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481 - Chapter 490
604 Chapters
제481화
그한테 일이 생기기 전에 박민정은 몰래 떠났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대놓고 떠나겠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아 능력이 없고 만만하다고 생각하여, 더는 그녀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잡아둘 실력도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박민정은 그의 반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꺼풀을 살짝 내리며 말했다.“우리 전에 이미 다 얘기가 된 거 아니었어요? 남준 씨도 저랑 이혼하기랑 약속했고, 더 이상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그녀를 잡은 유남준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순간 박민정은 손이 너무 아파 숨을 들이쉬며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유남준은 곧바로 손의 힘을 풀며 서늘하게 말했다.“난 동의 못 해.”“제가 적당한 선에서 보상할게요. 빚진 것도 일부 갚아줄 수 있어요. 교통사고에 대한 보상인 셈 치자고요.”사고가 날 때 유남준이 자신을 감싸며 다치지 않도록 해주었기에 박민정은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주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그 말을 듣는 유남준은 처음으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누가 그런 보상 해달래?!”그의 목소리 톤이 저도 몰래 높아지며, 하마터면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할 뻔하였다.“그럼 뭘 원해요? 말만 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다... 읍...”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채 듣기도 전에 키스로 입을 막아버렸다.박민정은 경악한 눈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애썼지만 남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오늘 먼저 떠난 뒤에 그녀한테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경호원을 몰래 붙인 유남준은 유남우가 묘소에 와서 그녀와 만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의 점점 깊고 거칠어지는 키스에 박민정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어 그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고, 그제야 입술이 살짝 떨어지자 숨을 가쁘게 들이쉬었다.“널 갖고 싶어.”유남준의 밭은 숨소리가 섞인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그의 말에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그녀를 들쳐 안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원래 몸이 약하고 요새 피곤하기까지 한 박민정은 그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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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진주시.한수민의 상해치사 사건은 온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논란이 잠재울 수 없을 만큼 커져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일시적으로 풀려나긴 힘들게 되었다.그녀는 처음으로 공포를 맛보았다.진주시에 돌아온 박민정은 구치소에 그녀를 만나러 갔다.잘 나가던 사모님의 화려한 겉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만 남은 한수민은 박민정을 보자 다짜고짜 물었다.“그 가정부는 어디 갔어?”“죽었어요. 당신이 해쳐서.”아무리 은정숙이 한수민은 억울하다고 했어도 박민정은 그녀가 아주 미웠다. 이제 가슴속에 일말의 모녀의 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은정숙이 참으로 어렵사리 그녀를 감옥에 보낸 만큼, 박민정 역시 이대로 풀려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야, 그 여자가 날 모함한 거야. 내가 죽인 거 아니라고!”“누가 목숨을 대가로 당신을 모함해요?”차갑기만 한 박민정의 눈동자를 보며 한수민은 그녀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알고, 답답하고 분한 마음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왜 갑자기 그런 미친 짓을 하는지! 나야말로 묻고 싶어, 왜 죽을 각오로 날 해치려 드는지!”한수민의 말에 박민정의 마음은 더 씁쓸해졌다.이 세상에 오로지 남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목숨을 내놓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키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박민정은 일어서며 말했다.“여사님,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그게 뭔데?”한수민이 의문스러운 눈길로 박민정을 쳐다봤다.“가까이 와보세요.”박민정은 자신의 말대로 한수민이 가까이 다가오자 오직 둘만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당신이 한 짓이 아니라는 걸 난 알아요. 모함을 당했다는 증거도 갖고 있어요.”한수민의 동공이 순간 움츠러들었다.“뭐라고? 증거 어디 있어? 얼른 내놔, 증거! 가서 증언하라고!”