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461 - Chapter 470
596 Chapters
제461화
유지훈도 밖에 서서 호화로운 호송 행렬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진주 국제 유치원에서 자신보다 더 많은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경호원이 차 문을 열고 박예찬이 내려오자 유지훈은 물론 다른 아이들도 충격을 받았다.박예찬의 아버지를 본 적 없는 아이들은 그가 박예찬의 아버지라고 생각했다.“박예찬, 차 부르는 데 얼마나 썼어?” 유지훈은 믿지 못하며 거만하게 물었고 옆에서 조동민은 하품을 했다.“너 아직 모르지? 예찬이 우리 이모 따라 김씨 가문으로 가서 김씨 가문의 첫 증손자가 될 예정이야.”사실 박예찬은 김훈에게 자신이 증손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김훈은 김인우와 마찬가지로 나사 하나가 빠졌는지 그를 김씨 가문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며 며칠 뒤엔 성까지 바꾸러 데려가겠다고 말했다.심지어 김훈은 그들의 관계를 세상에 알리는 보도자료까지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박예찬이 겨우 어르신을 설득해 기사 내는 걸 말렸다.인자한 노인을 속이고 싶지 않았던 아이는 나중에 꼭 해명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안 되면 친자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그리하여 조씨 가문 사람들과 김씨 가문과 가까운 일부 사람들만 김예찬이 김훈의 증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김씨 가문의 증손자라고?”유지훈은 믿을 수 없었다.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참지 못하고 예찬에게 속삭였다.“예찬아, 김훈 할아버지 정말 네 증조할아버지야?”유지훈은 예전에 유명훈이 김씨 가문에 자랑하러 자주 데려갔기 때문에 김훈을 잘 알고 있었다.“지난번 유씨 가문에서 약혼식 할 때 나도 따라갔던 거 잊었어?”박예찬은 대답 대신 이렇게 되물었고 유지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남우 삼촌과 윤소현이 약혼식을 할 때 박예찬이 실제로 와서 김훈 할아버지 옆에 섰던 것을 떠올렸다.“나한테도 안 알려주고, 나빴어.”유지훈은 유난히 창피함을 느꼈다. 김씨 가문도 유씨 가문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큰 가문인데 과거 그는 박예찬 앞에서 온갖 자랑을 다 해댔던 탓에 지금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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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한수민은 의아해하며 서류를 들고 열어보니 변호사가 보낸 고지서였다.거기에는 박형식이 죽기 전에 모든 재산을 박민정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박민정은 이제 한수민과 박민호에게 바움의 모든 재산을 자신에게 돌려주길 원했다.한수민이 박형식과 결혼할 때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박정권은 바움 그룹의 모든 수익은 박형식이 소유하고 한수민과는 무관하다는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다.하여 박민정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이 망할 년이 감히 나를 고소했어!”윤소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엄마,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빠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윤소현은 그동안 윤석후가 한수민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 주었다.하지만 속으로는 한수민을 진심으로 경멸했고, 아예 친엄마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알아, 내가 처리할게.”박민정이 소송에서 승소하면 그녀는 윤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박민호는 소파 한쪽에 앉아 다리를 꼬고 사탕을 먹으며 조용히 듣고 있었다.나약하고 무능한 누나가 감히 엄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보아하니 박민정이 정말 변한 것 같았고 그는 바움의 재건을 기대하고 있었다.“엄마, 나 잠깐 나갔다 올게.”박민호는 그렇게 말한 후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러 나갔다.통화가 연결되고 그가 칭찬하며 이렇게 말했다.“누나, 우리 손 잡자. 내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줄게. 그리고 누나가 돈을 돌려받으면 내가 대표하면 되지.”박민정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을 줄은 몰랐다.“지난번에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어? 넌 바움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어. 일거리가 필요하면 청소부 일자리나 마련해 줄게.”전화기 너머로 박민정의 차가운 목소리가 박민호의 귓가에 들려왔고 그 목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김인우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박민정의 뺨을 때려주고 싶었다.