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43화

작가: 윤지
윤소현도 어릴 적에 유남준을 좋아했고 그 후에도 종종 그의 소식에 관심을 가졌다. 그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마저 있었지만 이제 눈이 보이지 않는다니 유남우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유남우가 그보다 더 훌륭한 조건을 가졌으므로 이제 굳이 과거의 생각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윤소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주버님, 형님, 한잔 올릴게요.”

유남준의 편의를 위해 그가 손만 살짝 들어도 잡을 수 있는 곳까지 술잔을 가져갔지만유남준은 술을 받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나랑 안사람은 술을 안 마셔요. 그러니까 다른 손님들한테 가서 권해요.”

윤소현은 삽시에 어찌할 바를 몰라 멈칫하며 유남우를 쳐다봤다.

유남우는 술잔을 가져와 윤소현한테 넘겨주었다.

“형님과 형수님이 안 마시겠다는데 그냥 우리만 마시자.”

“네.”

윤소현은 대답하고 나서 술을 마셨다.

두 예비 신랑, 신부는 원래 가장 친한 친인척과 가까운 지인들한테만 술을 권하면 되었지만 유남우는 웬일로 참석한 모든 하객한테로 찾아가 그들과 일일히 술을 마셨다. 나중에 윤소현이 못 마시겠다고 하자 그녀의 술까지 대신하여 마셨다.

...

피로연이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 박민정은 비로소 예찬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얼굴은 발그스름한 것이, 조석천한테 이끌려 화장까지 한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몸에는 앙증맞은 고가의 슈트를 입고 있었다.

더군다나 예찬이의 왼손은 조석천이 잡고 있고, 오른손은 김훈이 잡고 있었다.

연회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약혼식 주인공들이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예찬이가 독차지할 뻔하였다.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은 모두 지위와 신분이 높은 인물들이었고 그중에 유명훈도 있었는데, 그는 김훈이 웬 꼬마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보게, 김 회장. 이 아이는 누군가?”

김훈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으쓱대며 대답했다.

“우리 인우네 애야. 내 증손자.”

유명훈이 듣고는 얼른 옆에 있는 사람한테 돋보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안경을 쓰고 다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44화

    유남우와 사귄 이후로 그는 매우 신사적으로 그녀를 지켜주며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그리하여 약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소현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다른 사람들이 유남우가 아파서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병인지 알지도 못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거니와, 또 하나는 아무리 정혼한 관계라고 하나 그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아무래도 오늘 밤엔 둘의 관계를 더 확실히 해야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마침내 방에 도착해 유남우를 침대에 눕힌 후 윤소현은 사용인에게 분부했다.“이제 다들 가보세요.”“네.”사용인들이 모두 떠나자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유남우의 잘생긴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의 볼 위에 얹었다.“남우 씨...”술을 너무 많이 마신 유남우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눈을 뜰 수가 없었다.윤소현은 조심스럽게 그의 옷을 벗기고 침대에 올라가 그의 곁에 누웠다.다른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자 유남우는 힘겹게 눈을 떴지만, 알코올에 흠뻑 적셔진 탓인지 눈앞이 약간 몽롱하였다.윤소현은 워낙에 박민정과 조금 닮아있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유남우는 박민정이 곁에 앉아 있는 줄로 알고 애틋하고 부드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남우 씨, 저희 이미 약혼한 사이잖아요. 이제 저를 가져요.”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 그가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그녀는 조금 당황스러웠다.유남우의 목울대가 아래위로 살짝 움직였다.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윤소현의 두 볼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남우 씨...”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우는 그녀를 힘껏 품에 끌어안으며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늘 부드럽기만 하던 그한테 이렇게 거친 면이 있는 줄은 몰랐다. 윤소현도 더는 얌전을떨지 않고 능숙하게 자기 옷을 벗으며 적극적으로 그에게 호응했다.만취 상태인 유남우는 그녀와 키스를 나누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민정아...”한창 몸이 달아오르려던 찰나, 윤소현은 그 한마디 부름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45화

