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거리의 여루 카페,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조규범은 허윤진에게 장소를 알려줬다.약속 장소가 카페라고 하자 허윤진은 더욱 겁이 나지 않았다.지금 이 시간이면 카페에 사람이 많을 테니, 조규범이 사람들 있는 곳에서 대놓고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못할 거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그 카페는 어젯밤 조규범이 대관하여 이틀 동안은 다른 고객을 받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카페에는 조규범과 홍경천만 있었다.“어때? 온대?”홍경천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평온하게 물었다.“오고 있대요. 도착하면 이 여자를 이용해서 그 자식을 불러내는 거예요.”조규범이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진서준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지금 조규범은 허윤진을 가지는 것보다 진서준을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게 더욱 중요했다.진서준은 그에게 크나큰 치욕을 안겨줬기 때문이다.진서준을 죽이지 않는다면 조규범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경천 아저씨, 잠시 뒤에 그 자식을 묶어주세요. 제가 직접 그 자식의 살을 한 점 한 점 발라내고 싶어요.”조규범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조규범이 직접 상대의 살을 베어내겠다고 하자 홍경천은 덤덤히 웃었다.이렇게 악랄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정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지금 이 사회에 살인은 물론이고 직접 닭을 죽여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홍경천은 처음 살인했을 때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었다.허윤진은 집에서 나갈 때 특별히 집안 도우미들에게 자신이 어디로 갔냐고 허성태 또는 허사연이 묻는다면 자신과 조규범의 약속 장소를 알려주라고 했다.허윤진은 만일에 대비해 그런 말을 남겼다. 조규범이 정말 미쳐서 이성적이지 못한 짓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허윤진이 카페에 도착했을 때 조규범은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허윤진은 카페에 사람이 없고 조규범 혼자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신경이 쓰였다.“윤진아, 왔어?’허윤진을 본 조규범은 웃는 얼굴
“뭐하냐고? 내가 뭘 할 것 같아? 넌 지금 같은 상황에도 그 자식이 떠오르나 보지? 내가 그 자식보다 못한 게 뭐야? 전과도 있는 놈이 그렇게 좋아?”조규범은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나서 표정이 마구 일그러졌다.“그 사람을 조사한 거야?”허윤진이 화를 내며 물었다.“난 걔 팬티 색까지 알고 있어!”조규범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조씨 일가는 네 상상보다 훨씬 더 강해. 감옥에 갔던 쓸모없는 놈은 내가 한 손으로도 죽일 수 있다고!”말을 마친 뒤 조규범은 뒤에 앉아 있는 홍경천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홍경천은 허유진의 뒤로 걸어가서 그녀의 목덜미를 쳐 그녀를 기절시켰다.“진서준, 네가 도착하고 나면 난 네 앞에서 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내게 능욕당하는 걸 지켜보게 할 거야!”진서준의 표정을 상상한 조규범은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이내 진서준은 허윤진의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이때 진서준은 김연아와 영화를 보고 있었다. 방 안의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고 김연아는 진서준의 가슴팍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그녀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진서준은 계속 이러다가는 참지 못할 것 같았다.다행히도 이때 전화벨 소리가 울려서 이런 분위기를 깨부쉈다.진서준은 곧바로 전화를 들고 침대에서 내려와 휴게실에서 나갔다.김연아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진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섰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다고? 내가 떠먹여 줘야 해?”밖에서 진서준은 전화를 들고 물었다.“윤진 씨, 왜 그래요?”“진서준, 30분 안에 여류 카페에 도착하지 않으면 넌 영원히 허윤진을 보지 못할 거야!”다음 순간 엄청난 살기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심지어 휴게실 안에 있던 김연아마저 느꼈다.“어떻게 된 일이지?”곧바로 휴게실에서 나온 김연아는 안색이 한없이 어두운 진서준을 보게 되었다.이렇게 무시무시한 진서준의 모습은 처음 본 것이었다.“조규범, 기다리고 있어. 너란 존재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주겠어.”진서준은 이를 악물고