“우리 엄마가 목숨으로 당신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내가 풀어줄 리가 있어요? 방금 한 말은 단지, 당신한테 나올 희망이 있는데 나올 수 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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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병원 치료가 끝나 한창 쉬고 있는 와중에 윤우는 누군가 밖에서 자신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이상하네...”자신의 직감은 틀려본 적이 없는지라 윤우는 일부러 자는 척하며 눈을 감았다가 한참 뒤에 갑자기 눈을 떠보니 창밖 풀숲에 어떤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황급히 몸을 숨기느라 쪼그려 앉는 것이었다.그러자 윤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은 사색에 빠진 유남준과 정말로 비슷했다.“말도 없이 몰래 사진을 찍네, 괘씸하게. 포즈도 못 취했는데 말이야.”윤우는 중얼거리며 한편으로 누가 보낸 사람일까 생각했다.한창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박민정이 문을 두드렸다.“윤우야, 다 쉬었어? 우리 이제 집에 갈까?”윤우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답했다.“응.”침대에서 일어나 병복을 갈아입은 후 윤우는 박민정과 함께 병원을 떠났다.“엄마, 그 나쁜 여자는 이제 잡혀서 다신 못 나오는 거지?”윤우가 말한 나쁜 여자는 한수민을 가리키는 것이었다.박민정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럼 됐어.”윤우는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아까 몰래 사진을 찍던 남자는 자취를 감춰 보이지 않았다....윤씨 가문 저택.한수민의 일로 YN 그룹 주식도 하루아침에 바닥을 쳐, 윤석후는 종일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만 풀풀 쉬었다.그러나 박민호는 맨날 소파에 앉아 만사태평하게 노트북으로 게임만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볼 때마다 윤석후는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넌 나가서 일자리도 좀 찾고 그러면 안 되냐? 평생 부모한테 얹혀살 거냐? 네 엄마도 감옥에 갔는데 너도 따라갈 거냐?”그의 말을 듣던 박민호는 마우스를 탁자 위에 내팽개치며 소리쳤다.“지금 누가 부모한테 얹혀산다는 거예요?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거, 모두 우리 박씨 집안 돈이란 걸 잊었어요? 엄마가 잡혀들어간 지 며칠이나 된다고 벌써 나한테 인상 쓰고 난리예요? 내가 당신이 먹은 거 도로 뱉게 해줘요?!”박민호가 매서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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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시즌 호텔.지적이고 우아한 여자가 건물 맨 꼭대기 층에서 진주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 손가락사이에 낀 담배 한 개비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깊고 그윽한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똑똑똑!”노크 소리가 나자 여자는 손에 든 담배를 눌러 불씨를 껐다.“들어와.”윤소현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엄마.”정수미는 돌아서며 매서웠던 눈매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이리 와.”윤소현이 가까이 다가가자 손을 들어 그녀의 옷매무시를 정리해 주며 물었다.“요즘 잘 지내고 있었어?”정수미는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처리하느라 매우 바빴지만 이번에 한수민이 살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딸 윤소현이 걱정되어 보러 왔다.윤소현은 정수미 앞에서 어리숙한 아이처럼 행동했다.“엄마, 나 잘 못 지내요. 요즘 너무 힘들어요.”이 말에 정수미는 눈빛을 달리하며 물었다.“누가 우리 딸을 힘들게 해? 유남우니?”그녀는 손을 꽉 그러쥐었다.유남우가 유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에 앉았다고 감히 그녀의 딸한테 함부로 하는 건가?하나 윤소현은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그 사람 아니에요, 남우 씨는 저한테 잘해줘요.”“그럼 누구?”“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박민정이라고. 유남준의 와이픈데 나중에 제 형수님이 될 사람이에요.”박민정이라는 이름을 듣더니 정수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하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허, 고작 그 여자야?”아무 세력도 없는 귀머거리가 자신의 딸을 괴롭힌다고?비록 윤소현은 수양딸이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녀는 윤소현을 친딸처럼 키웠다. 그리하여 곱게 자란 윤소현은 소싯적부터 성격이 제멋대로여서 누구도 감히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다.“엄마가 잘 몰라서 그래요. 그 여자가 엄청 계략적이고 호박씨 까는 스타일이에요. 글쎄, 몰래 남우 씨를 유혹하고 있더라니까요. 저도 제 눈으로 보지 못했으면 안 믿었을 거예요.”윤소현이 흐느끼면서 하소연하는 말을 듣자마자 정수미는 버럭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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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차는 박민정과 불과 1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멈춰 섰다.