“고작 여자가 무슨 바움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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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이 말을 들은 은정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민정을 안은 채 등을 살살 토닥거렸다.박민정은 마음의 상처를 꾹 참았다.“알고 보니 저와 아빠를 계속 속이고 있었어요.”과거 박민정은 자신을 낳느라 엄마가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고 아버지도 자주 말씀하셨다.“네 엄마는 젊었을 때 무대 위에서 유난히 예쁘고 성격도 부드러워서 모든 남자들이 결혼하고 싶어 하던 여자였는데 내가 발목을 잡았네.”아버지는 죽는 것마저 한수민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여자는 처음부터 아빠를 배신했던 것이다.은정숙 역시 한수민이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다. 역시 세상은 악한 사람이 꼭 벌을 받는 건 아닌 것 같았다.“민정아, 그런 사람은 슬퍼할 가치도 없어.”“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저 여자가 친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박민정은 오래전 친자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갔고 그녀는 한수민의 딸이 맞았다.그런데 왜 똑같은 딸인데도 한수민은 자신에게 그토록 잔혹하게 대했을까.아마도 평생 답을 얻지 못할 의문이겠지.박민정은 사람을 시켜 한수민의 과거를 계속 조사했고, 이제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을 되찾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어느 틈엔가 박윤우가 문 앞에 찾아왔다.“엄마, 할머니, 왜 그러세요?”박민정은 서둘러 은정숙의 품에서 벗어나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며 말했다.“괜찮아, 할머니랑 얘기 중이었어.”“아.” 박윤우는 모른 척했다.“그럼 아래층에 내려가서 얘기하는 게 어때요? 손님이 왔어요.”손님?이 시간에 누가?박민정은 의아했다.“누구?”“아저씨랑 똑같은 사람이요.”유남준이랑 똑같다면 유남우?박민정은 은정숙이 눕는 걸 도와준 뒤 박윤우에게 자신이 내려갈 테니 위층에 있으라고 했다.거실에서 유남우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앉아 있었다.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의 다소곳한 모습이 부드러운 눈동자에 비쳤다.“민정아.”박윤우가 보이지 않자 유남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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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유남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바깥 문이 열리고 유남준이 문 앞에 나타났다.“뭘 숨겨?”그는 유남우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바라보는 유남우의 눈가에 냉기가 스쳤다.“형, 왔어? 조금 전에 형은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하는 건지 형수님께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유남준의 이마가 살짝 찡그려졌다.“할 말 있으면 밖으로 나와서 해.”그제야 유남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을 슬쩍 바라본 뒤 유남준을 따라 나갔다.마당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똑같이 생긴 두 남자가 함께 서 있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대체 뭐 하자는 거야?”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이 자리에 없자 유남우도 연기를 그만두고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말하지 않았어? 내 것을 되찾겠다고. 형, 어렸을 때부터 형은 항상 좋은 건 다 가져갔어. 이제 민정이까지 빼앗으려는 건 불공평하지 않아?”유남준은 가볍게 웃으며 조롱했다.“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너 자신이 한 짓을 생각해 보지 그래?”유남우는 자신이 그의 이름을 사칭했다는 걸 언급한다는 걸 알고 주저 없이 맞받아쳤다.“그러는 형도 지금 눈 안 보이는 거 다 자업자득이야.”두 사람의 칼끝이 서로를 겨냥한 찰나 유남우의 전화벨이 울렸다.그는 발신자가 윤소현이라는 걸 확인하고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차에 앉은 그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남우 씨, 지금 어디 있어요? 사무실에 찾으러 왔는데 안 보여서요.”유남우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는 윤소현은 예전에 화려했던 옷차림과 달리 꽁꽁 싸맨 채 눈은 다소 겁에 질려 있었다.옆에 있던 비서 홍주영도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 조금 의아했다.“무슨 일 있어?” 유남우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나...” 