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저녁 아홉 시 정도였다.그녀는 창고로 썼던 방에서 물건을 다 꺼냈다. 이 방은 아주 허름했지만 안에 화장실이 있어서 유남준이 박민정이나 은정숙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었다.저녁 열 시.마이바흐 한 대가 집 앞에 멈춰 섰다.뒷좌석에 앉은 유남준은 허리를 곧게 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차에서 내린 기사가 밖에 서서 공손하게 얘기했다.“유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사모님을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유남준의 명령 때문에 운전기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오지 않았다.유남준은 법원을 떠나면서 박민정에게 다시 보지 말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날 데리고 가.”유남준은 그렇게 얘기하고 차에서 내렸다.이렇게만 보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네.”운전기사는 조심스레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유남준이 거절했다.“어떻게 가면 되는지만 알려줘.”유남준은 다른 사람이 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길을 걷는 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병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네.”운전기사의 말에 따라 유남준이 천천히 발을 옮겨 집 앞으로 왔다.운전기사는 박민정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려야 했다.박민정은 노크 소리를 듣고 그제야 문을 열었다.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녀는 옷깃을 꽉 여민 채 유남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들어와요.”운전기사는 유남준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따라 들어갈 수 없어 굳은 채로 서 있었다.하지만 발을 옮기자마자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시선을 돌려보니 박민정은 유남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의 뒤에서 걸으면서 유남준이 소파에 걸려 넘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돌아가서 박민정에게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괜히 부부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차에 돌아온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 중얼거렸다.“앞으로 절대로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
“제가 가볼게요.”박민정은 얼른 내려갔다. 하지만 유남준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다른 이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기에 박민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유남준이 이 공간에서 버티지 못해 떠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이튿날.박민정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당근이 들어간 죽을 준비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유남준은 당근을 좋아하지 않았다.박예찬은 그런 유남준을 닮아 당근이 들어있는 음식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은정숙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박민정은 죽을 일부분 남기고 유남준에게로 갔다.유남준은 마침 씻고 나와 있었다. 그는 홈웨어로 갈아입고 있었다. 박민정은 그런 유남준의 이마에 큰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제의 소리는 아마도 유남준이 이마를 부딪친 소리였던 것 같다.박민정은 일부러 못 본 체 하면서 입을 열었다.“아침을 먹어요.”“응.”유남준은 조심스레 걸어왔다.이곳은 크지 않았지만 가구가 많았다.그는 또 가구를 건드려 박민정이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박민정은 유남준이 빨리 떠났으면 했지만 유남준이 벽에 부딪히려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만은 없었다.“왼쪽으로 가요. 벽에 부딪히겠어요.”유남준은 그대로 굳었다. 귀는 아주 붉어져서 홍당무 같았다.그는 왼쪽으로 걸어가더니 빠르게 테이블 옆으로 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고마워. 이젠 기억했어.”그의 말투와 태도를 보면서 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은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이 이런 태도로 나오니 그를 괴롭히기도 어려웠다.박민정은 죽을 뜨고 계란 후라이 두 개를 올려주면서 말했다.“여기요.”“고마워. 앞으로는 내가 일찍 일어나서 도와줄게.”어젯밤, 그는 낯선 곳에서 잘 자지 못해서 늦게 일어났다.박민정은 멍해졌다.“됐어요.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 뭘 도와줄 수 있다는 거예요.”유남준은 목이 막혔다. 이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일하지 않아도 돼. 은정숙 씨와 함께 두원으로 와. 내가 먹여 살릴게.”먹여 살린다...
