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059 챕터

제861화 손이현을 좋아해?

폭우가 내리는 밤의 사찰은 짙은 어둠 속에서 더욱 신비롭고 깊어 보였다. 번개가 굉장히 강하게 치고 있었고, 나무가 언제든지 벼락에 맞아 부러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현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손에 쥔 점괘를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그조차 자신이 무엇을 그토록 고집하는지 알 수 없었다.한 스님이 우산을 들고 다가와 말했다.“보살님, 빨리 돌아가세요. 아니면 처마 밑에서라도 비를 피하십시오. 이러다 큰일 나겠습니다!”이현은 여전히 긴장한 상태로, 비를 맞으며 말했다.“스님, 비를 피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죠, 그렇지 않습니까?”“그야 물론이죠!”‘그러니까 하연이도 지금 안전한 곳에 있을 거야. 하지만 하연이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아있던 이현의 이성은 그가 스님을 따라 처마 밑으로 가게 했다. 그때 다른 한 노스님이 사찰 입구에서 이현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보살님, 왕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신가요?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이현이 매우 놀라지 않자, 노스님은 그에게 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사람들이 말하는 그 고집스러운 도련님이 바로 보살님이었군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음을 넓히세요. 보살님의 할머님은 아주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보살님이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면 할머님께서도 슬퍼하실 거예요.”이현의 할머니는 매년 청운사에 돈을 기부하며, 새해 첫날에는 사찰을 폐쇄하고 이현의 할머니가 혼자만 향을 올리도록 요청하곤 했다.“저를 아십니까?”노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작년에 보살님의 할머니께서 보살님을 모시고 오셔서는 소원을 빌었죠. 저는 옆에서 경을 읽고 있었습니다.”‘이분, 기억력이 참 좋으시군.’이현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무 늦은 걸까요?”“불편하지 않으시면 이 사찰에서 하룻밤을 머무르셔도 됩니다.”하지만 이현은 대답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도련님, 어디 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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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내가 먼저 물러나지

하연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냥 대답하면 돼. 손이현을 좋아해, 안 해?”상혁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보통 연인들은 나랑 하연이 같은 상황에서 다투고 질투할 때 어떻게 대처할까? 아마도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당신만을 사랑해’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하연은 그런 대답을 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무너져 내린 감정 속에서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대답을 삼켰다.“그럼 손이현은 너를 좋아해?”상혁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 순간, 하연은 모든 의심을 접어두고 말했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나랑 손 선생님은 작년에야 알게 됐고, 많이 만나지도 않았어요. 세상의 모든 남자가 나를 좋아할 리는 없잖아요.”하지만 상혁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하지만 손이현은 항상 중요한 순간마다 네 앞에 나타났어. 내가 처리하지 못할 때마다 손이현이 대신 네 일을 처리하더라. 우연히 만난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상혁은 실망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보았다.“너는 그렇게 똑똑하면서도, 손이현이 너에게 품고 있는 다른 감정을, 그리고 너를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대하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 하는 거야?”연이은 질문에 하연도 순간 멍해졌다. 사실 그녀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의심은 단순한 남녀 간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상혁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상혁의 목소리가 다시 가라앉았다. “너는 손이현이 다가오는 걸 허락하고, 그 남자의 접근을 받아들였어. 최하연, 도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그의 말은 분노에 찬 듯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변했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는 듯, 그저 피곤해 보이는 눈빛이었다.사실 상혁도 하연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 왔다. 처음에는 하연이 자신의 곁에만 남아준다면, 설령 그녀가 다른 남자와 엮인다 해도 용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했다. 하연을 향한 그의 소유욕은 그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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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기회가 있다면