그녀의 눈동자는 약간 움츠러들었지만 얼굴색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여기에는 감시카메라도 있는데 백주대낮에 대놓고 자신을 해코지할 거라 생각지 않았다.눈앞에 보이는 예쁘고도 표정이 덤덤한 여자를 보며, 정수미는 만약 딸 때문이 아니었다면 박민정한테 아껴주고 싶은 감정이 조금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내 딸과 맞서겠다는 거야?”정수미가 서늘한 얼굴로 묻자 박민정은 사실대로 얘기했다.“전 유남우 씨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에요.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는 더더욱 아닐 거예요.”유남준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그녀가 유남우의 마음을 받을 리 없었다.설령 유남준과 헤어지더라도 유남우의 품에 안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녀와 유남준 사이에 아이가 몇 명이나 있으니 말이다.“그 말 꼭 지키는 게 좋을 거야.”정수미는 기사한테 돌아가자고 지시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백미러에 비친 박민정의 얼굴을 보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방금 본 박민정의 성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속으로 가늠하고 있었다.그 후 그녀가 고영란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얘기를 한 것인지, 그날 저녁이 되자 고영란은 윤소현을 집에 초대해 며칠 묵었다가 설을 같이 보내자고 했다.윤소현은 정수미의 수단에 탄복했다. 진주에서 철의 여자로 유명한 고영란도 정수미의 말 몇 마디에 바로 집에 오라는 말을 하니 말이다.윤소현은 들뜬 마음으로 정수미한테 전화했다.“엄마, 엄마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너무 고마워요.”정수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내가 이미 박민정한테 경고했어. 보아하니 이젠 유남우한테 딴 마음을 품지 못할 거야.”‘그냥 경고만 했다고?’윤소현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술을 살짝 삐죽거렸다.“엄마 혹시 그 여자의 순진한 모습에 속은 거 아니에요? 제가 얘기했잖아요, 그 여자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요. 전에도 나한테 남우 씨랑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그러더니, 얼마 안 지나서 또 사적으로 연락해서 만나고 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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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네가 뭘 들었는데?” 아들에 관한 일이라면 고영란은 사소한 것도 빼먹지 않고 일일이 신경을 썼다.윤소현은 얼렁뚱땅 말을 얼버무리며 그녀의 궁금증을 한층 더 유발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헛소문일 거예요. 남우 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그녀가 이럴수록 고영란은 무슨 일인지 더욱 알고 싶어졌다. “우물쭈물 숨기지 말고 아줌마한테 말해봐.” 윤소현은 마지못한 척하며 천천히 얘기를 꺼냈다.“저도 들은 얘긴데, 형수님이 예전에 남우 씨를 좋아했다더라고요. 둘이 연애도 했었다고 하던데...” 이 말을 들은 고영란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워낙에 박민정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유남우한테도 찝쩍댔다니 더 화가 치밀었다.“걔 때문에 진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구먼.”고영란이 심기 불편한 얼굴로 차갑게 말을 내뱉자 윤소현은 얼른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화내지 마세요, 아줌마. 사실 난 남우 씨가 형수님과 연애했단 얘길 안 믿어요. 그냥 좀 걱정인 게...”“무슨 걱정?”“형수님이 지금 이대로 만족 안 하실까 봐...”윤소현의 눈에는 근심이 잔뜩 어려있었다.“원래는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 여기까지 나왔으니 저도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지난번에 형수님이 남우 씨를 따로 만나는 걸 봤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형수님 눈시울이 빨갛더라고요.”묵묵히 듣고 있던 고영란은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집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소현아, 이 일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알겠지?”고영란은 목소리를 낮추며 신신당부했다.그러자 윤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물론이죠.”...두원 별장. 박민정은 마음을 갈무리하고 유남준과 윤우와 함께 새해를 맞이할 장식을 꾸미며 은정숙의 영정사진을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두었다.“엄마, 이러면 우리같이 설 쇠는 셈이지, 그렇지?”은정숙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한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하였다. 한참 뒤 윤우가 다가왔다.