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현도 어릴 적에 유남준을 좋아했고 그 후에도 종종 그의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그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마저 있었지만 이제 눈이 보이지 않는다니 유남우를 선택한 것이다.지금으로서는 유남우가 그보다 더 훌륭한 조건을 가졌으므로 이제 굳이 과거의 생각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윤소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주버님, 형님, 한잔 올릴게요.”유남준의 편의를 위해 그가 손만 살짝 들어도 잡을 수 있는 곳까지 술잔을 가져갔지만유남준은 술을 받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나랑 안사람은 술을 안 마셔요. 그러니까 다른 손님들한테 가서 권해요.”윤소현은 삽시에 어찌할 바를 몰라 멈칫하며 유남우를 쳐다봤다.유남우는 술잔을 가져와 윤소현한테 넘겨주었다.“형님과 형수님이 안 마시겠다는데 그냥 우리만 마시자.”“네.”윤소현은 대답하고 나서 술을 마셨다.두 예비 신랑, 신부는 원래 가장 친한 친인척과 가까운 지인들한테만 술을 권하면 되었지만 유남우는 웬일로 참석한 모든 하객한테로 찾아가 그들과 일일히 술을 마셨다. 나중에 윤소현이 못 마시겠다고 하자 그녀의 술까지 대신하여 마셨다....피로연이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 박민정은 비로소 예찬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얼굴은 발그스름한 것이, 조석천한테 이끌려 화장까지 한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몸에는 앙증맞은 고가의 슈트를 입고 있었다.더군다나 예찬이의 왼손은 조석천이 잡고 있고, 오른손은 김훈이 잡고 있었다. 연회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약혼식 주인공들이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예찬이가 독차지할 뻔하였다.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은 모두 지위와 신분이 높은 인물들이었고 그중에 유명훈도 있었는데, 그는 김훈이 웬 꼬마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이보게, 김 회장. 이 아이는 누군가?”김훈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으쓱대며 대답했다.“우리 인우네 애야. 내 증손자.”유명훈이 듣고는 얼른 옆에 있는 사람한테 돋보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안경을 쓰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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