DS그룹으로 돌아온 하연은 모든 개인 연락을 차단하고 오직 일에만 몰두했다. 신재생 에너지를 추진하려면 돈, 인맥, 그리고 공장이 필요했다. 돈은 DS그룹에 넘쳐났지만, 이 분야는 DS그룹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무엇보다 인맥이 부족했다. 며칠간 하연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돈과 자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돈과 자원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고급 인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은 광산업계의 베테랑, 곽강민이었다. 곽강민은 오랜 기간 태양광 산업에 몸담아 왔고, 업계의 규칙과 운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DS그룹에 합류한다면, DS그룹의 기반은 확실히 더 단단해질 터였다. 하지만 곽강민은 하연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저는 경쟁업체 금지 계약에 서명했습니다. 이전 회사를 떠난 후 3년 동안은 경쟁사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하연은 잠시 손에 든 자료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곽 선생님이 다녔던 회사는 이미 파산했잖아요.” 사실 그 회사는 지난주에 파산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수된 것이었다. 그것도 FL그룹에 의해. 하연은 그때 상혁이 잠깐 언급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다른 일에 몰두해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이렇게 FL그룹과 맞닥뜨리게 될 줄은 몰랐다. 곽강민은 솔직하게 말했다. “최 사장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HD그룹에서 나왔습니다. HD그룹 대표님께 큰 은혜를 입었죠. HD그룹이 혜성그룹과 협력 중인 상황에서 제가 DS그룹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하연은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왕아영이 이미 곽강민에게 경고한 것임이 틀림없어.’ 예전 같았으면 하연은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은 겪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하연은 뜻밖에도 참아냈다. 그녀는 전화를 걸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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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연은 깊은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연결하려던 순간,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지는 F국이었다. [하연아.] 최하민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연은 반사적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빠, 무슨 일이에요?” [DL그룹의 올해 가장 큰 사업이 완공됐는데, 부동건 회장님께서 국제 최대 회계법인을 고용해서 공사를 정산 중이야. 그런데 2400억의 감액 금액 중 1400억이 현직 이사인 고경수와 관련 있다던데, 너도 들었어?] 하연은 며칠 동안 인터넷을 끊고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기에 전혀 몰랐다. 무엇보다 DL그룹과 관련된 뉴스는 애초에 신경 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다음은요?” [DL그룹이 크게 흔들렸고, 부동건 회장님도 충격을 받으셨어. 상혁은 이미 긴급히 소집되어 DL그룹 이사회로 돌아갔어. 설마, 그 사실을 몰랐던 거야?] 이 스캔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고, 그것은 하민의 주목을 끌 만했다.게다가 이 모든 것은 하연과 밀접하게 연관된 일이었다. 하지만 하연은 이 모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부남준은요?” [그 녀석은 DL그룹에서 아직 발도 굳히지 못했으면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려고 했어. 그렇게 쉬울 줄 알았나 보더라.] 하민은 비웃듯 말했다. [운성시의 그 휴양지 사업은 아마 무기한 보류될 거야.] 하연은 곧장 상황을 이해했다. 즉, 상혁은 이미 F국으로 돌아갔고, B시에 있지 않았다. 스캔들 속에서 부동건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결국 상혁을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DL그룹이 상혁 없이는 버틸 수 없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셈이었다. 하연은 이야기를 듣던 중 무심코 물었다. “오빠, 이게 다 그 사람의 계획이었나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하민은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잠시 핸드폰 너머에서 하민의 침묵이 이어지더니,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 싸웠구나.] ‘그게 싸움일까?’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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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무슨 어려움에 부딪힌 건가요?

하연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운석의 말을 무시하며 대답했다. “일하러 왔어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세요.” 운석은 순순히 입을 다물었지만, 선유는 반쯤 장난스럽게 말했다. “언니,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접대해야 해요?” 하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선유야, 무슨 일 있어?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두 사람이 나란히 걷던 때, 선유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이 우리 엄마 기일이잖아요. 아빠는 일 때문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F국에 계세요.” 하연은 선유의 슬픔을 깊이 이해했다. 하지만 동시에 하민철의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잘 알고 있었다. “은행장님 같은 분은 늘 바쁘시잖아. 특히 하 은행장님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아빠도 너를 잊은 건 아닐 테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 “제가 아빠한테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셨어요.” 이것이 바로 선유가 마음 아파하는 이유였다. 하연은 그제야 물었다. “무슨 사업 때문에 그러신데?” 이번에는 운석이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주에 간담회를 열었어요. B시가 세계적인 금융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금융 기관들이 대규모 사업과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하 은행장님도 그 일로 바쁘신 겁니다.” 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그럼 나운석 씨는 왜 같이 안 갔어요?” 나씨 가문은 B시에서도 유명한 재벌 가문이다. 나운석은 그 가문의 후계자로서 그런 중요한 일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텐데... 운석은 무심한 듯 샤인 머스캣을 하나 따서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F국의 4대 가문 대표들이 다 모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중 하나인 이씨 가문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요. 예전에 제가 이씨 가문의 아들을 다치게 한 적이 있어서 아무리 화해했다고 해도 불편한 부분이 있죠.” 가문 간의 이해관계는 쉽게 풀 수 없다는 걸 하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4대 가문이 다 모였으면, 우리 집에서는 하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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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마음 편하게 저를 잘 이용해 보세요

