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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작가: 윤지
애초에 은정숙의 말을 잘 들었던 박민정은 심지어 지금 은정숙이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일어나서 유남준을 방으로 데려가 옷을 입어보도록 도와주었다.

박민정이 유남준을 위해 사준 옷은 대부분 캐주얼한 옷이라 입기 편했다.

“옷 벗어요.”

박민정은 이렇게 말한 후 새로 산 옷들을 모두 꺼내서 옆에 정리했다.

준비를 마치고 유남준에게 가져다주려고 돌아서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리며 동공이 커졌다.

“왜, 왜 옷을 다, 다 벗었어요?”

그런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완벽한 비율의 몸매에 탄탄한 근육, 에잇팩 복근까지, 그리고…

박민정은 당황한 나머지 얼굴에 불이 붙은 것 같은 느낌에 시선을 피했다.

비록 예찬이와 윤우를 낳고 유남준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지만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횟수는 많지 않았다.

이번에 돌아와서 유남준의 핏줄을 위해 능숙한 척 행동했지만 정작 본론으로 들어갔을 땐 유남준이 적극적으로 리드했다.

유남준은 항상 자신의 몸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잘생긴 얼굴에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안에 입을 옷도 있지 않아?”

박민정은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

“내가 속옷 사준 것도 아니잖아요. 얼, 얼른 속옷 입어요.”

그런데 유남준은 이렇게 말했다.

“너무 급하게 벗어서 어디에 뒀는지 깜빡했는데 좀 찾아줄 수 있어?”

박민정은 그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지만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그가 옷을 놓아둔 곳을 찾으러 갔다.

하지만 속옷을 찾기도 전에 유남준이 뒤로 다가왔고 박민정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 순간 유남준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박민정은 그의 물건이 닿는 것을 느끼며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뭐 하는 거예요?”

유남준은 곧바로 한발 물러섰다.

“네가 못 찾는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찾으려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말을 하던 그는 목에 불이 붙은 것 같았고 귓불이 뜨거웠다.

박민정은 재빨리 옷을 뒤지다가 겨우 옷을 찾아 그에게 건넸다.

“빨리 입어요!”

유남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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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거부할 틈조차 주지 않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며 말했다.“이제 어른이니 고집 좀 그만 부려. 내가 데려가는든 네가 혼자 가든 결국 똑같잖아.”박민정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그에게 내려놓으라고 소리쳤지만 유남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소현은 질투심을 억누르며 속으로 혀를 찼다.결국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억지로 끌려 나갔다.그 후, 유남우도 피폐한 표정으로 응접실을 나섰다.이를 본 윤소현은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남우 씨, 이제 어쩔 거예요?”그러나 유남우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너는 먼저 돌아가.”그 말만 남긴 채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유남우가 해임되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회사 전역에 퍼졌고 이 소식을 들은 홍주영은 그의 사무실 밖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그는 대표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도련님.”홍주영이 안으로 들어오자 유남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넌 계속 회사에 남을 거야?”홍주영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도련님 따라갈 거예요.”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유남우는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맙다.”홍주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물었다.“그럼 제가 짐을 챙기겠습니다. 저희 같이 나가요.”“그래.”사무실 문 앞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소현은 유남우가 자신보다 한낱 부하 직원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질투로 속이 뒤집혔다.결국 그녀는 높은 굽 구두를 신은 채 쿵쿵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홍 비서, 자리에 돌아가서 짐부터 챙겨요.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내가 남우 씨 아내니까요.”홍주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윤소현 옆을 지나쳤다.유남우는 그녀가 짐을 정리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윤소현은 짐을 챙기면서도 속으로 후회했다.‘왜 내가 유남우를 고집했을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유남준에게 항상 밀리기만 했잖아. 같은 형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7화

