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이승하는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서 있던 이연석은 엘리베이터 밖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개명은 절대 안 돼.”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을 지어주고 개명을 하지 말라니?후회가 되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더라면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텐데.집에 가서 정가혜한테 매를 맞을까 봐 두려웠던 이연석은 미친 듯이 이승하의 뒤를 쫓아갔다.“형, 이건 너무 하잖아요. 제발 다른 이름으로 바꿔줘요.”이승하는 대답은커녕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망했다. 아이의 이름을 정말 이철수, 이철희로 지어야 하는 걸까?...한편, 이승하는 형제들을 회사로 불러 중대한 결정을 발표했다. 그는 이미 모든 주식을 회수하였고 그들의 몫에 따라 다시 주식을 분배했다.그중 30%는 이연석에게 넘어갔고 나머지 4명의 형제들에게는 각각 10%씩 그리고 서유에게 30%의 지분이 넘어갔다. 이태석과 곧 퇴직을 앞둔 삼촌들과 고모들에게는 주식 매매 선택권만 주었다. 이렇게 분배한 건 현재 JS 그룹은 더 이상 이승하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형제들이 다 같이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형, 왜 지분을 전부 우리한테 나눠줘요?”아이의 이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이연석은 스크린에 뜬 주식 배분 내용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를 쳐다보았다.둘째 형이 회사에서 물러날 생각인 건가?맨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는 이승하는 펜을 천천히 돌리며 입을 열었다.“다들 회사에 기여한 게 있으니까 당연히 그 몫을 챙겨줘야지.”“하지만 형들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애썼는데 왜 나한테 이렇게 많이 나눠줘요?”물론 나머지 형들이 그걸 따지지는 않겠지만 이연석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제부터 경영 수업 시작할 거야. 네가 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이연석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럼 형은요?”이승하는 그들 앞에서 이
“형, 오늘 너무 이상한 거 알아요? 주식 분배는 뭐고 경영 수업은 또 뭐예요? 형수님 지켜달라는 말은 또 뭐고요?”어렸을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이연석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늘 제멋대로였다. 궁금한 걸 끝까지 알아내지 못하면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승하는 테이블을 지나쳐 의자에 앉더니 고개를 들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연석을 쳐다보았다. “한 달 뒤 갈 데가 있어. 아마 당분간은 연락이 안 될 것 같아. 일단은 이렇게 나눠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 그리고 너한테 내 자리를 맡기려고 한 건...”그가 하던 말을 멈추고는 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원래는 아직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소식 하나를 듣게 되었다.그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앞당기게 되었다.그가 고개를 들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너랑 네 형수가 모두 30%씩 지분을 가지고는 있지만 네 형수는 회사 일에 참여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너한테 권력을 넘겨주는 거고.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다른 형들이 도와주면 네가 형수를 도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견제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거다.”그가 떠난 뒤, 이태석과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분명 주식 분배의 일로 서유를 난처하게 할 것이다. 서유가 평생 먹고살기에 걱정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식 배당금뿐만 아니라 그녀 앞의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를 믿고 충성을 다 바치는 동생들만이 서유를 지켜줄 수 있었고 특히 어릴 때부터 그를 많이 따랐던 이연석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형은 어디 가는 데요?”그의 뜻을 알아차린 이연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또 NASA로 가는 거예요?”매번 이승하가 NASA에 갈 때마다 핸드폰을 제출하는 바람에 그들과 연락이 끊기곤 했었다.“아니야.”이연석의 말을 끊어버리고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가기 전에 말해줄게.”그가 당부해야 할 것들은 훨씬 더 많았다. 멍해 있던 이연석이 다시 물으려 하
독특한 발자국 소리에 소파에 누워있던 심이준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저기... 나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러는데 이만 돌아갈게요.”자기편을 들어줄 사람이 나타나자 서유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오늘 설계도 완성 못 하면 우리 집에서 자겠다고 하지 않았어요?”심이준은 연신 손을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멀쩡한 내 집 놔두고 내가 왜 여기서 자요? 내일 다시 올게요. 그럼 이만.”일어나자마자 이승하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더니 이내 가볍게 눌러 그를 제자리로 돌려 놓았다. “누구의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한 겁니까?”무표정한 얼굴의 이승하를 쳐다보던 그는 이내 얼굴이 굳어지더니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제 다리죠.”이승하의 차가운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 차 있었다.“아까 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한 거 아니었어요?”심이준은 빙그레 웃었다.“실수예요. 말실수.”누가 감히 이승하의 다리를 부러뜨리겠는가? 죽고 싶어 환장한 것도 아니고. 이연석과 마찬가지로 처세에 능한 심이준은 이내 물티슈를 가져와 이승하에게 건네주었다.“손 닦으세요. 절 만졌으니 찝찝하실 것 같은데.”심이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서유는 턱을 괴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승하는 눈앞의 의미심장한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물티슈를 건네받아 손을 닦고 나서야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다시 한번 뒤에서 내 흉을 보면 당신 다리를 부러뜨릴 겁니다.”그 말을 듣고 심이준은 어리둥절해하며 이승하에게 물었다.“저 다리가 세 개인데 어느 것을 부러뜨릴 건가요?”이승하가 눈을 내리깔고 그의 하반신을 쓸어내렸다.그의 눈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던 심이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하반신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재빨리 중요 부위를 가렸다.“안 됩니다. 아직 장가도 안 간 총각이에요.”어이가 없었던 이승하는 손에 든 물티슈를 돌려주고 서유에게로 향했다.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책상을 지나쳐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갑자기 몸이 뜬