    박민정은 얼떨떨해졌다.“무슨 말이에요, 그게?”“시치미 떼지 마. 남우 씨가 사석에서 왜 너를 민정이라고 불러?” 윤소현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박민정은 유남우와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소현은 그렇게 단순한 사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너 솔직히 말해. 나한테서 남우 씨 뺏으려는 거 아니야? 유남준이 이젠 별 볼 일 없으니까 타깃을 유남우로 바꾸려는 거 아니냐고?!”다짜고짜 무슨 생트집인 건지, 박민정은 그녀를 상대하기도 귀찮았다.“전 이미 남준 씨랑 결혼 했는데, 유남우 씨를 왜 뺏어요?”“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유남준이랑 계속 이혼하겠다고 난리잖아!”유남우가 침대에서 그녀와 뜨거운 스킨십을 나누며 박민정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만 생각하면 윤소현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누구도 감히 내 남자를 못 뺏어가. 네가 한수민 딸이라고 해도 말이야! 너 딱 기다려.”그녀는 으름장을 놓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화가 잔뜩 난 채 떠나버렸다.박민정은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과거에 있은 일은 진작에 내려놓았고, 유남우와 함께 있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다시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박민정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은정숙과 윤우만 신림현에 남겨 두고 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러자 유남준도 짐 정리를 도와주었다.“동생이 갓 약혼했는데, 남준 씨는 여기 좀 더 있을래요?”“아니야, 너랑 같이 돌아갈 거야.”“그래요, 그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짐을 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 바로 고영란과 작별하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자 한창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호텔 대문을 나가는데 기사가 갑자기 차를 멈춰 세웠다. 차창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니 유남우가 눈보라 속에 외로이 서 있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와 자루 하나를 내밀었다.“뭐예요, 이건?”박민정이 궁금하여 묻자 유남우가 온화한 말투로 대답했다.“약혼식 답례품이야.”박민정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46화

    박민정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남우는 돌아가는 길에 윤소현이 화가 난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유남우는 어젯밤 일을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나빴다.그는 느릿느릿 다가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한테 할 말 없어요?”윤소현은 아직 주제 파악을 못 해서 유씨 집안에서 공주처럼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있었다.“무슨 말?”유남우는 반문했다.윤소현은 울먹이면서 말했다.“우리는 약혼했고 저는 당신의 약혼녀인데 왜 당신을 만지면 안 되나요?”윤소현은 체면을 지키려 일부러 유남우와 박민정의 일은 묻지 않았다.유남우가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일을 입 밖에 내는 것 자체가 자신이 쪽팔린 것이라고 생각했다.“말했잖아, 결혼하고 나서.”유남우의 말 속에는 부드러움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윤소현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너무 보수적인 거 아니에요?”유남우가 윤소현에게 싫증이 난 나머지 짜증까지 내려고 할 때 비서 홍주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전화를 받고 나서 그는 윤소현한테 한마디로 위로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돌아오면 말하자.”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투정을 더 부릴 수 없었다.“그럼 먼저 집에 갈게요.”“응.”윤소현은 원래 유 씨네 집으로 이사 와서 살고 싶었는데 유남우는 그가 사는 곳은 아직 인테리어 중이라 새집 인테리어가 끝나면 다시 이사하라고 했다.유남우는 윤소현이 차에 타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야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사실 홍주영은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었다.그는 전화를 걸었다...한 시간 후.윤소현은 기절한 채 어두컴컴한 방에 놓여있었다. 남자 몇 명이 그녀를 둘러싸 서 있었고 그 사이에 카메라가 놓여 있었다.방 밖에는 은회색 자동차 안에 유남우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옆에 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둘째 도련님, 이러시면 안 좋지 않을까요?”윤소현은 어쨌든 명목상으로 유남우의 약혼녀이니, 만약 이 사람들이 정말 그녀를 윤간한다면 나중에 둘째 도련님이 모조리 죽여버릴지도 모른다.유남우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47화