‘친구...?’한창명에게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한명창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겪어낸 사람이어야 했다. 곽강민 역시 그중 한 명이었기에, 그는 한창명 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었다.곽강민은 조금 긴장을 풀었지만, 얼굴빛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이를 눈치챈 한창명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우린 휴식을 위해 만난 거잖아요. 일 얘기는 그만하시죠. 이렇게 샤인 머스캣이 한가득 있는데, 안 따면 아깝지 않겠어요?”한창명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한 말이라는 걸 하연은 알아차렸고, 더 이상 일 이야기는 하지 않고 바구니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맞아요. 저도 이렇게 신선한 샤인 머스캣을 너무 먹고 싶었는데, 이제야 잘 익었네요.”하연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발끝을 세워 가위로 가지를 잘랐다.“먼저 맛보실래요?”한창명은 한 알을 따서 한 입 베어 물었다.“정말 달콤하네요.”하연은 몸에 붙은 잎을 툭툭 털며 물었다.“그래요?”다음 순간, 한창명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또 다른 샤인 머스캣을 하연의 입에 넣어주었다.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고, 하연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한명창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최하연 씨, 정말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저를 잘 이용해 보세요.”하연은 그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했고, 뒤에 서 있는 곽강민을 힐끔 바라보았다.“두 분, 사이가 굉장히 좋아 보여요.”“저와 강민 선배님은 모두 자선기금의 도움으로 자란 사람들이에요. 대학 시절의 선배님은 투자한 사업이 있었고, 자금이 필요했죠. 전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선배님에게 투자했어요. 그 사업은 결국 대성공을 거뒀죠.”한창명은 바구니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그러니까 두 분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군요.”“사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전 단지 제 안목이 맞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거든요. 강민 선배님에게 재능이 있다고 봤고,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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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정말 연애 안 해보셨어요?

하연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곽강민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그녀는 신속하고 적절한 답변을 내놓았고,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동의의 기운이 감돌았다.“DS그룹은 신생 그룹이긴 하지만, 최 사장님 같은 책임감 있는 리더가 이끄니 금방 성장할 겁니다.”그의 칭찬에 하연의 입가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곽 선생님,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며칠 후, 운성시의 오 대표님도 B시에 오실 예정이니, 그때 협력을 공식적으로 확정 짓는 게 좋겠군요.”운성시라는 이름이 나오자, 곽강민은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답했다.“좋습니다. 대신 저는 이번 협력에서 자문 역할만 맡겠습니다. 지분에는 관여하지 않을 테니, 수익이 1% 증가하면 그 1%는 제 몫으로 하고,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제 책임은 없는 것으로 하죠.”그가 우려하는 바를 하연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이번 DS그룹의 계획은 혜성그룹과 HD그룹의 사업을 넘보는 상황이었고, 만약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곽강민은 자신에게 퇴로를 마련해야 할 터였다.하연은 넓은 아량을 베풀듯 답했다.“곽 선생님께서 이 정도로 양보해 주시니, 그 조건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협상이 마무리되자, 곽강민은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듯 일어나며 말했다.“최 사장님, 이 근처에 괜찮은 농가 맛집 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현지 음식을 맛보는 건 어떻습니까? 오늘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하연은 가벼운 웃음을 띠며 답했다.“그럼 접대비는 너무 많이 들지 않게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한 검사장님이 곤란해지실지도 모르니까요.”그 말에 곽강민과 한창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샤인 머스캣 농원을 빠져나오며 하연은 문득 이곳이 예전에 손이현과 함께 왔던 교외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넓게 펼쳐진 농원이 낯설지 않았고, 곽강민이 말한 농가 맛집 식당은 이 마을의 이장인 왕대천의 집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정말로 기이한 우연이었다.“무슨 생각 중이세요?”자리에서 한창명이 메뉴를 건네며 물었다.“여기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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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저한테 빚을 좀 더 지게 만들려고 한 거죠