    김인우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게 된 후에야 일단 이지원을 그냥 두기로 했다.한편, 윤소현은 유남준의 위협적인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우리 엄마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애써 자신을 다잡으려 했다.그러나 유남준은 비웃듯 가볍게 웃고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윤소현은 의자에 앉았지만 속은 초조함으로 가득했다.예전 같았으면 정수미가 절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 믿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박민정 역시 정수미의 딸이었고 그것도 친딸이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응접실에서 유남우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눈 밑이 검게 그늘져 있었는데 아마도 전날 밤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이었다.“왜 날 속였어요?”박민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유남우는 쓰디쓴 표정을 지었다.“널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야. 우린 원래 함께해야 할 사이였잖아.”박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게 전부에요? 오빠 때문에 난 아이들 네 명이나 버리게 됐고 기억까지 잃었어요!”박민정은 자신이 먹었던 약이 기억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 약을 과다 복용하면 신경이 망가질 위험이 있었다.유남우는 박민정을 부드럽게 바라보았다.“그저 우리 사이에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지우고 싶었어.”“지우고 싶었다고요?”그 말은 마치 타인의 기억을 없애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벼웠다.박민정은 다시 물었다.“오빠는 정말 날 사랑한 적 있어요?”그녀는 의심스러웠다.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돌아보면 유남우가 그녀를 좋아했던 건 맞을지 몰라도 그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었다고 느꼈다.어떤 사랑이 이렇게 집착적일 수 있을까?“물론이야.”유남우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민정아, 난 윤소현과 결혼하지 않았어. 그 아이도 내 아이가 아니야. 우리 함께 외국으로 떠나자. 과거의 일은 모두 잊고.”그러나 박민정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싫어요.”그녀는 지금의 유남우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6화

    유석진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답했다.“궁금해할 필요 없어. 곧 직접 오실 거야.”사실 그도 IM 그룹의 대표가 누구인지 몰랐다. 아마 외국인일 것이다. 아니면 어떻게 그런 대단한 능력과 자본을 가질 수 있겠는가? 나이 든 사업가일 가능성도 제법 클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던 유석진의 눈앞에서 사무실 문이 밖에서 열렸고 비서가 들어와 공지했다.“여러분, IM 그룹의 대표님이 도착하셨습니다.”유남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새로운 대표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내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남준과 박민정이었기 때문이다.유석진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그의 아들과 며느리 역시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유남준?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비서는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이사님, 이분이 바로 IM 그룹의 대표며 호산 그룹의 전 대표님이십니다.”유석진은 그 말을 듣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가슴이 벌렁거렸다.옆에 있던 유성혁은 두 다리가 떨렸고 그의 아내 최현아는 더욱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리고 회의실 한쪽에 있던 유남우와 윤소현 역시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그들과 경쟁했던 IM 그룹이 유남준의 소유였다니... 그래서 호산의 약점을 이렇게 정확히 알아냈던 거였다.최현아는 유남우의 옷자락을 슬쩍 당기며 속삭였다.“도련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하지만 유남우는 아무 말 없이 박민정을 바라보았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민정아, 넌 이미 선택을 끝낸 거야?”그의 말은, 기억을 잃은 그녀가 여전히 유남준을 택했느냐는 뜻이었다.박민정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조금 있다가 따로 얘기해요.”“그래.”유남우의 목소리는 한층 잠긴 듯했다.유남준은 자리 앞으로 걸어나와 입을 열었다.“제가 바로 IM 그룹의 대표입니다. 못 믿겠다면 증거를 보여주죠.”그가 옆에 있던 서다희에게 눈짓하자 서다희는 관련된 증명 자료를 꺼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5화

    마침 윤소현도 회사에 갔다니...유남준은 전화를 끊고 운전기사에게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현재, 호산 그룹 본사에서 유석진과 그의 아들 유성혁 그리고 며느리인 최현아는 유남우에게 대표 자리를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남우야, 우리 이미 얘기했잖아. 너한테 회사를 맡겼는데 회사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됐어. 주식은 폭락하고 말이야. 이제는 자리를 비워줘야 할 때 아니겠어?”유남우는 회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차분히 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고위직들과 주주들에게 물었다.“다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유남우는 다시 물었다.“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누가 이 자리에 앉을 건가요?”유성혁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가 이 자리에 앉는 게 가장 적합하지 않겠어?”유성혁은 올해 초 병원에서 퇴원한 뒤, 유남준이 회사를 돌보지 않는 틈을 타 다시 설치기 시작했다.유남우 자신도 사실 회사를 잘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단지 형에게서 회사를 빼앗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큰아버지 가족의 압박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유남우는 속으로 박민정을 떠올리며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렇다면 주주총회를 다시 열어 투표로 결정합시다. 전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최현아가 비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려요? 다들 당신이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윤소현이 들어왔다.“누가 내 남편을 몰아내려는 거예요? 내 남편이 물러나면 우리 정씨 가문은 유씨 가문과 더 이상 협력하지 않을 거예요. 잘 생각해 보라고요!”익숙한 협박이었다. 회의실의 고위직들과 주주들은 이미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최현아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쏘아붙였다.“동서, 우리 유씨 가문은 정씨 가문과 협력하기 전에도 잘만 운영됐어. 그런데 협력한 이후로 오히려 회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4화

