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았고 덤덤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정석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은영과가 어디 있는지 진서준에게 알려주는 건 별일 아니었다. 그러나 정석호는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진서준 때문에 그는 많은 사람 앞에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만약 지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하지만 얘기하지 않는다면 진서준이 그에게 정말로 손을 쓸지도 몰랐다.“10, 9, 8, 7...”진서준의 목소리가 마치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정석호는 식은땀 때문에 옷이 전부 젖어버렸다.진서준이 1까지 세고 은침을 들고 자신의 앞을 걸어오자 정석호는 서둘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말할게요, 말할게요. 하지 말아요!”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일찍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요?”정석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일단 날 일어날 수 있게 해줘요. 두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진서준은 정석호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진서준은 그의 팔 위에 손을 올린 뒤 그의 체내로 영기를 흘려보냈다.정석호의 체내로 주입된 영기는 마치 의식이 있는 것처럼 정석호의 두 다리로 향했다.곧 정석호는 자신의 다리가 멀쩡해진 걸 발견하고 바로 일어났다.“말해요. 은영과 어디 있어요?”진서준을 바라보는 정석호의 눈동자에 원망이 스쳐 지나갔다.“강주에 있는 우리 성약당의 밭에 은영과 두 개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한 달 뒤에 경매에 부쳐질 거고 경매 장소는 강주예요.”은영과가 두 개라는 말에 진서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만약 두 개 다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허사연도 수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서라도 따라서 수련할 수 있었다.“성약당에 은영과가 겨우 두 개뿐인가요?”진서준이 또 물었다.“당연하죠. 그건 구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물건이에요. 우리 성약당 대장로께서 우연히 얻은 거죠!”정석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고양에서 온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본 조규범은 턱이 빠질 것 같았다.“경천 아저씨!”조규범이 경천 아저씨라고 부른 사람은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몸이 좋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남달랐다.그의 이름은 홍경천으로 고양의 조씨 일가에서 모시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무인이었다.조씨 일가는 내공 수준에서도 최고 수준에 다다른 홍경천 덕분에 오늘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규범아, 어제 네 아버지에게서 얘기를 전해 들었다. 누구한테 맞은 거냐?”홍경천은 자애로운 얼굴로 조규범을 바라보았다.그는 40대지만 아이가 없고 아내도 없었다. 그는 무도에만 신경을 썼다.조씨 일가의 가주에게는 아들이 조규범 한 명뿐이었고, 홍경천도 조규범을 유독 아꼈었다. 한가할 때면 그를 조금 가르쳐주기도 한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에요. 저보다 몇 살 더 많은데 좀 강해요.”조규범은 어젯밤 당했던 일을 생각하자 화가 끓어올랐다.상대방이 젊다는 말에 상대가 안중에도 없던 홍경천은 더더욱 상대를 낮잡아봤다.“그 사람은 어디 있니? 지금 당장 가자.”홍경천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람을 시켜 유인할 수는 있어요.”조규범이 이용할 사람은 허윤진이었다.진서준이 허윤진과 가까운 사이라면, 허윤진을 납치하면 진서준을 유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로 인해 허씨 일가와 척지게 되는 건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허씨 일가는 서울에서나 강할 뿐, 조씨 일가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조규범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전라도에서 온 강백산이었다.강백산은 혼자 온 것이 아니라 강은우의 경호원 황동원과 함께 왔다.저번에 사람을 데리고 가서 배수정을 잡았던 그 경호원 말이다.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강백산은 서현욱에게 연락했다.“서현욱, 나 서울에 도착했어. 그 진서준이라는 자식 어디 있어? 나한테 위치 보내 봐. 지금 당장 찾아갈 거야.”서현욱이 물었다.
