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1194 챕터

제931화

보름 동안의 수련을 거쳐 진서준의 실력은 완전히 달라졌다.축기경까지 정말 마지막 걸음만 남았다.12개의 단약은 아직 3개가 남았는데 진서준이 축기경을 돌파하기에 충분했다.“응? 허사연과 허윤진은 어디 갔지?”진서준은 허사연과 허윤진을 지도해주려 했지만 두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봉호대전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진서준이 축기경을 돌파하는 데는 열흘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시간이 여유로운 진서준은 두 사람을 충분히 지도할 수 있었다.진서준이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지만 허사연 자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영맥을 감지한 그는 그제야 허사연 자매가 목욕하러 갔다는 것을 알았다.10일 넘게 수련했더니 진서준도 몸이 찌뿌둥해 났다.하지만 허사연 두 자매가 있으니 진서준은 지금 갈 용기는 없었다.허사연 혼자 노천탕에 있었으면 진서준은 무조건 갔을 것이었다.다른 한편, 노천탕에서 허사연과 허윤진은 목욕하고 있었다.“언니, 너무 개운하다.”허윤진이 즐거운 표정으로 탕에 누워 있었다.두 자매도 진서준과 마찬가지로 10여 일 동안 수련했다.오늘 실력을 돌파한 두 사람은 그제야 목욕하러 온 것이었다.열흘 넘게 목욕하지 않아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두 자매는 온몸이 근질근질했다.그런 상태에서 탕에 들어오자 개운함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었다.“서준 씨가 아직 수련 중만 아니었으면 아니면 같이 오자고 했을 텐데.”허사연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응? 같이 온다고?”허윤진이 멈칫했다.“응. 앞으로 너도 서준 씨 사람이니 이제 봐도 괜찮잖아.”허사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서지은도 거부하지 않았는데 허윤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안 돼. 안 돼! 난 아직 처녀란 말이야. 그리고 언니도 아직 여기 있는데...”허윤진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미래의 어느 날, 진서준과 끝까지 갔다면 허사연의 말대로 함께 목욕도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허윤진과 진서준은 시작에 불과했다.허윤진은 산에서 진서준과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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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얼른 죽여!”허사연이 말했다.“응, 알았어.”허윤진이 손에 힘을 세게 주자 흑백으로 뒤섞은 뱀은 순식간에 생기를 잃었다.자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탕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두 사람이 무엇에서 나는 소리인지 궁금해하기도 전에 공포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사면팔방에서 작은 뱀들이 그녀들을 향해 몰려오는 것이었다.그 장면을 보고 두 사람은 놀라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어... 얼른 뛰어!”먼저 정신 차린 허사연이 허윤진에게 소리쳤다.두 사람은 옷도 입지 않고 곧바로 평곡 쪽으로 달려갔다.두 사람은 도망쳤고 뱀들은 쫓아갔다.다행히 허사연 두 자매가 수련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뱀들에게 잡힐번했다.두 사람은 뛰면서 진서준을 불렀다.“진서준! 진서준! 진서준 수련 그만해! 큰일 났어! 우리가 뱀 우리를 찔렀나 봐.”놀란 두 자매는 안색마저 변했다.진서준도 어렴풋이 허사연의 목소리를 듣고 안색이 바뀌더니 두 사람이 오는 방향으로 돌진해 갔다.이내 세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허사연 자매의 온몸이 젖어있는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뱀 떼에 놀란 두 자매는 그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서준 씨! 안에 뱀이 너무 많아요! 곧 올 거예요! 빨리 방법 좀 생각해 봐요.”두 자매는 진서준 뒤에 숨어 벌벌 떨며 말했다.진서준이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빽빽한 뱀 떼가 시야에 들어왔다.진서준조차도 그 광경을 보고 머리가 쭈뼛했다.진서준은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속이 좋지 않은 것뿐이었다.“다 태워버리지 뭐.”진서준의 손바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강렬한 불길에 주위의 공기가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기 중 수분이 순식간에 증발했다.“업화장!”불길이 솟구치며 백 미터의 불바다를 형성하며 뱀들 속으로 떨어졌다.업화는 모든 생명을 삼켜버렸고, 설령 3급 대종사라고 해도 업화에 물들면 강기로도 끄기 어려울 것이었다.평범한 뱀 떼들이 업화를 만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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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한참이 지나서야 진서준과 허사연은 평곡으로 돌아왔다.허윤진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그녀도 어린애가 아니다 보니 진서준과 허사연이 뭘 했을지 다 알고 있었다.