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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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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박민정도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삶을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이혼도 못하고 유남준은 기억을 잃자 박민정은 은정숙과 두 아이를 찾으러 해외로 가기로 했다.출발 하기 하루 전, 그녀는 연지석의 전화를 받았다.“민정아, 아주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어.”연지석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그러자 박민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떻게 된 거야?”“의사 말로는 전부 노인병이래. 그리고 폐가 좀 안 좋대...”연지석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기껏해야 이번 설까지 버틸 수 있다 하셔...”설날까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했다.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몸이 휘청거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지금 바로 거기로 갈게.”하지만 연지석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민정아, 아줌마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나뭇잎이 언젠가는 땅위에 떨어지듯이 나이가 든 사람은 입으로는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지만 머리에는 줄곧 고향 생각이 배어 있었다.박민정은 목이 메어왔다.“아줌마께 너무 미안해. 당장 가서 아줌마를 신림으로 모셔다드릴게.”“마침 최근에 프로젝트를 처리하러 국내로 가야 하는데, 내가 아줌마와 함께 돌아가도 돼.”연지석도 유남준의 일을 알았기에 말을 덧붙였다.“두 아이도 함께 따라가고 싶어 해.”은정숙이 돌아오면 박민정도 두 아이가 외국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유남준은 기억을 잃었고 눈까지 멀었으니 두 아이를 찾을 리가 없었다.“그럼 두 아이도 함께 데려와 줘.”“알았어.”...그날 밤, 박민정은 도저히 잠이 들 수가 없었다.은정숙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녀는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사실 은정숙은 한수민보다 더 엄마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향한 보살핌과 사랑은 모성애와 다를 바 없었다.새벽쯤에 박민정은 바로 일어나서 아줌마와 두 아이를 위해 세면도구도 준비하고 장도 봤다.쇼핑몰에서 옷과 신발도 샀고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점심에 박민정은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지난번에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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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유남준은 말하면 말한 대로 행동했다. 가정법원을 떠난 후, 그는 다시 박민정을 찾지 않았다.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박민정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두원 별장은 한밤중에도 전등을 켜지 않았다.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집안의 유리 제품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그러자 바로 들어가려던 경호원이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꺼져!”유남준은 큰 소리로 차갑게 말했다.그러자 경호원은 어쩔 수 없이 바로 밖으로 나갔다.유남준은 식탁 뒤에 서 있었고 유리 조각에 베인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그는 마치 아픔을 못 느끼는 사람처럼 수도꼭지를 더듬어 열고 차가운 물에 상처가 난 손을 헹구고 있었다.요 며칠 그는 단지 물건을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다행히 그는 집 안의 모든 위치를 기억해서 더 이상 잘못된 곳을 찾지 않았다.그는 피가 멈출 때까지 손을 헹구다가 수도꼭지를 닫고 주방을 떠났다.그리고 혼자 거실로 와서 소파에 앉았다.그의 남은 기억 속에는 박민정이 이곳에 앉아서 그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었다.집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유남준은 또 경호원이 다시 온 줄 알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꺼지라고!”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경호원이 아닌 고영란이었다.고영란은 집안이 이렇게 어두운 것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왜 불을 켜지 않은 거야?”그녀는 거실에서 앉아 있는 유남준을 보고서야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을 깨달았다.눈이 먼 사람으로서 불을 켤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히터를 켜지 않았기에 실내는 몹시 추웠다. 그래서 고영란은 걸어가서 히터를 켜고 유남준 앞으로 왔다.“남준아, 네 몸도 이젠 거의 나았어. 엄마가 최근에 몇몇 집안의 아가씨들을 보았는데. 다 예쁘기도 하고 조건도 괜찮아. 게다가 다들 널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 왔대. 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고영란이 말한 여자들은 전부 이제 겨우 스무 살이었다.모두 젊고 예뻤고 게다가 아이를 낳기에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영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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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기억상실에 실명까지 겹친 후 유남준은 더욱더 쩍하면 화를 냈다. 박민정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좋은 표정을 지어주지 않았다.고영란은 방금 유남준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니 마음이 초조해졌다.그녀는 서다희에게 물었다.“어떻게 하면 남준이가 다른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희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대표님은 전에 그저 이지원 씨와 사귄 적이 있고 박민정 씨와 결혼한 외에는 다른 여자분이 없었어요.”유남준은 항상 사업을 중시해 왔기에 연애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서다희가 이지원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고영란은 그녀를 잊었을 것이다.“참. 이지원은 지금 어디에 있어?”서다희는 목이 메어 잠시 후에야 대답했다.“진주 정신병원에 있어요.”...병원 원장 사무실.