“할머니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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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박민정은 깨어나서 눈을 뜨니 유남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윤우는 없어 눈동자에 의문이 가득 들어찼다.일어나려고 하며 아주 가볍게 부스럭거렸는데도 유남준은 깨어나서 그녀를 다시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깼어?”“윤우는 어디 갔어요?” 그녀가 묻자 유남준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했다.“좀 비좁은 거 같아서 옆방 침대에 눕혔어.”‘2미터가 넘는 큰 침대가 비좁다고?’박민정은 일어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팔은 오히려 더 세게 끌어당겼고 그의 목울대도 살짝 울렁였다.“좀 더 자자.”얇은 잠옷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몸이 닿았다.“싫어요, 잠이 안 와요.” 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떼어 내려고 했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큰 손바닥으로 꼭 감싸 쥐었다.“말 들어.” 그의 나지막한 저음의 목소리와 뜨거운 호흡이 귓속을 파고들자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고개를 들어보니 창밖의 햇살이 그의 얼굴에 부서져 금가루를 뿌린 듯이 반짝반짝했다.시선은 저도 모르게 그의 얇은 입술에 머물러졌고, 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 상황이 믿기 어려웠다. 잠깐 넋을 잃었을 때, 유남준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손바닥을 가볍게 쓸며 동그라미를 그렸다.“민정아, 나 좀 불편해.”박민정은 멍하니 그를 보며 물었다.“어디가 불편해요?” 유남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하체로 향했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이런 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침대 협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렸다.박민정은 휴대전화를 가지러 몸을 일으키기 위해 유남준의 팔뚝을 깨물었다. 유남준은 한번 끙, 하는 소리를 내더니 그녀를 놓아주었다. 고영란한테서 온 전화인 걸 확인하고 박민정은 처음에 받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 유남준과 다시 시작하기로 했으므로 생각 끝에 전화를 받았다.“내일이면 설인데, 남준이랑 같이 오늘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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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윤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기 낳는데도 절차를 많이 거쳐야 하는 건가? 이 방면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윤우가 사색에 빠진 사이에 박민정은 이미 옷을 다 챙겨입고 얼굴을 붉힌 채로 방에서나왔다. “서 비서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서다희는 아무 핑계를 대며 대답했다.“대표님한테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박민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쑥스러운 얼굴로 윤우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유남준은 서다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는 일이 있다고 밖에 나갔다. 박민정은 어디로 가는 지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간 뒤, 서다희는 요 몇 달 동안 가로채 온 프로젝트에 대한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유남준은 다 듣고 나서 말했다.“요즘 수고 많았어. 이제 설인데 며칠 푹 쉬어.” 그 말을 들은 서다희는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 다름이 아니라 유남준의 입에서 수고했다는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한 건가? “수고는요,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상사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몸 둘 바를 몰랐다.유남준은 그의 표정 변화를 알 수 없었다. 박민정과 매일 같이 생활하다 나니 그녀한테 서서히 물들어 주변 사람들한테도 그녀가 하는 것처럼 온화하게 대하게 되었다.“다른 일은 없어?”그가 물으니 서다희는 하나 생각난 것이 있어 보고를 드렸다.“김 이사님이랑 방성원 씨가 오늘 밤에 수호 클럽에서 대표님 보자고 하네요.”유남준은 대외적으로 아직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므로 김인우가 그를 만나려면 반드시 서다희를 통해야 했다.‘오늘 밤?’유남준은 생각지도 않고 말했다.“안 가, 약속 있다고 해.” 내일은 섣달그믐날이라 박민정과 같이 집에서 오붓하게 지내기로 했다.서다희는 그가 안 갈 줄 알고 있었다. 이젠 일하는 것 외에 그는 박민정하고만 시간을 보냈다. 클럽이 아니라 밖에 산책하러 가도 혼자 가는 법이 없었다.“알겠어요.”...그날 밤, 수호클럽 맨 위층. 김인우와 방성원은 룸에서 다른 부잣집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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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조하랑은 사람들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들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김인우 씨, 할아버지께서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셨어요.”