다만 마음이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함께 있는 장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울렁거렸다.“두 사람 먼저 대련해 봐. 실력이 어떤지 봐야지.”진서준이 허사연과 허윤진에게 말했다.“힘을 남기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싸워.”“알았어요.”자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겨루기 시작했다.허사연은 허윤진보다 한 달 더 늦게 수련을 시작했다.하지만 실력은 허윤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주고받으며 싸웠다.무인의 실력으로 보면 두 사람 모두 내경 초기의 무인이었다.다만 실전 경험이 적어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자매는 땀투성이가 되었지만 멈추지 않고 겨뤘다.진서준이 멈추라고 하지 않으면 그녀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됐어. 그만해.”진서준이 외쳤다.“아직 싸울 힘이 남았어.”허사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녀는 진서준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처참한 부상을 당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허사연은 강해져서 진서준을 돕고 싶었다. 절대로 발목을 잡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허윤진의 생각도 허사연과 같았다.영기가 강한 운대산에 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수련하지 않으면 진서준이 목숨 바쳐 보호해 주는 목숨에 가치가 없을 것이었다.두 사람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진서준의 가슴이 뭉클해졌다.진서준은 두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지 알고 있었다.‘이런 사람을 아내로 삼을 수 있다니... 정말 지난 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네.’진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허사연 자매의 기력이 다했을 때 둘에게 다가갔다.“좋아. 수련한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 발전했네. 당시 창욱 스승님이랑 감옥에서 배울 때 정말 참담하게 혼났어.”진서준이 웃으며 두 자매를 칭찬하는 한편, 자매의 등에 손을 얹어 영기로 피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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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허사연 자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진서준에게 쉴 명분이 없었다.진서준의 원래 계획에 따르면 그는 일주일 안에 축기경을 돌파할 수 있었다.단약 3개를 먹은 후, 진서준은 무려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단약을 전부 정제했다.시간은 비록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진서준은 성공적으로 축기에 도달하여 반보 수선자가 되었다.구창욱의 말에 따르면 축기는 반쪽짜리 입문이라고 했다. 몸 안에 금단을 응집시키고 세상 대도를 깨달아야만 진정한 수선자가 된다고 했다.“언니, 이것 봐. 형부 몸에서 빛이 나.”허윤진과 허사연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진서준 몸에서 은은한 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진서준의 호흡에는 일정한 리듬마저 가지고 있었다.“경지를 돌파한 것 같네. 방해하지 말자.”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보름이 넘도록 두 자매는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다.하지만 두 자매는 낮에는 실전 연습을 하고 밤에는 수련하면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이제 50~60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와도 자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성인 남자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진서준이 탁한 숨을 내쉬며 눈을 번쩍 떴다.펑!공기 중에 마치 폭탄이 폭발한 것처럼 맑고 낭랑한 폭발음이 들렸다.진서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드디어 경지를 돌파했어!”축기경에 이른 진서준의 실력은 오급 대종사와 거의 동등했다.박만년이 다시 진서준을 찾아온다면 진서준은 세 수 안에 그를 죽일 자신이 있었다.세 수 안에 죽인다고 하지만 진서준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 상대는 사급 대종사이지 지나가던 어중이떠중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서준 씨, 축하해요.”허사연과 허윤진이 앞으로 나서며 기쁨을 나눴다.“깼어? 내가 방해한 거 아니지?”“아니에요. 아까부터 깨어 있었어요.”허사연이 웃으며 답했다.“며칠 지났을까? 달 말까지 며칠 남았지?”진서준이 부랴부랴 물었다.“잠시만요, 핸드폰 좀 볼게요.”허윤진이 전에 산 핸드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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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가족한테 손을 댄다고요?