은정숙은 깜짝 놀랐다. 흐릿한 그녀의 시야 속에 유남준의 실루엣이 보였다.그는 소매를 걷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싱크대 안에는 세정제의 거품이 가득했다.은정숙이 마지막으로 유남준과 연락한 것은 5년 전이었다.그 전화에서 은정숙은 유남준에게 박민정을 잘 부탁한다고 했었다.하지만 유남준은 아주 냉정했다. 그때 유남준이 한 말을 은정숙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박민정이 어떻게 살든지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죠.”은정숙은 예전의 일을 떠올리면 유남준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유남준이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은정숙은 폐에서 그림자가 발견되어서 요즘 몸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했다. 그녀는 자기한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 그저 마지막까지 박민정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그녀는 겨우 발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가서 차갑게 얘기했다.“유 대표님,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돌아가요. 이런 집에서 적응하지 못할 겁니다.”유남준은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바로 박민정이 말한 은정숙이라는 걸 알았다. 즉 유남준의 장모님이다.“민정이가 사는 곳이니 나도 살 수 있습니다.”은정숙은 약간 흠칫했다.이건 예전의 유남준과 아예 달랐다.그녀는 유남준이 눈이 멀어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유남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박민정은 유남준을 제외한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다희는 유남준이 걱정되어 아침 일찍 운전해서 그를 보러 왔다.창문을 통해서 유남준이 박민정의 말을 따라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본 서다희는 놀라서 굳어버렸다.은정숙이 휴식하고 박민정이 곡을 쓰고 있을 사이에, 서다희는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갔다.“대표님, 왜 이런 일을 하고 계십니까.”서다희는 유남준 손의 그릇과 수저를 빼앗아 유남준 대신 설거지를 했다.유남준은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대표님이 걱정되어서 왔습니다.”서다희는 유남준의
점심 열한 시.호산 그룹 회의실에는 유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모였다. 그리고 주주들과 임원들, 기자들까지 와 있었다.모든 사람들은 호산 그룹을 이어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주주총회에는 유명훈뿐만이 아니라 유성혁 부부와 유씨 가문의 방계 친척들까지 왔다.모든 사람들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유씨 가문에는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다만 유남준보다 사업을 잘하는 사람은 없었다.이번에 유남준한테 사고가 난 후, 그들은 서로를 경쟁 상대로 보고 있었다.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다만 주주총회에 고영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고영란이 유남준이 파면되는 일 때문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된 지 10여 분이 지난 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모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영란이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유남준이 들어왔다. 맞춤 제작된 어두운색의 정장과 주름 하나 없는 정장 바지, 190센치의 키는 마치 런웨이에서 내려온 모델 같았다.모든 사람들은 그를 보자마자 놀라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유성혁 부부는 그를 보자마자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돋았다. 유남준은 나타나서 한마디만 했다.“회의는 여기서 끝입니다.”사람들은 반기를 들 수도 없었다.호기롭게 연 주주총회는 어쩔 수 없이 끝났다.야망을 품고 왔던 청년들은 재빨리 꼬리를 빼고 도망갔다.매체 기자들이 얼른 기사를 보도했다.[유남준이 주주총회에 나타났다! 그의 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호산 그룹 주주총회가 해산되었다!]기사를 본 사람들은 얼른 댓글을 달았다.[역시 호산 그룹 대표이사답네. 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저런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하마터면 인성 쓰레기라는 걸 잊을 뻔했네. 역시 얼굴이 다야.]박민정은 그 뉴스를 보면서 동공이 약간 떨렸다.유남준이라니?그럴 리가?그녀는 옆을 쳐다보았다. 유남준은 점자를 배우는 데 집중하느라 TV의 뉴스는
