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얼떨떨해졌다.“무슨 말이에요, 그게?”“시치미 떼지 마. 남우 씨가 사석에서 왜 너를 민정이라고 불러?” 윤소현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박민정은 유남우와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소현은 그렇게 단순한 사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너 솔직히 말해. 나한테서 남우 씨 뺏으려는 거 아니야? 유남준이 이젠 별 볼 일 없으니까 타깃을 유남우로 바꾸려는 거 아니냐고?!”다짜고짜 무슨 생트집인 건지, 박민정은 그녀를 상대하기도 귀찮았다.“전 이미 남준 씨랑 결혼 했는데, 유남우 씨를 왜 뺏어요?”“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유남준이랑 계속 이혼하겠다고 난리잖아!”유남우가 침대에서 그녀와 뜨거운 스킨십을 나누며 박민정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만 생각하면 윤소현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누구도 감히 내 남자를 못 뺏어가. 네가 한수민 딸이라고 해도 말이야! 너 딱 기다려.”그녀는 으름장을 놓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화가 잔뜩 난 채 떠나버렸다.박민정은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과거에 있은 일은 진작에 내려놓았고, 유남우와 함께 있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다시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박민정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은정숙과 윤우만 신림현에 남겨 두고 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러자 유남준도 짐 정리를 도와주었다.“동생이 갓 약혼했는데, 남준 씨는 여기 좀 더 있을래요?”“아니야, 너랑 같이 돌아갈 거야.”“그래요, 그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짐을 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 바로 고영란과 작별하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자 한창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호텔 대문을 나가는데 기사가 갑자기 차를 멈춰 세웠다. 차창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니 유남우가 눈보라 속에 외로이 서 있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와 자루 하나를 내밀었다.“뭐예요, 이건?”박민정이 궁금하여 묻자 유남우가 온화한 말투로 대답했다.“약혼식 답례품이야.”박민정은
박민정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남우는 돌아가는 길에 윤소현이 화가 난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유남우는 어젯밤 일을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나빴다.그는 느릿느릿 다가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한테 할 말 없어요?”윤소현은 아직 주제 파악을 못 해서 유씨 집안에서 공주처럼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있었다.“무슨 말?”유남우는 반문했다.윤소현은 울먹이면서 말했다.“우리는 약혼했고 저는 당신의 약혼녀인데 왜 당신을 만지면 안 되나요?”윤소현은 체면을 지키려 일부러 유남우와 박민정의 일은 묻지 않았다.유남우가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일을 입 밖에 내는 것 자체가 자신이 쪽팔린 것이라고 생각했다.“말했잖아, 결혼하고 나서.”유남우의 말 속에는 부드러움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윤소현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너무 보수적인 거 아니에요?”유남우가 윤소현에게 싫증이 난 나머지 짜증까지 내려고 할 때 비서 홍주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전화를 받고 나서 그는 윤소현한테 한마디로 위로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돌아오면 말하자.”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투정을 더 부릴 수 없었다.“그럼 먼저 집에 갈게요.”“응.”윤소현은 원래 유 씨네 집으로 이사 와서 살고 싶었는데 유남우는 그가 사는 곳은 아직 인테리어 중이라 새집 인테리어가 끝나면 다시 이사하라고 했다.유남우는 윤소현이 차에 타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야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사실 홍주영은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었다.그는 전화를 걸었다...한 시간 후.윤소현은 기절한 채 어두컴컴한 방에 놓여있었다. 남자 몇 명이 그녀를 둘러싸 서 있었고 그 사이에 카메라가 놓여 있었다.방 밖에는 은회색 자동차 안에 유남우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옆에 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둘째 도련님, 이러시면 안 좋지 않을까요?”윤소현은 어쨌든 명목상으로 유남우의 약혼녀이니, 만약 이 사람들이 정말 그녀를 윤간한다면 나중에 둘째 도련님이 모조리 죽여버릴지도 모른다.유남우는
