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1202 챕터

제381화

강성준은 용행 무관에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네 명의 사람들에 의해 가로막혔다.“비켜요!”강성준은 네 사람을 보더니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자신의 앞을 막은, 중간에 있는 짧은 머리 남자를 밀어내려 했다.그러나 아무리 힘을 써도 남자는 절대 밀려나지 않았다.“얼른 비켜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강성준은 얼굴이 빨갛게 됐다. 그는 진서준이 자신을 봤는지 보지 못했는지 알지 못했다.만약 진서준이 그가 몰래 도망친 걸 알게 된다면 큰일이었다.“아버지 단전이 파괴됐는데 그냥 이렇게 도망친다고?”하신우는 억울한 얼굴의 강성준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당신들은 대체 누구예요?”강성준은 서둘러 뒤로 물러나면서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하신우 등 네 명을 바라봤다.강성준은 눈앞의 네 사람과 척진 기억이 없었다.“여기서는 얘기하기가 불편하니 장소를 바꾸자고.”예준섭은 그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려 먼 곳으로 걸어갔다.“만약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우리를 따라 와. 복수하고 싶지 않다면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고.”예준섭 등 네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성준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들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조금 전에 그는 온 힘을 다해 하신우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마치 산처럼 꿈쩍하지 않았다.그렇다는 건 그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의미했다. 심지어 정민식보다 더 강할지 몰랐다.이건 기회였다. 물론 동시에 함정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어느 것이든 한 번 도박해 볼 생각이었다.강성준은 예준섭 등 네 명을 따라서 한 호텔에 도착했다. 룸을 하나 잡은 뒤 예준섭은 강성준에게 말했다.“앉아.”“우리 정체가 궁금하지?”예준섭이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당신들은 대체 누구죠? 난 당신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강성준이 긴장한 얼굴로 예준섭 등을 바라봤다.“우리 일찌감치 만났었더라면 지금쯤 네 무덤에 풀이 삼 미터까지 자랐을 거야.”변정선은 차갑게 웃더니 조롱 가득한 얼굴로 강성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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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저야 당연히 좋죠. 그런데 정말 제가 가입해도 되나요? 전 종사도 아닌데...”“혈운 조직에 가입하면 전문적으로 훈련해 주는 사람이 있어. 네 재능이라면 1, 2년쯤 뒤면 종사가 될 수 있을 거야.”강성준은 당황했다.“1, 2 년 만에 종사가 될 수 있다고요?”그의 사부님인 정민식은 40여 년 동안 수련해서 겨우 종사 경지에 다다랐다.강성준은 정민식의 곁에 6, 7년 동안 배워서야 암경을 수련했다.“종사가 되기는 몹시 어렵지만 우리 혈운 조직에는 전문적인 수련 방법이 있어. 물론 그 전제는 네가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만.”함영식은 느긋하게 말했다.“버틸게요. 아주 위험하다고 해도 꼭 버티겠습니다!”강성준이 곧바로 장담했다.강성준에게 있어 이건 둘도 없는 기회였다.만약 2년 안에 종사가 될 수 있다면 아버지를 위해 복수할 기회가 생긴다.“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 실제 상황을 봐야 하니 말이야.”함영식은 계속해 말했다.“종사는 무도 길에 있어서 시작점에 불과해. 종점이 아니야. 우리 손에 죽은 종사만 해도 두 자릿수가 넘어.”강성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압니다...”혈운 조직은 종사를 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다.홀로 남겨진 종사라면 절대 혈운 조직과 마주치지 못했다.그들과 마주친다면 죽음뿐이었기 때문이다.“혈운 조직에 가입하려면 뭘 바쳐야 하나요?”강성준은 갑자기 그 문제가 떠올랐다.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당시 강옥산은 그를 정민식에게 많은 돈을 썼었다.그러니 혈운 조직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히 공짜는 아닐 것이다.“네 평생을 바쳐야 해. 넌 평생 혈운 조직을 배신할 수 없고, 평생 우리 조직을 위해 움직여야 해.”함영식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조직의 사람으로 살고 죽어서도 조직의 귀신이 되는 거야.”“문제없습니다. 할게요!”강성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다.“하지만 조직에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예준섭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을 죽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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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이 선생님, 이거 200년 된 새박뿌리예요. 이 품질 좀 보세요. 이렇게 좋은 걸 어디서 사겠어요? 60억이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에요. 이 선생님이 부영권 씨 제자만 아니었어도 이 선생님에게 팔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한 중년 남자가 이휘산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진서준은 남자가 200년 된 새박뿌리를 판다고 하자 바로 흥미가 생겼다.유정을 위해 만들 약에 필요한 약재 중 하나가 바로 새박뿌리였기 때문이다.오래된 새박뿌리일수록 약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았다.만약 200년 된 새박뿌리를 쓸 수 있다면, 진서준은 유정이 50세가 되어도 여전히 지금처럼 피부가 매끄럽고 탄력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정 사장님, 정 사장님이 가져온 새박뿌리는 확실히 품질이 좋긴 해요. 하지만 60억은 너무 비싸요. 조금만 깎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살 수가 없어요...”이휘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그에게는 그렇게 많은 돈이 없었다. 돈만 있었으면 분명 이 새박뿌리를 샀을 것이다.“안 돼요. 반드시 60억이어야 해요. 한 푼이라도 깎아줄 수 없어요. 살 생각 없으면 전 이만 가볼게요.”정석호는 그렇게 말하면서 새박뿌리가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떠나려 했다.“정 사장님, 뭐가 그리 급하세요. 이거 제가 살게요. 