    유남우는 말을 마치고 입구를 향해 경호원들더러 들어오라고 했고 경호원들은 윤소현을 안고 떠났다.윤소현은 유남우더러 같이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런 사람들한테 당한 일을 생각하면 면목이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했다.유남우는 묵묵히 그녀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외투를 벗어 손을 닦고 휴지통에 버려버렸다.반대편.진주시는 흰 눈이 내렸고 강물은 모두 두꺼운 얼음으로 뒤뎦였다. 박민정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차 안의 열기로 인해 유리창에 옅은 안개가 껴서 밖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박민정은 시선을 거두고 선물을 들춰보며 안쪽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았다.그녀는 정교한 포장이 된 손바닥만 한 상자를 꺼내어 열었는데 그 안의 물건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자 안에는 아름다운 은반지가 들어 있는데 이 반지에는 박민정이 어릴 적 직접 새긴 두 사람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원래 이 반지는 한 쌍이었다. 박민정과 유남우 두사람 것이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시집갈 때 그에게 반지가 어디 있는지 물었었다. 당시 그는 무슨 반지냐고 되물었다그때, 박민정은 그가 반지를 잃어버린 줄만 알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자세히 물어봤다면 사람을 잘못 알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다.박민정의 반지에 새겨진 글자를 보면:PMJ&UNJ이 반지의 약자도 틀렸다, 유남준 것이었다.박민정은 반지를 꽉 쥐었더니 손바닥에 쏙 들어갔고 마음속으로 갈수록 사람을 못 알아봤다는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휴대폰을 꺼내 유남우에게 답장했다.“네.”그리고 다시 타이핑 했다. “선물 받았는데 정말 미안해요.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앞으로 우리는 여전히 친구입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줘요.”박민정은 유남우가 자기에게 반지를 다 돌려준 걸 보니 과거를 잊으려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곧 답장이 왔다.“네.”박민정은 다시 휴대폰을 껐다.유남준은 박민정이 말하고 싶다면, 스스로 자신에게 알려줄 게 분명해 굳이 묻지 않았다.한참 동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48화

    두 사람이 차에 앉아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날이 어두워져야 부하들이 반지를 훔치기 쉬웠다.박민정은 돌아가면서 선물 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은정숙의 방으로 가서 간병인을 쉬게 했다.이전에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은 후 은정숙의 정신이 많이 좋아졌다. 만약 계속 이대로라면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다.그들은 누군가가 몰래 들어온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지가 들어 있는 상자가 유남준에게로 옮겨졌다.서다희가 열어보니 반지는 굉장히 싸보였다.“이렇게 싸다니, 둘째 도련님이 줬을 리가 없잖아요?”유남준은 유남우가 이런 물건을 선물 해 주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다른 건 없니?”서다희가 자세히 살펴보니 반지 안쪽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약자인 PMJ&UNJ 은 박민정과 대표님의 이니셜 아닌가요?”서다희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부인께서 주신 서프라이즈 아니죠? 싸지만 성의가 보이네요.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니 직접 새긴 것 같아요.. 사모님이 대표님을 아주 좋아하신다니까. 사모님의 마음속에는 항상 대표님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여자 친구도 저한테 수제품을 준 적이 없어요.”서다희는 말하느라 유남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유남준이 영상 앞부분을 서다희에게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서다희는 유남우가 박민정에게 물건을 준 건지 몰랐다.유남준은 그 반지를 가지고 잠시 생각해 보니 유일하게 말이 되는 것은 이 반지가 박민정이 유남우에게 준 것이라는 것이었다.왜냐하면 박민정은 늘 유남우를 유남준이라고 불렀다!“대표님, 끼워드릴까요? 부인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대표님도 서프라이즈 하나 준비하세요.”“그만해.”유남준은 서다희의 말을 끊었다. “꺼져.”서다희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자기가 어느 포인트에서 대표님을 건드렸는지 전혀 몰랐다.“네.”그는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갔다.서다희가 간 뒤 유남준은 그 반지를 주먹 안으로 꽉 움켜쥐었다.하필이면 이때 전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49화

    유남준은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서 모른 척하고 선물 가방을 내려놓았다.박민정은 의심쩍게 물었다.“내 물건 가지고 뭐 하는 거예요?”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봉지 안을 살펴보니 상자가 있었다.“보셨어요?”박민정이 또 묻는다.유남준은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아니, 안 봤어.”박민정은 믿지 않았다. 그가 분명 들고 있었고, 밖에까지 들고 갔으니 안 봤을 리가.“그럼 뭐가 들었는지 알고 싶어요?”박민정은 일부러 그를 떠봤다.유남준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아니요.”박민정은 화도 안 나서 선물을 바로 풀었다.“당신 동생이 준 선물은 꽤 귀중해요. 금목걸이를 제가 받을 건데 괜찮겠어요?”유남준은 묵묵히 그녀가 고의로 자신을 속이는 것을 듣고 있었지만 그저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었다.유남준은 박민정한테 질투가 가득 했지만 입으로는 마지못해 “응.”이라고 대답했다.박민정은 그의 모습을 보니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자기 물건을 몰래 보고도 인정하지 않으니 박민정은 그의 앞에서 버리지 않고 일부러 방으로 가져갔다.유남준은 거실에 혼자 있으니 안색이 더 나빠졌다.박민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그는 소파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일부러 그를 무시하고 사과를 깎아 먹었다.“먹을래요?”“아니.”박민정은 그의 도도한 모습에 설명하기도 귀찮았다.“늦어서 먼저 자러 가요.”그녀가 일어서서 두 걸음도 채 가지 않았을 때, 유남준이 팔을 들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박민정은 반응할 새도 없이 그의 품에 기댔다. 입술은 그의 목덜미에 닿았고 두 손은 실수로 그의 허벅지에 닿았다.유남준은 숨을 쉬고 나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민정아, 오늘 밤 우리 같이 잘래?”박민정은 귀가 빨개지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아니요.”그녀는 일어나려고 하다가 실수로 유남준의 다리 사이에 손을 닿았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피했다.유남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았다.“건드리지 않고 꼭 안고 잘게.”박민정이 처녀도 아닌데 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50화

