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7화

작가: 윤지
박민정은 유남준이 이렇게 빨리 물건을 사고 아침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

테이블에는 죽도 있고 빵도 있고 우유도 있었고 또 과일까지 가득해 테이블을 다 채웠다.

유남준은 그녀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그리고 이건 영수증이야.”

박민정은 그가 건네주는 영수증을 보면서 유남준이 정말 자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다.

“눈이 안 보인다면서 어떻게 산 거예요?”

유남준은 우유를 그녀 앞에 가져다주면서 말했다.

“핸드폰으로 음성을 보낼 수 있지.”

박민정은 크게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우유를 마셨다.

데웠던 우유라서 아직 따뜻했다.

박민정은 빵을 먹더니 또 일부러 트집을 잡았다.

“밖에서 사 온 아침은 못 먹겠어요.”

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약간 멍해졌다.

“하지만 난 밥을 차릴 수가 없어.”

그는 아침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기억을 잃은 후, 서다희가 서류를 보여주면 그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리는 정말 할 줄 몰랐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는데요?”

박민정이 물었다.

그녀는 이지원이 그녀에게 보냈던 사진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남준은 이지원과 있을 때마다 요리를 해주었다.

유남준은 약간 말문이 막혔다가 대답했다.

“잊어버린 것 같아.”

박민정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얘기했다.

“나도 전에는 요리할 줄 몰랐어요. 당신이 밖의 음식은 깨끗하지 않다고 해서 배운 거죠.”

“배울게.”

유남준이 바로 대답했다.

“그럼 열심히 배워요.”

박민정은 음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모든 아침을 다 먹었다. 그리고 떠나가면서 얘기했다.

“요리할 때 손 데지 말아요.”

그녀는 그저 대충 얘기했을 뿐이지만 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

그는 점자를 배우고 예전의 서류를 보고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은정숙과 박민정은 주방에 있으면서 핸드폰으로 요리를 배우는 유남준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

다른 한 편.

유씨 가문.

돌아온 유남우는 유남준이 살던 곳에서 살고 있었다.

유남준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18화

    박예찬은 오늘 유지훈을 따라 유씨 가문에 와서 고영란이 찾았다는 아빠를 만나려고 했다.사실 그는 유남준을 대체한 남자가 누구인지 보고 싶었다.그래서 일부러 유지훈더러 자기를 데리고 유남준의 집에 가달라고 했다.“예찬아, 오늘에는 안 왔나 봐. 못 만나겠네.”유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는 박예찬과 함께 처자식을 버린 남자를 혼내주려고 했다.박예찬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말로는 아주 속상한 척했다.“나중에 만나면 꼭 나한테 연락해.”“응.”유지훈은 자기 가슴을 두드리면서 말했다.“나중에 내가 유앤케이 그룹의 대표가 되면 꼭 혼내줄게.”유지훈은 나중에 성인이 되면 폭군이 될 게 분명했다.누구한테서 배운 건지.박예찬은 계속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키 큰 남자를 쳐다보았다.덩치가 큰 유남우는 검은 코트를 입고 눈을 맞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그의 얼굴은 유남준과 똑같았지만 박예찬은 단번에 그가 유남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첫째로 유남준은 지금 신림현에 있다. 둘째, 쌍둥이인 박예찬은 다른 사람들보다 감각이 더욱 예민했다. 그래서 그의 아우라를 보고 유남준이 아니라고 판정했다.유남우는 박예찬을 보고 약간 멍해졌다.박예찬은 유남준의 어린 시절과 꽤 닮았다.유남우는 쌓인 눈을 밟고 걸어갔다. 유지훈은 그가 자기의 말을 듣고 화가 났을까 봐 겁이 나서 얼른 차렷자세로 서 있었다.“삼촌.”“응.”유남우는 차갑게 대답하고 박예찬을 쳐다보았다.“넌 누구야?”“아저씨, 안녕하세요. 전 박예찬이라고 해요.”박예찬이 부드럽게 얘기했다.박예찬은 눈에 조각처럼 잘생긴 유남우의 얼굴을 담으면서 한치의 떨림도 없이 얘기했다.아무리 유남우가 유남준 행세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박예찬은 딱 봐도 눈앞의 사람이 유남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예찬...박씨?유남우의 동공이 약간 흔들렸다.유남우는 더 묻지 않았다. 박예찬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아저씨, 우리 어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19화

