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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한편, 누군가와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던 그녀는 이연석의 전화를 받고 급히 그 남자를 밀쳐냈다.

그녀는 벌거벗은 남자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연석아, 이 늦은 시간에 네가 웬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간드러진 목소리에 이연석은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날 밤, 날 집에 데려다주고 나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지?”

그 말에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질문이 잘못된 거 같은데?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니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내가 정말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다면 넌 그걸 빌미로 날 협박했겠지. 조용히 떠나는 게 아니라.”

다음날 침대에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그녀가 제 발이 저려 먼저 떠났다는 증거 아닌가?

“내가 떠난 건 네가 나랑 잤다고 해도 날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네가 결혼하기 전에 너랑 하룻밤을 보낸 것만으로도 난 충분하니까.”

이런 말을 다른 여자가 했다면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째 형한테까지 꼬리 친 배하린의 말을 믿을 리가 있겠는가?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날 밤 내가 너한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었고 넌 대답까지 했었어. 왜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건데?”

그 말에 그는 몸이 굳어졌다. 정가혜도 똑같은 말을 했는데 설마 정말...

“아니... 그럴 리 없어.”

“왜 말이 안 되는데?”

배하린은 소파에 엎드린 채 핸드폰 너머에 있는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날 밤, 넌 많이 취해서 아마 기억이 잘 나지 않을 거야. 정 못 믿겠으면 CCTV 확인해 봐.”

이연석의 집은 프라이버시 때문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았고 이 점은 배하린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이렇게 말한 건 이연석을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이 하룻밤을 보낸 게 사실이라고.

어차피 진실은 그녀만이 알고 있으니까. 그녀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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