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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정가혜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복도를 지나자마자 배하린과 마주쳤다.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췄다.

배하린은 정가혜를 보자 얼굴에 걸친 선글라스를 벗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정가혜 앞까지 다가갔다.

“가혜 씨,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시간을 내서 한 번 들어봐요.”

막 설명을 끝내고 또다시 진실을 말하겠다는 배하린을 보며 정가혜는 그녀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

“나 시간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진실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아요.”

정가혜는 배하린을 지나치려 했지만 그녀가 길을 막아섰다.

“가혜 씨,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연석이랑 결혼하고 싶다면 맘대로 해요.”

그러면서 배하린은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가혜 씨를 속이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는 녹음기를 정가혜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이건 연석이 어머니가 연석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나서 저한테 연석이 대신 설명하라고 강요한 증거예요.”

차가운 녹음기가 손에 닿자 서늘한 기운이 퍼졌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방금 했던 설명이 연석 씨 어머니가 시켜서 한 거란 거예요?”

“네.”

배하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죽을 거라 협박받았어요. 부모님도 함께 위험에 처하게 될 거라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배하린은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옷을 걷어 올리더니 정가혜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갈비뼈에 대었다.

“만져봐요. 몇 개나 부러졌는지 느껴지죠?”

그녀는 이어서 축 늘어진 약지손가락을 정가혜 앞에 들이밀었다.

“손가락도 영구적인 골절이 됐어요.”

배하린은 말을 끝내고 목을 가린 높은 칼라를 젖혀 목에 난 상처들을 정가혜에게 보여주었다.

“이 상처들, 전부 연석이 어머니가 경호원에게 시켜서 때리게 한 거예요.”

그녀의 눈에는 억울함이 서려 있었고 입가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겨우 자기 아들과 하룻밤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렇게 잔인하게 굴다니.”

“그분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오로지 아들을 위해 가혜 씨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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