조하랑은 몇 마디 더 나누고 싶었지만 박예찬이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예찬아, 왜 벌써 왔어? 오늘 일찍 끝났어?”조하랑은 박예찬을 다시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했다.박예찬은 진작 문앞에 와서 모든 대화 내용을 다 들었다. ‘쓰레기 아빠가 기억을 잃고 눈까지 멀어서 엄마랑 같이 살고 있는 거구나. 어쩐지 나를 빨리 이모 집에 두고 가려고 했지.’“응. 선생님이 날씨가 추워서 금요일에 일찍 오래. 이모, 선생님이 단톡방에서 얘기했잖아.”조하랑은 머리를 탁 쳤다.“미안해, 단톡방 메시지를 확인 못 했어.”운전 기사도 없었기에 박예찬은 혼자 걸어왔다.조하랑은 죄책감에 그를 꼬옥 안았다.“이리 와. 이모가 사죄의 의미로 뽀뽀해줄게.”박예찬은 얼굴을 구기면서 피했다.“싫어.”“알았어.”조하랑은 저도 모르게 실망했다.그 모습을 본 박예찬이 말했다.“이모, 죄책감이 들면 나를 데리고 신림현에 가줘. 엄마랑 같이 주말을 보내고 싶어.”그는 유남준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싶었다.“안돼.”조하랑이 바로 거절했다. 조하랑은 박민정에게 박예찬이 유남준과 만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하지만 박예찬이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뉴스를 봤는데 다섯 살짜리 애가 혼자 집으로 가다가 길에서 교통사고가 났대. 여섯 살짜리 애는 혼자 집에 가다가 납치당했고...”“...”이건 일부러 조하랑이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앞으로 널 데리러 가는 걸 잊지 않을게.”“그럼 주말에 친구 집에 가서 놀래.”“그래.”조하랑이 바로 대답했다.그녀는 박예찬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박예찬은 원래 처음부터 주말에 친구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조하랑이 동의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그래서 먼저 신림현에 가겠다고 한 후 조하랑이 동의하지 않으니 친구 집에 가겠다고 말을 꺼냈다.원래 사람들은 10만 원을 달라고 했다가 5만 원을 달라고 하면 그러려니 하고 주는 편이다. 오늘 박예찬이 유치원에 가자 아이들
신림현.박민정은 전화를 끊은 후 점자를 배우고 있는 유남준을 보면서 물었다.“뉴스 내용 들었어요?”“응.”유남준은 머리도 들지 않고 얘기했다.“나인척하는 사람이 있네.”“신경 쓰지 않아요?”박민정이 또 물었다.“민정아, 난 그저 너랑 잘 살고 싶어. 점자를 배워서 앞으로 너와 네 배 속의 아이를 잘 지키고 싶어.”유남준이 대답했다.아이...박민정의 손이 저도 모르게 배로 향했다.“무슨 아이를 말하는 거예요?”“어머님이 이미 알려주셨어. 네가 임신했다고.”유남준은 고개를 들어 박민정이 있는 방향을 보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눈이 멀었다고 해도 너와 아이는 꼭 지킬 거니까.”박민정은 고영란이 이 일까지 그에게 알려줬을 줄 생각도 못 했다. 어차피 유남준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 않는가.박민정은 차갑게 얘기했다.“배 속의 아이는 당신 아이가 아니에요.”유남준은 흠칫 굳었다.박민정은 그가 화를 낼 줄 알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유남준은 손에 쥔 책을 더욱 꽉 쥐고 물었다.“누구 아이야?”“어차피 당신 아이는 아니에요.”박민정은 연지석을 방패로 삼고 싶지 않았다. 얼른 자리를 떠나 떨리는 심정을 감추려고 했다.하지만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확 잡았다.“누구 아이인지 모르겠다면 그럼 내 아이야. 내가 잘 보살필게.”박민정은 멍해졌다.유남준의 아이가 아니라고 했을 뿐이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른다고 한 적은 없다.박민정이 변명하려고 할 때, 유남준이 진지하게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기억을 잃기 전의 나는 큰 그룹을 관리했던 사람이야. 아무리 지금은 눈이 멀었다고 해도 너와 아이를 굶기지는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변명하는 것도 귀찮게 느껴졌다.“됐어요. 당신만 잘 챙겨요.”박민정은 얼른 위층으로 올라가 계속 곡을 썼다.지금 그녀에게는 많은 돈이 있었지만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전에 박씨 가문의 재산도 몇십조에 다다랐지만 결국 파산하지 않았는가.박민정이 고개를