유남우는 말을 마치고 입구를 향해 경호원들더러 들어오라고 했고 경호원들은 윤소현을 안고 떠났다.윤소현은 유남우더러 같이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그런 사람들한테 당한 일을 생각하면 면목이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했다.유남우는 묵묵히 그녀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외투를 벗어 손을 닦고 휴지통에 버려버렸다.반대편.진주시는 흰 눈이 내렸고 강물은 모두 두꺼운 얼음으로 뒤뎦였다. 박민정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차 안의 열기로 인해 유리창에 옅은 안개가 껴서 밖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박민정은 시선을 거두고 선물을 들춰보며 안쪽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았다.그녀는 정교한 포장이 된 손바닥만 한 상자를 꺼내어 열었는데 그 안의 물건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자 안에는 아름다운 은반지가 들어 있는데 이 반지에는 박민정이 어릴 적 직접 새긴 두 사람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원래 이 반지는 한 쌍이었다. 박민정과 유남우 두사람 것이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시집갈 때 그에게 반지가 어디 있는지 물었었다. 당시 그는 무슨 반지냐고 되물었다그때, 박민정은 그가 반지를 잃어버린 줄만 알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자세히 물어봤다면 사람을 잘못 알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다.박민정의 반지에 새겨진 글자를 보면:PMJ&UNJ이 반지의 약자도 틀렸다, 유남준 것이었다.박민정은 반지를 꽉 쥐었더니 손바닥에 쏙 들어갔고 마음속으로 갈수록 사람을 못 알아봤다는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휴대폰을 꺼내 유남우에게 답장했다.“네.”그리고 다시 타이핑 했다. “선물 받았는데 정말 미안해요.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앞으로 우리는 여전히 친구입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줘요.”박민정은 유남우가 자기에게 반지를 다 돌려준 걸 보니 과거를 잊으려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곧 답장이 왔다.“네.”박민정은 다시 휴대폰을 껐다.유남준은 박민정이 말하고 싶다면, 스스로 자신에게 알려줄 게 분명해 굳이 묻지 않았다.한참 동안
두 사람이 차에 앉아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날이 어두워져야 부하들이 반지를 훔치기 쉬웠다.박민정은 돌아가면서 선물 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은정숙의 방으로 가서 간병인을 쉬게 했다.이전에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은 후 은정숙의 정신이 많이 좋아졌다. 만약 계속 이대로라면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다.그들은 누군가가 몰래 들어온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지가 들어 있는 상자가 유남준에게로 옮겨졌다.서다희가 열어보니 반지는 굉장히 싸보였다.“이렇게 싸다니, 둘째 도련님이 줬을 리가 없잖아요?”유남준은 유남우가 이런 물건을 선물 해 주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다른 건 없니?”서다희가 자세히 살펴보니 반지 안쪽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약자인 PMJ&UNJ 은 박민정과 대표님의 이니셜 아닌가요?”서다희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부인께서 주신 서프라이즈 아니죠? 싸지만 성의가 보이네요.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니 직접 새긴 것 같아요.. 사모님이 대표님을 아주 좋아하신다니까. 사모님의 마음속에는 항상 대표님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여자 친구도 저한테 수제품을 준 적이 없어요.”서다희는 말하느라 유남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유남준이 영상 앞부분을 서다희에게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서다희는 유남우가 박민정에게 물건을 준 건지 몰랐다.유남준은 그 반지를 가지고 잠시 생각해 보니 유일하게 말이 되는 것은 이 반지가 박민정이 유남우에게 준 것이라는 것이었다.왜냐하면 박민정은 늘 유남우를 유남준이라고 불렀다!“대표님, 끼워드릴까요? 부인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대표님도 서프라이즈 하나 준비하세요.”“그만해.”유남준은 서다희의 말을 끊었다. “꺼져.”서다희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자기가 어느 포인트에서 대표님을 건드렸는지 전혀 몰랐다.“네.”그는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갔다.서다희가 간 뒤 유남준은 그 반지를 주먹 안으로 꽉 움켜쥐었다.하필이면 이때 전화
