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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정가혜는 무표정한 얼굴로 유나희를 쳐다보았다.

“전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 탓 하지 마세요.”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유나희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혹시 우리 아들이 가혜 씨한테 미안한 짓이라도 했나요?”

그날 정가혜는 이연석에게 그가 잘 알고 있을 테니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했었다.

그 말인즉 이연석이 그녀에게 미안한 일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확실치는 않았다. 그저 슬쩍 떠본 것이었는데 정가혜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일은 아드님께 물어보세요.”

한마디 내뱉고는 이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내일이면 송사월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얼른 가서 기능이 가장 좋은 휠체어를 사와야 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던 유나희는 이내 몸을 돌려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온 유나희는 다짜고짜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이연석을 향해 가방을 던졌다.

“이 자식이, 네가 잘못해 놓고는 나한테 뒤집어씌워?”

요 며칠 그녀는 자신의 간섭 때문에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연석이 먼저 정가혜한테 미안한 짓을 했을 줄 누가 알았겠나?

침대에 누워있던 이연석은 그 말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무시하자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귀를 덥석 잡았다.

“방금 정가혜한테 가서 물어봤어. 네가 미안한 짓이라도 했냐고. 너한테 물어보라고 하던데.”

“그 말은 네가 정가혜한테 미안한 짓을 했다는 소리잖아. 너 똑바로 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안이 벙벙해진 그는 애꿎은 눈을 반짝이며 유나희를 쳐다보았다.

“내가 뭔 미안한 짓을 했다고 그래요?”

그녀와 헤어진 후 다른 여자를 건드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떻게 그녀에게 미안한 짓을 할 수가 있겠는가?

“잘 생각해 봐. 술 먹고 다른 여자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럴 리 없어요.”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려다가 손을 드는 순간, 얼마 전 숙취에 빠졌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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