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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핸드폰을 쥔 채 손을 약간 떨고 있는 그는 자신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CCTV를 켜고 반복해서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의식을 잃을 정도로 취한 자신을 발견했는데 이는 정가혜가 의식을 잃은 모습과는 살짝 달랐다.

호텔 입구에 쓰러진 모습으로 보면 그는 완전히 자주적인 행동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배하린과 정가혜는 거의 동시에 집 안으로 들어왔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무의식적인 사람이 응답하는 건 너무 수상쩍었다.

술에 취했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솔직히 잘 느끼지 못하였다.

아침에 일어난 반응으로는 그 일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고 위의 두 가지 상황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가혜가 직접 보았다는 걸 그는 결코 믿을 수 없다. 배하린을 찾아가 그녀가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오해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점점 뚜렷해진 이연석은 유나희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 전용기를 준비하라고 했다.

유나희는 그가 잘못을 저질러 정가혜의 용서를 받지 못하고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귀국 후 그가 배하린을 집으로 묶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그녀는 협박과 회유에 능수능란한 이연석의 모습에 문득 그에게서 이승하의 그림자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겼고 드디어 아들이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핍박해도 배하린은 한사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날 밤, 네가 많이 취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야.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집에 들어서자마자 날 바닥에 눕혔겠어?”

이연석은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지만 증거가 없어서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그곳에는 CCTV가 없으니까 네가 마음대로 뒤집어씌우는 거겠지.”

배하린도 그 점을 알고 있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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