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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정가혜는 서유의 맑은 눈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꽉 쥐었던 손을 천천히 펴며 말했다.

“만약 연석 씨가 정말로 프러포즈한다면 아마 받아들일 것 같아...”

그녀는 거의 강간당할 뻔했으니 이런 일에 트라우마가 있어야 했는데, 어젯밤에는 그 장면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이연석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흔히 말하듯 몸이 마음의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의 몸이 이연석을 좋아한다는 건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이연석을 놓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여전히 좋아한다면 한 번 더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왜 ‘빠진다’고 표현했는지는 정가혜 스스로도 잘 몰랐다. 이연석과 함께하면 그다지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혼한 뒤 그가 싫증을 내고 그녀를 내치면 어쩌나, 두 번째로 버림받은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

정가혜의 마음 속 깊은 곳엔 두려움이 있었지만 주서희가 남긴 유언도 이연석에게 한 번 기회를 주라는 것 같았다.

주서희는 절대 그녀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가혜가 이연석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서유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럼 도련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려봐야겠어.”

두 사람이 막 화해했으니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 거라고 생각한 서유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도련님이 승하 씨 때문에 겁먹어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우리가 가면 두 사람이 좀 더 이야기 나눌 수 있겠네...”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정가혜는 입으로는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입 꼬리에는 그녀 자신도 모르는 희미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서유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2층으로 향했고, 이승하를 데리고 나왔다.

차에 탄 이승하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결혼식 끝나면 저 녀석을 Y국으로 보내야겠어...”

서유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겨우 사랑을 얻었는데 좀 자랑하게 해줘요. 너무 앙심 품지 말고...”

이승하는 그녀의 안전벨트를 매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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