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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정가혜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의사에게 다시 한번 검사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병상에 앉아 보고서를 몇 번이고 확인하던 정가혜는 결국 자신이 임신했다는 현실을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날 밤, 피임 조치를 하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서유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유나희에게 불려갔다.

이연석과 배하린을 만나고 홧김에 밤새 M국으로 송사월을 찾아온 뒤 72시간이 지나도록 긴급 피임약을 먹지 않았으니, 임신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가 찾아온 시기는 너무나도 부적절했다.

정가혜가 불안한 표정으로 침울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병상 앞에 앉아 있던 송사월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누나, 이연석 씨의 아이죠?”

송사월의 직설적인 질문에 정가혜는 난처해했지만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기뻐하지 않는 거예요?”

이연석의 청혼을 받아들일 준비를 다 마친 것처럼 보였는데, 왜 이렇게 불안해 보이는 걸까?

정가혜는 손을 들어 자신의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아직은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는 무겁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겠어...”

정가혜는 송사월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임신 때문에 너무 예민해진 것 같아.”

정가혜는 눈물을 닦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월아, 너는 먼저 돌아가. 나는 여기서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한 후에 갈게, 응?”

송사월은 정가혜를 가만히 응시했다. 임신 때문에 예민해진 것인지, 아니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든 것인지, 정가혜는 무언가 많은 것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고 스스로 감당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송사월은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봤기에 그녀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말 없이 그녀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래요. 누나 울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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