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누군가와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던 그녀는 이연석의 전화를 받고 급히 그 남자를 밀쳐냈다. 그녀는 벌거벗은 남자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연석아, 이 늦은 시간에 네가 웬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간드러진 목소리에 이연석은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그날 밤, 날 집에 데려다주고 나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지?”그 말에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질문이 잘못된 거 같은데?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니야?”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내가 정말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다면 넌 그걸 빌미로 날 협박했겠지. 조용히 떠나는 게 아니라.”다음날 침대에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그녀가 제 발이 저려 먼저 떠났다는 증거 아닌가?“내가 떠난 건 네가 나랑 잤다고 해도 날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네가 결혼하기 전에 너랑 하룻밤을 보낸 것만으로도 난 충분하니까.”이런 말을 다른 여자가 했다면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째 형한테까지 꼬리 친 배하린의 말을 믿을 리가 있겠는가?“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그날 밤 내가 너한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었고 넌 대답까지 했었어. 왜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건데?”그 말에 그는 몸이 굳어졌다. 정가혜도 똑같은 말을 했는데 설마 정말...“아니... 그럴 리 없어.”“왜 말이 안 되는데?”배하린은 소파에 엎드린 채 핸드폰 너머에 있는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그날 밤, 넌 많이 취해서 아마 기억이 잘 나지 않을 거야. 정 못 믿겠으면 CCTV 확인해 봐.”이연석의 집은 프라이버시 때문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았고 이 점은 배하린도 잘 알고 있었다.다만 그녀가 이렇게 말한 건 이연석을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이 하룻밤을 보낸 게 사실이라고. 어차피 진실은 그녀만이 알고 있으니까. 그녀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진실을
핸드폰을 쥔 채 손을 약간 떨고 있는 그는 자신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CCTV를 켜고 반복해서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의식을 잃을 정도로 취한 자신을 발견했는데 이는 정가혜가 의식을 잃은 모습과는 살짝 달랐다. 호텔 입구에 쓰러진 모습으로 보면 그는 완전히 자주적인 행동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게다가 배하린과 정가혜는 거의 동시에 집 안으로 들어왔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무의식적인 사람이 응답하는 건 너무 수상쩍었다.술에 취했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솔직히 잘 느끼지 못하였다. 아침에 일어난 반응으로는 그 일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고 위의 두 가지 상황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가혜가 직접 보았다는 걸 그는 결코 믿을 수 없다. 배하린을 찾아가 그녀가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오해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점점 뚜렷해진 이연석은 유나희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 전용기를 준비하라고 했다.유나희는 그가 잘못을 저질러 정가혜의 용서를 받지 못하고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귀국 후 그가 배하린을 집으로 묶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그녀는 협박과 회유에 능수능란한 이연석의 모습에 문득 그에게서 이승하의 그림자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겼고 드디어 아들이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핍박해도 배하린은 한사코 인정하지 않았다.“그날 밤, 네가 많이 취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야.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집에 들어서자마자 날 바닥에 눕혔겠어?”이연석은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지만 증거가 없어서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그곳에는 CCTV가 없으니까 네가 마음대로 뒤집어씌우는 거겠지.”배하린도 그 점을 알고 있었기
이연석이 자리를 뜬 후, 유나희는 소파에 기대어 앉아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롱스커트 아래로 곧게 뻗은 하얀 다리를 들어 올려 나른하게 포개고는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배하린을 노려보았다.“일단 뺨부터 때려.”경호원은 재빨리 손을 뻗어 배하린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 뺨을 세 대 맞은 배하린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뿌리치고는 이를 악물고 유나희를 노려보았다.“왜 절 때리시는 거예요?”“네가 내 아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데 내가 널 때리지 못할 이유가 뭐야?”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고 CCTV 영상까지 본 유나희는 이 모든 게 배하린이 정가혜를 쫓아내려고 스스로 벌인 자작극이라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뒤집어씌운 적 없어요. 연석이가 술에 취해서 절 건드린 거예요.”“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손가락을 부러뜨려.”유나희는 배하린의 반항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경호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던 경호원이 작은 망치를 꺼내 들더니 유나희의 갈비뼈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배하린은 너무 아파서 차마 말을 하지 못하였고 바닥에 엎드린 채 새빨간 눈을 뜨고 유나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온화하고 점잖은 사모님은 침착하게 옆에 있는 커피를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배하린, 솔직하게 진실을 말한다면 더 이상 이런 고통은 받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난 계속 널 괴롭힐 생각이야.”