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871 - Chapter 880

1060 Chapters

제871화 예산은 어느 정도로 잡으셨습니까?

상혁은 수많은 기자의 환호 속에서 당당하게 입장했다. 그의 옆에는 우아한 미소를 띤 주슬기가 나란히 걸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지만, 마치 의도적으로 과시하지 않으려는 듯 절제된 움직임을 보였다. 상혁은 신사적인 제스처로 주슬기의 의자를 빼주며 그녀가 앉도록 배려했다.기자들의 카메라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두 사람을 포착했고, 그 모습은 곧 대형 스크린에 크게 비쳤다. 하연은 무심하게 시선을 돌리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서여은에게서 온 메시지가 도착했다.[주슬기가 호텔 청소 직원으로 변장해 부상혁의 방에 들어갔대. 그 여자, 아무래도 4조를 차지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아.]하연은 이미 로비에서 이 소문을 들었고, 참다못해 여은에게 그 진위를 물어본 것이었다. 여은은 언론계에 있으니 누구보다 그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그 말은 사실이었다.여은은 혹시 자신의 말이 부적절했을까 봐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였다.[주씨 가문의 가주가 금융위원회의 일원 중 한 명이잖아. 부상혁이 주슬기의 체면을 세워주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 하연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혹시 문제가 있다면 직접 부상혁에게 물어봐.]‘직접 물어보라고? 여은이는 모르는 모양이군. 우리 둘의 사이는 이미 많이 변해버렸어. 아마도 상혁 오빠는 더 이상 나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이때 단상 위에 서 있던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스티 경매사인 성지나입니다. B시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오늘 경매할 타이틀은 ‘태양광 홍보대사’이며, 시작가는 60억입니다. 경매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성지나는 몸에 꼭 맞는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경매 망치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는 여유롭고 기품이 넘쳤다. 성지나는 크리스티 부사장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매사로, 언론에서는 그녀를 두고 ‘영원히 우아하고, 영원히 욕망을 자극하는 여성’이라 평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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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성공을 거두시길 바랍니다

“900억.”하연은 곧바로 팻말을 들어 응수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곽강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다가와 조언을 건넸다.“너무 무리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하연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800억은 DS그룹의 예산이고, 그 이상은 제 개인 명의로 내는 겁니다.”하연이 포기하지 않자, 성지나는 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DS그룹의 최 사장님께서 900억을 제시하셨습니다. 부상혁 대표님,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이 질문의 의미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부상혁이 이 경매에 뛰어들면, 이는 곧 최하연과 부상혁 사이의 대결이 될 터였다. 더욱이 최근 두 사람의 스캔들이 계속해서 화제가 되는 상황이라, 이 경매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대형 스크린에 비친 상혁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었다. 성지나의 질문에도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연은 그런 상혁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아프게 조여왔다.상혁의 결정을 기다리던 그 순간, 주슬기가 상혁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였다. 상혁은 몇 마디 답을 하고, 주슬기가 팻말을 들었다.“1400억.”하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술렁였고, 이번 금액이 상혁의 지시인지, 아니면 주씨 가문이 자금을 추가한 것인지 궁금해했다.성지나는 이번에도 여유로운 미소로 물었다.“최 사장님, 계속하시겠습니까?”하연은 팻말을 꽉 쥐었는데, 곽강민이 재빠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안 됩니다. 자문가로서 이 이상 가격을 올리는 건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미 이 경매는 실질적인 가치를 넘어섰어요. 저는 최 사장님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기를 원치 않습니다.”곽강민은 하연의 손을 강하게 눌렀다. 하연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성지나는 그런 하연을 보며 어딘가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1400억, 하나. 1400억, 둘. 더 이상 올릴 분 없으십니까?”세 번째 망치가 떨어지기 직전, 전화 입찰석에서 한 입찰자가 일어섰다.“2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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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최하연이 부상혁에게 버림받았다

