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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수술실 안은 금세 냉랭한 기운을 풍기는 이연석과 수술대에 누운 정가혜, 두 사람만 남았다.

“왜?”

옆에 서 있던 남자는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그저 단 한 마디만 물었다.

정가혜는 수술실 밖에 서 있는 노현정을 잠시 보다가 다시금 분노로 가득 찬 이연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냥요.”

이연석이 찾아온 이상,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정가혜는 조용히 수술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의 강한 손에 손목이 붙잡혔다.

그의 힘은 너무나 강해 손가락이 깊숙이 피부에 파고들었고 정가혜는 고통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이를 악물고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녀가 소리도 없이, 그를 보지도 않는 모습에 이연석은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이게 나한테 주는 답인가?”

귀국한 후 대답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그녀의 대답은 그의 아이를 몰래 낙태하려는 것이었다.

노현정에게서 전화를 받은 그 순간, 정가혜와의 결혼을 기대하던 이연석의 마음은 한순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그토록 노력하며 그녀를 쫓았지만 정가혜의 계속된 거절 앞에서 그의 모든 것이 산처럼 무너져내렸다.

“가혜 씨, 이유를 말해줘요. 대답을 듣고 나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니까.”

그는 지쳤고 충분히 힘들었다. 그러나 죽더라도 그 이유는 분명히 알아야만 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가혜는 천천히 속눈썹을 들어 절망으로 가득 찬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는 분명 끝을 내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 그 끝을 위해서는 말을 분명히 해야 했다.

“나는 당신이 배하린 씨과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이연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미 충분히 설명했어요. 그건 배하린이 꾸며낸 속임수라고. 그런데도 왜 믿지 않는 거예요? 왜?”

“배하린 씨가 나중에 다시 녹음기를 주었어요. 배하린 씨의 설명은 단지 당신 어머니가 거짓말을 강요한 것일 뿐이었어요.”

이연석은 잠시 멍해졌다. 의심이 들었지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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