니라 정말 이연석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유나희의 손을 잡고 그 블랙 카드를 손에 집어넣은 뒤, 빠르게 자리를 떴다.

그 모습에 이연석은 미친 듯이 달려와 그녀를 덥석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엄마의 사과가 성의가 부족하다면 말해요. 다시 사과하라고 할게요. 제발 결혼 안 할 거라는 말 하지 말아요.”

넝쿨처럼 꼭 달라붙은 그를 밀어내려고 해도 밀어낼 수가 없었고 숨이 막혔다.

배하린도 그의 품에 안겼었고 안희연도 그의 품에 안겼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그의 품에 안겼었다. 예전에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역겨웠다.

그녀는 그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녀를 놓으면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우리 엄마가 잘못했어요. 엄마가 사과를 한 건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그만 화 풀어요. 날 버리겠다는 말 제발 하지 말아요.”

그한테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녀는 그의 향기를 맡고 그날 밤의 지독한 술 냄새가 떠올라 구역질이 나서 미친 듯이 그를 밀쳐냈다.

“이거 놔요.”

그가 놓아줄 리가 있겠는가?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힘껏 그녀를 안았다.

“어렵게 당신을 만났는데 어떻게 놓아줄 수 있겠어요?”

그의 포옹은 마치 족쇄처럼 그녀의 몸에 묶여 옴짝달싹을 못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거 놔요. 나 건드리지 말아요. 건드리지 말라고.”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에 그도 그녀도 모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연석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훤히 비쳐 있었다.

예전의 온유하고 온화한 모습이 아니라 얼굴이 일그러지고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이런 사나운 모습으로 변하는 게 두려웠다. 근데 결국 사랑 때문에 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