그는 거칠게 몰아붙이다가도 다정하게 그녀를 배려했다.얼마 후, 그녀는 힘없이 침대에 축 늘어졌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미친 듯이 그녀를 탐했다. 한번 또 한 번의 절정이 반복되고 결국 그녀가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몰아치고 나서야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다정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목욕까지 직접 시켜줬다.세심하게 머리를 감겨주는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아까 하려던 말이 뭐예요? “순간, 손을 멈칫하던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한마디 내뱉었다.“연석이가 두 가지 소식을 가져왔는데 뭐부터 들을래?”그에 대한 일은 떠나기 전에 그녀한테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미리 걱정시키는 게 싫었으니까. 그의 따뜻한 손길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아무거나 좋아요.”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하던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혜 씨랑 화해했대. 그리고 두 사람 혼인신고까지 마쳤대.”그 말에 깜짝 놀란 서유가 눈을 번쩍 떴다.“가혜랑 도련님이 혼인신고를 했다고요? 언제요?”이 중요한 소식을 정가혜는 그녀한테 알리지 않았다. 절친이 맞긴 한 건지?흥분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제.”어제 방금 혼인신고를 마쳤으니 미처 알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전화해 봐야겠어요.”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아직 하나 더 남았어.”그제야 그녀는 욕조에 누워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10개월 후면 연석이가 아빠가 된대.”미처 반응하지 못한 서유는 눈을 두 번 깜박였다.“도련님이 아빠가 되는 데 왜 가혜랑 혼인신고를 해요?”말을 하던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가혜 임신한 거예요?”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던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이 든 그녀는 숨을 크게
한편, 정가혜는 이 소식을 문자나 전화로 서유에게 알리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연석이 돌아오면 그에게 허락을 받고 서유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창밖에서 불빛이 비치더니 차 한 대가 정원 안으로 들어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훤칠하고 잘생긴 그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왔다. 남편을 기다리는 게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소파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외투를 벗고 넥타이를 풀어 하인에게 건네려는데 그녀가 손을 뻗었다.능숙한 모습이 마치 오래된 부부 사이 같았다. 둘째 형 때문에 우울했던 그는 다정한 그녀의 모습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이런 일은 당신이 안 해도 돼요.”그는 그녀가 들고 있던 외투와 넥타이를 낚아채 옆에 있던 하인에게 던지고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다이닝룸으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 그녀가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앞으로 내가 늦게 들어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요.”뱃속에 아이가 있는데 굶고 있으면 안 되지. 사실 일부러 그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입맛이 별로 없어서였다. 그러나 감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식탁에 앉은 뒤, 그녀는 갈비찜 하나를 집어 그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행동에 그는 무척 감동받았다.“당신이 있어서 참 좋다.”사실은 하인이 갈비찜을 만들다가 실수로 소금을 많이 넣은 것을 보고 맛이 어떤지 그한테 먼저 맛보라고 한 것이었다. 그걸 전혀 알지 못했던 이연석은 바보같이 기뻐하며 짭짤한 갈비를 뜯어 먹으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짜긴 하지만 당신이 준 거니까 다 먹을게요.”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죽을 마셨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각자 샤워를 마친 뒤 잠옷을 입고 안방으로 돌아갔다. 불을 끄려는데 그가 막아서더니 서랍을 열
“하고 싶어요.”그녀의 입술에 뜨겁게 입을 맞추면서 큰손으로 그녀의 몸을 거침없이 만졌다. “말했죠. 아이 때문에 안 된다고.”숨 막힐 듯한 그의 키스에 그녀도 몸이 후끈 달아올랐지만 애써 이성의 끈을 놓치 않았다. “알아요. 하지만 예전처럼...”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밀어냈다.“계속 이러면 우리 각방 써요.”순식간에 얌전해졌다.“아니요. 다시는 안 그래요. 제발 각방 쓰자는 소리 하지 마요.”그 한마디에 그는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옆으로 눕더니 그녀를 다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아이 태어나고 몸이 회복되면 밤낮 가리지 말고 해요.”그의 품에 안겨 있는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아이가 태어나면 1년의 계약도 끝이 나겠죠. 남을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요.”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이 약간 경직되었다가 이내 풀어졌다.그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옆으로 돌리고 스탠드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까이 다가가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약속할게요.”