강백산이 정말로 진서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면, 강백산의 아버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있을 것이다.강백산은 진서준의 주소를 알고는 곧바로 황동원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이때 진서준은 유정 등 사람들을 위해 약을 담고 있었다. 이건 유정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허사연 등 사람들의 몫도 있었다.진서준이 일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별장 문이 열렸다.“이 자식, 네가 진서준이야?”문을 연 사람을 본 뒤 강백산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이 자기보다 겨우 1, 2살 많은 청년임을 본 그는 같잖다는 표정을 했다.서현욱이 이런 놈에게 제압당했다니, 참 기가 막혔다.상대방이 다짜고짜 욕하자 진서준은 곧바로 그의 뺨을 때렸고 강백산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는 눈앞의 청년이 자신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강백산이 누구인가? 고양의 지하 세력의 왕인 강은우의 아들이다.그가 남의 뺨을 때린 적은 있어도 누군가에게 뺨을 맞은 적은 없었다.강백산은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이 자식, 감히 내 뺨을 때려? 오늘 네 얼굴이 불어 터질 때까지 때려줄게!”강백산은 소리를 지르더니 곧바로 황동원에게 말했다“얼른 해치워. 이 자식을 죽여버려. 날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줘야지!”말을 마친 뒤 강백산은 차가운 얼굴로 웃으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진서준이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그러나 5초 동안 기다렸지만 황동원은 가만히 있었다. 그는 조금 궁금해졌다.“황동원, 뭐 하는 거야? 빨리 때리라니까! 안 들려? 때리라고!”강백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런데 진서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뺨을 때려요.”황동원은 강백산을 힐끗 보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도련님!”말을 마친 뒤 강백산의 멍청한 눈빛을 바라보며 황동원은 그의 뺨을 때렸다.강백산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는 자기가 데려온 사람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상대의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황동원, 미쳤어? 감
전화가 끊기고 한참이 지나서야 강백산은 정신을 차렸다.강백산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진서준을 낮잡아본 일로 아버지가 이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다.눈앞의 청년이 대체 누구길래?“아버지가 뭐라고 했어? 날 혼내준다고 했어? 아니면 널 혼내준다고 했어?”진서준은 재밌다는 얼굴로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강백산을 바라보았다.진서준도 강백산과 강은우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그는 강은우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 예상했다.저번에 진서준은 강은우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이번에 강백산이 황동원을 데리고 진서준의 집까지 찾아왔는데, 진서준이 강백산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강은우의 체면을 많이 생각해 준 것이었다.“당... 당신 대체 누구야?”강백산은 떨리는 목소리로 진서준에게 물었다. 그의 몸도 떨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얼음 동굴 안에 갇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난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도 날 보면 정중히 고개를 숙여야 해.”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황동원은 그 정도가 아닐 거로 생각했다.이번에 강은우는 아마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진서준에게 사정할 것이다.진서준을 연달아 두 번이나 건드렸으니 강은우는 진서준이 자신에게 손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강은우가 고양시 암흑 세력 중 최강이라고 해도 진서준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서준이 그를 죽이려 한다면, 감히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왜 아직도 서 있어? 얼른 무릎 꿇어. 네 아버지가 도착할 때까지 말이야.”진서준은 강백산을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강백산은 흠칫하더니 곧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 절대 안 꿇을 거야!”강백산은 오냐오냐 자라서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앞에서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지금 그에게 별장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했고 강백산은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황동원은 서둘러 강백산의 바짓
진서준이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한다면 상대는 전혀 반격할 수가 없었다.만약 강백산이 진서준의 말에 따라 이곳에 가만히 무릎 꿇고 있지 않는다면 황동원은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강백산을 죽인다고 해도 강은우는 진서준에게 복수하지 못할 것이다.남주성을 아울러봐도 진서준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뭐? 난 그 자식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강백산이 이를 악물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얼른 날 부축해 줘. 난 계속 이곳에 무릎 꿇은 채로 있고 싶지 않아.”강백산이 황동원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황동원은 감히 그럴 수 없었다. 그는 강백산이 죽임당한다면 그 책임을 짊어질 수가 없었다.이때 별장 문이 열리고 진서준이 제작을 끝낸 약을 들고나왔다.“입 닥치고 가만히 무릎 꿇고 있어. 계속 소리를 질러댄다면 서울을 떠나지 못하게 될 줄 알아.”진서준의 까만 눈동자에서 소름 돋는 한기가 느껴졌다.강백산은 진서준의 눈빛을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눈앞의 청년이 사람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악마처럼 느껴졌다.진서준이 떠나고 나서야 강백산은 조금 전의 두려움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강백산이 더는 소란을 부리지 않자 황동원도 한숨 돌렸다.진서준은 운전해서 먼저 김연아의 회사로 향했다.김연아는 피부가 아주 좋았고 탄력이 넘쳤다. 이 약만 있으면 그녀의 피부는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김연아의 회사 아래 도착한 뒤 진서준은 전화를 꺼내 그녀에게 연락했다.전화가 두 번 울린 뒤 김연아가 전화를 받았다.“진서준 씨, 무슨 일로 저한테 전화한 거예요?”김연아의 말투에서 숨기지 못한 흥분과 신남이 느껴졌다.“피부에 좋은 약을 좀 만들어봤는데 주고 싶어서요. 