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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은정숙은 깜짝 놀랐다. 흐릿한 그녀의 시야 속에 유남준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소매를 걷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싱크대 안에는 세정제의 거품이 가득했다.

은정숙이 마지막으로 유남준과 연락한 것은 5년 전이었다.

그 전화에서 은정숙은 유남준에게 박민정을 잘 부탁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유남준은 아주 냉정했다. 그때 유남준이 한 말을 은정숙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박민정이 어떻게 살든지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죠.”

은정숙은 예전의 일을 떠올리면 유남준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유남준이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정숙은 폐에서 그림자가 발견되어서 요즘 몸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했다. 그녀는 자기한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 그저 마지막까지 박민정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그녀는 겨우 발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가서 차갑게 얘기했다.

“유 대표님,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돌아가요. 이런 집에서 적응하지 못할 겁니다.”

유남준은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바로 박민정이 말한 은정숙이라는 걸 알았다. 즉 유남준의 장모님이다.

“민정이가 사는 곳이니 나도 살 수 있습니다.”

은정숙은 약간 흠칫했다.

이건 예전의 유남준과 아예 달랐다.

그녀는 유남준이 눈이 멀어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유남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

박민정은 유남준을 제외한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다희는 유남준이 걱정되어 아침 일찍 운전해서 그를 보러 왔다.

창문을 통해서 유남준이 박민정의 말을 따라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본 서다희는 놀라서 굳어버렸다.

은정숙이 휴식하고 박민정이 곡을 쓰고 있을 사이에, 서다희는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갔다.

“대표님, 왜 이런 일을 하고 계십니까.”

서다희는 유남준 손의 그릇과 수저를 빼앗아 유남준 대신 설거지를 했다.

유남준은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대표님이 걱정되어서 왔습니다.”

서다희는 유남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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