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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믿어줘요. 배하린이든, 안희연이든, 고현서든, 아니면 다른 어떤 여자든, 나는 그 사람들과 완전히 끝났어요.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이연석은 앞으로 다른 여자가 자신을 쫓아다니더라도 철저히 피할 거라고 다짐했다. 필요하다면 외출할 때 가면을 쓸 정도로 신경 쓸 각오였다.

하지만 그의 진지한 설명과 확신 가득한 말에도 불구하고 정가혜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당신을 믿지 않아요.”

그녀는 이연석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항상 그를 둘러싼 여자들 때문에 좌절했다.

지금의 그녀는 그의 약속만 들었을 뿐, 그 약속이 진정한 안전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를 믿기 어려웠고 또다시 믿음을 선택한 후 반복되는 실망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다.

정가혜의 믿지 않는다는 한 마디에 멍하니 서 있던 이연석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아이를 정말로 지울 거예요?”

정가혜는 눈을 내리깔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은 이연석의 눈에 동의로 비쳤다.

“정가혜, 당신 심장 좀 열어보고 싶어. 도대체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오해가 풀렸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냉정했다. 그건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이연석은 숨을 쉴 때조차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심장을 죄어오는 고통에 이연석은 천천히 정가혜를 놓아주었다.

“당신이 원한다면 아이를 지워. 하지만 난 죽더라도 다시는 당신을 보러 오지 않을 거야.”

그는 말을 마치고 한 걸음 물러섰다. 붉어진 눈으로 정가혜를 한 번 더 깊이 바라본 후 수술실을 떠났다.

그가 사라지자 정가혜는 수술대 옆을 붙잡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병실 밖에서 이연석이 분노에 찬 채 떠나는 모습을 본 노현정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혜야.”

노현정은 정가혜의 곁에 무릎을 꿇고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렸다.

“생명은 소중한 거야. 연석 씨와의 갈등 때문에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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