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가 가문 사람들에게 천재라고 불린다.얼굴은 좀 늙어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마흔여섯 살에 불과하다.또 이가 나미는 타고난 아첨하는 체질이기 때문에 수련 속도가 남들보다 훨씬 빠르다.진서준은 이가 나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날 죽이러 오기 전에 내가 누군지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어?”신원 조사는 킬러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사실 이가 나미는 평소에 조심성이 아주 강하다.매번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암살 대상자의 신원을 철저히 조사한다.이번에 경계를 늦추는 이유는 진서준이 너무 평범하기 때문이다.서울시에 살고 있고, 실력과 가문 배경이 조금 대단했을 뿐이다.이런 사람은 섬나라에 두어도 손쉽게 볼 수 있다.그래서 이가 나미와 이가 겐 두 사람은 긴장의 끈을 놓았다.그러나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그냥 지방에 있는 작은 맹주잖아. 조사할 게 뭐가 있다고.”이가 나미가 말했다.“쯧쯧... 날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이 나에 대해서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구나.”진서준이 차갑게 웃었다.“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겠어. 나를 죽이라고 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말하면 괴롭지 않게 죽여줄게.”킬러, 심지어 해외에 있는 킬러이다. 진서준은 절대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찾아내는 것이다.그 사람을 찾아 죽여야만 모든 게 끝난다.진서준도 머릿속으로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그렇게 생각했다.“절대 안 알려줄 거야.”이가 나미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너희 둘 얘기 좀 하자. 너희 섬나라 사람이지?”진서준이 이가 나미를 보며 물었다.이가 나미는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아예 진서준의 말을 씹었다.진서준의 눈에 한기가 맴돌았다.순간, 이가 나미의 마음속에는 위기가 찾아왔다.그녀가 반응도 하지 못한 사이에 진서준이 손을 들어 뺨을 한 대 때렸다.짝!쟁쟁한 따귀 소리가 울렸다.이가 나미의 고운 얼굴에 새빨간 손자국이
진서준은 이번에 이가 나미를 때리지 않고 고개를 돌려 이가 겐을 향해 손을 댔다.이가 나미에게 동료가 어떻게 괴롭힘을 당하는지 먼저 보라고 했다.그리고 진서준이 그녀를 공격하려고 할 때, 이가 나미는 결국 마음이 괴로워서 참지 못할 것이다.그때 진서준이 뭘 알고 싶으면 이가 나미가 먼저 얘기를 꺼낼 것이다.진서준도 그렇게 호되게 나오고 싶지 않았다. 이가 겐에게 침형을 체험하게 하려고 했다.몸에 수많은 혈 자리가 있는데, 그중 어떤 혈 자리를 찌르고 나면 죽는 게 더 나을 정도로 괴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뼈를 칼로 긁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고통스럽다.이가 겐의 몸에 은침 다섯 개를 꽂히자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목 전체가 굵어지고 이마의 핏줄, 목구멍의 혈관까지 모두 부풀어 올랐다.그리고 순간, 핏줄과 혈관이 모두 몸에서 빠져나올 것 같았다.가장 괴로운 건 이가 겐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것이다.혀를 깨물어 자살하고 싶을 정도이다.그러나 지금 혀를 깨물어 자살할 힘조차 없다.옆에 있던 이가 나미는 이 광경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정말 악마가 따로 없다.자신도 이따가 같은 형벌을 당할 생각을 하면서 다리에 힘이 다 풀렸다.“그렇게 괴로워하는 걸 보니 기회를 한 번 더 주겠어.”진서준은 이가 겐을 바라보며 말했다.“누가 날 죽이라고 보냈는지 말해! 내가 괴롭지 않게 한 번에 보내줄게.”이가 겐은 이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이가 겐 몸의 통증을 가라앉힌 후 그의 목을 풀었다.목이 풀린 이가 겐은 한참을 큰소리로 외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남... 남조의 박씨 가문이 돈을 줘서 왔어.”박씨 가문?진서준은 박만년이 찾은 사람인 줄 알았다.하지만, 두 사람을 보낸 사람은 박만년이 아닌 박시윤이다.박시윤은 지금 경성에 있어 진서준과 같은 수준 미달의 사람과 만날 시간이 없다.진서준은 또 이가 나미를 쳐다보더니 물었다.“박씨 가문 사람이야?”“응, 박씨 가문 맞아!”이가 나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가 가문의 내막을 진서준은 이미 알고 있다.섬나라에 이름을 날리는 가문이 총 세 개 뿐이다.이가, 미야모토, 오다 가문이 3대 가문이다.