    유남준은 이지원과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해명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기억을 잃은 척하고 있어 말하지 못했다.“아니.”유남준은 눈을 감았다.“자.”박민정은 그의 품에서 좀 나와서 불편하게 잠을 청했다.내일 그녀는 병원에 가서 임신 검사를 해야 하니 오늘은 푹 쉬어야 했다.......진주시 병원.윤소현은 병실에 누워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의 아버지 윤세권은 이미 사람을 보내 그의 딸에게 이런 짓을 한 게 누구인지 조사했지만 적을 너무 많이 만들어 한동안 누가 그랬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웠다.한수민은 원래 약혼연회 일 때문에 화가 나 있었는데 그녀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녀를 보러 왔다. “소현아,괜찮아?”윤소현은 툴툴 맞게 대답했다.“보면 몰라요?”윤소현은 예전에는 한수민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었다. 어쨌든 한수민은 아버지에게 시집온 지 5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딸 박민정이 몰래 유남우를 꼬신 것을 생각하면 윤소현은 한수민에게 태도가 좋지 못했다.한수민은 윤소현의 짜증 나는 말투에도 화내지 않고 안쓰러워 이불을 덮어주었다.“미안해, 화내지 마, 다 잘될 거야.”윤소현 앞에서는 한수민은 진짜 어머니 같았다.윤소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인 척하지 마세요. 무슨 의도가 있으신 것 같은데, 약혼 파티에서 제가 당신에게 말할 기회를 안 줘서 그러는 거에요? 그 일 때문에 제가 미워서 친딸 박민정에게 제 자리를 꿰차고 유남우를 꼬시라고 한 거예요?”윤소현의 말에 한수민은 순간 멍해졌다가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소현아,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어떻게 민정이한테 유남우를 꼬시라고 할 수 있겠어?”윤소현은 한수민이 모두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유남우와 박민정은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했고, 박민정은 또 몰래 유남우를 꼬셨다고 말했다.한수민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었다.“나는 정말 민정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남자를 꼬실꺼라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451화