이지원은 환자복을 입고 머리가 헝클어진 채 멍하니 서 있었다.고영란이 온 것을 보고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고영란이 자신을 괴롭히려 온 줄 알고 그녀는 즉시 멍청한 척했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제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죄송해요...”고영란은 그런 이지원을 보고 조금 놀랐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이지원은 며칠 전에 김인우가 왔을 때 그녀를 혼냈기 때문에 고영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미친 척하지 않았다면 김인우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고영란은 한숨을 내쉬며 뒤에 있는 원장을 보고 말했다.“제가 헛걸음을 했네요. 이 사람은 정말 미쳤나 봐요.”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곧 떠나려고 했다.병원 간호사들이 이지원을 끌어가려고 하자 그녀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갇히고 싶지 않아 즉시 고영란에게 달려갔다.“사모님,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고영란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그러자 이지원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뉴스를 다 봤어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남준 오빠를 돌봐 드릴게요.”“남준이가 널 여기에 가뒀는데, 원망하지 않아?”고영란이 묻자 이지원은 고개를 저었다.“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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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전 여자 친구?유남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지원이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갔다.“오빠, 기사 봤어요. 민정 씨랑 이혼한다면서요? 처음부터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 때문에 속상해하지 말아요.”유남준은 이지원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이지원이 박민정의 얘기를 꺼내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박민정에 대해서 잘 알아?”“당연하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 같은 학교에 다녔어요. 어릴 때는 민정 씨 집에 자주 놀러 갔어요.”이지원은 박씨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그녀는 유남준 앞에 앉아 유남준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유리에 베인 상처가 남아있었다.이지원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상처를 만지려고 했다.유남준은 미리 예지한 듯 뒤로 물러났다.이지원은 그대로 굳은 채 얘기했다.“오빠, 내가 오빠랑 함께할게요. 네? 난 민정 씨랑은 달라요. 오빠가 어떤 모습이든지 영원히 사랑할게요.”이지원은 정말 유남준을 좋아했다. 또 유남준의 재력을 좋아하기도 했다.유남준이 장님이라고 해도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런 이지원을 뿌리쳤다.“꺼져.”이지원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결국 그녀는 유남준한테 쫓겨났다.입구에 서 있던 고영란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얘기했다.“쓸모없을 줄 알았다니까.”이지원은 고영란을 찾으러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유남준은 이지원을 정신 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지만 이지원이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벌어둔 돈은 그대로다.이지원은 바로 비서한테 전화해 데리러 오라고 했다.차에 앉으면서 이지원은 맹세했다.“박민정, 두고 봐. 깜짝 놀랄만한 걸 들고 갈 테니까.”꼭 박민정을 가만두지 않겠다고....신림현.박민정은 은정숙의 집을 새로 인테리어한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신림현으로 왔다.주변의 이웃들은 거의 다 이사갔기에 주변은 꽤 처량해 보였다.요즘 은정숙은 자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 하지만 깨어나기만 하면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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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고영란은 유남우가 바로 자기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차에 앉아서 두원에 있는 유남준을 보면서 강연우에게 물었다.“강 변호사, 당신이 남준이를 도와 이혼 소송을 한 사람이죠?”유남준은 고영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른 집안과의 혼인도 거절했고 이지원도 거절했다.고영란은 유남준이 혼자 두원에 있다가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이혼 소송을 도와주었던 강연우를 찾아 상황을 알아보았다.“네.”강연우가 대답했다.“물어볼 게 있어요. 남준이 아내는 아직 박민정이니까 남준이를 챙겨줘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죠?”고영란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강연우는 그녀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당연하죠.”그는 흠칫하더니 말을 이었다.“필요하다면 유남준 씨를 위해 소송장을 미리 써드릴 수 있습니다. 박민정 씨의 의무를 다하게 말입니다.”고영란은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좋아요. 오늘 안에 박민정이 소송장을 받게 해요. 알겠어요?”“네.”고영란은 강연우의 영리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자기 명함을 건네주었다.“강연우 변호사. 호산으로 와요.”강연우는 명함을 받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고영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목적은 달성했으니까.차에서 내린 고영란은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유남준은 서재에 앉아 예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하지만 서류의 내용을 볼 수 없었고 핸드폰으로 음성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영란은 남부럽지 않았던 아들이 이런 모습이 되자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남준아, 할 말이 있어.”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서류를 내려놓았다.“무슨 일이죠?”“내가 잊은 일이 있는데, 민정이 임신한 지 2개월이 됐어.”유남준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너희는 부부잖아. 아무리 싸워도 침대에서 풀리는 게 부부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희 둘은 같이 살아야 해.”