윤소현은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유남우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찾아온 것이었다.“별일 없으면 전화하지 마.”유남우는 전화를 끊고 짜증스러운 어투로 기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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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이제 박민호는 당연히 윤석후 윤소현 부녀의 헛소리를 믿지 않았다.“아니, 용돈만 좀 주면 돼, 누나.” 박민호가 웃으며 말했다.“그게 뭐 대수라고.”윤소현은 눈을 흘겼다. 아무리 아빠가 다른 동생이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무능한 동생이 있을 수 있는지.그녀는 차를 타고 떠나는 길에 박민정을 어떻게 혼낼지 고민하면서 비서에게 물었다.“박민정은 직업이 뭐예요?”앞서 그녀는 비서에게 박민정을 조사하게 했다.“에스토니아에 작은 스튜디오가 있는데 겨우 생계를 꾸려가고 있어요.”비서가 답했다.작은 스튜디오?“그 스튜디오에 손 좀 써요. 운영하지 못하게 해야겠어요.”윤씨 가문의 현재 힘으로 외국 스튜디오 하나 처리하는 것 정도는 쉬웠다.다만 윤소현이 조사한 정보들은 모두 박민정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들이고, 이전에 국내에서 자신을 히트시킨 곡들이 모두 박민정이 만든 곡이라는 사실을 윤소현은 몰랐다.윤석후가 돈이 있다고 해도 박민정의 회사 문을 닫게 할 방법은 없었다.“알겠습니다.”윤소현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사람 몇 명 불러서 신림으로 따라와요.”박민정이 모욕을 당하고도 순결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유남우도 결국 그녀의 순수함 때문에 좋아하는 거잖아?...한편 신림현, 집의 거실.유남준은 반듯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맞은편에 있던 박민정이 그에게 물었다.“갚을 돈 많다면서 차용증은 어디 있어요?”유남준은 유남우가 왔을 때 분명 무슨 말을 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서다희한테 있어. 보고 싶으면 서다희한테 전화해서 가져오라고 할게.”“유남우 씨는 당신이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고,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하던데요.”박민정은 덧붙였다.박민정은 빠르게 얘기를 끝내고 싶었다. 그가 또 자신을 속인 거라면 더 이상 함께 지내고 싶지 않았고 유남준도 이를 알고 있었다.“내가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었으면 서다희랑 내가 왜 회사에서 쫓겨났겠어? 민정아, 내 동생 겉으로는 다정해 보여도 속은 알 수 없는 애야. 전에 얘기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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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박민정은 그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유남우가 또 뭐라고 했어?” 하지만 유남준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맞춰봐요.” 박민정은 일부러 놀려댔다.유남준은 몸을 숙여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귀에 대고 천천히 속삭였다.“무슨 말을 하던 날 믿어줘야 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신 널 해치지 않을 거야.”박민정은 의아했다. 다시는?“엄마, 아저씨.”위층에서 박윤우가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잠시 한눈을 판 사이 쓰레기 아빠가 또 엄마를 건드리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윤우의 목소리를 듣고 당황한 나머지 유남준을 밀쳐냈다.그녀의 뺨은 불이 붙은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또다시 방해를 받은 유남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박윤우는 내려와 박민정 앞에 다가갔다.“엄마, 나도 안아줘요.”“그래.”박민정이 아이를 안아주자 박윤우는 유남준을 향해 메롱 했지만 아쉽게도 유남준은 박윤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아저씨, 포옹을 원하면 아저씨 엄마한테 가세요.”그 말에 박민정도 웃음이 났고 유남준은 망설임 없이 대꾸했다.“엄마 말고 아내도 안을 수 있다는 거 몰라?”이 말을 들은 박민정이 조용히 그의 손을 꼬집었다.박윤우는 쓰레기 아빠를 몇 번이나 깨물어버리고 싶었다. 뻔뻔하게 나와 엄마를 빼앗으려 하다니.“엄마, 나 오늘 밤에도 나랑 같이 자요, 네?”박민정이 거절할 리가 없었다.“그래.”유남준은 짜증이 났다. 어쩐지 어젯밤 박민정의 방으로 가도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이대로 가면 줄곧 박민정을 안을 수 없지 않나.“네가 무슨 세 살짜리 어린애야,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자게?”박예찬이었다면 분명 부끄러워서 박민정과 함께 자지 않겠지만 윤우는 달랐다. 그는 박민정의 팔을 꼭 껴안았다.“난 백 살이 되어도 엄마 아들이니까 엄마랑 잘 거예요. 아저씨 엄마는 어디 있어요? 엄마한테 버림받고 우리 엄마를 귀찮게 하는 거예요?”