진서준은 강성철과 도진수 두 사람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고, 두 사람도 묻지는 않았다. 그들은 곧바로 모든 부하를 여루 카페로 보냈다.카페 안.강성철, 도진수 두 사람에게 전화한 뒤 진서준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 일을 허사연에게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허윤진은 허사연의 친언니이기 때문에 알 권리가 있었다.“왜 그래요, 서준 씨? 왜 이 시간에 나한테 연락한 거예요? 나랑 데이트하려고요?”허사연이 웃으며 물었다.내일 진서준은 서울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허사연은 진서준이 자신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는 건 줄로 알았다.하지만 허사연은 진서준에게서 놀라운 소식을 들을 줄은 몰랐다.“아뇨. 윤진 씨가 조규범에게 잡혔어요.”진서준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뭐라고요?”허사연은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었다. 옆에 있던 비서마저 허사연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허사연은 조규범의 신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조규범은 조씨 집안 사람이고 신분이 귀한 데다가 허사연을 좋아했었다.하지만 허사연은 조규범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허윤진을 납치할 줄은 몰랐다.“정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우리 허씨 집안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던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죠?”허사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쥔 탓에 손톱이 손바닥 안을 파고들었다.“사연 씨, 일단 진정해요. 제가 지금 윤진 씨를 구하러 가고 있으니까 윤진 씨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진서준이 위로했다.저번에 허사연이 납치당했을 때도 진서준이 그녀를 구해줬었다. 그래서 진서준이 나서준다는 말에 허사연은 마음이 놓였다.하지만 허사연은 진서준이 혹시라도 위험해질까 봐 조금 걱정되었다.“진서준 씨, 꼭 조심해야 해요. 서준 씨가 다친다면 내 마음이 아플 거예요.”허사연이 걱정해 주자 진서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걱정하지 말아요. 조규범 그 자식은 내 안중에도 없으니까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어요.”“네, 믿어요.”전화를 끊은
조규범의 말을 들은 허사연은 발밑에서부터 피어오르는 한기를 느꼈다.그녀는 이렇게 짐승만도 못한 놈을 처음 봤다. 손승호도 조규범보다는 몇 배 나았다.“이 개, 돼지만도 못한 자식, 넌 꼭 벌을 받게 될 거야!”허윤진은 조규범을 향해 욕을 했다.짝!조규범은 허윤진의 뺨을 때렸고, 빨간 손바닥 자국이 허윤진의 뺨에 남았다.“입 닥쳐, 이 천박한 X아! 또 날 욕한다면 여기서 바로 못 볼 꼴을 보게 될 줄 알아!”조규범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허윤진은 감히 조규범을 더 욕할 수 없었다. 정말로 조규범을 화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현재 허윤진은 모든 희망을 진서준에게 걸 수밖에 없었다.여루 카페 입구.진서준은 검은색 마이바흐를 타고 도착했다. 차가 멈춘 뒤 진서준은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렸다.“이 자식, 혼자 올 줄은 몰랐네. 용기가 가상해!”카페에 있던 조규범은 진서준이 혼자 오는 걸 보고 참지 못하고 차갑게 웃었다.그는 진서준이 사람들을 좀 불러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과감히 혼자 올 줄은 몰랐다.홍경천은 내력 경지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기에 종사가 아니라면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그래서 진서준이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었다.가장 중요한 건 조규범에게 또 다른 패가 있다는 점이었다.그에게는 검은색 권총이 숨겨져 있었다.권총은 그가 집에서 나올 때 몰래 챙겨서 나온 것이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또 친구들이랑 밥을 먹을 때 자랑하는 용도로 쓰기 위해서 말이다.“진서준 씨, 빨리 와요!”진서준이 정말로 와주자 허윤진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지금 진서준은 그녀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했다.허윤진은 자신이 조규범에게 죽을 때까지 시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진서준이 자신 때문에 다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이 천박한 X! 입 닥쳐!”조규범은 허윤진의 목소리를 듣더니 화가 나서 발을 굴렀다.카페 입구에 서 있던 진서준은 허윤진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있는 걸 보자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