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자 사방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사람들은 의심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다가 점차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밥 먹으러 오라고?현장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하나 둘 정신을 차리고 하나같이 웃음을 참았다.김 씨네 도련님이 지금 저 여자한테 집에 와서 밥 먹으라는 소리를 들은 거야?김인우는 안색이 하얗게 변해 그녀를 모른 척하려고 했다.조하랑은 두 번 말 하기 귀찮아 옆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박예찬이 마지 못해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 내일은 섣달 그믐날인데 내일도 늦게 온다면 영원히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요.”그리고 그는 조하랑을 향해 말했다."엄마, 말 전했으니 이제 집에 가자.”조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떠나기 전에 김인우의 곁에 있는 그 친구들을 노려보며 큰소리로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은 가난한 집안이지만 한번도 김씨 가문의 재산을 탐낸 적은 없어요. 오히려 김씨 가문에서 나를 시집오게 하려고 하는 거 거든요.”말을 마친 그녀는 박예찬을 데리고 떠났다.솔직히 말해서 그녀 또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약간 부끄러웠다.사람들은 방금 봤던 여자가 그 조하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김인우가 싫어한다 싶더니. 누가 봐도 기가 엄청 세보이지 않는가.아이도 데리고 있었고."인우야, 저 사람들이 네... 약혼녀와 아들?"옆에서 방성원이 놀리듯 물었다.김인우은 방금 떠나간 두 사람을 떠올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성원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나는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김인우는 외투를 들고 황급히 나갔다.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등뒤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사람이 조하랑이야? 배짱도 두둑하네. 감히 인우 오빠에게 그렇게 말을 하다니.”"김씨 집안 장손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는 모양이지.”"그런데 그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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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조하랑은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민정아, 사실 생각해봤는데, 예전에는 사실 네가 사람을 잘못 알고 유남준을 유남우로 생각했잖아. 그래서 그가 널 사랑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남자라고 생각했지.”"이렇게 보면 그는 너와 전혀 모르는 사이나 다름 없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보는게 맞겠지.”"딱 한 가지 나쁜 게 있다면 네 어머니와 동생이 잘못한 걸 네 탓으로 돌린 것 뿐인 것 같은데.”"결국엔 그냥 자존심이 너무 센 짠돌이 정도지, 쓰레기까지는 아닌 것 같아.”여기까지 생각한 조하랑은 약간 마음이 놓였다.박민정도 대답했다."응, 알아.”그러나 조하랑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는 지금 기억상실 외에도 눈이 멀었잖아. 민정아, 그와 함께 있으면 넌 아주 힘들어 질 거야.”장님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게다가 상류사회에서 태어났으니 험한 일을 하려고 하지도 않겠지.이런 생각을 하자 조하랑은 다시 걱정이 되었다."민정아, 그 얼굴에 눈이 멀어서는 안돼. 그 사람보다는 연지석 씨가 나은 것 같은데.”하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입장의 변화에도 박민정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이게 모두 조하랑이 자신을 걱정해서라는 것을 알았다."왜 또 지석이 얘기야, 저번에 지석이가 나한테 말했어, 우리는 그저 친구라고. 나도 걔한테는 안 어울리고.”조하랑이 무슨 말을 더 하려 할 때, 도우미가 와서 밥을 먹으라고 전했다.그녀는 황급히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를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를 해 그가 알아서 물러서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사람이 박민정과 두 아이를 방해하게 둬서는 안됐다.박민정도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돌아섰을 때, 그녀는 유남준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유남준은 그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얇은 입술을 약간 벌렸다.”밥 먹으러 가자.”"그래요.""일부러 전화하는 걸 들은 건 아니야."유남준이 말하자 박민정이 약간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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