    윤소현은 이제야 왜 아빠가 한수민과 결혼했는지 알았다. 새엄마가 친엄마보다 자기한테 더 신경 써주었다.처음에는 한수민 단지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정수미는 올해 나이 오십이 넘었는데 왜 딸 하나밖에 없는지 이유도 알았다.윤소현은 쓰레기통 속 파편을 보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화장실 변기에 던져버렸다.“나는 사업가 정수미의 딸이지, 딴따라의 딸이 아니야.”정수미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한수민은 그저 가정주부였고 정수미만이 자기의 엄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윤소현은 한수민을 다시 불러들여 가짜웃음을 장착하고 말했다.“엄마, 알겠어요. 앞으로 제가 꼭 효도할 거예요.”한수민은 이 말을 듣고 그녀를 덥석 껴안았다.“그 말을 들으니 엄마가 기쁘구나.”“근데 이 일은 우리가 사적으로만 알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 줄래요?”한수민은 의문스러웠다.“왜?”“정수미는 아이가 저 뿐인데 죽으면 기업을 다 저한테 맡기겠다고 했어요. 지금 진실을 알게 되면 기업을 저한테 물려주시지 않을 거예요.”윤소현이 내뱉는 말들은 모두 도리가 있었다.한수민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애초에 윤소현을 낳고 윤세권에게 건네준 후 윤세권은 정수미에게 이 아이가 주운 아이이고 아이의 친부모를 모른다고 해서야 정수미가 키우기로 한 것이었다.“그래.”......다음날 박민정은 임신검사를 받으러 갔다. 유남준도 굳이 같이 가자고 했다.“출근 안 해도 돼요?”“휴가 냈어.”유남준이 대답했다.“하루가 멀다 하고 휴가를 내면 대표님이 내버려둬요?”박민정은 점점 그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었다.“우리는 자선사업이어서 대표님 월급도 많지 않은 데다 나처럼 눈이 보이지 않고 업무 능력은 뛰어난 사람은 드물어.”유남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박민정은 이전에도 유남준의 일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집중력이 훨씬 더 필요했다.기본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보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30화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박민정은 급하게 말했다.“어머, 또 비가 오네. 우리 우산 안 가져왔잖아요.”산에 오르기 전, 날씨 예보를 확인했을 때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유남준은 서둘러 배낭을 열어 확인했지만 역시 우산은 보이지 않았다.“괜찮아. 비가 그치면 다시 올라가면 돼.”유남준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박민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근데 예찬이는 괜찮을까요? 혼자 있는데...”“세 살짜리도 아니잖아. 걱정하지 마.”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입을 다물었다. 물론 박예찬은 세 살은 아니지만 겨우 다섯, 여섯 살밖에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마침 그녀가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뜻밖에도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박민정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화면을 보니 아이는 이미 우비를 입고 있었다.“엄마, 지금 어디예요? 비가 오고 있어요.”박민정은 주위를 비춰주며 말했다.“우린 아직 여기 정자에서 쉬고 있어. 너희는 산 정상에 도착했어?”박예찬은 대충 거리를 가늠해 보더니, 박민정이 있는 곳에서 정상까지는 아직 한 시간은 더 걸릴 거라 생각했다.“네, 저희는 도착했어요. 선생님이 비옷 나눠 주셨어요. 근데 엄마, 우산은 챙겼어요?”아이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박민정은 거짓말을 했다.“그럼, 챙겼지.”“다행이네요. 그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올라와요. 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고요.”박예찬의 다정한 당부에 박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어, 조심할게.”이렇게 보니 정작 걱정할 필요가 있는 건 박예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괜히 아이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유남준을 향해 말했다.“우리 가요. 천천히 가면 돼요.”“좋아.”유남준이 일어섰다.박민정도 기둥을 붙잡고 천천히 일어섰지만 갑자기 몸의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면서 그대로 유남준의 넓은 품속으로 쓰러지듯 안겨 버렸다.박민정은 순간 당황했다.“죄송해요. 그냥 갑자기 일어나서 약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9화

    박민정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소리쳤다.“정말 괜찮아요!”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은 벌떡 일어나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번쩍 들어 올렸다.갑작스러운 공중부양에 박민정은 깜짝 놀라 그의 옷깃을 본능적으로 움켜쥐었다.“빨리, 빨리 내려놔요!”두 사람의 다소 소란스러운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여기저기서 부러운 듯한, 혹은 질투 어린 시선이 쏟아졌고 몇몇은 빈정거리는 말도 던졌다.“정말 유난이네. 겨우 산 중턱인데 남편한테 안겨 가겠다니.”그 말을 들은 어떤 여자는 남편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나도 못 걷겠어. 나도 좀 업어주든가, 안아주든가 해.”남편은 한숨을 푹 내쉬며 대꾸했다.“자기 체중이나 생각 좀 해봐. 내가 어떻게 안아?”하지만 그런 말에도 아내를 번쩍 안아 올린 남편도 있었고 애써 힘을 내던 그는 이내 체력이 바닥나 금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뜻밖의 분위기로 웃음과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최현아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유남준의 품에 안겨 있는 박민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다.“제발 내려놔요. 이러니까 더 불편하단 말이에요.”유남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뭐가 불편한데?”“그냥 불편해요.”박민정은 얼굴이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유남준은 그제야 조용히 그녀를 내려주었다.“너무 높이 올라와서 숨이 차서 그런 거야?”박민정은 고개를 숙여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부모와 아이들 앞에서 한 회사의 대표가 이렇게 유치한 짓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정말 창피하기 그지없었다.게다가 어린아이들까지 흥미를 보였는데 작은 여자아이가 옆의 남자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나중에 우리 결혼하고 내가 힘들다고 하면 너도 나 안아줘야 해.”남자아이는 당당하게 가슴을 두드렸다.“걱정 마!”박민정은 어처구니가 없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이 어린애들이 벌써 결혼 이야기를 하다니.’유남준은 그녀가 말없이 있는 걸 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8화

