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농에 들어가려면 신농이 제자를 받는 틈을 타서 스리슬쩍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의문스러웠다.‘설마 신농에서 어머니를 납치해 가셨을까? 그런 거면 왜 어머니를 잡아간 걸까? 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신 걸까?’진서준은 류재훈과 헤어진 후, 전에 몰던 차를 몰고 서씨 가문으로 향했다.진서준은 서지은을 데리고 경성에 갈 생각이었다.이내 진서준 일행은 서씨 가문에 도착했다.“멈춰라. 누구냐?”서씨 가문 입구에 있던 경호원이 진서준을 막았다.“가주에게 진서준이 왔다고 전해라.”진서준이 담담히 답했다.“당신이 진서준?”입구에 있던 경호원이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기다려!”경호원이 급히 무전기를 꺼내 말을 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그림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온 사람은 서지은과 서광문이 아니라 서광철과 진서준이 모르는 중년 남자였다.“진서준! 네 이놈! 감히 내 아들의 결혼식을 망쳐 놓고도 감히 우리 집에 오다니! 죽어라!”서광철이 분노에 차 외쳤다. 눈동자에서 진서준에 대한 원한이 흘러넘쳤다.지난번 일로 인해 서광철은 강남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진서훈한테 경고만 안 받았어도 서광철은 사람을 데리고 서남으로 가 복수했을 것이었다.진서준이 서광철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나 여기 있어. 복수하고 싶으면 덤벼.”진서준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진서준이 자기 집 앞까지 왔는데도 이렇게 오만방자한 것을 보고 서광철은 더 큰 분노가 치밀었다.“좋다. 오늘 네 사지를 부러뜨리고 너를 호수에 던져 악어 먹이로 주겠다.”서광철이 큰 소리를 내자 온몸이 마치 큰 활처럼 팽팽해졌다.펑!서광철이 발을 내디디자, 바닥에 커다란 발자국이 생기며 거미줄 같은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대리석이 깔린 지면이라서 트럭이 올지라도 균열을 내기 어려웠다.서광철 발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다가오는 서광철을 보며 진서준이 손바닥을 들었다. 투명하게 변한 손바닥은 안에 있는 뼈 마디마디가
진서준이 내지른 칼의 위력은 대단했다.보통 사람이 이 검광 앞에 있었다면 놀라 죽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실제 칼의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서광철은 어쨌든 서지은의 둘째 삼촌이었고 진서준과 서지은의 관계로 서광철을 죽일 수는 없었다.서광철과 함께 나온 중년 남자가 그 광경을 보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어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서광철을 향해 돌진했다.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던 서광철은 중년 남자에게 구출되고 나서야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쾅!검광이 지면에 떨어지자 50미터에 가까운 균열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서씨 가문의 단단한 합금 문도 순식간에 칼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땅의 균열을 본 서광철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일었다.“남 대종사,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서광철이 얼른 남기현에게 감사를 표했다.남기현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구하지 않았다면 그는 검에 의해 생을 마감했을 것이었다.“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이 검은 그저 보여주기일 뿐, 정말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서광철은 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남기현은 알 수 있었다.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 외에는 기껏해야 무도 종사를 죽일 수 있을 뿐이었다.서광철이 선천적인 강기로 막아냈다면 상처도 입지 않았을 것이었다.“하지만 이 검 앞에서 저는 정말 하룻강아지같이 느껴졌습니다.”서광철은 남기현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그건 저 사람의 실력이 더 뛰어나고 속임수까지 써서 그렇게 느껴졌을 뿐입니다.”남기현이 얼른 해명했다.“그렇군요! 하마터면 저 녀석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네요.”진서준을 보는 서광철은 화가 나서 몸이 근질거렸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린 진서준에게 농락을 당한 서광철은 면이 서지 않는 것 같았다.“남 대종사님, 쟤 죽여요!”서광철이 분노한 사자처럼 울부짖었다.남기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저는 죽일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서광철은 어리둥절해졌다.“죽일 수 없다고요? 말도 안 돼요! 오급 대종사에 지의방 57위에 있어요