그 시절은 정말 달콤한 추억이었다. 그때 상혁은 목욕 후의 따뜻한 향기를 풍기며 하연을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았다. 그의 몸은 뜨거웠고, 그 열기가 하연의 온 몸에 전해졌다. “저걸 어떻게 보지?” “저 분야의 앞날이 밝을 것 같아요.” 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상혁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상혁은 그녀에게 다가와 뜨겁게 키스했다. 그날 밤의 기억을 떠올리자, 하연의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쓴웃음이 번졌다. 이제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하연이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갑자기 방 밖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둬! 여긴 밥 먹는 곳이야, 이러다 가게 문을 닫게 할 작정이냐고!” 익숙한 목소리에 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식당 주인과 그의 아내가 다투고 있었고, 아내는 칼을 든 채로 격분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손님들은 겁에 질려 서둘러 도망치고 있었다. “이장님?” 싸움을 말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손이현의 친척인 마을 이장, 왕대천이었다. “하연이?” 왕대천도 하연을 보고는 잠시 놀란 듯했으나,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어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정책에 너희 집이 해당되지 않았다고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거야? 큰일도 아니니까, 마을 사람들이 도우면 충분히 돈을 모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꼭 이혼까지 해야겠냐고!” 식당 주인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대꾸했다. “그게 수천만이라고요! 어떻게 모으냐고요!” “머리는 길어도 생각은 짧구나! 나랑 이혼하면 더 나은 사람 만날 줄 아나?” 식당 주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연은 상황이 어이없어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는데, 이미 주변엔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고, 한창명은 테이블 위에 있던 담배를 집어 들고 주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무슨 문제인지 말씀해 보세요.” “아이 학교 문제 때문이에요.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우리 집은 너무 멀어요. 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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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분위기는 점점 더 묘하게 흘러갔다. 하연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왕대천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연은 무심코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왕대천은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이현아, 누가 왔는지 좀 봐라.”하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는 듯했다. 왕대천의 핸드폰 화면 속에 비친 얼굴은 분명 손이현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이 느려 목소리마저 끊기며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하연 씨가 아저씨를 보러 갔어요?]화면이 계속 끊기자, 왕대천은 답답한 듯 중요한 말만 간추려 말했다. “그래, 그래. 하연이는 정말 착한 아이야. 나는 이 아이가 참 좋아.”한편, 한창명도 손이현의 이름을 듣고 그쪽으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화면 속 손이현의 얼굴은 그가 정태산에게서 받은 자료 속 사진과 정확히 일치했다. 한창명은 잠시 멈칫하며 하연을 다시 한번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하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손 선생님, 아직도 B시로 안 돌아가셨어요?” [그때 하연 씨가 떠날 때는 급하게 갔지만, 오히려 모든 일을 철저하게 정리해 두고 떠나셨더라고요. 제가 운성시에 있지 않으면 어디 있겠어요.]이현의 말투에는 미묘한 불만이 묻어 있었고, 그날의 일에 대한 마음속 응어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하연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그날의 상황은 너무나도 급박했고, 상혁의 압박은 그날 쏟아진 비보다도 더 강하게 그녀를 휘몰아쳤다. 당시의 하연은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상혁의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은 분명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를 특별하게 대했으니 말이다. “손 선생님, 비를 맞았다면 생강차라도 마셔서 몸을 따뜻하게 하세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하연은 그날 자신이 갑작스럽게 떠난 것에 대해 예의를 갖추며 우회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현은 무심한 태도로 화면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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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최 사장님의 약점

3일 후, B시에서 신에너지 회의가 열렸다. 각 업계의 거물들이 속속 공항에 도착해 국제호텔에 머물렀다. 하연도 초대장을 받은 사업가 중 하나였다. 그녀는 서둘러 로비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BN그룹의 대표 오기용이 하연을 크게 불러세웠다.“최 사장님! 제가 마침 최 사장님을 찾고 있던 참이었어요.”하연은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저도 막 오 대표님을 찾으려던 참이었어요.”오기용은 곧바로 물었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곽강민 씨도 우리와 협력한다고 하더군요. 그게 사실인가요?”하연은 살짝 고개를 흔들며 웃음을 지었다.“오 대표님도 아셨으니, 이제는 온 세상이 다 알겠네요.”“대단하십니다! 곽강민 씨는 FL그룹이 인수된 이후로 아무도 영입하지 못한 인재였는데, 어떻게 해내셨나요?”하연이 답하려는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오 대표님, 여전히 안목이 좁으시군요. 쫓겨난 개 한 마리 데려오는 게 그렇게 자랑할 일인가요?”뒤돌아보니, 여자 정장을 입은 왕아영이 자신감 있는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 옆에는 HD그룹의 대표도 함께였다. 오기용의 얼굴은 굳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왕 대표님, 정말 오랜만입니다.”“오랜만이네요. 오 대표님의 사업이 B시까지 진출하다니, 다음에 꼭 가르침을 받아야겠어요.”왕아영은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말 속엔 비꼬는 뉘앙스가 가득했고, 동시에 경고의 뜻도 서려 있었다.“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최 사장님의 덕을 보고 있을 뿐이죠.”왕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최 사장님에게 그런 덕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그녀 앞에 선 하연은 분명 더 젊고 아름다웠으며, 차분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하연은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제가 덕이 있는지 없는지, 오늘 밤 입찰에서 왕 대표님께서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될 겁니다.”왕아영의 입가에는 살짝 비웃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 곽강민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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