이 중 이가 가문은 닌자, 킬러를 주로 배양한다.미야모토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검도 고수이다.오다 가문은 주로 섬나라의 음양술을 수련하는데, 대한민국의 술법과 비슷하다.섬나라의 3대 가문 중에서도 지선급의 강자가 존재한다.그러나 실력을 통틀어서 보면 생각보다 강하지만은 않다.지선을 제외하면 서씨 집안과 대종사인 사람이 비슷하다.경성의 4대 가문과는 비교도 안 된다.이 외에 진서준의 관심을 끄는 것이 하나 더 있다.“용의 안식 계획?”진서준은 혼자 중얼거렸다.이가 나미의 말에 의하면, 한 달 전에 몇몇 서양인들이 섬나라에 왔다고 한다.섬나라의 3대 가문을 모여 용의 안식 계획을 상의했다는 것이다.용의 안식 계획은 대한민국의 무도를 멸망시키기 위한 계획이다.대한민국의 무도로 하여금 영원히 출세할 날이 없게 하려고 한다.“우리에게 연락했을 뿐만 아니라 남조, 유럽, 그리고 남북미에도 사람들을 보냈어!”“동남아 쪽에서도 사람이 올 거야!”“내년 4월이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이가 나미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지금 사방이 적이다.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내년에 최대한 빨리 신농산에 오래 머물지 않고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은 혼자만으로 이번 재앙을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사람이 많을수록 힘도 커지는 법이다.“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건 너희 가문이 꽤 대단한 집안일 텐데.”진서준은 이가 나미를 노려보며 말했다.“어... 난 이가 가문의 정통 후계자이고 가주의 손녀야.”“체질이 남과 좀 달라서 나를 좀 중요시했어.”이가 나미는 사실대로 말했다.“그럼 내가 너를 죽이면 너희 이가 가문이 나를 가만두지 않겠네, 그렇지?”진서준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이가 나미는 놀라서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그녀는 진서준
진서준은 이가 나미의 말을 다 믿지 않았다.그녀가 살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하지만 그녀가 타고난 체질이어서 자신의 수련에 확실히 유익하다는 것은 사실이다.진서준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여자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설사 정말로 내공을 올릴 수 있다고 해도, 원칙을 생각해서라도 진서준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일단 두고 좀 볼게. 대신 용의 안식 계획에 대해 잘 알아봐 줘야 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살 수 있다는 말에 이가 나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주인님 안심하세요. 나미가 잘 알아봐 줄게요!”이가 나미는 이가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에 서 있다.서양인들이 다시 와서 내년 용의 안식 계획에 대해 알리면 이가 나미는 반드시 그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다.곧이어 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영기가 이가 나미의 단전 안으로 들어갔다.이가 나미는 그 영기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좋았어. 이제 네가 죽는지 사는지는 나한테 달려있어.”“내가 시키는 일을 열심히만 하고, 무도 재앙이 지나가면 널 풀려줄게.”진서준이 이가 나미에게 말했다.“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일편단심 주인님만을 위해 일하겠습니다.”이가 나미는 경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서준은 그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비주얼이면 비주얼, 몸매면 몸매, 이가 나미는 톱 중의 톱이다.게다가 타고난 체질이라서 허사연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이런 여자가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하면 성인 남자 중 구 할이 설레서 심장이 빨리 뛸 것이다.“주인님, 밤도 깊었는데 오늘 밤은 나미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많이 해보지 않아서 좀 서툰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이가 나미는 매혹적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만약 진서준이 충분한 정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이가 나미에게 홀려 쓰러졌을 것이다.“필요 없어. 먼저 돌아가라. 나도 집에 돌아가 봐야 해.”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이가 나미를 쳐다보지 않았다