유남준은 어이가 없었고 박민정은 즐거워하며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아저씨는 어른이니까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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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저녁, 박윤우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박민정이 잠이 든 뒤, 그는 박민정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중얼거렸다.“엄마, 난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정말 엄마를 사랑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만약 계속 거짓말하면 죽여버릴 거예요.”박민정은 박윤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알았더라면 진작 아이를 올바르게 교육했을 것이다.박윤우는 다시 뼈가 조금 아팠는지 살며시 일어나 박민정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잠이 들었다....어느덧 설날이 다가오고, 박민정은 집안일을 마치고 두 아이와 은정숙이 입을 옷과 신발을 준비했다.윤우와 은정숙은 오래 쇼핑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좋지 않아 박민정은 치수를 재고 다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했다.유남준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내가 같이 갈까?”“앞이 안 보여서 불편하잖아요. 정민기 씨한테 연락해서 운전도 하고 물건도 들어달라고 했어요.”박민정이 말했다.정민기는 이제 그녀의 전속 보디가드가 되어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녀를 따라다녔다.유남준은 앞은 볼 수 없었지만 기억이 돌아왔기에 나쁘지 않은 정민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감히 내색하지 않았다.“그럼 지금 가려고?”유남준이 다시 물었다.“네, 그렇죠.”박민정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왜요?”“이따 서다희한테 내 치수 보내라고 할게.”유남준은 뻔뻔하게 말했다.이 말은 박민정에게 옷을 사달라는 뜻이었다.사실 그가 치수를 알려주지 않아도 박민정은 기억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아직 결혼하지 않았을 때, 박민정은 몰래 그의 키와 체형을 측정해 옷을 잔뜩 사준 적이 있었다.그의 생일 말고도 여러 가지를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만 하면 무의식적으로 그에 대한 모든 정보가 떠올랐다.하지만 당시 그녀가 아무리 잘해줬어도 유남준은 개의치 않았고 그녀가 사준 옷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불태워졌다.박민정이 침묵하자 유남준이 다시 말을 꺼냈다.“나 앞이 안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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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신림 쇼핑몰에 도착한 박민정이 쇼핑을 하러 차에서 내리는데 정민기가 뒤따라오다가 갑자기 멈췄다.“누군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습니다.”박민정이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유남준 씨가 보낸 경호원인가요?”그리 먼 곳도 아니었고 박민정은 사람들이 많이 따라오는 것을 싫어했기에 그들이 올 가능성은 작았다.“아니요, 모르는 얼굴들입니다. 일단 쇼핑부터 하죠.”“그래요.”박민정은 정민기에게 항상 편안함을 느꼈다. 연지석은 평범한 사람 스무 명도 정민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민기는 죽은 시체 더미 속에서 살아서 기어 나온 사람이었다.쇼핑몰 안에서 가족들의 옷을 고르던 박민정은 두 아이와 은정숙의 옷은 잘 골랐지만, 유남준의 옷에 대해서는 조금 망설였다. 과거 유남준이 입었던 옷은 고가의 맞춤옷이었고 온통 무채색에 전혀 화사하지 않았다. 그 생각에 박민정은 유남준을 위해 특별히 밝은 색상의 비싸지 않은 옷을 골라주었다. “정민기 씨도 몇 벌 입어보지 않을래요?”입구에 서 있던 정민기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는 잠시 당황하다가 곧바로 거절했다.“괜찮습니다. 고마워요.”박민정은 생각에 잠겼다. 전에 정민기가 고향 집에 약혼녀와의 결혼을 취소하러 간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제 여자 친구가 생겨서 자신이 옷을 사주는 게 불편한 걸까?박민정은 서둘러 해명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직접 고르시고 저는 고용인으로서 돈만 내는 겁니다. 여자 친구가 알아도 화내지 않을 거예요.”여자로서 여자 친구나 아내가 있는 남자에게 옷을 사주는 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박민기의 차갑고 무뚝뚝한 얼굴에 묘한 표정이 교차했다.“여자 친구 없습니다. 월급만 있으면 되니까 거절한 겁니다.”약혼녀와 결혼을 취소한 이유는 정해진 결혼이라 사랑도 없거니와 약혼녀의 배신 때문이었다.박민정은 더욱 당황스러워졌다.“알았어요.”정민기는 상사가 주는 혜택도 거부하는 참된 경호원이었다.그녀는 이번 달 정산이 끝나면 정민기에게 월급을 몇 배로 올려줄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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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정민기는 정보를 알아낸 뒤 경찰에 신고해 그들을 보냈다.