    유지훈은 그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당당하게 뱉은 말이니 주워 담을 수도 없다.결국 유지훈은 몰래 박예찬을 데리고 으슥한 길로 가서 유남우가 사는 곳 옆문으로 들어갔다.이곳까지 온 유지훈은 심장이 쫄깃쫄깃해졌다.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걸려있었다.“봤지? 이게 바로 삼촌의 집이야.”박예찬은 동쪽에 있는 방을 쳐다보았다. 그 방은 아주 기둥이 금색 테로 되어있을 정도로 인테리어가 화려했다. 박예찬은 갑자기 배를 그러안고 말했다.“아이고, 배가 아프네. 안 되겠어. 나 화장실 좀 갈게.”말을 마친 박예찬은 유지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동쪽으로 달려갔다.유지훈은 조급해졌다.“그쪽으로 가면 안 돼. 거긴 삼촌이 있는 곳이야!”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한 여자 고용인이 나왔다.그녀는 유지훈을 보더니 바로 꾸짖었다.“유지훈 도련님,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유 대표님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니 얼른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유 대표님께 연락할 거예요.”유지훈은 이미 박예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고용인이 정말 유남준을 불러올까 봐 걱정된 유지훈은 얼른 꽁무니를 뺐다.그러면서 고용인에게 메롱 하고 도망갔다.“기다려. 감히 날 교육하려고 들다니, 나중에 내가 크면 널 해고할 거야!”여자 고용인은 그저 피식 웃었다.이제 4, 5살밖에 안 되는 유지훈이 다 크면 그녀는 진작 퇴직했을 것이다.고용인은 돌아가서 계속 집안일을 했다. 이미 누군가가 유남준의 침실에 잠입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유남준이 사는 곳은 어두운 색조의 인테리어였는데 유남준 본인처럼 차갑고 딱딱했다.박예찬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뒤적였다. 이곳에서 유남준이나 유남준 대역의 약점을 찾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나가려고 할 때, 아래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박예찬은 얼른 책상 뒤에 숨었다.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박예찬은 한 남자가 슬리퍼를 신고 들어오는 것을 쳐다보았다.박예찬은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돌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20화

    “이모, 왜 노크 안해?”박예찬은 삐진 얼굴로 얘기했다.“아, 미안해. 까먹었어.”조하랑이 앞으로 다가왔다.“예찬아, 나랑 했던 약속 기억나?”박예찬은 한숨을 내쉬었다.“당연하지. 이모 아들인 척 하고 전남친한데 복수하는 거잖아. 복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거야. 필요하면 이모 남편까지 찾아줄 수 있어.”조하랑은 눈을 크게 뜨고 얘기했다.“정말?”박예찬은 조하랑이 정말 믿을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해 가슴을 두드리면서 얘기했다.“당연하지. 그 사람은 당연히 이모 전 남자 친구보다 훨씬 나은 사람일 거야.”“돈은 얼마나 드는데?”조하랑이 진지하게 물었다.강연우보다 잘생긴 사람이라면 섭외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어린 박예찬이 이렇게 많은 일을 알고 있다니, 조하랑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그건 상관할 필요 없어. 잘 거야. 잘자.”박예찬은 침대에 누워 이불로 머리를 덮었다.조하랑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모의 희망은 다 너한테 걸려있어. 다음 주면 결혼한댔으니까.”그녀는 중얼거리면서 떠났다.조하랑이 떠난 후, 박예찬은 약간 난감해했다. 조하랑의 말을 들었을 때, 강연우는 아주 잘생긴 사람이라고 한다.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조하랑의 안목을 보면 외모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따로 시간을 빼서 사람을 찾아봐야겠어.’...신림현.날씨는 점점 추워졌다. 은정숙의 몸 상태도 점점 나빠졌다. 박민정이 할 수 있는 건 그런 은정숙의 곁을 지키는 것뿐이다.은정숙은 박민정이 걱정되어 갑자기 얘기했다.“민정아, 서산의 물만두가 먹고 싶네.”“네, 지금 당장 배달시킬게요.”박민정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은정숙은 그런 그녀를 말리면서 얘기했다.“배달을 시키면 다 식잖아. 가서 사 와주면 안돼?”은정숙은 박민정에게 부탁하는 일이 드물었다.박민정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당장 갈게요. 필요한 게 있으면 남준 씨한테 얘기해요.”그녀는 아주 당당하게 얘기했다.“응, 알았어.”박민정을 보낸 후 은정숙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21화