“걱정하지 마요. 다시는 괴롭힘 당하지 않을 거니까.”박민정은 장명철과 대화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해외 회사에 연락해 은행 송금 기록을 보내오게 했다. 그리고 바로 장명철에게 넘겼다.장명철은 강연우처럼 대단한 변호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움 그룹의 법무였기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일을 다 처리한 박민정은 심란해서 진정할 수가 없었다.5년 전. 그녀는 목숨으로 한수민과 사이를 끊었다.하지만 한수민은 또 돌아왔다.“민정아.”닫히지 않은 방문 틈 사이로 언제 왔는지 모를 은정숙이 박민정을 쳐다보고 있었다.그 소리를 들은 박민정이 고개를 돌렸다. 거의 하얘진 머리의 은정숙이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박민정을 쳐다보고 있었다.“아줌마, 왜 일어나셨어요?”“너무 오래 자서 더는 잘 수가 없어.”은정숙이 온화하게 웃었다.박민정이 얼른 일어나 그녀 앞에 가서 그녀를 부축했다.“그럼 저랑 나가서 같이 걸을까요?”“그래.”은정숙은 문앞에서 박민정의 통화내용을 들었다. 누군가가 돌아왔기에 박민정더러 조심하라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았지만 은정숙은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박민정이 이미 다 컸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따라다니며 엄마라도 부르던 아이가 아니었다.박민정은 두꺼운 외투를 은정숙에게 입혀준 후 유남준에게 말해놓고 나갔다.길에는 사람이 적었다.눈이 금방 그쳐서 길에는 눈이 높게 쌓여있었다.“민정아, 너 어릴 때는 눈 오는 걸 엄청 좋아했었는데.”은정숙이 작게 얘기했다.박민정은 그녀의 팔짱을 낀 채 얘기했다.“네. 눈이 오면 곧 명절이잖아요. 명절 때마다 새 옷도 있고 맛있는 것도 있었어요.”은정숙은 명절을 싫어한다고 박민정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한번은 박민정이 박씨 가문으로 돌아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흐릿한 두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면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민정아, 내가 가기 전에 네 곁에서 널 지켜줄 사람을 보고 싶어.”박민정은 약간 흠칫하고 은정숙을 안으면서 눈시울을 붉
박민정은 그녀의 친엄마가 오늘 신림현에 왔다는 것을 전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그녀가 허름한 집에서 사는 것까지 들켰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한수민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오늘 그녀를 찾아온 건 장명철 손의 1600억 때문이다.며칠 전 한수민은 해외에서 이지원의 전화를 받았다. 박민정이 죽지 않고 진주로 돌아와 호산과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래서 한수민은 귀국했다. 그녀는 박민정 예전과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남준과 이혼 소송이나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허름한 집에 살면서 가정부랑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 그녀는 운전 기사더러 다시 진주로 가라고 했다.진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박민호에게 연락했다.“오늘 박민정을 봤는데 1600억은 박민정의 돈이 아닌 게 확실해.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지 그 돈을 손에 넣어야 해.”만약 박민정에게 1600억이 있다면 왜 이렇게 허름한 곳에서 살겠는가.“걱정하지 마요. 어머니.”말을 마친 박민호가 이어서 얘기했다.“어머니, 박민정이 뭐라고 안 해요? 누나와 아버지 일은 알고 있대요?”박민호가 말하는 누나는 박민정이 아니었다.“당연히 모르고 있지. 소현이한테 이런 쓸모없는 동생이 있다는 걸 알리지 않을 생각이야.”...박민정은 회사 대표까지는 아니었지만 한수민의 생각처럼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요즘 그녀는 곡을 써서 돈을 꽤 벌었다.어릴 때 은정숙과 같이 살면서 돈 없는 나날을 보내왔고 보청기를 사지 못했던 나날들을 떠올린 그녀는 이런 장애가 평범한 가정에게는 큰 압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박민정은 해마다 돈을 일부분 꺼내 자기와 같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썼다.이곳에 살기로 한 것도 은정숙의 집이자 어릴 때 박민정의 집이기 때문이었다.물론 한수민은 모를 것이다.저녁.박민정은 은정숙을 휴식하게 한 후 자기와 유남준의 저녁을 만들기 시작했다.전부 그가 싫어하는 음식이었고 그가 싫어하는 당근도 가득했다.유남준은 홀로 음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