떠나지 않겠다는 뜻이었지만 그는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약속하면 뭐가 달라져요? 당신은 어차피 떠날 텐데.”바보 같은 남자.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등 뒤로 몸을 밀착시켰다.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요. 얼른 자요...”한참 후, 그가 옆으로 몸을 돌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우리 성대하게 결혼식 올려요.”결혼식에서 이 여자가 내 여자다 라고 이 세상에 알릴 것이다. 평생 그의 여자로 살게 할 것이고 어디도 도망갈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뜻대로 해요.”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떠한 장애물도 없다. 그가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가 다시 그녀를 세게 끌어안았다.“잘 자요.”익숙한 그의 냄새를 맡으며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고 편안하게 잠들었다.다음 날, 그녀는 드
한편, 연이를 데리고 정가혜를 찾아가려던 서유는 마침 집으로 찾아온 정가혜를 발견하게 되었다. 한 달 넘게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입구에서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별장 안으로 들어와 그녀는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주태현에게 부탁하고는 정가혜를 이리저리 훑어보며 평평한 아랫배를 만져보았다.“전에 나랑 한 약속 안 잊었지?”“당연하지.”정가혜는 다정하게 서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아이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너한테 이모라고 부르라고 할게.”그 말에 서유가 고개를 들고 활짝 웃었다.“기대된다.”정가혜를 생각하면 너무 기뻤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갖지 못한 슬픔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서유는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는 걸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가혜는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너도 곧 아이가 생길 거야.”정가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을 토닥였다. “나도 네 아이가 나한테 이모라고 부르는 걸 기대하고 있어.”정가혜의 말에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네 소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녀는 손가락을 뻗어 서유의 코를 살짝 두드렸다.“행운을 전해줄게.”서유가 높은 콧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몇 번 더 두드려줘. 아이 많이 낳게.”서유의 농담에 정가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열 번을 두드렸다.“10명 낳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어.”“10명?”아무리 부부 금슬이 좋아도 열 명은 무리였다. 짐승도 아니고...“둘이면 충분해.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금슬 좋은 부부라면 가장 바라는 것이었다. 정가혜도 그 욕심이 있었지만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잠깐 얘기를 나누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서유는 급히 그녀를 게스트룸으로 보냈다. 한잠 푹 자게 하려고 했는데 아내를 찾으러 이연석이 블루리도로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형수님, 저희 집사람 어디 있어요?”안으로 들어와 그녀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리저리 둘러보는 그 모습에 서유는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향해 입을 맞추려고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도 있는데 뭐 하는 거예요?”자매 같은 친구에서 이젠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서유라도 그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어서 눈을 흘겼다. “신경 쓰지 말아요.”이연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뚝 솟은 그림자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가 얼른 허리를 굽히며 잘생긴 얼굴을 정가혜의 앞에 들이댔다.“얼른 뽀뽀해 줘요.”이승하가 들어온 줄 모르고 있었던 정가혜는 고개를 들고 황급히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그제야 이연석은 활짝 웃으면서 그녀를 껴안고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형, 왔어요?”예전에 그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던 이승하와 서유의 모습이 괘씸해서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보여줄 생각이었다.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힐끗 쳐다보던 이승하는 서유의 앞으로 걸어갔다.“앞으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다시 집에 들이지 마.”멍한 표정을 짓던 서유가 입을 열었다.“가혜는 정상적인 사람이에요.”소파에 앉은 이승하가 그를 흘겨보았다. “가혜 씨를 말한 게 아니야.”“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그런 거예요?”이승하가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눈치가 빠르네.”둘째 형과의 말다툼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참아야지 별 수 있나?잠시 후, 정가혜를 끌고 현관문을 나서던 그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몸을 돌려 이미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남자는 여자를 허벅지에 앉힌 채 허리를 꼭 껴안고 있었다. 여러 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연석은 여전히 얼굴이 붉어졌다. 섹시한 둘째 형과 달리 연약한 형수의 모습이 대조되어 강하고 힘센 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보면 자꾸만 야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손을 뻗어 정가혜의 눈을 가렸다. 눈이 가려진 그녀는 힐끗 그를 흘겨보았다.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러는지... 볼 만큼 다 본 사람인데 눈을 왜 가리는 거야?그가 이승하와 서유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