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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1화

그녀의 말재주는 정말로 대단했다.

“너 이렇게 하는 거, 결국 정가혜를 자극하려는 거잖아.”

유나희의 직언에도 배하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가혜 씨를 자극한다고요? 이게 가혜 씨랑 무슨 관련이 있어요?”

유나희는 컵을 내려놓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배하린을 응시했다.

“네가 연석이의 아파트에 들어간 직후에 정가혜도 바로 도착했어. 네가 분명 정가혜가 올 것을 알고 일부러 앞에서 연극을 벌인 거겠지.”

배하린은 마치 이해한 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유나희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어머니, 저는 길에서 연석이를 우연히 만나 집에 데려다 준 것뿐이에요. 그동안 가혜 씨가 올지 몰랐어요. 설마 연석이랑 가혜 씨가 약속을 한 건가요?”

그 부분은 이연석도 말한 적이 없으니 아마 약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나희는 그날 밤 정가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녀는 그 후 곧바로 이연석의 아파트로 향했었다. 그녀가 그렇게 빠르게 이연석을 찾아간 것은 자신과의 대화 후 헤어지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이렇게 보니, 정가혜가 배하린과 이연석의 ‘하룻밤’을 목격한 건 결국 자신 때문이었다.

이를 깨달은 유나희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고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어머니 표정을 보니, 약속은 안 한 것 같네요. 만약 두 사람이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미리 가혜 씨가 올 것을 알았겠어요?”

“가혜 씨가 올지조차 몰랐는데 제가 왜 가혜 씨를 자극하겠어요?”

“설령 그 일로 나중에 가혜 씨를 자극하려 했다 하더라도 제가 찾아갔다는 흔적이 남았겠죠.”

“원한다면 가혜 씨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우리 둘이 만난 적 있는지.”

“만약 없다면 어머니는 지금 증거도 없이 저를 모함하고 있는 겁니다!”

유나희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 속셈이 무엇이든 간에 연석이를 모욕한 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유나희가 다시 경호원에게 고개를 까딱이는 것을 보자 배하린은 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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