이거 살 사람 많지 않을 거예요!”100년 넘는 한약재들은 전부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200년 된 새박뿌리는 절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 돈을 구할 수가 없으니 먼저 40억 드리고 나머지 20억은 한 달 안에 드릴게요.”이휘산이 설득하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정석호는 미간을 구기며 다소 불쾌한 듯 말했다.“전 한 번도 그렇게 팔아본 적이 없어요.”“정 사장님, 친구 사귀는 거로 생각해주세요. 앞으로 약재가 필요하다면 제가 제공해 드릴게요!”이휘산이 미안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부영권 씨 제자인 걸 봐서 그렇게 해줄게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절대 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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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이휘산은 오랫동안 의사로 살아왔기에 진귀한 약재들을 많이 봐왔었다.이 새박뿌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 새박뿌리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오래된 약재는 확실히 다 좋은 약재였다. 백 년 이상이면 아주 진귀했고 짙은 영기를 뿜을 수 있었다.그러나 눈앞의 새박뿌리에서는 그 어떤 영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목석처럼 말이다.“우습네요.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고 가짜라고 하는 건가요? 값을 깎고 싶은 거면 솔직히 얘기해요. 왜 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는 거예요? 우리 성약당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요?”정석호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진서준은 성약당이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았다.이휘산은 서둘러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정 사장님, 화내지 마세요. 진서준 씨는 장난친 거예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장난친 거 아닙니다. 이건 확실히 가짜예요. 믿기지 않는다면 검증해 보도록 하죠.”진서준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정석호는 불안해졌다.이 새박뿌리는 확실히 가짜였다. 다른 곳에서 사 온 것인데 진짜와 아주 비슷했다.그러나 지금은 두려운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휘산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게다가 정석호는 진서준 같은 젊은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그래요, 검증해 보죠. 하지만 진짜면 어떡할래요?”정석호는 당당한 척하며 따졌다.“진짜라면 제가 60억 드릴게요. 어때요?”진서준은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30억이라는 말에 정석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좋아요, 당신이 말한 거예요. 진짜면 돈을 줘야 할 거예요.”정석호는 말을 마친 뒤 진서준의 앞에 박스를 놓았다.진서준은 손을 뻗어 새박뿌리를 쥐었다.“뭐 하는 거예요?”정석호는 그 광경에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손을 뻗어 말릴 생각이었지만 이미 늦었다.새박뿌리는 이미 진서준의 손에 들어갔다.진서준은 새박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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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정석호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성약당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이었다.성약당은 화진에서 가장 큰 한의학 조직으로 화진의 모든 한약재 거래를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정석호는 성약당의 판매 책임자 중 한 명이었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었다. 정석호가 200년 된 새박뿌리를 들고 이휘산을 찾아와서 60억이라는 싼 가격에 그것을 팔려고 한 건 분명 문제가 있었다.이휘산은 사실 아까 그 새박뿌리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그가 자세히 보기도 전에 정석호가 말을 걸어서 주의력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건 정석호가 자신에게 가짜를 팔 리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성약당 같은 곳에서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돈을 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정석호는 감히 가짜 약을 몇십억에 팔려고 했다.만약 정석호 뒤에 성약당이 없었더라면 이휘산은 절대 그가 서울을 떠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이거 놔요. 난 성약당 사람이라고요. 나한테 손 대면 안 돼요!”정석호는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분노와 경악으로 물든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정석호는 무인이었다. 비록 암경 수준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반인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그런데 진서준의 주먹 한 바에 그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건 진서준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정석호의 말을 들은 이휘산은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정석호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확실히 당신을 어떻게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난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다시는 당신과 거래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이휘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휘산의 말을 들은 정석호는 대수롭지 않아 했다.성약당에는 고객이 많았고 이휘산의 지인들이 사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돈을 벌 수 있었다.“마음대로 해요!”말을 마친 뒤 정석호는 떠날 준비를 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더니 불쾌한 얼굴로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냥 이렇게 보내려고요?”