고영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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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강연우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에서는 서다희가 내렸고 그 뒤로 경호원과 고용인들이 내렸다.강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타고 돌아갔다.은정숙은 밖의 소리를 듣고 힘겹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다희 일행을 보더니 물었다.“이분들은 다 누구야?”박민정은 은정숙이 찬 바람을 쐬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아줌마, 먼저 들어가서 쉬어요. 이따가 얘기해 드릴게요.”“그래.”은정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허리를 굽힌 채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박민정은 대문을 굳게 닫은 후, 서다희 일행에게로 걸어갔다.서다희도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허름한 집을 보면서 유남준 대신 식은땀을 흘렸다.유남준은 태어나서부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왔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 리 없었다.박민정은 그들의 앞에 걸어갔다. 유남준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서다희에게 물었다.“서 비서님, 뭐 하는 거죠?”“고영란 사모님께서 유 대표님의 모든 옷을 이곳으로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서다희가 대답했다.강연우의 말이 맞았다. 고영란은 정말 박민정에게 유남준을 맡길 예정이다. 만약 박민정이 거절한다면 그녀를 고소할 생각이기도 했다.박민정은 차갑게 물었다.“남준 씨는요?”“유 대표님은 곧 도착하십니다.”말을 마친 서다희는 뒤에 있는 사람들더러 물건을 옮기라고 했다.“잠깐만요.”박민정은 얼른 그들을 막아 나섰다.“유남준은 여기서 살 수 없어요.”서다희는 약간 난감한 기색을 내비췄다.“고영란 사모님께서 얘기하시길, 유 대표님이 이곳으로 오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두원으로 가서 유 대표님을 돌보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거절한다면 강연우 변호사가 얘기한 대로 진행할 겁니다.”임신했을 때는 옥살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감옥에 간다.박민정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화가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다희도 이 제안이 박민정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박민정 씨, 아니, 이제는 사모님이라고 불러야겠죠. 사모님, 유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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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서다희 일행을 내보낸 박민정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박민정은 박윤우를 병원에 입원시켰고 박예찬은 아직 방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박예찬에게 유남준이 와서 같이 산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박민정은 먼저 은정숙의 방에 가서 아까 일어난 모든 일을 설명해 주었다.은정숙은 끝까지 듣더니 박민정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혼자서 나와 두 아이까지 보살피고 있는데 어떻게 유남준까지 돌보겠어. 유씨 가문 사람들은 정말 너무하다니까.”은정숙은 유씨 가문 사람들이 부자들이니 일반인들보다 더 마음이 넓을 줄 알았다.하지만 돈이 많을수록 더 쪼잔하고 뒤끝이 길었다.“전 유남준 씨를 돌보지 않을 거예요. 여기 오면 다 직접 해야 할 겁니다.”말을 마친 박민정은 은정숙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예찬이와 윤우는 아직 상황을 잘 몰라요. 만약 유남준 씨가 온다고 하면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윤우는 전에 남준 씨를 본 적이 있고 또 지금은 병원에 있으니 괜찮지만 예찬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총명해서 수상한 점을 발견할까 봐 걱정이에요.”은정숙도 그 말을 듣더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유씨 가문 사람들은 이득을 손에 꽉 잡고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만약 박예찬과 박윤우가 유남준의 아이라는 것을 알면 두 아이를 빼앗아가려고 아득바득 애를 쓸 것이다.마침 이때 조하랑이 전화를 걸어 물었다.“민정아, 나 예찬이 좀 빌릴 수 있을까?”“빌린다고?”박민정은 약간 의아해했다.“강연우가 돌아온 거 알잖아. 약혼녀도 같이 왔더라고. 둘이 결혼식을 올릴 거라는데 청첩장을 나한테까지 보냈어.”조하랑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화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어! 며칠 후면 예찬이를 데리고 결혼식에 가려고.”박예찬 같은 총명한 아이가 있으면 강연우의 콧대를 부숴줄 수 있다.박민정은 박예찬에게 유남준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라 바로 조하랑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유남준이 곧 온다는 얘기도 해주었다.“유씨 가문 사람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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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박민정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저녁 아홉 시 정도였다.그녀는 창고로 썼던 방에서 물건을 다 꺼냈다. 이 방은 아주 허름했지만 안에 화장실이 있어서 유남준이 박민정이나 은정숙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었다.저녁 열 시.마이바흐 한 대가 집 앞에 멈춰 섰다.뒷좌석에 앉은 유남준은 허리를 곧게 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차에서 내린 기사가 밖에 서서 공손하게 얘기했다.“유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사모님을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유남준의 명령 때문에 운전기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오지 않았다.유남준은 법원을 떠나면서 박민정에게 다시 보지 말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날 데리고 가.”유남준은 그렇게 얘기하고 차에서 내렸다.이렇게만 보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네.”운전기사는 조심스레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유남준이 거절했다.“어떻게 가면 되는지만 알려줘.”