    정수미에게 ‘교양 없다’는 꾸지람을 들은 윤소현의 얼굴은 단숨에 붉어졌다.“엄마,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이제 민정이를 찾으니까 저 같은 양녀는 아예 포기하는 거예요? 너무하세요.”윤소현은 화가 난 채로 방을 박차고 나갔고 정수미는 분노로 가슴이 요동쳤다.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쫓아가 볼까요?”정수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쫓아가서 뭐 하게? 저 아이는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이 없어진 거야.”사실 윤소현의 끝없는 이간질만 아니었다면 정수미가 박민정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친딸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긴 세월의 정 때문에 참고는 있지만 정수미는 가끔 윤소현과 양모녀 관계를 끊고 싶은 충동이 들곤 했다.고영란도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사돈어른, 정말 너무하셨네요. 제 앞에서 제 아들을 그렇게 깎아내리다니 참 어이가 없네요.”정수미는 딸을 대신해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돈어른, 정말 죄송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반드시 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고영란은 그제야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이 방에는 진서연, 민수아, 설인하 같은 이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한바탕 드라마를 관람한 기분이었다.정수미는 원래 박민정을 한 번 보려 했으나 지금 상황으로는 어려워 보였다. 대신 그녀는 네 명의 외손주를 찾아갔다.작은 아이들은 그녀를 반겼지만 박예찬과 박윤우 두 아이는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정수미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앞으로의 인생을 이 아이들에게 속죄하는 데 바치기로 결심했다.“외할머니...” 어린 아이들은 정수미가 떠나려 하자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정수미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서 그녀를 붙잡아주는 사람은 이 두 아이밖에 없었기에 결국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외할머니가 곧 다시 너희를 보러 올게.”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아이들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 했으나 박윤우가 그들을 막았다.“너희 둘, 정말 철이 없네. 우리 엄마가 누구 때문에 상처받았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3화

    정수미의 손이 공중에서 굳어버렸다.옆에 있던 윤소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혼자 사겠다니, 그럼 네가 직접 사는 거야? 아니면 남자가 대신 사주는 거야? 차라리 부모님 돈 쓰는 게 덜 창피하지 않겠어?”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옆에 있던 조하랑은 분노가 치밀어 단호히 반박했다.“윤소현 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남자가 대신 사준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정수미도 눈살을 찌푸리며 나섰다.“소현아, 말이란 건 가려서 해야 해. 할 말 없으면 그냥 조용히 있어.”윤소현은 마치 실수한 척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미안해요, 엄마. 알잖아요, 제가 원래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성격이라... 나쁜 뜻은 없었어요. 어제 외국에서 민정이랑 남우 씨가 같이 있는 걸 봤는데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전부 남우 씨가 돈을 쓰더라고요. 그래서... 어머, 이걸 말해버렸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조하랑도 순간 입을 다물었고 박민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만약 유남우가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았다면? 그에게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그랬다면 절대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소용없었다.정수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윤소현은 더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유남준의 큰 키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윤소현 씨, 당신 생각에 우리 민정이가 다른 남자의 돈을 써야 할 만큼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는 겁니까?”윤소현은 말문이 막혔지만 억지로 목을 세우며 응수했다.“그럼 아니에요? 어제 민정이를 찾아갔을 때 그 장면을 똑똑히 봤잖아요?”유남준은 냉정히 되물었다.“그럼 왜 유남우가 쓴 돈이 전부 내 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내가 아니었으면 유남우가 어떻게 호산 그룹의 대표 자리에 올랐을 것 같아요?”윤소현은 빈정거리며 대꾸했다.“남우 씨는 자기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이에요. 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2화

    박민정은 두 아이가 자신의 뒤에 숨어버리자 조금 놀랐다.아이들에게 묘한 호감이 생긴 그녀는 진서연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서연아, 애들이 겁먹었잖아.”진서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알겠어요. 그런데 역시 보스는 애들 친엄마라 다르네요. 제가 전에 애들 볼 때마다 볼을 꼬집어도 이렇게까지 도망친 적 없었거든요.”그 말을 들은 박민정의 마음이 묘하게 따뜻해졌다. 진서연이 물러간 뒤 그녀는 뒤돌아 두 아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자, 이제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박민정의 온화한 목소리에 두 아이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머쓱하게 형들 쪽으로 달려갔다.박윤우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두 아이를 향해 말했다.“오자마자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아부나 하고. 정말 짜증나.”반면 박예찬은 큰형다운 태도를 보이며 답했다.“아직 애들이잖아. 무슨 아부를 한다는 거야?”박윤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형은 몰라. 난 딱 보면 알아. 저 애들의 속셈이 뭐였는지 말이야. 참나.”형제들의 장난스러운 대화에 이어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설인하의 딸도 합류해 아이들 방이 금세 북적였다.한편, 서재에서는 고영란과 정수미가 박민정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듣고 있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기억을 잃은 거야?” 고영란이 물었다.유남준은 가정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유남우와 관련된 이야기는 빼고 둘러대며 질문을 막아냈다.고영란은 더는 묻지 않았지만 정수미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기억 상실이 과연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서재를 나선 고영란과 정수미는 박민정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고영란은 박민정에게 유난히 다정한 태도로 손을 잡고 집안 이야기를 나누며 말했다.“기억을 잃었더라도 괜찮아. 천천히 다시 떠올리면 돼. 돌아온 이상 이제 푹 쉬면서 건강부터 챙겨야지.”박민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그렇게 할게요.”반면 정수미는 옆에서 몇 번이고 무언가를 말하려다 망설였다. 그녀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1화

