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한테 손을 댄다고요?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보네요.”진서준의 눈에서 한기가 스쳤다.원현성이 진서준을 이렇게 오래 기다린 것도 국안부의 체면을 본 것이었다.진서준이 국안부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원현성은 진소라부터 손댔을 것이었다.“진 상경, 안일해서는 안 됩니다. 원현성이 실력이 약하지 않습니다. 인의방 1등입니다.”류재훈이 진서준에게 일깨워줬다.“인의방 1등?”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박만년에 지의방에 랭킹되어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지의방의 박만년조차도 진서준의 적수가 못 되는데 인의방의 1등은 더 말할 가치도 없었다.“진 상경, 원현성은 다릅니다. 그는 그저 인의방에 머무르고 싶어 해서 안 올라가는 거예요. 그를 지의방에 넣는다면 박만년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류재훈이 부랴부랴 설명을 덧보탰다.“네? 그런 사람도 있어요?”진서준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네. 원현성은 사급 술법 영선으로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사급 술법 영선? 어쩐지...’술법의 수련은 무도보다 더 어려웠다.같은 경지에서 대대수의 대종사는 영선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하지만 술법 영선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횡련 대종사였다.횡련 대종사는 더 희귀했는데 가장 많은 횡련 대종사를 소유한 가문이 서북의 유씨 가문이었다.바로 유지수 생부가 있는 가문이었다.“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류 종사님.”진서준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천만에요. 진 상경님께서 봉호대전에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류재훈이 웃으며 답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14억 인구에서 천교도 많을 것입니다. 저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었다.높은 곳에 서 있을수록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알 수 있었다.세계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넓었다.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나아가는 것이다.“진 상경님 겸손하시네요. 진 상경님과 비교할
신농에 들어가려면 신농이 제자를 받는 틈을 타서 스리슬쩍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의문스러웠다.‘설마 신농에서 어머니를 납치해 가셨을까? 그런 거면 왜 어머니를 잡아간 걸까? 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신 걸까?’진서준은 류재훈과 헤어진 후, 전에 몰던 차를 몰고 서씨 가문으로 향했다.진서준은 서지은을 데리고 경성에 갈 생각이었다.이내 진서준 일행은 서씨 가문에 도착했다.“멈춰라. 누구냐?”서씨 가문 입구에 있던 경호원이 진서준을 막았다.“가주에게 진서준이 왔다고 전해라.”진서준이 담담히 답했다.“당신이 진서준?”입구에 있던 경호원이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기다려!”경호원이 급히 무전기를 꺼내 말을 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그림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온 사람은 서지은과 서광문이 아니라 서광철과 진서준이 모르는 중년 남자였다.“진서준! 네 이놈! 감히 내 아들의 결혼식을 망쳐 놓고도 감히 우리 집에 오다니! 죽어라!”서광철이 분노에 차 외쳤다. 눈동자에서 진서준에 대한 원한이 흘러넘쳤다.지난번 일로 인해 서광철은 강남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진서훈한테 경고만 안 받았어도 서광철은 사람을 데리고 서남으로 가 복수했을 것이었다.진서준이 서광철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나 여기 있어. 복수하고 싶으면 덤벼.”진서준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진서준이 자기 집 앞까지 왔는데도 이렇게 오만방자한 것을 보고 서광철은 더 큰 분노가 치밀었다.“좋다. 오늘 네 사지를 부러뜨리고 너를 호수에 던져 악어 먹이로 주겠다.”서광철이 큰 소리를 내자 온몸이 마치 큰 활처럼 팽팽해졌다.펑!서광철이 발을 내디디자, 바닥에 커다란 발자국이 생기며 거미줄 같은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대리석이 깔린 지면이라서 트럭이 올지라도 균열을 내기 어려웠다.서광철 발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다가오는 서광철을 보며 진서준이 손바닥을 들었다. 투명하게 변한 손바닥은 안에 있는 뼈 마디마디가