이윽고 그는 차에 올라타 박민정에게 알렸다.“누군가 시킨 것 같은데 돌아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그래요.”박민정 역시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한편 윤소현은 쇼핑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차에 남아 박민정의 초라한 몰골을 기다리던 중 비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박민정이 아주 유능한 경호원을 옆에 두고 있어 우리 쪽 사람들을 쓰러뜨려서 경찰서로 보냈어요.”“경호원 혼자서 우리 쪽 사람들을 전부 때렸다고?”윤소현은 믿을 수 없었다.“네.”윤소현은 화를 내며 전화기를 꽉 움켜쥐었다.“그 여자는 운도 좋아. 그쪽은 뭐 하느라 그런 쓸데없는 놈들을 데려왔어요?”비서는 감히 대답하지 못했고 윤소현은 다시 물었다. “그 여자 작업실 처리하라는 건 어떻게 됐어요?”“아, 아직 스튜디오를 못 찾았습니다.” 비서는 감히 윤소현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윤소현은 전화를 집어 들어 그녀를 향해 내리쳤다.“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비서는 머리가 찢어져 피가 새어 나왔다.윤소현이 더 욕하려던 찰나 문득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쪽을 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바로 똑바로 앉았다.“빨리 차에 타서 출발하기나 해요.”그녀는 한층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조심 좀 하지. 내가 휴대폰 놓쳐서 하필 그쪽을 때렸네요. 나중에 돌아가서 의사 선생님께 치료해달라고 해요.”윤소현은 겉으로는 고고한 백조처럼 행동하면서 제법 너른 아량을 베푸는 척하고 있었다.“알겠습니다.”비서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줄곧 고개를 숙인 채 들지를 못했다.윤소현은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박민정이 진주에 없다는 것이다. 양쪽으로 뛰는 박민정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윤소현은 밤이 되어서야 윤씨 저택에 돌아왔고 한수민은 일찍부터 그녀를 기다렸다.“소현아, 왔구나. 오늘 어디 갔었어?”“신림현, 왜?”윤소현은 가방을 옆으로 던져놓고 소파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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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애초에 은정숙의 말을 잘 들었던 박민정은 심지어 지금 은정숙이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일어나서 유남준을 방으로 데려가 옷을 입어보도록 도와주었다.박민정이 유남준을 위해 사준 옷은 대부분 캐주얼한 옷이라 입기 편했다.“옷 벗어요.”박민정은 이렇게 말한 후 새로 산 옷들을 모두 꺼내서 옆에 정리했다.준비를 마치고 유남준에게 가져다주려고 돌아서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리며 동공이 커졌다.“왜, 왜 옷을 다, 다 벗었어요?”그런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완벽한 비율의 몸매에 탄탄한 근육, 에잇팩 복근까지, 그리고…박민정은 당황한 나머지 얼굴에 불이 붙은 것 같은 느낌에 시선을 피했다.비록 예찬이와 윤우를 낳고 유남준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지만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횟수는 많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유남준의 핏줄을 위해 능숙한 척 행동했지만 정작 본론으로 들어갔을 땐 유남준이 적극적으로 리드했다.유남준은 항상 자신의 몸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잘생긴 얼굴에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안에 입을 옷도 있지 않아?”박민정은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내가 속옷 사준 것도 아니잖아요. 얼, 얼른 속옷 입어요.”그런데 유남준은 이렇게 말했다.“너무 급하게 벗어서 어디에 뒀는지 깜빡했는데 좀 찾아줄 수 있어?”박민정은 그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지만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그가 옷을 놓아둔 곳을 찾으러 갔다.하지만 속옷을 찾기도 전에 유남준이 뒤로 다가왔고 박민정의 몸이 굳어버렸다.그 순간 유남준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박민정은 그의 물건이 닿는 것을 느끼며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뭐 하는 거예요?”유남준은 곧바로 한발 물러섰다.“네가 못 찾는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찾으려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말을 하던 그는 목에 불이 붙은 것 같았고 귓불이 뜨거웠다.박민정은 재빨리 옷을 뒤지다가 겨우 옷을 찾아 그에게 건넸다.“빨리 입어요!”유남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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