“그러게요.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에요.”남기현이 한숨 쉬며 말했다.진서준이 말을 끊었다.“안 싸울 거면 비켜. 이번에는 싸우려고 온 게 아니야.”서지은을 데리고 오늘 서울로 올라가서 한서라를 볼 계획이었다.그는 서광철과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오만한 진서준의 말에 서광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는 우리 서씨 가문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아느냐?”서광철의 말이 끝나자 서광문과 서지은이 걸어나왔다.“광철아, 먼저 돌아와.”서광철이 멍하니 서광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형,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자식은 내 아들의 결혼식을 망친 놈이야!”서광철은 서광문에게 복수를 대신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서광문의 모습을 보니 그는 진서준을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나도 알아. 나도 죽여버리고 싶어.”서광문이 무뚝뚝한 얼굴로 답했다.사랑스러운 딸이 진서준에게 홀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서광문이 진서준에 대한 적의는 절대 서광철보다 약하지 않았다.하지만 애지중지한 딸이 진서준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떡하겠는가.“그럼 왜 공격 안 해!”서광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현천진군이 그날 한 말 잊었어?”서광문이 호국장군 진서훈을 언급했다.그는 서광철에게 자신이 서지은때문에 진서준을 건드리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었다.서광문에게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는 앞으로 서씨 가문에 위엄을 떨칠 수 없을 것이었다.“하... 하지만 이렇게 창피한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서광철이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목숨 잃는 것보다 망신당하는 게 낫지 않겠어?”서광문이 말했다.서광문이 그렇게 말하니 서광철도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는 함부로 호국장군의 위엄에 도전할 수 없었다.서광철뿐만 아니라 경성에 있는 오래된 네 가문에서도 감히 호국장군의 위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었다.“지은 씨, 같이 경성으로 가. 잘 보호해 줄게.”“누가 너를 괴롭힌다면 이 아비에게
집에 도착한 진서준은 바로 진서라를 찾았다.“서라야, 며칠 전에 한 늙은이가 너 찾아오지 않았어?”진서준과 허사연이 갑자기 돌아온 것을 보고 진서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맞아. 한 늙은이가 집에 왔었는데 오빠 찾으러 왔다고 하더라고.”진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너한테 뭔 짓 한 건 아니고?”진서준이 물었다.“아무것도 안 했어.”진서라가 고개를 저었다.진서라가 다친 곳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그 사람 누구야?”진서라는 그 늙은이의 정체가 궁금했다.하지만 원형성의 기세등등하고 살의에 가득 찬 모습만 보더라도 진서준과 갈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에게 원수를 갚으러 온 것 같았다.“나한테 진 사람일 뿐이야. 걱정하지 마.”진서준이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내일 사연이랑 경성에 갈 건데 같이 갈래?”“나는 됐어.”진서라는 자신이 또 진서준에게 폐를 끼칠까 봐 얼른 고개를 저었다.“서라 씨, 같이 가요. 혼자 집에 있으면 얼마나 심심해요.”허사연이 진서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같이 가자. 어르신한테 미리 연락해서 임씨 가문에 묵자.”진서준에 경성에서 임씨 가문에 묵을 생각이었다.임씨 가문의 경성 4대 가문이었으니 진서라가 그곳에 묵고 있으면 아무도 감히 문제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었다.진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진서라는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워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맞다.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서지은인데 전에 만난 적 있어.”진서준이 서지은을 끌어다 진서라에게 소개했다.“지은 씨, 이쪽은 내 여동생 진서라야.”진서준이 처음 강남에 갔을 때, 공교롭게 서지은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서라도 있어서 서지은을 만난 적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 이번이야말로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진서라가 진서준의 동생이라는 것을 안 후, 서지은은 진서라에게 매우 적극적이었다.가족이 될 사이었으니 말이다.점심을 먹고 진서준은 임준에게 연락했