진서준이 내지른 칼의 위력은 대단했다.보통 사람이 이 검광 앞에 있었다면 놀라 죽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실제 칼의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서광철은 어쨌든 서지은의 둘째 삼촌이었고 진서준과 서지은의 관계로 서광철을 죽일 수는 없었다.서광철과 함께 나온 중년 남자가 그 광경을 보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어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서광철을 향해 돌진했다.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던 서광철은 중년 남자에게 구출되고 나서야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쾅!검광이 지면에 떨어지자 50미터에 가까운 균열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서씨 가문의 단단한 합금 문도 순식간에 칼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땅의 균열을 본 서광철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일었다.“남 대종사,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서광철이 얼른 남기현에게 감사를 표했다.남기현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구하지 않았다면 그는 검에 의해 생을 마감했을 것이었다.“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이 검은 그저 보여주기일 뿐, 정말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서광철은 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남기현은 알 수 있었다.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 외에는 기껏해야 무도 종사를 죽일 수 있을 뿐이었다.서광철이 선천적인 강기로 막아냈다면 상처도 입지 않았을 것이었다.“하지만 이 검 앞에서 저는 정말 하룻강아지같이 느껴졌습니다.”서광철은 남기현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그건 저 사람의 실력이 더 뛰어나고 속임수까지 써서 그렇게 느껴졌을 뿐입니다.”남기현이 얼른 해명했다.“그렇군요! 하마터면 저 녀석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네요.”진서준을 보는 서광철은 화가 나서 몸이 근질거렸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린 진서준에게 농락을 당한 서광철은 면이 서지 않는 것 같았다.“남 대종사님, 쟤 죽여요!”서광철이 분노한 사자처럼 울부짖었다.남기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저는 죽일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서광철은 어리둥절해졌다.“죽일 수 없다고요? 말도 안 돼요! 오급 대종사에 지의방 57위에 있어요
“그러게요.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에요.”남기현이 한숨 쉬며 말했다.진서준이 말을 끊었다.“안 싸울 거면 비켜. 이번에는 싸우려고 온 게 아니야.”서지은을 데리고 오늘 서울로 올라가서 한서라를 볼 계획이었다.그는 서광철과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오만한 진서준의 말에 서광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는 우리 서씨 가문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아느냐?”서광철의 말이 끝나자 서광문과 서지은이 걸어나왔다.“광철아, 먼저 돌아와.”서광철이 멍하니 서광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형,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자식은 내 아들의 결혼식을 망친 놈이야!”서광철은 서광문에게 복수를 대신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서광문의 모습을 보니 그는 진서준을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나도 알아. 나도 죽여버리고 싶어.”서광문이 무뚝뚝한 얼굴로 답했다.사랑스러운 딸이 진서준에게 홀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서광문이 진서준에 대한 적의는 절대 서광철보다 약하지 않았다.하지만 애지중지한 딸이 진서준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떡하겠는가.“그럼 왜 공격 안 해!”서광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현천진군이 그날 한 말 잊었어?”서광문이 호국장군 진서훈을 언급했다.그는 서광철에게 자신이 서지은때문에 진서준을 건드리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었다.서광문에게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는 앞으로 서씨 가문에 위엄을 떨칠 수 없을 것이었다.“하... 하지만 이렇게 창피한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서광철이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목숨 잃는 것보다 망신당하는 게 낫지 않겠어?”서광문이 말했다.서광문이 그렇게 말하니 서광철도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는 함부로 호국장군의 위엄에 도전할 수 없었다.서광철뿐만 아니라 경성에 있는 오래된 네 가문에서도 감히 호국장군의 위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었다.“지은 씨, 같이 경성으로 가. 잘 보호해 줄게.”“누가 너를 괴롭힌다면 이 아비에게