유남준은 다른 사람이 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길을 걷는 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병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네.”운전기사의 말에 따라 유남준이 천천히 발을 옮겨 집 앞으로 왔다.운전기사는 박민정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려야 했다.박민정은 노크 소리를 듣고 그제야 문을 열었다.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녀는 옷깃을 꽉 여민 채 유남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들어와요.”운전기사는 유남준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따라 들어갈 수 없어 굳은 채로 서 있었다.하지만 발을 옮기자마자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시선을 돌려보니 박민정은 유남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의 뒤에서 걸으면서 유남준이 소파에 걸려 넘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돌아가서 박민정에게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괜히 부부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차에 돌아온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 중얼거렸다.“앞으로 절대로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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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제가 가볼게요.”박민정은 얼른 내려갔다. 하지만 유남준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다른 이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기에 박민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유남준이 이 공간에서 버티지 못해 떠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이튿날.박민정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당근이 들어간 죽을 준비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유남준은 당근을 좋아하지 않았다.박예찬은 그런 유남준을 닮아 당근이 들어있는 음식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은정숙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박민정은 죽을 일부분 남기고 유남준에게로 갔다.유남준은 마침 씻고 나와 있었다. 그는 홈웨어로 갈아입고 있었다. 박민정은 그런 유남준의 이마에 큰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제의 소리는 아마도 유남준이 이마를 부딪친 소리였던 것 같다.박민정은 일부러 못 본 체 하면서 입을 열었다.“아침을 먹어요.”“응.”유남준은 조심스레 걸어왔다.이곳은 크지 않았지만 가구가 많았다.그는 또 가구를 건드려 박민정이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박민정은 유남준이 빨리 떠났으면 했지만 유남준이 벽에 부딪히려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만은 없었다.“왼쪽으로 가요. 벽에 부딪히겠어요.”유남준은 그대로 굳었다. 귀는 아주 붉어져서 홍당무 같았다.그는 왼쪽으로 걸어가더니 빠르게 테이블 옆으로 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고마워. 이젠 기억했어.”그의 말투와 태도를 보면서 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은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이 이런 태도로 나오니 그를 괴롭히기도 어려웠다.박민정은 죽을 뜨고 계란 후라이 두 개를 올려주면서 말했다.“여기요.”“고마워. 앞으로는 내가 일찍 일어나서 도와줄게.”어젯밤, 그는 낯선 곳에서 잘 자지 못해서 늦게 일어났다.박민정은 멍해졌다.“됐어요.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 뭘 도와줄 수 있다는 거예요.”유남준은 목이 막혔다. 이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일하지 않아도 돼. 은정숙 씨와 함께 두원으로 와. 내가 먹여 살릴게.”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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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은정숙은 깜짝 놀랐다. 흐릿한 그녀의 시야 속에 유남준의 실루엣이 보였다.그는 소매를 걷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싱크대 안에는 세정제의 거품이 가득했다.은정숙이 마지막으로 유남준과 연락한 것은 5년 전이었다.그 전화에서 은정숙은 유남준에게 박민정을 잘 부탁한다고 했었다.하지만 유남준은 아주 냉정했다. 그때 유남준이 한 말을 은정숙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박민정이 어떻게 살든지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죠.”은정숙은 예전의 일을 떠올리면 유남준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유남준이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은정숙은 폐에서 그림자가 발견되어서 요즘 몸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했다. 그녀는 자기한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 그저 마지막까지 박민정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그녀는 겨우 발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가서 차갑게 얘기했다.“유 대표님,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돌아가요. 이런 집에서 적응하지 못할 겁니다.”유남준은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바로 박민정이 말한 은정숙이라는 걸 알았다. 즉 유남준의 장모님이다.“민정이가 사는 곳이니 나도 살 수 있습니다.”은정숙은 약간 흠칫했다.이건 예전의 유남준과 아예 달랐다.그녀는 유남준이 눈이 멀어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유남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박민정은 유남준을 제외한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다희는 유남준이 걱정되어 아침 일찍 운전해서 그를 보러 왔다.창문을 통해서 유남준이 박민정의 말을 따라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본 서다희는 놀라서 굳어버렸다.은정숙이 휴식하고 박민정이 곡을 쓰고 있을 사이에, 서다희는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갔다.“대표님, 왜 이런 일을 하고 계십니까.”서다희는 유남준 손의 그릇과 수저를 빼앗아 유남준 대신 설거지를 했다.유남준은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대표님이 걱정되어서 왔습니다.”서다희는 유남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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