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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손이현을 좋아해?

폭우가 내리는 밤의 사찰은 짙은 어둠 속에서 더욱 신비롭고 깊어 보였다. 번개가 굉장히 강하게 치고 있었고, 나무가 언제든지 벼락에 맞아 부러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현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손에 쥔 점괘를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그조차 자신이 무엇을 그토록 고집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스님이 우산을 들고 다가와 말했다.

“보살님, 빨리 돌아가세요. 아니면 처마 밑에서라도 비를 피하십시오. 이러다 큰일 나겠습니다!”

이현은 여전히 긴장한 상태로, 비를 맞으며 말했다.

“스님, 비를 피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야 물론이죠!”

‘그러니까 하연이도 지금 안전한 곳에 있을 거야. 하지만 하연이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아있던 이현의 이성은 그가 스님을 따라 처마 밑으로 가게 했다.

그때 다른 한 노스님이 사찰 입구에서 이현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보살님, 왕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신가요?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이현이 매우 놀라지 않자, 노스님은 그에게 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고집스러운 도련님이 바로 보살님이었군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음을 넓히세요. 보살님의 할머님은 아주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보살님이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면 할머님께서도 슬퍼하실 거예요.”

이현의 할머니는 매년 청운사에 돈을 기부하며, 새해 첫날에는 사찰을 폐쇄하고 이현의 할머니가 혼자만 향을 올리도록 요청하곤 했다.

“저를 아십니까?”

노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작년에 보살님의 할머니께서 보살님을 모시고 오셔서는 소원을 빌었죠. 저는 옆에서 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분, 기억력이 참 좋으시군.’

이현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무 늦은 걸까요?”

“불편하지 않으시면 이 사찰에서 하룻밤을 머무르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현은 대답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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