용의 안식 계획이라 이건 대한민국 무도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이 계획에 대해 알고 싶으면 반드시 스파이가 있어야 한다.지금 이가 나미가 진서준의 스파이라고 할 수 있다.“용의 안식 계획은 국안부 사람들도 저한테 말한 적이 있어요.”“한 달 전에 서양인들이 섬나라의 3대 가문을 찾아가 용의 안식 계획을 알려줬다고 이가 나미가 말해줬어요.”“내년 4월에 해외 강자들이 손을 잡고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할 거예요.”진서준이 진지하게 말했다.“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한다고?”이 소식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턱이 빠질 정도로 놀라웠다.진서준을 따라오면서 이렇게 많은 일을 겪지 않았다면, 그녀들은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천하태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용의 안식 계획이 4월에 열린다는 건 이미 확정이지만 어느 날인지는 잘 몰라요.”문제는 진서준이 3월에 신농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4월이 되기 전에 신농산에서 나와야 한다.신농이라는 은세 문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그 네 개의 은세 문파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진서준이 그들을 위로해줬다.“우리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서 그 해외 강자들은 우리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너야.”진서준의 신분이 너무 널리 알려졌다.해외 강자들은 그때 가서 분명 진서준을 찾을 것이다.“괜찮아. 아직 석 달 남았으니까 그 기간 수련해서 실력을 키워야지.”진서준이 말했다.“됐어, 가서 자. 내일 또 경성에 가야 하는데.”이튿날 아침, 진서준, 진서라, 허사연 자매, 그리고 서지은이 같이 공항을 향해 달려갔다.김연아는 따라가지 않았다.아직 수련자가 아니어서 괜히 따라가서 폐만 끼칠 수 있다.차라리 집에서 편안하게 진서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진서준과 권해철은 공항에서 합류했다.두 달 만에 보는데 권해철의 기운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진 상경님, 보운산에 올리신 공법 너무
진서준 남매는 차를 타고 임준을 따라 국립 공원 쪽으로 갔다.공원 뒤편에는 산을 끼고 세워진 캐슬이 있었다.끝이 안 보일 정도로 컸다.서씨 가문과 유씨 가문의 집도 임씨 가문의 집과 비교할 수 없다.경치가 아름다운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진서준은 부자들의 삶이 얼마나 사치스러운지 다시 한번 느꼈다.“조금만 더 가면 도착합니다. 큰 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임준은 웃으며 진서준과 진서라를 바라보았다.진서준은 멍했다.임준의 큰 형이면 현재 임씨 가문의 가주지 않은가?진서준은 임씨 가문의 다른 가족분들이 자기네를 만나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을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임씨 가문의 가주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오빠...”진서라는 진서준의 손을 잡고 약간 불안해했다.사실 예전에 진서준의 어머니 조희선이 진서라에게 어떤 말을 한 적이 있다.그때 진서라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겨지지 않았다.그러나 지난번 유지수에게 잡혀간 뒤 진서라도 마음속에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특히 임준을 보고 난 뒤 진서라의 추측은 더욱 확실해졌다.“서라야 괜찮아. 어찌 됐건 넌 내 동생이야!”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했다.“응!”진서라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차는 곳 화려한 어느 장원으로 들어갔다.장원으로 들어가 좀 더 가고 나면 호화로운 큰 별장이 보였다.“도착했습니다.”임준이 말했다.진서준 남매는 차에서 내려 임준을 따라 큰 별장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임준과 비슷하게 생긴 어르신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형님, 데려왔어요!”임준은 소파에 있던 어르신을 향해 말했다.그는 얼른 손에 쥐고 있던 신문지를 내려놓고 진서준과 진서라를 바라보았다.진서라를 보자 어르신은 감격에 겨워 일어섰다. 몸에 있는 모공 하나하나가 다 솟아오르는 듯했다.진서라는 임훈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강한 내적 친밀감이 느꼈다.“솔아!”“내 손녀 솔아!”임훈은 달려가 진서라의 손을 감격에 겨워 잡았다.