    조민혁은 아내의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당신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좁게 생각했어. 당신이랑 동민이에게 괜한 고생을 시켰네.”한가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됐어요. 나도, 동민이도 다 이해해요.”부부는 이렇게 화해했지만 그들은 모른다. 어제의 일이 조동민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를.조동민은 유지훈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유지훈은 이것저것 지시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라고 했고 조동민은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따랐다.둘이 가파른 언덕에 이르렀을 때 조동민의 머릿속에 문득 불길한 생각이 스쳤고 그는 언덕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지훈아, 저기 좀 봐.”“뭐가 있는데?”유지훈이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살피자 조동민은 그의 등을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드리웠다. 그는 천천히 두 손을 들어 마치 유지훈을 밀어버리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동민아, 유지훈! 선생님이 산에 올라가자고 하셔!”박예찬이었다.조동민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렸으나 속으로는 아쉬움이 밀려왔다.‘조금만 더 빨랐더라면...’유지훈은 돌아서며 말했다.“알겠어, 가자.”그는 앞장서 걸었고 조동민은 묵묵히 뒤따랐다.박예찬은 그들이 출발하자 조동민 곁으로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아까... 유지훈을 밀려고 했지?”조동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예찬아, 제발 이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박예찬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되물었다.“내가 그런 고자질쟁이로 보여?”조동민은 고개를 저은 뒤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냥...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한 번쯤은 혼쭐을 내주고 싶었어.”박예찬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야.”“왜? 밀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조동민은 이해하지 못한 채 되물었다.박예찬은 침착하게 설명했다.“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어. 유지훈이 다치면 누가 제일 먼저 의심받을까? 당연히 그 옆에 있던 너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7화

    박예찬은 조동민의 단호한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그래, 알겠어.”“고마워, 예찬아!”조동민은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지훈은 조동민의 웃음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성큼성큼 다가오며 소리쳤다.“조동민, 너 또 까부는 거야?”조동민은 젓가락을 꼭 쥐었지만 박예찬이 나서기 직전 먼저 웃으며 말했다.“지훈아, 내가 감히 어떻게 그러겠어. 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화풀어, 응?”유지훈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이 녀석,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거지?’분명 전엔 자신의 심부름꾼 노릇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는데.조동민은 이제 상황을 파악할 줄 알았다. 괜한 고집은 소용없다는 걸, 자신은 멋대로 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진짜지?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유지훈이 묻자 조동민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다른 애들은 지훈이 너랑 안 놀아줘도 난 같이 놀아줄게.”박예찬은 이렇게 급변하는 조동민의 모습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환경은 정말 사람을 바꾸는 법이다.유지훈은 그제야 기분이 풀렸다.“그럼 밥 그만 먹고 나랑 놀러 가.”“응!”조동민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박예찬에게 말했다.“예찬아, 이따가 다시 올게.”“어딜 가? 가지 마!”유지훈이 못마땅한 듯 소리치자 조동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안 갈게.”그렇게 둘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최현아가 식당으로 들어왔고 유지훈과 조동민이 화해한 모습을 보고 조동민의 부모에게 팔짱을 낀 채 비웃듯 말했다.“보셨죠? 우리 지훈이가 얼마나 속이 넓은지. 당신 아들이랑 다시 잘 지내잖아요.”하지만 조동민의 부모는 이제 최현아에게 굳이 좋은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이제는 그들 뒤에 김씨 집안이 버티고 있으니.조동민의 어머니, 한가영이 냉소를 띠며 말했다.“근데요, 아까 보니까 다른 애들은 지훈이랑 안 놀려고 하던데요? 결국 우리 동민이만 지훈이를 마음 넓게 받아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6화

