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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분위기는 점점 더 묘하게 흘러갔다.

하연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왕대천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연은 무심코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왕대천은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이현아, 누가 왔는지 좀 봐라.”

하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는 듯했다. 왕대천의 핸드폰 화면 속에 비친 얼굴은 분명 손이현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이 느려 목소리마저 끊기며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연 씨가 아저씨를 보러 갔어요?]

화면이 계속 끊기자, 왕대천은 답답한 듯 중요한 말만 간추려 말했다.

“그래, 그래. 하연이는 정말 착한 아이야. 나는 이 아이가 참 좋아.”

한편, 한창명도 손이현의 이름을 듣고 그쪽으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화면 속 손이현의 얼굴은 그가 정태산에게서 받은 자료 속 사진과 정확히 일치했다.

한창명은 잠시 멈칫하며 하연을 다시 한번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하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손 선생님, 아직도 B시로 안 돌아가셨어요?”

[그때 하연 씨가 떠날 때는 급하게 갔지만, 오히려 모든 일을 철저하게 정리해 두고 떠나셨더라고요. 제가 운성시에 있지 않으면 어디 있겠어요.]

이현의 말투에는 미묘한 불만이 묻어 있었고, 그날의 일에 대한 마음속 응어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하연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그날의 상황은 너무나도 급박했고, 상혁의 압박은 그날 쏟아진 비보다도 더 강하게 그녀를 휘몰아쳤다. 당시의 하연은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상혁의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은 분명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를 특별하게 대했으니 말이다.

“손 선생님, 비를 맞았다면 생강차라도 마셔서 몸을 따뜻하게 하세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하연은 그날 자신이 갑작스럽게 떠난 것에 대해 예의를 갖추며 우회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현은 무심한 태도로 화면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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