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하연은 곧바로 팻말을 들어 응수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곽강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다가와 조언을 건넸다.“너무 무리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하연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800억은 DS그룹의 예산이고, 그 이상은 제 개인 명의로 내는 겁니다.”하연이 포기하지 않자, 성지나는 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DS그룹의 최 사장님께서 900억을 제시하셨습니다. 부상혁 대표님,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이 질문의 의미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부상혁이 이 경매에 뛰어들면, 이는 곧 최하연과 부상혁 사이의 대결이 될 터였다. 더욱이 최근 두 사람의 스캔들이 계속해서 화제가 되는 상황이라, 이 경매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대형 스크린에 비친 상혁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었다. 성지나의 질문에도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연은 그런 상혁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아프게 조여왔다.상혁의 결정을 기다리던 그 순간, 주슬기가 상혁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였다. 상혁은 몇 마디 답을 하고, 주슬기가 팻말을 들었다.“1400억.”하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술렁였고, 이번 금액이 상혁의 지시인지, 아니면 주씨 가문이 자금을 추가한 것인지 궁금해했다.성지나는 이번에도 여유로운 미소로 물었다.“최 사장님, 계속하시겠습니까?”하연은 팻말을 꽉 쥐었는데, 곽강민이 재빠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안 됩니다. 자문가로서 이 이상 가격을 올리는 건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미 이 경매는 실질적인 가치를 넘어섰어요. 저는 최 사장님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기를 원치 않습니다.”곽강민은 하연의 손을 강하게 눌렀다. 하연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성지나는 그런 하연을 보며 어딘가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1400억, 하나. 1400억, 둘. 더 이상 올릴 분 없으십니까?”세 번째 망치가 떨어지기 직전, 전화 입찰석에서 한 입찰자가 일어섰다.“2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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