    민박집 안,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하며 여전히 아찔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칫하면 모두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유남준은 대충 식사를 마친 뒤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누가 한 짓인지 밝혀냈어?”그가 물었다.전화기 너머, 서다희는 무릎 꿇고 있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밤에 돌을 캐러 갔을 뿐, 사람을 해치려던 건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습니다.”한밤중에 돌을 캐러 갔다고?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하지만 이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니 더 캐묻기도 애매했다.“대표님, 전 개인적으로 유석진 쪽이 의심됩니다.” 서다희가 덧붙였다.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유남준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표정은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그래. 이놈들은 전부 경찰서로 넘겨.”“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돌아서던 유남준의 시야에 최현아와 그녀의 아들이 탄 차가 들어왔다.최현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깥에 서 있는 키가 훤칠하고 냉정한 인상의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남준 씨.”그녀는 조심스레 불렀는데 심장이 쿵쾅거렸다.“남준 씨, 왜 혼자 밖에 있어요? 민정이랑 애들은요?”“안에서 밥 먹고 있습니다.”유남준은 냉담하게 답했다.최현아는 어색한 공기를 지우려는 듯 운전기사에게 자신이 호텔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가져오게 했다.“아직 제대로 못 먹었을 것 같아서요. 여기 좀 싸 왔어요.”“괜찮습니다. 이런 건 형수님께서 드시죠.”유남준은 말만 남기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최현아는 묘한 허전함을 느꼈다.이때 곁에 있던 아들, 유지훈이 못마땅한 듯 물었다.“엄마, 제가 가져온 음식을 왜 삼촌한테 주려 해요?”최현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좋은 건 나눠야 하잖니.”하지만 유지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집에 있을 때 그는 엄마가 아빠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빠가 밥을 챙겨 먹었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엄마, 전 엄마가 이러는 거 싫어요. 앞으로 예찬이 아빠한테 이렇게 잘해주지 마세요. 전 삼촌이 싫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5화

    유남준이 나와보니 텐트와 얼마 멀지 않은 곳에 큰 바위가 굴러떨어져 있었고 산사태도 발생한 흔적이 있었다.“위험할뻔했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사전에 점검하지 않았나?”분명 일부러 이런 짓을 벌인 게 아니라면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박민정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살짝 겁을 먹었다.“세상에. 만약 어제 비가 조금만 더 세게 내렸다면 우리 텐트도 분명 물에 잠기거나 바위에 깔렸을 것 같네요.”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는데 유남준은 겁에 질린 그녀를 보고 재빨리 다가와 안심시켰다.“우린 하느님이 도와줄 테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박민정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학교 선생님들도 눈앞의 상황에 매우 놀랐다.지금은 비가 그쳤고 아무런 사고도 없었기에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이곳은 분명 최현아가 사전에 사람을 보내서 확인 후에 결정했던 곳인데 어떻게 이렇게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만약 이 거대한 바위들과 흙들이 비에 씻겨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면 적어도 몇 집은 이미 큰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도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는 게 무리인 것 같아 모두가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오늘 저녁에는 민박집을 예약했다.“너무 좋아요. 이곳에서 자는 것보다 민박집에서 자는 게 훨씬 안전할 것 같네요.”학부모들도 선생님의 아이디어에 저마다 찬성하면서 하나둘씩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 시각, 최현아는 진작에 산에서 내려와 혹시나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 뉴스가 뜬 게 없는지 계속 핸드폰으로 확인했다.그러나 아침 9시가 넘었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이때, 유지훈도 진작에 잠에서 깼다가 문득 최현아에게 물었다.“엄마, 저희는 왜 계속 산에 있지 않고 내려왔나요? 저는 배도 안 아픈데.”그의 말에 최현아는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아무 말도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선생님께서 오늘에는 더 높은 산에 올라갈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저도 산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4화

    저녁이 되더니 약간의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점차 빗방울이 굵어졌다.원래 유남준은 오늘 이불을 덮고 자려고 했으나 비가 오니 어쩔 수 없이 다시 침낭에서 자야 했다.박민정은 밖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천둥소리가 무서워 이불 안으로 꼭꼭 숨었다.옆에 자기 아들이 누워있어 티는 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박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예찬이 손을 뻗어 그녀의 침낭을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엄마, 나랑 같이 자자.”“응? 왜?”박민정은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아니면 나랑 같이 잘까? 나 천둥소리가 너무 무서운데.”이때, 유남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박예찬은 원래 자신이 하려던 말을 그에게 뺏긴 게 너무 괘씸해서 그를 도끼눈으로 째려봤다.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천둥소리를 무서워한다고요?”“응. 좀 무섭네?”유남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는데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박민정은 사람마다 약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유남준같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도 분명 약점이나 두려워하는 게 있을 텐데 저 사람한테는 그게 천둥소리인가 싶었다.“괜찮아요. 잠들면 금방 안 들릴 테니까.”박민정은 아까까지 너무 무서웠지만 같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좀 괜찮아진 것 같았다.그러나 유남준은 약간 진정된 그녀를 보고는 자신이 세워둔 작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 같아 의기소침해졌다가 용기를 내서 다시 물었다.“이쪽으로 좀 오지 않을래?”그의 말에 박민정은 침낭 안에서 몸을 이리저리 구르다가 마침 박예찬의 침낭에 딱 붙게 되었다. 박예찬이 흐뭇해하던 찰나에 또다시 유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찬이는 천둥소리가 안 무섭지?”박예찬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빠르게 답했다.“당연하죠. 남자로서 어떻게 천둥소리 따위를 무서워하겠어요? 제가 보호해 줄 테니까 안심하세요.”“그럼 네가 침낭 끝에 자면서 우리를 보호해 줄래?”유남준의 말에 박예찬은 그제야 그의 꾀에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박민정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3화