그 여자를 바라본 진서준은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온몸의 피가 아래로 뭉치기 시작했다.너무도 이상했다.허사연과 단둘이 있을 때도 진서준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낯선 여자를 보고 갑자기 이렇게 변했다.진서준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문 앞의 여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내 여인은 가볍게 뛰어올라 3미터가 넘는 담장을 뛰어넘어 마당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진서준에게 다가가 섬섬옥수로 진서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저 예뻐요?”진서준은 꼭두각시처럼 어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나랑 야한 짓 하고 싶지 않아요?”여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하지만 그녀의 눈 밑에는 보통 사람이 알아채기 힘든 살의가 숨겨져 있었다.“네...”진서준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은 여자의 가슴으로 향했다.여자의 안색이 변하며 싫증 나는 표정으로 진서준의 손길을 피하며 비수를 꺼내 진서준의 가슴을 찔렀다.챙!비수가 진서준의 가슴을 찌르자 뜻밖에도 맑은소리가 났다.금속과 금속이 부딪칠 때 나는 소리 같았다.표정이 돌변한 여인이 섬나라 말로 욕설을 퍼부었다.“횡련 대종사? 빌어먹을 남조인! 감히 나를 속여?”진서준은 여자한테 비수로 찔린 후, 순간 정신을 차리고 여자를 경계했다.“누구냐!”‘이상하다. 아까는 왜 그랬지? 왜 통제 불능처럼 변했을까?’진서준은 눈앞의 여자에게 홀린 것만 기억났다.다른 일은 완전히 잊은 채였다.“자기야, 당신 아내잖아.”여인은 재빨리 비수를 뒤로 감추고 다시 진서준의 혼을 빼놓으려고 했다.그때 허사연과 다른 사람들이 나왔다.그들은 진서준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진서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되어 나온 것이었다.나오면서 마침 여자가 한 말을 듣게 된 것이었다.여자는 얇은 시스루 스커트 하나만 입었는데 허사연과 다른 사람들이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지금은 12월 말, 엄동설한이었다. 수련을 한 허사연도 두꺼운 옷을 여러 벌 껴입어야
매혹술로 진서준을 꼬시는 여인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혼자서 그렇게 많은 여자를 곁에 두다니 역시 남자들은 하나같이 어리석고 나쁘다.“저 이 여자 몰라요! 이 여자는 날 죽이러 온 거예요!”진서준은 서둘러 설명했다.“형부를 죽이러 왔다고요? 장난해요?”허윤진은 아무리 봐도 이 여자가 여우 같다고 생각했다.몸매도 좋고 허윤진보다 더 날씬한 몸매를 가졌다.보기만 해도 허약한데 어떻게 진서준을 죽일 수 있겠는가.“여보, 날 원하지 않는다고 내가 당신을 죽인다고 하면 안 되잖아.”여자는 억울한 표정으로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진서준은 뒤로 물러서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말 안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 마누라 서현이잖아!”여자는 애교를 부리며 이어 말했다.“잊었구나. 그날 밤 우리 둘 다 술에 취해서 호텔로 갔었잖아.”“난 거절했었는데 네가 나중에 나랑 결혼한다고 해서 받아드렸는데...”그녀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이 여자 뭐지? 원래 이렇게 사람을 잘 꼬시는 건가?’어쩐지 진서준이 그렇게 쉽게 유혹에 빠지더라니.진서준은 누가 이 여자를 보내왔는지, 무슨 정체인지 알고 싶었다.그러자 진서준은 그녀의 말을 따라 이어 말했다.“아! 그렇게 말하니까 생각난 거 같기도 하고.”“그날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었어.”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이 웃는 얼굴을 보고 여자는 속으로 미친 듯이 욕을 퍼부었다.‘개자식. 이따가 기절시켜서 제일 먼저 네 눈을 뽑아버릴 거야!”“형부! 정말 이런 여자랑 만난 적이 있다고요?”허윤진은 화가 났다.딱 봐도 요염하고 노는 여자 같은데 벌써 다른 남자랑 했을지도 모른다.게다가 두 달 동안 진서준은 거의 허사연과 함께 있었다.아마 다른 남자에게 버림받아서 진서준에 온 것 같다.모르는 곳에서 어떻게 해도 상관없지만 절대 집에 데려오면 안 된다.“여보,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윤진아, 진서준이랑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아직도 모르겠니?”