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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배하린을 바라보며 정가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내려뜨고 손에 들린 녹음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사람들은 모두 이연석이 정가혜를 사랑한다고 했다. 배하린조차 그렇게 말하니,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정가혜 역시 이연석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의심이 남아있었다.

“그날 밤 두 사람 정말 잤던 거예요?”

정가혜에게는 유나희가 아들을 위해 무슨 일을 했든 상관없었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이연석뿐이었다.

배하린은 그 말을 듣자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가혜 씨, 아직도 연석이한테 희망을 걸고 있는 거예요?”

“네.”

정가혜도 함께 미소를 지었다. 따스한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난 이 모든 것이 그저 거짓이었으면 해요. 그러니까...”

정가혜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당신이 방금처럼 다시 한 번 합리적인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정가혜가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눈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그녀가 지금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배하린이 착한 사람이었다면 정가혜를 동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하린은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아첨하며 살았던, 돈만 쫓는 여성이었다.

그녀 같은 사람은 동정심이란 게 없다. 오로지 자신이 얻지 못하는 것은 파괴하려는 욕망만 있을 뿐이다. 무엇이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가혜 씨, 한번 생각해봐요. 술에 취한 남자와 그를 깊이 사랑하는 여자가 같은 방에 오래 있었다면 무슨 일을 했겠어요?”

정가혜의 얼굴은 햇빛을 받고 있었지만 점점 창백해져 갔고 녹음기를 쥐는 힘도 점점 강해졌다.

“연석이는 절대 한 여자에게만 충실하지 않을 거예요. 아마...”

“앞으로 나에게만 충실하겠다고 했어요.”

정가혜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배하린은 입 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요? 그렇게 믿고 싶은 거죠?”

그녀는 마치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라도 들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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