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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그녀는 고개를 젖히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결혼하고 싶을 만큼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많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유나희의 반대보다 더 가슴을 아프게 한 말이었다.

“알아요. 당신이 날 얼마나 사랑하든 상관없어요. 그저 당신 마음속에 내 자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난 충분해요.”

한편, 아들이 이렇게까지 애원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유나희는 가슴이 아팠다.

지금껏 정가혜가 아들에게 매달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말 이승하의 말대로 아들이 매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가혜는 그의 애원에도 감동은커녕 무표정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만 같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당신 자리는 조금도 없어요.”

그 말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날 밤은 왜...”

“술에 취했으니까요.”

그녀가 차갑게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날 밤 당신이 아니라 다른 남자였어도 난 똑같이 그랬을 거예요.”

차갑고 무정한 말은 가슴을 찔렀고 칼에 얻어맞은 것처럼 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런 말 하면 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봤어요?”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담담하게 받아치는 그녀의 말에 그는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지만 그녀가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거듭되는 반항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그녀를 벽에 몰아붙이며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고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두 다리로 그녀의 다리를 가두었다.

그녀를 꼼짝도 못 하게 한 후 그가 그녀의 턱을 들고는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내 눈 똑바로 보고 다시 한번 말해봐요. 정말 나 사랑하지 않아요?”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지만 이렇게 성질을 부리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와 눈을 마주친 정가혜는 분노에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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