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보네요.”진서준의 눈에서 한기가 스쳤다.원현성이 진서준을 이렇게 오래 기다린 것도 국안부의 체면을 본 것이었다.진서준이 국안부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원현성은 진소라부터 손댔을 것이었다.“진 상경, 안일해서는 안 됩니다. 원현성이 실력이 약하지 않습니다. 인의방 1등입니다.”류재훈이 진서준에게 일깨워줬다.“인의방 1등?”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박만년에 지의방에 랭킹되어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지의방의 박만년조차도 진서준의 적수가 못 되는데 인의방의 1등은 더 말할 가치도 없었다.“진 상경, 원현성은 다릅니다. 그는 그저 인의방에 머무르고 싶어 해서 안 올라가는 거예요. 그를 지의방에 넣는다면 박만년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류재훈이 부랴부랴 설명을 덧보탰다.“네? 그런 사람도 있어요?”진서준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네. 원현성은 사급 술법 영선으로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사급 술법 영선? 어쩐지...’술법의 수련은 무도보다 더 어려웠다.같은 경지에서 대대수의 대종사는 영선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하지만 술법 영선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횡련 대종사였다.횡련 대종사는 더 희귀했는데 가장 많은 횡련 대종사를 소유한 가문이 서북의 유씨 가문이었다.바로 유지수 생부가 있는 가문이었다.“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류 종사님.”진서준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천만에요. 진 상경님께서 봉호대전에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류재훈이 웃으며 답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14억 인구에서 천교도 많을 것입니다. 저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었다.높은 곳에 서 있을수록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알 수 있었다.세계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넓었다.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나아가는 것이다.“진 상경님 겸손하시네요. 진 상경님과 비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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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신농에 들어가려면 신농이 제자를 받는 틈을 타서 스리슬쩍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의문스러웠다.‘설마 신농에서 어머니를 납치해 가셨을까? 그런 거면 왜 어머니를 잡아간 걸까? 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신 걸까?’진서준은 류재훈과 헤어진 후, 전에 몰던 차를 몰고 서씨 가문으로 향했다.진서준은 서지은을 데리고 경성에 갈 생각이었다.이내 진서준 일행은 서씨 가문에 도착했다.“멈춰라. 누구냐?”서씨 가문 입구에 있던 경호원이 진서준을 막았다.“가주에게 진서준이 왔다고 전해라.”진서준이 담담히 답했다.“당신이 진서준?”입구에 있던 경호원이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기다려!”경호원이 급히 무전기를 꺼내 말을 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그림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온 사람은 서지은과 서광문이 아니라 서광철과 진서준이 모르는 중년 남자였다.“진서준! 네 이놈! 감히 내 아들의 결혼식을 망쳐 놓고도 감히 우리 집에 오다니! 죽어라!”서광철이 분노에 차 외쳤다. 눈동자에서 진서준에 대한 원한이 흘러넘쳤다.지난번 일로 인해 서광철은 강남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진서훈한테 경고만 안 받았어도 서광철은 사람을 데리고 서남으로 가 복수했을 것이었다.진서준이 서광철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나 여기 있어. 복수하고 싶으면 덤벼.”진서준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진서준이 자기 집 앞까지 왔는데도 이렇게 오만방자한 것을 보고 서광철은 더 큰 분노가 치밀었다.“좋다. 오늘 네 사지를 부러뜨리고 너를 호수에 던져 악어 먹이로 주겠다.”서광철이 큰 소리를 내자 온몸이 마치 큰 활처럼 팽팽해졌다.펑!서광철이 발을 내디디자, 바닥에 커다란 발자국이 생기며 거미줄 같은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대리석이 깔린 지면이라서 트럭이 올지라도 균열을 내기 어려웠다.서광철 발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다가오는 서광철을 보며 진서준이 손바닥을 들었다. 투명하게 변한 손바닥은 안에 있는 뼈 마디마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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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진서준이 내지른 칼의 위력은 대단했다.보통 사람이 이 검광 앞에 있었다면 놀라 죽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실제 칼의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서광철은 어쨌든 서지은의 둘째 삼촌이었고 진서준과 서지은의 관계로 서광철을 죽일 수는 없었다.