허윤진은 진서준과 함께 했던 시간을, 그와의 추억들을 떠올렸다.허윤진은 처음에 진서준을 무척 혐오했지만 그가 손승호의 손에서 자신을 구해줬을 때는 그에게 감격했다. 그리고 지금 진서준은 그녀에게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다.이러한 끊임없는 변화는 허윤진이 진서준에게 아주 깊은 감정을 품었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허윤진은 그걸 직면하기가 힘들었다.“입 닥쳐, 천박한 X아! 저 자식 때문에 경천 아저씨가 화가 나셨잖아. 아저씨는 저 자식을 바로 죽이지는 않을 거야. 내가 그랬잖아. 저 자식 앞에서 널 가지고 놀 거라고!”조규범은 사악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앞으로의 광경이 떠올랐다.곧 허윤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조규범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두 손이 떨렸다.이때 홍경천이 뻗은 주먹은 진서준의 앞에 도착했다. 카페 안에서 공기가 찢기는 아주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리였다.홍경천이 분노를 담아 휘두른 주먹은 그 힘이 엄청났다. 벽마저도 그의 주먹에 무너져 내릴 정도였다.그러나 다음 순간 홍경천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진서준이 손바닥을 뻗자 옅은 파란색 기체가 진서준의 손바닥에 나타났다.“저건 강기? 그럴 리가!”홍경천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홍경천은 믿을 수가 없었다. 눈앞의 그보다 젊은 청년이 종사일 줄은.수련한 지 30년이 넘는 중년 남성인 그조차도 종사가 되지 못했는데 말이다.“이건 강기가 아니야.”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멸시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이건 영기라서 강기와는 전혀 달랐다.말하는 사이, 홍경천의 주먹과 진서준의 손바닥이 부딪혔다.쿵...귀청을 째는 듯한 소리가 카페 안에서 울려 퍼졌다. 동시에 진서준과 홍경천을 중심으로 무시무시한 힘이 폭발했다.그 힘은 마치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카페 안의 의자들과 테이블 위 컵들이 무시무시한 힘 때문에 순식간에 부서졌다. 같은 시각, 홍경천 또한 줄 끊어진 연처럼 진서준에게 맞아 십여 미터 날아가서
하지만 조규범도 알고 있었다. 지금은 공포에 떨 때가 아니었다. 지금 그의 손에는 권총과 인질이 있었기에 진서준은 절대 그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진서준, 넌 오늘 틀림없이 죽을 거야. 내가 허윤진 이 X을 얻지 못하더라도 넌 반드시 죽일 거야!”조규범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진서준을 향한 그의 증오가 극에 달했다.“날 죽일 거라고? 네가 들고 있는 그딴 장난감으로?”진서준은 조규범이 들고 있는 총을 보더니 같잖다는 듯이 차갑게 웃었다.도진수도 권총으로 진서준을 상대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발사했던 모든 총알이 진서준에게 가로막혔다.지그 진서준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강했다. 조규범이 들고 있는 것이 권총이 아니라 자동 소총이라고 해도 진서준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장난감? 이건 진짜 총이야!”조규범은 진서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진서준이 그의 총을 장난감 총이라고 오해한 줄로 알았다.조규범은 그렇게 말하면서 총구로 진서준을 겨눴다.“진서준 씨, 빨리 피해요!”허윤진이 크게 소리 질렀다. 그녀는 진서준을 대신해 총을 맞고 싶었다.허윤진이 절망적인 시선 아래, 조규범은 진서준을 향해 총을 쐈다.탕...총소리가 나는 동시에 총알이 빠르게 진서준을 향해 날아들었다총소리는 마치 고요한 검은 밤에 울려 퍼진 천둥소리처럼 아주 또렷했다.조규범은 피가 뿜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진서준은 멀쩡한 상태로 덤덤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조규범은 자신이 그를 맞추지 못한 줄로 알고 또 두 발 쐈다.탕탕...두 발 더 쐈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심지어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진서준이 총에 맞지 않은 것 같자 조규범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가 총을 너무 못 쏜 탓인 걸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명중하지 못하다니.“젠장, 내가 못 맞출 리가 없어!”조규범은 화를 내며 욕을 하더니 다시 진서준을 향해 총을 몇 발 더 쐈다. 그렇게 그는 총알을 전부 쐈다.그러