허사연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진서준이 그렇게 쉽게 그 여자한테 홀릴 거 같아?”허사연이 이렇게 말하자 허윤진도 마음이 놓였다.방금 그 여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극혐했다.마치 동성끼리 상극인 것 같았다.“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형부가 일부러 홀린 척하는 거야?”허윤진이 궁금해서 물었다.“아마 그럴 거야. 아까 네가 가려고 했을 때, 진서준이 아주 단호하게 가지 못하게 했잖아.”“그리고 그 여자가 진서준을 죽이러 왔을 거로 생각해.”하사연이 말했다.“뭐? 그럼 형부가 그 여자랑 같이 있는 게 더 위험한 거 아니야?”허윤진은 또 진서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진서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진 언니, 우리 오빠 믿어봐요. 괜찮을 거예요.”방금 서지은과 같이 있던 사람들도 진서준이 그 여자에게 홀리는 걸 보고 모두 허윤진처럼 흥분하지 않았다.모두 진서준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더없이 믿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절대 자기 여친을 두고 다른 여자한테 가는 사람이 아니다.“그럼 진서준이 돌아오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죠.”...진서준은 여자를 따라 별장을 떠나자마자 그녀에게 밀렸다.“나쁜 놈, 만지지 마!”여자는 진서준을 보며 큰소리로 꾸짖었다.“자기야, 아까는 나랑 같이 자자며.”진서준은 되려 질척였다.“경고하는데 여기 가만히 서 있어.”여자는 얼굴을 찌푸리고 눈에 매서움이 가득했다.진서준은 두 눈을 멍하니 뜨고 바보처럼 서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진서준이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걸 보고 여자는 만족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누군가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팀장님, 이놈은 횡련의 대종사입이다. 제 칼로는 이놈 살갗도 뚫지 못합니다!”여자는 섬나라의 언어로 통화했다.진서준은 대학생일 때 섬나라의 영화를 즐겨 봤었다.그래서 섬나라의 언어에 매우 익숙하고, 다만 잘 알아듣지 못한다.진서준은 섬나라 사람들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진서준은 자신을 죽이러 온 사람이 이 여자뿐이 아닐 거로 추측했다.“나미, 방금 이놈이 횡련 대종사라고 했지?”중년 남자가 이가 나미를 보며 물었다.“맞아요. 아까 별장에서 제가 매혹술을 써서 비수로 가슴을 찔렀는데 찌르기는커녕 제 팔이 저렸어요.”이가 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녀는 일품 대종사여서 몸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건 동경의 횡련 대종사 외에 다른 보통 횡련 종사로는 막을 수 없다.이가 나미는 깜짝 놀랐다.섬나라에서 동갑내기 중 횡련 대종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횡련 대종사?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이가 겐은 허리에서 독을 바른 칼을 꺼냈다.그들은 도덕 따윈 신경 쓰지 않는 킬러여서 단도직입적으로 행동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된다.“저번 팀장님처럼 혼자 칼을 핥지 마세요.”이가 나미가 한 마디 충고했다.전임 팀장이 자살로 사망했다.독이 든 칼을 꺼낸 뒤 스스로 한 입 핥고는 숨을 죽였다.이가 나미의 말을 듣고서야 이가 겐은 자신이 칼에 독을 발랐다는 것을 깨달았다.“나 그런 바보짓 안 하거든!”이가 겐은 기침을 하며 민망함을 감추었다.진서준은 섬나라 사람이 왜 한국어로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설마 진서준이 못 알아들을까 봐 그런가?이가 겐이 아직 1 미터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멍해 있던 진서준이 갑자기 움직였다.진서준은 이가 겐과 이가 나미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도 하지 못하는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이가 겐은 진서준의 한 방에 바로 땅속에 1 미터 깊이까지 묻혀버렸다.상체만 노출되어 있어 움직이지도 못한다.“아!”이가 겐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냈다.순간 안색이 나빠지면서 지옥 불에 타는 듯했다.진서준은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손가락을 살짝 튕기는데 이가 겐의 목을 막았다.이가 겐은 더욱 괴로워했다.양쪽 다리 모두 뼈가 부러지고 뼈와 뼈 사이가 서로 끼어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게다가 이제 소리도 내지 못한다.물에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