이 가게가 진서준의 가게였다면 진서준은 절대 쉽게 정석호를 보내주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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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정석호는 무척 화가 났다. 멀쩡히 걷고 있다가 갑자기 넘어지다니.바닥에서 일어나려는데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고, 몸을 지탱할 힘도 없었다.“제기랄, 당신들이 그런 거죠?”정석호는 고개를 돌려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과 이휘산을 바라보았다이휘산은 차갑게 웃었다.“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하지 말아요. 우리 가게에는 CCTV가 있어요. 분명 당신이 갑자기 바닥에 넘어진 거였어요!”“거짓말하지 말아요. 당신들 짓이 분명해요!”정석호는 이휘산의 말을 믿지 않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믿지 않아도 상관없어요.”이휘산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뭐가 필요해서 우리 가게에 온 거예요? 제가 가지러 갈게요.”진서준은 미리 적어두었던 쪽지를 이휘산에게 건넸다.이휘산은 대충 훑어보았다. 처방은 신기해할 것 없었다.그러나 이휘산은 별말 하지 않고 진서준을 위해 약재를 가지러 갔다. 그는 아직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정석호를 무시했다.진서준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정석호를 바라봤다.어춘당 문 앞을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 멈춰 서서 궁금한 얼굴로 정석호를 바라봤다.“저 사람은 누구지? 왜 어춘당 문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거지?”“모르겠어. 그런데 무릎 꿇고 있는 방향이 좀 이상하지 않아? 우리를 향해 있잖아!”“남자는 쉽게 무릎 꿇으면 안 된다는데. 저 사람 40대처럼 보이지 않아?”많은 사람이 구경하자 정석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다들 꺼져요! 뭐 볼 게 있다고 그래요?”그가 욕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그가 욕을 하자 사람들은 떠나지 않고 그가 무릎 꿇고 있는 걸 지켜봤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휴대전화를 꺼내 이 흥미로운 장면을 촬영했다.정석호는 분노가 들끓었다. 그는 진서준이 죽도록 미웠다.비록 진서준이 한 짓이라는 증거는 없었지만 조금 전 가게에는 그들 세 명뿐이었다. 이휘산은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진서준은 달랐다. 그는 무인이었고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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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진서준의 말을 들은 이휘산은 진심으로 진서준에게 고마웠다.그러나 정석호는 진서준의 말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로 말했다.“사과하라고요? 절대 안 할 거예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계속 무릎 꿇고 있어요.”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갑자기 뭔가 떠올렸다.“이 선생님, 은영과 어디서 파는지 알아요?”진서준은 고개를 돌려 이휘산에게 물었다.“은영과요?”이휘산은 미간을 구기면서 말했다.“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안 나네요...”무릎 꿇고 있던 정석호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난 당신이 말한 은영과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정석호를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저 사람은 성약당 사람이니 은영과가 어디 있는지 정말 알지도 몰라요.”이휘산이 진서준에게 말했다.정석호는 이곳저곳 돌아다녔고, 성약당에는 또 비싸고 귀한 약재들이 가득했다.“은영과가 어디 있는지 얘기한다면 일어날 수 있게 해주죠.”진서준은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정석호는 그 말을 듣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일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요? 내가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은 날 평생 이곳에 무릎 꿇게 할 수 없을 텐데요.”정석호는 자신이 길어야 한 시간 정도 무릎 꿇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진서준이 자신을 평생 이곳에 무릎 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진서준은 은영과의 위치를 알고 싶어 했고, 정석호는 진서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한 시간 동안 무릎 꿇릴 생각이었다.“말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으로 만들어주죠. 앞으로 다시는 일어날 생각은 하지 말아요.”진서준의 눈동자에서 한기가 번뜩였다. 아주 소름 돋는 모습이었다.은영과는 허사연이 수련자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달린 문제였기에 반드시 진지하게 대해야 했다.진서준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게 되자 정석호는 소름이 돋았다. 진서준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하지만 이미 조금 전에 그런 말을 했고 이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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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았고 덤덤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정석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은영과가 어디 있는지 진서준에게 알려주는 건 별일 아니었다. 그러나 정석호는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진서준 때문에 그는 많은 사람 앞에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만약 지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하지만 얘기하지 않는다면 진서준이 그에게 정말로 손을 쓸지도 몰랐다.“10, 9, 8, 7...”진서준의 목소리가 마치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정석호는 식은땀 때문에 옷이 전부 젖어버렸다.진서준이 1까지 세고 은침을 들고 자신의 앞을 걸어오자 정석호는 서둘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말할게요, 말할게요. 하지 말아요!”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일찍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요?”