    비서의 눈에 비친 정수미는 언제나 강인한 여성의 대명사였다. 그녀는 늘 당당하고 차가웠으며 이런 냉대를 받는 모습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비서는 정수미와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가며 눈빛에 깊은 동정을 담았다.한편, 별장 안에서는 박민정과 그녀의 친구들이 아침 준비로 분주했다.잠시 후, 밖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박현진과 박현우, 두 아이는 유난히 말이 많고 활발했다.“민정아.”손자들을 데리고 들어온 고영란이 거실로 들어서며 박민정을 불렀다.박민정은 부엌에서 진서연 등과 함께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가 고영란을 돌아보았다.화려하게 차려입은 귀부인과 그녀 곁의 귀여운 두 아이를 보며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곁에 있던 조하랑이 재빨리 귀띔했다.“저분이 유 대표 어머니야. 그러니까 네 시어머니.”박민정은 왜 그녀가 어딘가 익숙했는지 깨달았다. 어린 시절 그녀는 몇 번 유씨 집안을 방문하며 고영란을 만난 적이 있었다.박민정은 그녀에게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지만 감히 ‘어머니’라고 부르지는 못했다.고영란은 박민정의 어색함을 눈치채지 못한 채 보모에게 손짓하며 말했다.“현진아, 현우야, 엄마한테 인사드려야지.”두 아이는 큰 눈으로 박민정을 빤히 바라보았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두 아이는 박민정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는 듯했다.그러다 박현우가 갑자기 박민정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어?”박민정은 깜짝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아이가 넘어질까 걱정되어 결국 그대로 두었다.“이 아이들이 제 아이라고요?”박민정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몰랐던 사실들이 오늘 그녀의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듯했다.고영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말했다.“민정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물론 네 아이들이지. 네가 온갖 고생 끝에 낳은 아이들이잖아. 설마... 설마 너, 다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어머니가 어떻게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잊을 수 있단 말인가!박민정은 고영란에게 무슨 말을 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80화

    “민정아, 한 가지 더 말할 게 있어. 네 친엄마는 정수미야. 아마 너의 귀국 소식을 이미 알았을 거야.” 조하랑이 말했다.“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해 둬야 해.”조하랑은 과거에 정수미가 박민정과 박윤우에게 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친구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속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어젯밤 너희가 말해준 거 전부 기억했어.”“그럼 됐어. 이후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조하랑이 덧붙였다.예상대로였다. 고영란도, 정수미도 박민정이 무사히 돌아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정수미는 특히 날이 밝자마자 급히 찾아왔지만 보안 요원에게 출입을 막히고 말았다.“죄송합니다, 정 여사님. 대표님의 허가 없이는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보안 요원이 이렇게 말하자 정수미는 다급해졌다.“부탁이에요, 제 딸이 이 안에 살고 있잖아요.”보안 요원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딸이요? 따님은 지금 본가에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정수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결국 그녀는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옆에 있던 비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건 분명 유 대표님의 결정이에요. 보안 요원이 이런 권한을 가질 리가 없잖아요.”정수미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박민정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괜찮아. 여기서 기다리면 되지.” 비서는 이런 정수미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겨우 친딸을 찾았지만 만나지도 못하는 그녀가 너무 불쌍했기 때문이다.정수미는 차 옆에 서서 멀리 집을 바라보았는데 유독 쓸쓸해 보였다.이때 멀리서 차 한 대가 다가왔다.차 안에는 고영란과 두 명의 손자가 타고 있었다.손자들이 정수미를 보자마자 옹알거리며 말했다.“외... 할머니.”“저 여자는 왜 또 왔지?” 고영란은 차에서 내리며 중얼거렸다.보모들은 두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박현우와 박현진은 정수미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할머니...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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