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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정가혜는 서둘러 A시로 돌아왔지만 공항에서 이연석이 화려한 외모와 훤칠한 몸매를 가진 여인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녀의 발걸음은 천천히 멈춰섰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의 도착 게이트가 정가혜의 시야에서는 희미해져 갔고 남은 것은 그들 셋뿐이었다.

그녀는 그 여자가 꽃다발을 받은 후 갑자기 발끝을 세우고 이연석의 뺨에 키스를 한 뒤, 입을 가리며 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다.

이연석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발길을 돌려 빠르게 떠났다.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정가혜의 세상은 온통 어둠에 잠겼다.

결국 배하린이 없더라도 이연석 곁에는 언제든 다른 여자가 있을 것이었다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그들이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단순히 배하린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결코 줄 수 없는 ‘안정감’이었고, 정가혜가 주고 싶어도 번번이 깨져버리는 ‘신뢰감’이었다.

정가혜는 자신이 아이에게 주고 싶은 가정이 아빠는 한결같은 사랑을 주고 엄마는 그를 믿어주는 그런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와 자신 둘 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 도착한 정가혜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전화기를 들어 이전에 알게 된 산부인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현정이 우유를 가져오던 중, 정가혜가 낙태 수술을 예약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 손이 떨렸다. 트레이에 올려진 우유가 거의 쏟아질 뻔했다.

전화를 끊은 정가혜는 노현정이 그 사실을 들었다는 걸 알고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주머니,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노현정은 혼란스러웠다.

“가혜야, 아이를 가졌는데 왜 낙태를 하려고 해?”

정가혜는 대답하지 않고 이불을 들어올리며 침대에 누웠다. 몸과 마음의 피로가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노현정은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지친 그녀를 보고는 입을 다물고 방을 나갔다.

그 시각 이연석은 공항에서 정가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정가혜가 나오지 않자 급히 노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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