지금 김연아 씨 회사 아래에 있어요.”진서준이 웃으며 설명했다.“그러면 올라와요. 저 사무실에 있어요.”김연아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휴게실 안, 김연아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진서준이 직접 약을 발라주기를 기다렸다.진서준은 조금 난감했다. 파우더 형태의 약이라 그것을 발라주려면 김연아의 얼굴을 만져야 했기 때문이다.여자의 몸에는 손을 대면 안 되는 곳이 많았다. 연인이 아니라면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김연아의 얼굴 말이다.“진서준 씨, 빨리요. 전 효과를 보고 싶다고요!”김연아는 고개를 돌려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실 김연아는 효과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진서준이 그녀를 위해 파우더를 발라줄 때, 피부가 닿는 걸 원했다.김연아는 진서준을 향한 마음을 더는 감추지 않고 노골적으로 그에게 보여줬다.“그건 좀 아닌 부적절한 것 같은데...”진서준이 망설이며 말했다.“뭐가 부적절해요? 그냥 날 환자라고 생각해요. 내 구궁한증을 치료할 때 내 등도 만졌었잖아요?”진서준이 자신을 치료해 줬던 걸 떠올린 김연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심지어 귀까지 빨갛게 물들었다.“그건 달라요. 그건 단순히 치료였으니까요.”진서준은 말문이 막혔다.당시 김연아를 치료할 때 등에 손을 대기는 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김연아에게 이 파우더를 발라주는 건 굳이 진서준이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싫으면 말아요!”김연아는 일부러 화가 난 척 입을 비죽였다.“알겠어요. 발라줄게요...”진서준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지만 사실 조금 흥분됐다.김연아와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형언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그 기분은 허사연과 있을 때는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진서준은 파우더를 조금 집은 뒤 물 안에 넣고 살살 저었다.곧 파우더는 물에 녹아서 청색의 끈적거리는 액체가 되었다.진서준은 두 손가락으로 액체를 조금 집어 올린 뒤 조심스럽게 김연아의 얼굴에 발라줬다.“어머!”김연아가 살짝 소리를 냈다.“왜 그래요?”진서준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손을 들었다.그는 자신이 만든 약에 자신감이 넘쳤다. 피부가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도
30분 뒤라는 말에 김연아의 눈이 빛났다.“좋아요. 그러면 30분 뒤에 씻어줘요.”김연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왜 씻는 것까지 그에게 맡기는 걸까?하지만 김연아의 아련하고 애절한 눈빛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알겠어요... 내가 씻겨줄게요.”“좋아요!”김연아는 진서준을 데리고 침대 위로 가서 앉았다.“잠깐만 기다려요. 여기 빔 프로젝터가 있는데 같이 영화나 봐요!”김연아는 진서준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빔 프로젝터를 작동시켜서 로맨스 영화를 선택했고 진서준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침대 위에 누웠다.침대 위, 김연아에게서 느껴지는 옅은 향수 냄새에 진서준은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조금 덥네요.”김연아가 갑자기 말했다.“그러면 내가 에어컨 켤게요!”진서준은 일어나서 리모컨을 찾으려고 했다.“괜찮아요. 겉옷을 벗으면 되니까요.”김연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빨개진 얼굴로 자신의 검은색 겉옷을 벗었다.겉옷 안에는 흰색 셔츠와 속옷뿐이었다.김연아는 셔츠의 가장 위쪽 단추를 풀며 흰 피부를 드러냈다.진서준은 김연아의 곁에 누워있었는데 키 차이 때문에 김연아보다 더 위쪽에 누워있었다.그래서 진서준의 각도에서는 김연아의 쇄골과 그 안쪽이 훤히 보였다.김연아는 그러고 난 뒤 다시 진서준의 팔에 팔짱을 끼고 얌전히 영화를 감상했다.이때 진서준은 더는 영화를 볼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묵묵히 애국가를 불렀다....“조규범, 왜 갑자기 나한테 연락한 거야? 내 남자 친구한테 또 맞고 싶어?”집에 있던 허윤진은 갑자기 조규범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몇 번이나 끊었지만 결국 화를 참지 못한 허윤진은 전화를 받고 다짜고짜 욕했다.전화 건너편의 조규범은 허윤진의 말을 듣자 이마에 핏줄이 섰다. 하지만 계획을 위해서는 참아야 했다.“윤진아, 오해야. 이번에 너한테 전화한 건 사과하고 싶어서야.”조규범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과?”허윤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조규범 같은
“신경거리의 여루 카페,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조규범은 허윤진에게 장소를 알려줬다.약속 장소가 카페라고 하자 허윤진은 더욱 겁이 나지 않았다.지금 이 시간이면 카페에 사람이 많을 테니, 조규범이 사람들 있는 곳에서 대놓고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못할 거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그 카페는 어젯밤 조규범이 대관하여 이틀 동안은 다른 고객을 받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카페에는 조규범과 홍경천만 있었다.“어때? 온대?”홍경천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평온하게 물었다.“오고 있대요. 도착하면 이 여자를 이용해서 그 자식을 불러내는 거예요.”조규범이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진서준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지금 조규범은 허윤진을 가지는 것보다 진서준을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게 더욱 중요했다.진서준은 그에게 크나큰 치욕을 안겨줬기 때문이다.진서준을 죽이지 않는다면 조규범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경천 아저씨, 잠시 뒤에 그 자식을 묶어주세요. 제가 직접 그 자식의 살을 한 점 한 점 발라내고 싶어요.”조규범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조규범이 직접 상대의 살을 베어내겠다고 하자 홍경천은 덤덤히 웃었다.이렇게 악랄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정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지금 이 사회에 살인은 물론이고 직접 닭을 죽여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홍경천은 처음 살인했을 때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었다.허윤진은 집에서 나갈 때 특별히 집안 도우미들에게 자신이 어디로 갔냐고 허성태 또는 허사연이 묻는다면 자신과 조규범의 약속 장소를 알려주라고 했다.허윤진은 만일에 대비해 그런 말을 남겼다. 조규범이 정말 미쳐서 이성적이지 못한 짓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허윤진이 카페에 도착했을 때 조규범은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허윤진은 카페에 사람이 없고 조규범 혼자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신경이 쓰였다.“윤진아, 왔어?’허윤진을 본 조규범은 웃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