서광철과 함께 나온 중년 남자가 그 광경을 보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어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서광철을 향해 돌진했다.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던 서광철은 중년 남자에게 구출되고 나서야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쾅!검광이 지면에 떨어지자 50미터에 가까운 균열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서씨 가문의 단단한 합금 문도 순식간에 칼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땅의 균열을 본 서광철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일었다.“남 대종사,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서광철이 얼른 남기현에게 감사를 표했다.남기현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구하지 않았다면 그는 검에 의해 생을 마감했을 것이었다.“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이 검은 그저 보여주기일 뿐, 정말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서광철은 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남기현은 알 수 있었다.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 외에는 기껏해야 무도 종사를 죽일 수 있을 뿐이었다.서광철이 선천적인 강기로 막아냈다면 상처도 입지 않았을 것이었다.“하지만 이 검 앞에서 저는 정말 하룻강아지같이 느껴졌습니다.”서광철은 남기현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그건 저 사람의 실력이 더 뛰어나고 속임수까지 써서 그렇게 느껴졌을 뿐입니다.”남기현이 얼른 해명했다.“그렇군요! 하마터면 저 녀석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네요.”진서준을 보는 서광철은 화가 나서 몸이 근질거렸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린 진서준에게 농락을 당한 서광철은 면이 서지 않는 것 같았다.“남 대종사님, 쟤 죽여요!”서광철이 분노한 사자처럼 울부짖었다.남기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저는 죽일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서광철은 어리둥절해졌다.“죽일 수 없다고요? 말도 안 돼요! 오급 대종사에 지의방 57위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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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그러게요.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에요.”남기현이 한숨 쉬며 말했다.진서준이 말을 끊었다.“안 싸울 거면 비켜. 이번에는 싸우려고 온 게 아니야.”서지은을 데리고 오늘 서울로 올라가서 한서라를 볼 계획이었다.그는 서광철과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오만한 진서준의 말에 서광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는 우리 서씨 가문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아느냐?”서광철의 말이 끝나자 서광문과 서지은이 걸어나왔다.“광철아, 먼저 돌아와.”서광철이 멍하니 서광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형,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자식은 내 아들의 결혼식을 망친 놈이야!”서광철은 서광문에게 복수를 대신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서광문의 모습을 보니 그는 진서준을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나도 알아. 나도 죽여버리고 싶어.”서광문이 무뚝뚝한 얼굴로 답했다.사랑스러운 딸이 진서준에게 홀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서광문이 진서준에 대한 적의는 절대 서광철보다 약하지 않았다.하지만 애지중지한 딸이 진서준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떡하겠는가.“그럼 왜 공격 안 해!”서광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현천진군이 그날 한 말 잊었어?”서광문이 호국장군 진서훈을 언급했다.그는 서광철에게 자신이 서지은때문에 진서준을 건드리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었다.서광문에게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는 앞으로 서씨 가문에 위엄을 떨칠 수 없을 것이었다.“하... 하지만 이렇게 창피한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서광철이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목숨 잃는 것보다 망신당하는 게 낫지 않겠어?”서광문이 말했다.서광문이 그렇게 말하니 서광철도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는 함부로 호국장군의 위엄에 도전할 수 없었다.서광철뿐만 아니라 경성에 있는 오래된 네 가문에서도 감히 호국장군의 위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었다.“지은 씨, 같이 경성으로 가. 