정석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일단 날 일어날 수 있게 해줘요. 두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진서준은 정석호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진서준은 그의 팔 위에 손을 올린 뒤 그의 체내로 영기를 흘려보냈다.정석호의 체내로 주입된 영기는 마치 의식이 있는 것처럼 정석호의 두 다리로 향했다.곧 정석호는 자신의 다리가 멀쩡해진 걸 발견하고 바로 일어났다.“말해요. 은영과 어디 있어요?”진서준을 바라보는 정석호의 눈동자에 원망이 스쳐 지나갔다.“강주에 있는 우리 성약당의 밭에 은영과 두 개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한 달 뒤에 경매에 부쳐질 거고 경매 장소는 강주예요.”은영과가 두 개라는 말에 진서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만약 두 개 다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허사연도 수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서라도 따라서 수련할 수 있었다.“성약당에 은영과가 겨우 두 개뿐인가요?”진서준이 또 물었다.“당연하죠. 그건 구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물건이에요. 우리 성약당 대장로께서 우연히 얻은 거죠!”정석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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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고양에서 온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본 조규범은 턱이 빠질 것 같았다.“경천 아저씨!”조규범이 경천 아저씨라고 부른 사람은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몸이 좋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남달랐다.그의 이름은 홍경천으로 고양의 조씨 일가에서 모시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무인이었다.조씨 일가는 내공 수준에서도 최고 수준에 다다른 홍경천 덕분에 오늘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규범아, 어제 네 아버지에게서 얘기를 전해 들었다. 누구한테 맞은 거냐?”홍경천은 자애로운 얼굴로 조규범을 바라보았다.그는 40대지만 아이가 없고 아내도 없었다. 그는 무도에만 신경을 썼다.조씨 일가의 가주에게는 아들이 조규범 한 명뿐이었고, 홍경천도 조규범을 유독 아꼈었다. 한가할 때면 그를 조금 가르쳐주기도 한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에요. 저보다 몇 살 더 많은데 좀 강해요.”조규범은 어젯밤 당했던 일을 생각하자 화가 끓어올랐다.상대방이 젊다는 말에 상대가 안중에도 없던 홍경천은 더더욱 상대를 낮잡아봤다.“그 사람은 어디 있니? 지금 당장 가자.”홍경천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람을 시켜 유인할 수는 있어요.”조규범이 이용할 사람은 허윤진이었다.진서준이 허윤진과 가까운 사이라면, 허윤진을 납치하면 진서준을 유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로 인해 허씨 일가와 척지게 되는 건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허씨 일가는 서울에서나 강할 뿐, 조씨 일가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조규범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전라도에서 온 강백산이었다.강백산은 혼자 온 것이 아니라 강은우의 경호원 황동원과 함께 왔다.저번에 사람을 데리고 가서 배수정을 잡았던 그 경호원 말이다.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강백산은 서현욱에게 연락했다.“서현욱, 나 서울에 도착했어. 그 진서준이라는 자식 어디 있어? 나한테 위치 보내 봐. 지금 당장 찾아갈 거야.”서현욱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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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강백산이 정말로 진서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면, 강백산의 아버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있을 것이다.강백산은 진서준의 주소를 알고는 곧바로 황동원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이때 진서준은 유정 등 사람들을 위해 약을 담고 있었다. 이건 유정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허사연 등 사람들의 몫도 있었다.진서준이 일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별장 문이 열렸다.“이 자식, 네가 진서준이야?”문을 연 사람을 본 뒤 강백산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이 자기보다 겨우 1, 2살 많은 청년임을 본 그는 같잖다는 표정을 했다.서현욱이 이런 놈에게 제압당했다니, 참 기가 막혔다.상대방이 다짜고짜 욕하자 진서준은 곧바로 그의 뺨을 때렸고 강백산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는 눈앞의 청년이 자신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강백산이 누구인가? 고양의 지하 세력의 왕인 강은우의 아들이다.그가 남의 뺨을 때린 적은 있어도 누군가에게 뺨을 맞은 적은 없었다.강백산은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이 자식, 감히 내 뺨을 때려? 오늘 네 얼굴이 불어 터질 때까지 때려줄게!”강백산은 소리를 지르더니 곧바로 황동원에게 말했다“얼른 해치워. 이 자식을 죽여버려. 날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줘야지!”말을 마친 뒤 강백산은 차가운 얼굴로 웃으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진서준이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그러나 5초 동안 기다렸지만 황동원은 가만히 있었다. 그는 조금 궁금해졌다.“황동원, 뭐 하는 거야? 빨리 때리라니까! 안 들려? 때리라고!”강백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런데 진서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뺨을 때려요.”황동원은 강백산을 힐끗 보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도련님!”말을 마친 뒤 강백산의 멍청한 눈빛을 바라보며 황동원은 그의 뺨을 때렸다.강백산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는 자기가 데려온 사람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상대의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황동원, 미쳤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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