유남준은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서 모른 척하고 선물 가방을 내려놓았다.박민정은 의심쩍게 물었다.“내 물건 가지고 뭐 하는 거예요?”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봉지 안을 살펴보니 상자가 있었다.“보셨어요?”박민정이 또 묻는다.유남준은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아니, 안 봤어.”박민정은 믿지 않았다. 그가 분명 들고 있었고, 밖에까지 들고 갔으니 안 봤을 리가.“그럼 뭐가 들었는지 알고 싶어요?”박민정은 일부러 그를 떠봤다.유남준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아니요.”박민정은 화도 안 나서 선물을 바로 풀었다.“당신 동생이 준 선물은 꽤 귀중해요. 금목걸이를 제가 받을 건데 괜찮겠어요?”유남준은 묵묵히 그녀가 고의로 자신을 속이는 것을 듣고 있었지만 그저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었다.유남준은 박민정한테 질투가 가득 했지만 입으로는 마지못해 “응.”이라고 대답했다.박민정은 그의 모습을 보니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자기 물건을 몰래 보고도 인정하지 않으니 박민정은 그의 앞에서 버리지 않고 일부러 방으로 가져갔다.유남준은 거실에 혼자 있으니 안색이 더 나빠졌다.박민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그는 소파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일부러 그를 무시하고 사과를 깎아 먹었다.“먹을래요?”“아니.”박민정은 그의 도도한 모습에 설명하기도 귀찮았다.“늦어서 먼저 자러 가요.”그녀가 일어서서 두 걸음도 채 가지 않았을 때, 유남준이 팔을 들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박민정은 반응할 새도 없이 그의 품에 기댔다. 입술은 그의 목덜미에 닿았고 두 손은 실수로 그의 허벅지에 닿았다.유남준은 숨을 쉬고 나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민정아, 오늘 밤 우리 같이 잘래?”박민정은 귀가 빨개지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아니요.”그녀는 일어나려고 하다가 실수로 유남준의 다리 사이에 손을 닿았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피했다.유남준은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았다.“건드리지 않고 꼭 안고 잘게.”박민정이 처녀도 아닌데 어
유남준은 이지원과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해명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기억을 잃은 척하고 있어 말하지 못했다.“아니.”유남준은 눈을 감았다.“자.”박민정은 그의 품에서 좀 나와서 불편하게 잠을 청했다.내일 그녀는 병원에 가서 임신 검사를 해야 하니 오늘은 푹 쉬어야 했다.......진주시 병원.윤소현은 병실에 누워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의 아버지 윤세권은 이미 사람을 보내 그의 딸에게 이런 짓을 한 게 누구인지 조사했지만 적을 너무 많이 만들어 한동안 누가 그랬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웠다.한수민은 원래 약혼연회 일 때문에 화가 나 있었는데 그녀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녀를 보러 왔다. “소현아,괜찮아?”윤소현은 툴툴 맞게 대답했다.“보면 몰라요?”윤소현은 예전에는 한수민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었다. 어쨌든 한수민은 아버지에게 시집온 지 5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딸 박민정이 몰래 유남우를 꼬신 것을 생각하면 윤소현은 한수민에게 태도가 좋지 못했다.한수민은 윤소현의 짜증 나는 말투에도 화내지 않고 안쓰러워 이불을 덮어주었다.“미안해, 화내지 마, 다 잘될 거야.”윤소현 앞에서는 한수민은 진짜 어머니 같았다.윤소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인 척하지 마세요. 무슨 의도가 있으신 것 같은데, 약혼 파티에서 제가 당신에게 말할 기회를 안 줘서 그러는 거에요? 그 일 때문에 제가 미워서 친딸 박민정에게 제 자리를 꿰차고 유남우를 꼬시라고 한 거예요?”윤소현의 말에 한수민은 순간 멍해졌다가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소현아,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어떻게 민정이한테 유남우를 꼬시라고 할 수 있겠어?”윤소현은 한수민이 모두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유남우와 박민정은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했고, 박민정은 또 몰래 유남우를 꼬셨다고 말했다.한수민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었다.“나는 정말 민정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남자를 꼬실꺼라곤