    박민정은 뜬금없이 자기 앞으로 내미는 음식을 보고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뭐예요?”“형수가 담아줬는데 안에 고기도 있더라고. 아까 잘 못 먹던데 이거라도 먹어.”최현아는 마침 그의 뒤를 따라왔다가 마지막 한마디를 똑똑히 듣게 되었는데 순간 뜨겁게 불타올랐던 마음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차갑게 식었다.유남준이 자기한테 마음이 있어서 호의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마음을 이용해서 박민정에게 애정 공세 할 줄은 몰랐다.“남준 씨는 참 다정한 남편이네요. 제가 가져다준 음식을 그대로 민정 씨에게 줄 만큼.”말속에 가시가 돋혀 있었다.솔직히 저녁 식사가 부실했던 건 사실이었고 양도 적은 데다가 온통 채소뿐이라 박민정은 진작에 허기져 있었다.그가 건네준 음식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다시 최현아를 보고는 막 거절하려는데 유남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빨리 먹어. 너무 늦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박민정은 그의 닦달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최현아에게도 인사를 건넸다.“형님, 그럼 감사히 먹을게요.”최현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겨우 답했다.“많이 먹어요.”그리고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뒤돌아서더니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잖아!”최현아는 원래 유남준이 자기 마음을 받아주면 이따가 이 남자만 살려주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이제 보니 그럴 필요 없이 그냥 세 가족을 모두 죽여버리면 될 것 같았다.그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박민정은 도시락에 담긴 다양한 음식을 보고는 순식간에 식욕이 올라왔다.“와, 너무 맛있겠다.”그리고 다시 반찬들을 가지런히 모으더니 두 사람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예찬아, 남우 씨, 너무 많아서 저 혼자는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먹어요.”뜬금없이 자신을 남우라고 부르는 모습에 살짝 언짢아졌지만 그래도 티를 낼 수 없었다.“그래.”그렇게 세 사람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2화

    오늘 저녁은 학교에서 준비해 줬다.사실 물고기를 잡아서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했는데 다들 많이 잡지 못한 바람에 식사가 조금 부실했다.하여 저녁 식사 시간이 돌아오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탓에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게 되었다.유지훈은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박예찬을 신경 썼다.그리고 내심 박예찬 주변에 친구가 많은 게 부러웠지만 이제 와서 그에게 붙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한편, 최현아는 오늘 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너무 긴장되어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 쪽을 바라보았는데 세 가족이 화기애애해 보이는 모습에 또다시 질투심이 마구 피어올랐다.저녁 식사가 다 끝난 뒤 각자 돌아가서 쉬고 있는데 최현아가 어느새 유남준의 곁에 다가오더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남준 씨, 음식은 입에 잘 맞았나요? 제가 음식을 따로 싸 왔는데 괜찮으시면 좀 드실래요?”그러나 유남준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괜찮습니다.”어제랑 다르게 차가운 그의 태도 때문에 최현아는 순간 멍해졌다.분명 어제 자신이 땀을 닦아줘도 가만히 있던 사람인데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나 싶었다.“그래도 제가 남준 씨 형수인데 너무 체면 차릴 필요 없어요. 제가 금방 가지고 올게요.”최현아는 유남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재빨리 음식 가지러 달려갔다.그저 유남준이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보고 오해할까 봐 철벽친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박예찬과 무료함을 달래려 잡초를 뽑고 있다가 무심결에 최현아와 유남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박예찬에게 물었다.“저 두 사람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박예찬은 박민정이 풀 뽑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열심히 같이 뽑다가 문득 그녀의 뜬금없는 물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유남준이 또 다른 여자랑 시시덕거리고 있었다.“엄마, 내가 가서 물어보고 올게.”“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하나는 유남준의 좋은 시간을 방해할 것 같아서였고 다른 하나는 괜히 박예찬이 가서 물어보면 마치 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