진서준이 자신을 그저 처제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허윤진은 불만스러웠다.“잠깐 밖에서 기다려요. 난 일단 이 쓰레기부터 처리해야겠어요.”허윤진이 더는 울지 않자 진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시만요, 진서준 씨. 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요. 이 사람은 전라도 조씨 이락 사람이에요. 이 사람을 죽이면 성가신 문제가 생길 거예요.”허윤진은 비록 바보 같은 일을 할 때가 많았지만 그녀도 어떤 이들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눈앞의 조규범이 그랬다.조규범은 전라도 조씨 일가 가주의 유일한 아들로서 진서준이 그를 죽인다면 조씨 일가는 분명 복수하려 들 것이다.조씨 일가는 전라도 3대 세가 중 하나라서 실력이 아주 강했고 허씨 일가는 그들을 건드릴 수 없었다.“하하하, 진서준, 들었지? 넌 날 죽일 수 없어. 날 죽인다면 허씨 일가 사람들 모두 죽게 될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조규범은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건방지게 웃었다.그는 진서준이 이성을 잃고 자신까지 죽일까 봐 걱정되었다.그러나 허윤진이 그런 말을 해주자 조규범은 순간 안도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잠깐 고민했다.그는 비록 조씨 일가가 두렵지는 않았지만 허씨 일가는 조씨 일가의 상대가 되지 않았고 그는 당장 내일이면 서울을 떠나야 했다.만약 지금 조규범을 죽인다면, 진서준이 떠난 뒤 조씨 일가는 틀림없이 진서준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복수할 것이다.황보식과 허씨 일가, 서정훈으로는 가족과 친구들을 지킬 수 없었다.진서준이 가만히 있자 조규범은 더욱 거만해졌다. 그는 같잖다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그가 진서준의 곁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진서준이 갑자기 움직였다.“지금 당장은 죽일 수 없지만 적어도 네 다리는 부러뜨릴 수 있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준은 빠르게 발을 움직였고, 조규범의 두 다리는 마치 젓가락처럼 진서준에게 걷어차여서 부러졌다.“아!”엄청난 통증이 다리에서 전해지자 조규범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서 끊
“고마워요, 서준 씨. 절 또 한 번 구해주셨네요.”허윤진이 낮은 목소리로 가사 인사를 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덤덤히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윤진 씨는 사연 씨 여동생이니 앞으로 내 여동생이자 내 가족인데요. 난 절대 내 가족이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허윤진은 진서준의 가족이 되고 싶었지만 그의 여동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오늘 일을 겪은 뒤 허윤진은 그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내려요. 사연 씨 아마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차에서 내릴 때 자신이 만든 파우더형 팩을 꺼냈다.“이건 뭐예요?”허윤진은 진서준이 들고 있는 걸 보고 물었다.“좋은 거예요. 여자들이 아주 좋아하는 거죠. 피부에 좋은 거예요.”진서준이 설명했다.피부에 좋다는 말에 허윤진의 두 눈이 빛났다.여자라면 다들 자신의 피부 관리에 힘을 썼다. 특히 20대 여자들은 더욱이 자신의 용모와 피부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일단 들어가요. 안으로 들어간 뒤에 어떻게 쓰는지 알려줄게요.”두 사람은 별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허사연은 초조한 마음으로 진서준과 허윤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이 돌아온 걸 보자 허사연은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가더니 허윤진을 와락 끌어안았다.“윤진아, 괜찮아?”허사연은 혹시나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허윤진을 자세히 살폈다.허윤진의 얼굴에는 여전히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허사연은 화가 치밀어올랐다.“조규범 그 빌어먹을 새끼가 때린 거지?”허사연이 분노하며 말했다.“응.”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빌어먹을 놈은요?”허사연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죽일 생각이었는데 윤진 씨가 죽이면 안 된다고, 죽이면 일이 괜찮게 된다고 하더라고요.”진서준은 한숨을 쉬었다.“대신 두 다리를 분질러서 혼쭐내줬어요.”진서준이 조규범을 죽이지는 않았다고 하자 허사연도 안도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조규범을 죽였을까 봐 은근히 걱정되었다.비록 조규범이 짐승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