잘 보호해 줄게.”“누가 너를 괴롭힌다면 이 아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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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집에 도착한 진서준은 바로 진서라를 찾았다.“서라야, 며칠 전에 한 늙은이가 너 찾아오지 않았어?”진서준과 허사연이 갑자기 돌아온 것을 보고 진서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맞아. 한 늙은이가 집에 왔었는데 오빠 찾으러 왔다고 하더라고.”진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너한테 뭔 짓 한 건 아니고?”진서준이 물었다.“아무것도 안 했어.”진서라가 고개를 저었다.진서라가 다친 곳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 사람 누구야?”진서라는 그 늙은이의 정체가 궁금했다.하지만 원형성의 기세등등하고 살의에 가득 찬 모습만 보더라도 진서준과 갈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에게 원수를 갚으러 온 것 같았다.“나한테 진 사람일 뿐이야. 걱정하지 마.”진서준이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내일 사연이랑 경성에 갈 건데 같이 갈래?”“나는 됐어.”진서라는 자신이 또 진서준에게 폐를 끼칠까 봐 얼른 고개를 저었다.“서라 씨, 같이 가요. 혼자 집에 있으면 얼마나 심심해요.”허사연이 진서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같이 가자. 어르신한테 미리 연락해서 임씨 가문에 묵자.”진서준에 경성에서 임씨 가문에 묵을 생각이었다.임씨 가문의 경성 4대 가문이었으니 진서라가 그곳에 묵고 있으면 아무도 감히 문제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었다.진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진서라는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워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맞다.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서지은인데 전에 만난 적 있어.”진서준이 서지은을 끌어다 진서라에게 소개했다.“지은 씨, 이쪽은 내 여동생 진서라야.”진서준이 처음 강남에 갔을 때, 공교롭게 서지은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서라도 있어서 서지은을 만난 적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 이번이야말로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진서라가 진서준의 동생이라는 것을 안 후, 서지은은 진서라에게 매우 적극적이었다.가족이 될 사이었으니 말이다.점심을 먹고 진서준은 임준에게 연락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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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그 여자를 바라본 진서준은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온몸의 피가 아래로 뭉치기 시작했다.너무도 이상했다.허사연과 단둘이 있을 때도 진서준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낯선 여자를 보고 갑자기 이렇게 변했다.진서준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문 앞의 여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내 여인은 가볍게 뛰어올라 3미터가 넘는 담장을 뛰어넘어 마당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진서준에게 다가가 섬섬옥수로 진서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저 예뻐요?”진서준은 꼭두각시처럼 어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나랑 야한 짓 하고 싶지 않아요?”여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하지만 그녀의 눈 밑에는 보통 사람이 알아채기 힘든 살의가 숨겨져 있었다.“네...”진서준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은 여자의 가슴으로 향했다.여자의 안색이 변하며 싫증 나는 표정으로 진서준의 손길을 피하며 비수를 꺼내 진서준의 가슴을 찔렀다.챙!비수가 진서준의 가슴을 찌르자 뜻밖에도 맑은소리가 났다.금속과 금속이 부딪칠 때 나는 소리 같았다.표정이 돌변한 여인이 섬나라 말로 욕설을 퍼부었다.“횡련 대종사? 빌어먹을 남조인! 감히 나를 속여?”진서준은 여자한테 비수로 찔린 후, 순간 정신을 차리고 여자를 경계했다.“누구냐!”‘이상하다. 아까는 왜 그랬지? 왜 통제 불능처럼 변했을까?’진서준은 눈앞의 여자에게 홀린 것만 기억났다.다른 일은 완전히 잊은 채였다.“자기야, 당신 아내잖아.”여인은 재빨리 비수를 뒤로 감추고 다시 진서준의 혼을 빼놓으려고 했다.그때 허사연과 다른 사람들이 나왔다.그들은 진서준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진서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되어 나온 것이었다.나오면서 마침 여자가 한 말을 듣게 된 것이었다.여자는 얇은 시스루 스커트 하나만 입었는데 허사연과 다른 사람들이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지금은 12월 말, 엄동설한이었다. 수련을 한 허사연도 두꺼운 옷을 여러 벌 껴입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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