집에 도착한 진서준은 바로 진서라를 찾았다.“서라야, 며칠 전에 한 늙은이가 너 찾아오지 않았어?”진서준과 허사연이 갑자기 돌아온 것을 보고 진서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맞아. 한 늙은이가 집에 왔었는데 오빠 찾으러 왔다고 하더라고.”진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너한테 뭔 짓 한 건 아니고?”진서준이 물었다.“아무것도 안 했어.”진서라가 고개를 저었다.진서라가 다친 곳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 사람 누구야?”진서라는 그 늙은이의 정체가 궁금했다.하지만 원형성의 기세등등하고 살의에 가득 찬 모습만 보더라도 진서준과 갈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에게 원수를 갚으러 온 것 같았다.“나한테 진 사람일 뿐이야. 걱정하지 마.”진서준이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내일 사연이랑 경성에 갈 건데 같이 갈래?”“나는 됐어.”진서라는 자신이 또 진서준에게 폐를 끼칠까 봐 얼른 고개를 저었다.“서라 씨, 같이 가요. 혼자 집에 있으면 얼마나 심심해요.”허사연이 진서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같이 가자. 어르신한테 미리 연락해서 임씨 가문에 묵자.”진서준에 경성에서 임씨 가문에 묵을 생각이었다.임씨 가문의 경성 4대 가문이었으니 진서라가 그곳에 묵고 있으면 아무도 감히 문제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었다.진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진서라는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워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맞다.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서지은인데 전에 만난 적 있어.”진서준이 서지은을 끌어다 진서라에게 소개했다.“지은 씨, 이쪽은 내 여동생 진서라야.”진서준이 처음 강남에 갔을 때, 공교롭게 서지은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서라도 있어서 서지은을 만난 적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 이번이야말로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진서라가 진서준의 동생이라는 것을 안 후, 서지은은 진서라에게 매우 적극적이었다.가족이 될 사이었으니 말이다.점심을 먹고 진서준은 임준에게 연락했
그 여자를 바라본 진서준은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온몸의 피가 아래로 뭉치기 시작했다.너무도 이상했다.허사연과 단둘이 있을 때도 진서준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낯선 여자를 보고 갑자기 이렇게 변했다.진서준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문 앞의 여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내 여인은 가볍게 뛰어올라 3미터가 넘는 담장을 뛰어넘어 마당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진서준에게 다가가 섬섬옥수로 진서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저 예뻐요?”진서준은 꼭두각시처럼 어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나랑 야한 짓 하고 싶지 않아요?”여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하지만 그녀의 눈 밑에는 보통 사람이 알아채기 힘든 살의가 숨겨져 있었다.“네...”진서준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은 여자의 가슴으로 향했다.여자의 안색이 변하며 싫증 나는 표정으로 진서준의 손길을 피하며 비수를 꺼내 진서준의 가슴을 찔렀다.챙!비수가 진서준의 가슴을 찌르자 뜻밖에도 맑은소리가 났다.금속과 금속이 부딪칠 때 나는 소리 같았다.표정이 돌변한 여인이 섬나라 말로 욕설을 퍼부었다.“횡련 대종사? 빌어먹을 남조인! 감히 나를 속여?”진서준은 여자한테 비수로 찔린 후, 순간 정신을 차리고 여자를 경계했다.“누구냐!”‘이상하다. 아까는 왜 그랬지? 왜 통제 불능처럼 변했을까?’진서준은 눈앞의 여자에게 홀린 것만 기억났다.다른 일은 완전히 잊은 채였다.“자기야, 당신 아내잖아.”여인은 재빨리 비수를 뒤로 감추고 다시 진서준의 혼을 빼놓으려고 했다.그때 허사연과 다른 사람들이 나왔다.그들은 진서준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진서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되어 나온 것이었다.나오면서 마침 여자가 한 말을 듣게 된 것이었다.여자는 얇은 시스루 스커트 하나만 입었는데 허사연과 다른 사람들이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지금은 12월 말, 엄동설한이었다. 수련을 한 허사연도 두꺼운 옷을 여러 벌 껴입어야