최하연과 성지나는 같은 대학교를 졸업했다. 두 사람의 집안 배경은 크게 달랐지만, 고집스러운 성격만큼은 서로 닮아 있었다. 그래서 둘은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사이로 지냈다. 졸업할 때, 지나는 먼저 하연에게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며 하연의 미래 계획을 물었다. 하연은 솔직하게 자신이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남자를 따라 B시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정말 부럽네요.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자본이 있어서요.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제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요.”“그럼 지나 씨의 목표는 뭐예요?”“최고의 경매사가 되는 거예요.”지나는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고, 실제로 그것을 이루어냈다. 이후 지나는 하연과 찍은 사진을 이용해 고급 경매장에 발을 들였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지나와 하연을 친구라 여겼고, 상류 사회의 아이콘이었던 하연의 체면을 무시할 사람은 없었다.하연은 이 사실을 정예나에게 전해 들었다. 예나는 비꼬듯 말했다.“그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깊이 사귈 만한 사람은 못 돼.”하지만 하연은 지나를 야망 있는 인재로 보았고, 그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며 오히려 지나를 도와주었다.“제 예상대로, 지나 씨는 결국 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네요. 축하해요.”하연은 과거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웃었다. ‘크리스티의 부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 단순히 나와의 사진 한 장 덕분만은 아닐 것 같아. 성지나도 분명 그 자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겠지.’“그럼 하연 씨는요? 원하는 걸 얻었나요?”지나는 하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오늘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네요. 2000억으로 타이틀을 따냈는데, 축하 파티를 열 생각은 없어요?”하연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세면대 감지대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얼음물 모드로 전환한 후, 한 줌의 차가운 물을 얼굴에 뿌렸다. 그것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였고,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이 순간에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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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상혁 씨의 돈을 아껴줬다

“정말 그렇게 부러워하셨습니까?”아주 우아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문가에 기댄 채로 서 있던 주슬기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왕 대표님이 그렇게 부러우시다면, 제가 부상혁 대표님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어요.”그 말을 당사자에게 들켜버린 왕아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필요 없어요. 저도 제힘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정말요? 왕 대표님은 말씀만 하시면 남자 얘기뿐이라, 스스로 할 수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슬기는 정확히 핵심을 찌르는 말을 던졌고, 왕아영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다. 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왕아영은 이 틈을 타 전화를 받으며 빠르게 걸어 나갔다.“뭐라고? 그분이 B시에 도착했다고? 됐어, 내가 직접 마중 나갈게.”그 말을 들은 하연은 거울 속 멀어져가는 왕아영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금빛 찬란한 호텔 로비에서 하연은 슬기와 나란히 걸었다.“아까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하연이 감사 인사를 건넸다.“별말씀을요. 아린이가 최하연 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최하연 씨와 최하경 씨가 철없는 자신에게 많은 신경을 써줬다면서요. 언니로서 사과드려요.” 슬기는 예의 바르고 세련된 태도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서는 명문가 아가씨의 우아함이 느껴졌다.그러나 하연의 마음은 복잡했다. 로비 밖에는 아직도 상혁의 차가 서 있었다. 차창이 살짝 내려져 있었고, 공무원들이 상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의 반응은 적었으며, 단지 가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하연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마지막 경매에서, 1400억을 제시하신 건 부상혁 대표님의 지시였나요?”“물론이죠. 우리 ZT그룹은 신에너지 분야에 깊이 발을 들이지 않았으니, 사실 그 타이틀은 필요 없어요. 하지만 금융위원회 간담회가 막 끝났고, 부 대표님은 위원으로서 실물 경제에 기여할 필요가 있었어요. 제가 명목을 만들고, 부 대표님은 자금을 지원한 거죠. 일종의 협력이랄까.”슬기는 부드럽게 대답했지만, 그 말은 하연의 마음속을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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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주슬기가 처음 부상혁을 만난 것은 그가 막 DL그룹에 들어갔을 때였다. 부동건은 아들을 단련시키기 위해 부상혁이 부씨 가문의 장남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상혁은 낮은 직급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 환경은 절대 좋지 않았다. 그는 ZT그룹과의 사업을 맡았지만, 2주 동안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주위 사람들은 이 침착하고 온화한 청년을 무시했다.슬기도 그 당시 ZT그룹에 막 들어갔다. 그녀는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고, 모든 사람이 슬기를 떠받들었으며, 그녀는 단순히 결정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되었다. 그 외의 고된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상혁은 일주일 동안 ZT그룹의 1층 로비에서 앉아 사업 책임자를 기다렸다. 어느 날, 슬기는 그를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가가 물었다.“부상혁 씨, 얼마나 더 여기서 기다릴 생각이에요?”상혁은 대답하지 않고, ZT그룹의 대형 스크린에 떠 있는 데이터를 응시했다.“저 숫자, 틀렸어요.”슬기는 순간 놀랐다.상혁도 그제야 슬기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여기 직원들이 꽤 오만하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기다릴 시간이 충분하니까요.”두 사람은 모두 명문가 출신이라 여러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익힌 사이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만약 기다려도 못 만나면요...?”“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거예요. 사업이 실패해도 저는 후회하지 않을 거고요.”슬기는 상혁이 매우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두 달이 지난 후, 상혁은 마침내 기다리던 사람을 만났고, 사업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결과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이 사업으로 상혁은 부동건의 인정을 받으며 점차 고위직으로 올라가 결국 이사회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상혁이 이사 자리를 얻은 날, 당시 이 사업의 책임자는 ZT그룹의 고층 빌딩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유는 바로 ZT그룹의 그 사업 책임자가 도박 중독에 빠져 회사 자금을 횡령했고,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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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결국 최하연 때문이라니