녹음 펜을 주머니에 넣은 배하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미친 듯이 웃었다.“그 당시 저와 연석이를 갈라놓을 때도 이런 방법을 쓰셨죠.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하시네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커피를 손에 들고 있던 유나희는 흠칫했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배하린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네가 감히 그 당시의 일을 들먹거려?”“제가 말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배하린은 아픔을 참으며 바닥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모님께서 연석이와 헤어지라고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그와 결혼했을 거예요. 이렇게 오랜
이승하가 귀국했다. 그의 베일에 싸인 애인으로서, 서유는 곧바로 8호 맨션으로 보내졌다.계약의 규정에 따라 그를 만나기 전엔 티 없이 깨끗하게 몸을 씻어야 했고 향수나 화장품 냄새를 절대 풍겨선 안 됐다.그의 취향에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그녀는 오랫동안 목욕을 하고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2층 침실로 왔다.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이승하는 그녀가 들어오는 기척에 그녀를 흘긋 바라봤다.“이리 와.”별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담담하면서도 차가운 말투가 이어졌다. 그 목소리는 서유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평소에 무덤덤한 것 같으면서도 종잡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 그가 혹시나 화가 나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그의 앞에 제대로 서기도 전에 이승하가 그녀를 와락 안아버렸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그녀의 붉은 입술에 키스하는 이승하.항상 그런 식이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부드러움도 없었다. 그녀를 만나면 그저 함께 자고 싶을 뿐이었다.이번에 외국으로 출장 가게 되면서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자를 만지지 못했으니 오늘 밤은 쉽게 그녀를 놓아줄 리가 없어 보였다.그녀가 잠에 곯아떨어질 때가 되어서야 남자는 끝날 기미가 보였다.다시 잠에서 깨어난 서유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욕실에서 샤워기 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간유리 너머로 흐릿하게 귀의 기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매번 검사를 마치고 나면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린 적이 없었던 그였다. 그런데 이번엔 왜 떠나지 않은 걸까?서유는 가까스로 피곤한 몸을 이끌어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고 착한 고양이 마냥 남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몇 분 뒤, 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추고 남자가 샤워 타워를 두른 채 걸어 나왔다. 머리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그의 넓은 어깨로부터 쇄골 언저리를 타고 흘러내리다가, 가슴골을 따라 부드럽고도 단단해 보이는 그의 복근 위로 미끄러졌다. 치명적일 만큼 유혹적이다. 그의 조각처럼 아름다운 얼
방을 떠나는 이승하 뒤로 그의 개인 비서 소수빈이 쟁반 위에 올린 약을 들고 나타났다. “서유 씨, 부탁드립니다.”공손한 태도로 약을 건네주며 그가 입을 열었다.피임약이었다.서유를 사랑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지길 허락하지 않는 이승하였다. 그래서 매번 일이 끝나면 소수빈을 시켜 약을 건네주었고 그가 보는 앞에서 먹게 했었다.하얀 알약을 바라보며 서유의 마음이 다시 아려왔다.심장이 허약해져서인지 아니면 이승하의 무정함에 마음이 아파서인지 숨쉬기가 가빠졌다.“서유 씨…”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녀가 혹여나 약을 먹으려 하지 않을까 봐 소수빈이 다그치듯 그녀를 불렀다.그런 그를 흘긋 보던 서유는 조용히 약을 받아 입에 넣었다. 물도 마시지 않고 그대로 꿀꺽 삼켜버렸다.그제야 걱정스러운 표정을 살짝 풀며 소수빈은 가방에서 집문서와 수표들을 꺼내 테이블에 배열했다.“서유 씨, 대표님께서 드리는 보상입니다. 부동산과 고급 자동차 외, 현금 백억 원을 준비하셨습니다.”실로 놀라운 액수다.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원하는 것이 돈이었던 적은 없었다.서유는 고개를 들어 소수빈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이런 거 필요 없어요.”약간 놀란 듯, 아니,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소수빈이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성에 차시지 않은 겁니까?”그 말에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소수빈마저 내가 돈을 위해서 승하 옆에 있는 거로 생각하니 이승하는 오죽할까. 이렇게 많은 이별 비용을 내는 건 앞으로 더는 돈 때문에 들러붙지 말라는 뜻이겠지?’“이건 승하 씨가 줬던 건데 다시 전해주실래요? 그리고 카드에 있는 돈은 건드린 적이 없다고 알려주세요. 지금 주신 돈과 부동산 모두, 전 받지 않을 거예요.”자리에서 일어나 가방 안에 있던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건네며 서유가 말했다.‘5년 동안 대표님께서 주신 돈은 한 푼도 건드리지 않은 건가?’믿을 수 없다는 듯, 소수빈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그가 믿든 말든 서유는 블랙 카드를 집문서와 수표들