윤소현은 이제야 왜 아빠가 한수민과 결혼했는지 알았다. 새엄마가 친엄마보다 자기한테 더 신경 써주었다.처음에는 한수민 단지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정수미는 올해 나이 오십이 넘었는데 왜 딸 하나밖에 없는지 이유도 알았다.윤소현은 쓰레기통 속 파편을 보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화장실 변기에 던져버렸다.“나는 사업가 정수미의 딸이지, 딴따라의 딸이 아니야.”정수미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한수민은 그저 가정주부였고 정수미만이 자기의 엄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윤소현은 한수민을 다시 불러들여 가짜웃음을 장착하고 말했다.“엄마, 알겠어요. 앞으로 제가 꼭 효도할 거예요.”한수민은 이 말을 듣고 그녀를 덥석 껴안았다.“그 말을 들으니 엄마가 기쁘구나.”“근데 이 일은 우리가 사적으로만 알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 줄래요?”한수민은 의문스러웠다.“왜?”“정수미는 아이가 저 뿐인데 죽으면 기업을 다 저한테 맡기겠다고 했어요. 지금 진실을 알게 되면 기업을 저한테 물려주시지 않을 거예요.”윤소현이 내뱉는 말들은 모두 도리가 있었다.한수민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애초에 윤소현을 낳고 윤세권에게 건네준 후 윤세권은 정수미에게 이 아이가 주운 아이이고 아이의 친부모를 모른다고 해서야 정수미가 키우기로 한 것이었다.“그래.”......다음날 박민정은 임신검사를 받으러 갔다. 유남준도 굳이 같이 가자고 했다.“출근 안 해도 돼요?”“휴가 냈어.”유남준이 대답했다.“하루가 멀다 하고 휴가를 내면 대표님이 내버려둬요?”박민정은 점점 그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었다.“우리는 자선사업이어서 대표님 월급도 많지 않은 데다 나처럼 눈이 보이지 않고 업무 능력은 뛰어난 사람은 드물어.”유남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박민정은 이전에도 유남준의 일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집중력이 훨씬 더 필요했다.기본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보
박윤우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도 시치미를 뗐다.“죽다니요. 저희 아빠는 죽지 않아요. 아저씨는 나쁜 사람.”유남준은 꼬마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눈앞의 이 아이는 그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도 짜증이 났다.“울지 마.”“싫어요.”박윤우는 계속 거짓 울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유남준은 박윤우가 가짜로 운다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이따가 박민정이 검사하고 나와서 보면 자기한테 화낼까 봐 무서웠다.“네 아버지는 죽지 않았어.”“그런데 왜 우리 아버지를 저주했어요!! 흑흑흑!!”박윤우는 더 크게 울었다.유남준은 머리가 아팠다.“울지 마, 농담이야.”박윤우는 자신을 달래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나서야 엄마의 건강검진 시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보아하니 지금 이 아저씨가 엄마를 많이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이걸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어른이신데 왜 이런 농담을 치는 거요? 흑흑흑,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흑흑, 엄마랑 에스토니아로 돌아가 아빠 장례를 치뤄줄거야...”유남준은 어린아이가 이렇게 진지할 줄은 몰랐다, 만약 박민정이 알면 큰일 났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농담이야, 어떻게 하면 안 울래?”“선생님이 잘못했으면 사과하라고 하셔서요.”박윤우는 쓰레기 아빠가 어떻게 사과했는지 보고 싶었다.유남준은 평생 박민정에게 사과한 것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지 않았다.이 꼬마가 박민정 다른 남자의 아이이고 자기 몸에 오줌을 쌌던 것을 생각하면, 그는 더욱 그에게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유남준이 계속 사과하지 않자 박윤우는 더 크게 울었다.“흑흑흑,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난 이제 아빠 없는 아이야, 우리 아빠...”그의 울음소리에 밖에 있는 간호사들이 다가왔다.“윤우야, 아버지가 왜요?”유남준이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줄도 몰랐다.“아버지는 잘 계세요.”유남준은 간호사가 차가운 시선에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괜찮으면 됐어요.”간호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