슬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매력적인 얼굴에 어이없는 미소를 띠웠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이 마음을 둔 사람이 누군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최근 언론에서는 부상혁과 최하연이 이미 결별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슬기는 그 소식을 듣고 속으로 크게 기뻤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혁을 만날 수 없었던 그녀는, 호텔 직원으로 변장해서라도 그를 만나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상혁은 여전히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슬기를 내쫓지는 않았다.상혁은 슬기에게 두 시간의 대화를 허락했지만, 그중 한 시간은 일 처리를 하면서 보냈다. 그런데도 슬기는 그저 감사했다. 상혁이가 허락한 그 짧은 시간이 그녀에게는 아주 소중했다.그리고 오늘 밤, 슬기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날, 왜 저와의 만남을 받아들였나요?”깊은 밤, 남녀 단둘이서... 아무리 공적인 대화를 나누더라도 약간의 낭만적 사건이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하다못해 하룻밤의 관계라도, 슬기는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혁은 여전히 청렴하고 깔끔했으며, 슬기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이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어떤 대답이 나오더라도 슬기에게는 상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예상치 못한, 가장 직설적인 대답을 받았다.“ZT그룹이 신에너지 산업에 발을 들였으니, 더 유용한 정보를 얻고 싶었어요. 그 정보가 나중에 하연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연이가 이 산업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제가 다 봤으니까요. 저는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합니다.”슬기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굳어버렸다. 어이가 없었다.‘이 남자... 나를 만난 이유가 결국 최하연 때문이라니...’“도대체 그분이 뭐가 그렇게 좋아요? 오늘 밤 당신도 봤잖아요. 다른 남자가 그분을 위해 2000억을 투자했다고요. 그분이 정말 당신을 사랑했다면, 다른 남자가 나타나게 두지 않았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상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으나, 전혀 화를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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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특별히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있나요?

하연은 양한빈에게 연락해 한서준의 할머니인 강영숙의 행방에 관해 물었다.[조금은 단서가 있긴 한데, 확실하진 않아서 연락드리지 않았습니다.]“어떤 단서죠?”[CCTV에 강영숙 어르신이 시장에서 장을 보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딱히 납치된 것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한빈의 말은 애매했다.[하지만 더 추적해봤는데, 그 이후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인력이 부족해서 조금씩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하연은 세심하게 물었다.“그 CCTV는 어디 건가요? 한씨 가문의 저택 근처인가요, 아니면 고향 쪽인가요?”한빈은 잠시 전화 너머에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그게... B시입니다.]하연은 침묵했다.“누군가 양 형사님에게 저한테 한씨 가문에 관한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말라고 한 적 있나요?”한빈은 다시 잠시 침묵했고, 마지못해 사과하듯 말했다.[지금 이 사건은 왕씨 가문이 전적으로 처리하고 있어서, 그쪽 집안의 사람들의 요청을 따르는 게 당연합니다. 최 사장님, 우리 사이에 교분이 있으니까 알려드리는 겁니다. 최 사장님은 알고만 계십시오. 강영숙 어르신께서 아직 무사합니다.]왕씨 가문이 하연을 그렇게까지 철저히 경계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왕아영과 혜성그룹의 관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전화를 끊은 하연은 의자에 앉아 몸을 돌린 채 최하경과의 대화 창을 열었다. 하경은 자신이 보낸 파일을 하연이 아직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물었다. [하연아, 보기 겁나? 뭐가 두려운 거야?] 하연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경은 곧바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미리 경고하는데, 지금 나만 손이현을 조사하는 게 아니야. 다른 세력도 있어.][상혁 오빠예요?] 하연은 반사적으로 물었다. [아니, 이 사람이야.] 하경은 한 가지 자료를 보내왔다. 하연은 사진을 보고 놀랐다. 바로 한창명이었다. 하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왜 이 사람이?’... 지방검찰청 구내식당.“축하해요. 2000억으로 타이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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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정말 중요해요