서유가 캐리어를 끌고 도착한 곳은 친구 정가혜가 사는 곳이었다.그녀는 가볍게 문을 두드리곤 문 옆에 우두커니 서서 기다렸다.둘은 같은 보육원 출신이었고 고아라는 슬픔을 공유한 자매 같은 사이었다.과거 이승하가 서유를 데려갈 때, 정가혜가 그녀에게 말했었다.“서유야, 앞으로 갈 데가 없어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걸 잊지 마.”바로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서유는 이승하가 준 집을 돌려줄 용기가 생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서유를 본 정가혜가 활짝 웃으며 따듯하게 그녀를 맞이했다.“우와, 오랜만이네!”하지만 서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난감한 듯한 미소를 보였다.“가혜야, 나 너한테 얹혀살려고 왔어.”그제야 가혜는 서유가 캐리어를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미소가 차츰 굳어졌다.“무슨 일이야?”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유가 멋쩍게 웃었다.“그 사람이랑 헤어졌어.”그 미소가 억지로 쥐어짠 미소임이 가혜는 너무 눈에 선했다.서유의 작은 얼굴은 찬찬히 뜯어보면 야위어서 눈이 움푹 꺼져 보였으며 안색이 창백했다.차가운 바람 속에서 서유의 몸은 얄팍한 종잇장처럼 불안해 보였다.가혜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순간 서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도 두 손으로 가혜를 끌어안고 가볍게 등을 두드렸다.“나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그 말이 그저 위로일 뿐이라는 걸 가혜가 모를 수 없었다. 서유에게 있어 이승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동안 똑똑히 보아왔으니까.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승하에게 돌려줄 2억이라는 돈을 모으기 위해 서유는 몸이 부서지라 일했다.멍청하게도 그리하면 이승하의 눈에 조금이라도 더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국엔 무정하게 버림받았다.가혜의 기억이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5년 전 그날 밤으로 돌아갔다…만약 그때, 서유가 송사월을 위해 몸을 팔지만 않았어도 이승하를 만날 수 없었을 테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지금의 서유는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 뭐라고 그랬어요?”엄청난 비밀을 들은 것처럼 원영이 두 팔로 최민지를 흔들며 흥분해서 물었다.“JS 그룹의 그분, 여자한테 관심 없다고 하던데, 아니에요? 어떻게 여신이 있을 수가 있죠? 게다가 그 여신이 우리 회사에 곧 임명될 CEO란 말이에요?“최민지가 씩 웃으며 원영의 손을 툭툭 두드렸다.“저런, 정보가 그렇게 부족해서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하시겠어요? 재벌가에서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면 대표님 사무실에서 어떻게 일하시려고 그래요.”그러자 최민지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민지 언니가 한 수 가르쳐 주세요~”그제야 최민지가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고 말했다.“이 대표님이랑 우리 이사장님 따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 사이였대요. 찌라시긴 하지만, 5년 전에 이 대표님께서 청혼하셨는데 아씨가 학업 때문에 거절했대요. 그 일로 둘 사이에 문제가 약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5년 동안 연락을 끊었대요. 하지만 아씨가 귀국하자마자 이 대표님께서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갔어요. 그럼 이 대표님께서 아씨를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는지 이걸로 설명 끝 아닌가요?”원영은 과장된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고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세상에나! 완전 로맨스 드라마 같아요!”하지만 듣고 있던 서유는 가슴이 턱 막히며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이승하가 애인 계약을 앞당겨 끝냈던 이유는 그의 여신님께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면서 왜 5년 전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던 것일까?심지어 하룻밤 자고 나서는 애인 계약을 맺자고 강압적으로 나오기까지 했었다.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잘 믿기지 않았다. 최민지에게 어디에서 들은 소문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대표님 전속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열렸다.이사장의 비서 허민과 몇 명의 고위층들이 먼저 내렸고 깍듯한 태도로 허리를 숙여 엘리베이터 안을 향해 말했다.“이 대표님, 연 대표님, 대표님 사무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말이 끝
간단한 소개와 인사말을 마친 연지유가 이승하의 팔짱을 끼고 허민과 함께 대표님 사무실로 걸어갔다.원영은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부러워 죽겠다는 듯이 말했다.“부임한 첫날부터 이 대표님께서 직접 데려다주시는 거 봐요. 설마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대표님의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뭐 그런 건가요?”최민지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혀를 끌끌 찼다.“이 속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모르시나 봐요? 귀국하자마자 대표님 자리부터 꿰찼으니 이온 인터내셔널의 주주들이 다들 옳다구나 하고 가만히 있겠어요? 선임 된 첫날부터 이 대표님께서 직접 데려다주시는 건 주주들에게 연 대표님 뒤엔 JS 그룹이 받쳐주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죠!”부러움이 한도치를 넘은 원영이 턱을 받치고 중얼거렸다.“이렇게나 빨리 여신님을 위해 앞날 걱정까지 다 해주시다니. 정말 로맨티시스트가 따로 없네요.”최민지도 부러움에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이 사장님 딸만 아니었다면 서울에서 권력을 주름잡는 남자의 눈에 들기나 했겠어요?”하지만 원영은 동의하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연 대표님은 이미 아주 훌륭하세요. 학력도 높지 얼굴도 예쁘지… 그러고 보니까 얼굴이 약간…”원영이 서유를 바라봤다.“서유 씨랑 닮았는데요…?”최민지가 바싹 다가와 서유를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어머 웬일이래. 정말 닮은 거 같은데요? 하지만 저는 서유 씨가 더 예쁘다고 생각해요.”“장난 그만 쳐요.”창백한 얼굴로 한마디 하고 나서 서유는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곧 쓰러질 듯이 연약해 보이는 뒷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원영이 물었다.“서유 씨 무슨 일 있는 걸까요?”최민지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아마도 연 대표님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대표님의 운명을 가지지 못해서 질투 났나 봐요.”원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항상 앞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달랐던 최민지였으니 더는 얘기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화장실에서 서유는 빠르게 심장의 통증을 억제하는 약을 꺼내 물도 없이 삼켜버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