임훈이 진서라를 부르는 이름을 듣고 진서준 남매는 이전의 추측을 확신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공이 매우 낮은 수선자들이야.”“수선자도 생로병사를 겪어. 4천여 년이 지난 지금 벌써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그런데 네 아버지가 수선법문을 어디서 구하셨는지 몰라.”“그 수선법문을 가진 게 죄지...” “그 수선법문 때문에 모든 가문을 질투하게 했어.”진서준은 임훈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임씨 가문도 수선법문을 빼앗아요?”“오빠...”진서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진서라는 매우 무서웠다.“네 어머니 진짜 이름을 알아?”임훈은 진서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려 질문을 던졌다.“조희선 아니에요?”진서준은 멍했다.임훈은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아니지. 둘째의 딸이자 내 조카 임수련이야!”“너랑 솔이가 친남매는 아니지만 사촌지간이야.”“네 아버지가 수련이랑 결혼하고 나서야 수선법문을 얻었지.”“그러고 나서 임씨 가문과 은씨 일가가 손을 잡고 네 아버지 손에 있는 수선법문을 빼앗으려 했지!”“심지어 장백과 곤륜사람들까지 찾아왔어.”진서준의 안색이 갑작스레 변했다.“그럼 우리 아버지가 이미...”“죽지는 않았어. 다만 죽은 것과 다름없지. 신농 사람들에게 끌려가 신농에 갇혀서 영원히 나올 수 없게 됐어.”“해외 사람들도 선법 이야기를 듣고, 네 아버지가 수감되기 전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했었어.”“수련이가 너를 낳고 네 아버지가 너랑 네 어머니가 무슨 일 생길까 봐 나와 상의해서 수련이 보고 이름 바꾸고 경성을 멀리하라고 결정했어!”“솔이 같은 경우에는 부모가 모두 그 재앙에서 숨죽였어. 수련이가 솔이도 데려가면 너희 모자 신분을 더 잘 숨길 수 있을 것 같아서.”임훈은 말을 마친 후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서준, 너도 선법을 수련했지?”“맞아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가르쳐 주셨어요.”“역시나... 너네 진씨 가문이 수백 년 전에 한 선인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아마 네 아버지의 선법도 그분이 가
이 사실을 아는 사람 외에는 진서준이 경성 진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상상도 하지 않는다.어느 가문도 직계를 감옥에 3년이나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천교들에게 있어서 3년이라는 시간은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무인에게는 시간이 곧 생명이다.그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정말 돈만 쓰고 생명도 잃게 되는 것과 같다.다만 진서준이 감옥에서 구창욱을 따라 선법을 3년 동안 수련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진서준도 지금 모든 걸 깨달았다. 어쩐지 진씨 가문의 외척들이 그를 보고 진씨 가문의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했다.“아직은 진씨 가문에 돌아갈 수 없어.”임훈이 말했다.“왜요?”진서준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그는 아직 일면식도 없는 할아버지를 만나 뵙고 싶어했다.이 모든 걸 계획한 사람!“네 아버지가 선법을 얻은 일을 말한 게 바로 진씨 가문에서 전해진 거야.”임훈이 말했다.순간 진서준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진씨 가문에 스파이가 있는 건가요?”진씨 가문에 스파이가 없다면 진서준 아버지가 선법을 얻은 일도 밖으로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진씨 가문 안의 모든 사람이 수선자가 되면 대한민국에 진씨 가문과 맞싸울 수 있는 가문이 몇 개 있을까?“진씨 가문뿐 아니라 임씨 가문에도 있는 걸 우리가 찾아냈어.”임훈이 설명했다.“4대 가문의 전쟁은 끝이 없어.”“그때 네 아버지와 수련이가 결혼했을 때도 은씨 일가와 양씨 가문에서 둘의 결혼식을 방해했었지.”“근데 결국 실패해서 두 가문이 손을 잡고 우리와 맞싸웠어.”경성의 4대 가문은 보기에는 평화로운데 실제로는 사방이 적이다.실제로도 그들 사이에는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국안부가 있음에 더욱 그렇다.“그럼 제 외할아버지는요?”진서준이 물었다.임훈과 임준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두 사람이 말을 하지 않은 걸 보고 진서준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그 내부자가 바로 외할아버지인가요?”“응...”임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도 그가 그런 사람일 줄은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