“손이현 씨가 누구든, 최하연 씨에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역시 한창명이었다. 그의 질문은 단도직입적이었고, 눈빛엔 호기심과 경계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하연은 손에 쥔 젓가락을 힘주어 움켜쥐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들고 솔직하게 말했다.“네, 정말 중요해요.”한창명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가끔은 모르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죠.”하지만 하연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저는 모르는 채로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한 검사장님, 만약 우리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함께 해보는 게 어떨까요? 이 베일을 벗겨낼 수 있을지...”하연은 그의 인맥이 필요했고, 그가 자신보다 훨씬 더 쉽게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손을 내민 것이었다.하연이 떠난 후, 한창명은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 인물을 잠시 응시하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했다.“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까지...”근처에서 누군가 그의 행동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도대체 누구길래 한 검사장님이 이렇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하시지?”“며칠 전 한 검사장님이 학군 구역 정책을 갑자기 수정했다고 하던데, 그것도 혹시 저 여자 때문인가?”“예쁘긴 정말 예쁘네. 만약에 정말 한 검사장님의 여자 친구라면, 많은 남자가 속으로 질투할 거야.”...하연은 DS그룹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정태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최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DL그룹 이사회에서 부상혁을 탄핵하려고 공동 서명한 사건이 터졌다. 이유는 상혁의 개인 계좌에서 해외 금융기관, 즉 고리대금업체와의 거래가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금액은 무려 1000억에 달했다. 사건이 터지자 금융계는 크게 동요했다.상혁은 4조라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며 여러 사업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고리대금업체와의 유착이 밝혀지자 사람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곧이어 경제 전문 기자가 심층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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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잭 씨는 바로 부상혁이예요

신에너지 사업이 이제 막 시작된 터라 하연은 B시를 떠날 수 없었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고, 겨우 네다섯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을 쪼개어 하연은 나운석을 만나러 갔다.“그 1000억이라는 자금은 개인 계좌에서 나온 거예요. 자금 출처는 금천파이낸스인데, 국제적으로 유명한 고리대금업체예요. 그 자금을 처리하는 사람은 유승환이라고 해요.”늦은 밤, 운석은 하연과 마주 앉아 한 자료를 내밀었다. 하연은 자료를 보지 않았다.“그 돈을 어디에 쓰려고 했던 거죠?”“부 대표님의 개인 자금 흐름이지, 빌린 돈은 아니에요. 부 대표님도 단순히 금천파이낸스의 도움을 받아 그 돈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전환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를 두고 누군가가 문제를 만든 거예요.”1000억은 한 번에 이동시키기에 큰 금액이었다. 그래서 금천파이낸스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렇게 급하게 자금을 이동시킨 이유가 뭘까요? 그 돈을 어디에 쓰려고 했던 걸까요?”FL그룹과 관련된 것이라면 공적인 자금을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다는 건데, 그럼 1000억이라는 거액을 대체 어디에 쓴 걸까?운석도 며칠 동안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만 알아낼 수 있었다. “더 구체적인 건, 이 사람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그는 유승환의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승환은 다루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리대금업체를 이렇게 크게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를 ‘맹수’라 부를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었다.“알겠어요.”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했다. 그때 운석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며칠 후에 한씨 가문 사건 재판이 열릴 것인데, 출석할 생각이 있어요?”그는 한서준과 오랜 시간 친구 사이였기 때문에 친구를 향한 연민이 느껴졌다.“요즘 너무 바빠서요. 나중에 생각해 볼게요.”하연은 잠시 멈췄다가 빠르게 그의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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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왜 가명을 썼어요?

순간 하연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 상혁이 그 1000억의 용도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상혁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연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그 사람이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어요. 2,000억은 저도 충분히 낼 수 있었다고요.”유승환은 그날 밤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정말 최 사장님이 개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할 수 있었을까요?” “그럼 왜 가명을 썼어요?”“부 대표님은 막 금융위원회 간담회를 끝낸 상태였고, 수많은 눈이 부 대표님을 지켜보고 있었잖아요. 부 대표님도 자신의 감정을 앞세울 수 없었던 거죠.”공적인 자리에서는 상혁이 이렇게 할 수 없었지만, 개인적인 일이라면 그도 자신의 감정을 앞세울 수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상혁의 국내 계좌에는 천억밖에 없었기 때문에, 하연을 돕기 위해 해외 자금을 긴급히 국내로 옮겨야 했고, 이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금천파이낸스를 통한 것이었다.하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래, 이게 바로 부상혁의 방식이었지... 항상 행동이 말을 앞섰고, 말은 하지 않았어.’하연이 말없이 있자, 유승환은 미소를 지으며 아침 식사를 건넸다.“좀 드시겠어요?”하연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아까 말한 거, 그대로 할 거예요. 감사팀이 오후에 도착할 테니, 꼭 협조해 주세요.”유승환의 미소가 사라졌다.하연은 곧 금천파이낸스의 모든 계좌를 철저히 조사했고, 그 결과 금천파이낸스는 대대적인 정비와 함께 국제 IPO를 준비하게 되었다.사람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금천파이낸스는 무슨 고리대금업체가 아니고, 그저 현대 사회의 인터넷 금융일 뿐이었다.상혁이 빌린 게 아니라, 금융사를 조사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오해가 풀렸다.유승환은 마지막까지 저항했다.“우리 금천파이낸스 같은 작은 회사가 어떻게 상장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감사까지 받겠어요...”하연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정상적인 사업을 하세요. 그래야 유 사장님의 형제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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