매혹술로 진서준을 꼬시는 여인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혼자서 그렇게 많은 여자를 곁에 두다니 역시 남자들은 하나같이 어리석고 나쁘다.“저 이 여자 몰라요! 이 여자는 날 죽이러 온 거예요!”진서준은 서둘러 설명했다.“형부를 죽이러 왔다고요? 장난해요?”허윤진은 아무리 봐도 이 여자가 여우 같다고 생각했다.몸매도 좋고 허윤진보다 더 날씬한 몸매를 가졌다.보기만 해도 허약한데 어떻게 진서준을 죽일 수 있겠는가.“여보, 날 원하지 않는다고 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하면 안 되잖아.”여자는 억울한 표정으로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진서준은 뒤로 물러서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말 안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 마누라 서현이잖아!”여자는 애교를 부리며 이어 말했다.“잊었구나. 그날 밤 우리 둘 다 술에 취해서 호텔로 갔었잖아.”“난 거절했었는데 네가 나중에 나랑 결혼한다고 해서 받아드렸는데...”그녀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이 여자 뭐지? 원래 이렇게 사람을 잘 꼬시는 건가?’어쩐지 진서준이 그렇게 쉽게 유혹에 빠지더라니.진서준은 누가 이 여자를 보내왔는지, 무슨 정체인지 알고 싶었다.그러자 진서준은 그녀의 말을 따라 이어 말했다.“아! 그렇게 말하니까 생각난 거 같기도 하고.”“그날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었어.”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이 웃는 얼굴을 보고 여자는 속으로 미친 듯이 욕을 퍼부었다.‘개자식. 이따가 기절시켜서 제일 먼저 네 눈을 뽑아버릴 거야!”“형부! 정말 이런 여자랑 만난 적이 있다고요?”허윤진은 화가 났다.딱 봐도 요염하고 노는 여자 같은데 벌써 다른 남자랑 했을지도 모른다.게다가 두 달 동안 진서준은 거의 허사연과 함께 있었다.아마 다른 남자에게 버림받아서 진서준에 온 것 같다.모르는 곳에서 어떻게 해도 상관없지만 절대 집에 데려오면 안 된다.“여보,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윤진아, 진서준이랑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아직도 모르겠니?”허사연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진서준이 그렇게 쉽게 그 여자한테 홀릴 거 같아?”허사연이 이렇게 말하자 허윤진도 마음이 놓였다.방금 그 여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극혐했다.마치 동성끼리 상극인 것 같았다.“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형부가 일부러 홀린 척하는 거야?”허윤진이 궁금해서 물었다.“아마 그럴 거야. 아까 네가 가려고 했을 때, 진서준이 아주 단호하게 가지 못하게 했잖아.”“그리고 그 여자가 진서준을 죽이러 왔을 거로 생각해.”하사연이 말했다.“뭐? 그럼 형부가 그 여자랑 같이 있는 게 더 위험한 거 아니야?”허윤진은 또 진서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진서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진 언니, 우리 오빠 믿어봐요. 괜찮을 거예요.”방금 서지은과 같이 있던 사람들도 진서준이 그 여자에게 홀리는 걸 보고 모두 허윤진처럼 흥분하지 않았다.모두 진서준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더없이 믿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절대 자기 여친을 두고 다른 여자한테 가는 사람이 아니다.“그럼 진서준이 돌아오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죠.”...진서준은 여자를 따라 별장을 떠나자마자 그녀에게 밀렸다.“나쁜 놈, 만지지 마!”여자는 진서준을 보며 큰소리로 꾸짖었다.“자기야, 아까는 나랑 같이 자자며.”진서준은 되려 질척였다.“경고하는데 여기 가만히 서 있어.”여자는 얼굴을 찌푸리고 눈에 매서움이 가득했다.진서준은 두 눈을 멍하니 뜨고 바보처럼 서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진서준이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걸 보고 여자는 만족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누군가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팀장님, 이놈은 횡련의 대종사입이다. 제 칼로는 이놈 살갗도 뚫지 못합니다!”여자는 섬나라의 언어로 통화했다.진서준은 대학생일 때 섬나라의 영화를 즐겨 봤었다.그래서 섬나라의 언어에 매우 익숙하고, 다만 잘 알아듣지 못한다.진서준은 섬나라 사람들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