    은정숙의 말을 들은 유남준은 즉시 주방에서 걸어 나갔다.쿵!나가면서 팔이 찬장에 부딪혀 큰 소리가 났고 위에 가득 진열되어 있던 양념통들이 거의 전부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그중 하나는 유남준의 손등 위로 떨어져 매끈하고 새하얀 손에 퍼런 멍이 들었다. 유남준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걸었다. 요 며칠 그는 집안의 물건 위치를 전부 머릿속에 기억했으나 가끔 물품 위치가 변하기도 했다.그리하여 집밖에 나가기 전까지 그는 또 의자와 테이블 등 몇 군데에 부딪히고 말았다.서다희한테 전화를 걸어 당장 운전하여 오라고 했다.그를 기다리는 동안 유남준은 정상인과 눈먼 사람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게 되었다.만약 눈이 보였다면 그는 진작에 차를 몰고 박민정을 찾아갔겠지만 지금은 서다희가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사는 곳이 여기랑 가까워 5, 6분 정도 되자 서다희가 도착했다.서다희는 멀리서부터 유남준이 눈이 덮인 길목에 서있는 걸 보았다. 박민정한테 쫓겨난 줄로 알고 우산을 가질 새도 없이 급히 유남준한테로 뛰어갔다.“대표님, 왜 이러고 계세요?”유남준은 전화로 다른 얘기는 없고 빨리 오라고만 했다.“차 몰고 서산에 있는 한 만둣집으로 가.”“네.”신림현 서산에는 만둣집이 하나밖에 없는데 장사가 너무 잘 되다 보니 줄을 한참을 서야 살 수 있었다.만둣집에 도착한 후 박민정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손님한테 마련한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긴 코트를 입은 사람이 그녀 앞에 섰다.“민정아.”고개를 드니 연지석의 연예인 뺨치는 준수한 외모가 눈 안에 들어왔다.“지석아, 너 왜 여기 있어?”“네가 아주머니더러 나한테 전화해서 여기 만두가 맛있다고 얘기하라 한 게 아니었어?”연지석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목구멍이 턱 막혔다.은정숙이 만두가 먹고 싶어 그녀를 심부름 보낸 게 아니라 연지석과 이어주려고 그랬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그러나 또 연지석이 난감해할까 봐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는 말을 차마 꺼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22화

    만둣집 앞.박민정은 연지석이 그의 얼굴로 가져간 손을 급히 거둬들이며 말했다.“그건 다 어려서 철없을때 얘기지.”고작 몇 살밖에 안 됐을 때인데 남녀유별을 어떻게 알았겠는가.그리고 그때 연지석은 그녀보다도 더 키가 작은 똥똥이였다. 자연스레 그를 동생으로 생각해 은정숙이 맛있는 것을 할 때마다 그한테 갖다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훌쩍 커서 한참은 올려다봐야 하는 키에 재탄생한 것과 다름없는 준수한 외모,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온몸에서 서늘하고 도도한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한테 누가 감히 찬 손을 얼굴에 갖다 대며 장난을 치겠는가.그녀의 정중하고도 서먹서먹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연지석의 깊은 눈동자에 낙담과 쓸쓸함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내 앞에서 넌 철 들 필요 없는데.”어릴 적 겨울날에 그가 추위에 덜덜 떨고 있을 때, 그녀가 남몰래 옷과 이불과 먹을 것을 그한테 가져다주기도 하고 개구쟁이 장난을 치며 웃게 만들었던 기억이 그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누구한테 죽임을 당했거나 아사, 동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때 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우린 철 드는 걸 배워야 해. 너무 천진하고 철 없으면 남한테 미움받을 수도 있어.”예전에 성숙하지 못하고 철이 없었던 탓에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한테 시집을 가서 괜한 미움을 받게 되었다.연지석은 갑자기 너무 후회스러웠다. 신림현을 떠날 때 그녀를 데리고 같이 가거나, 그녀가 결혼 전에 다시 찾아왔더라면...조금 더 일찍 만나 유남준과 결혼하기 전에 그녀를 찾아 데리고 떠났더라면 그녀가 지금처럼 조심스러워하고 전전긍긍하지 않았을 텐데.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가까이 다가서며 불현듯 마음속에 늘 감춰뒀던 그 한마디를 꺼냈다.“민정아, 우리...”앞으로 같이 있자...뒤의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익숙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여보!”소리를 따라가 보니 유남준과 서다희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서다희는 잡아먹을 듯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23화

    박민정은 더 세게 유남준의 허리를 꼬집었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입 좀 다물어요. 말 안 해도 당신 벙어리라 생각 안 하니까.”하지만 유남준은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얘기했다.“연지석 씨, 미안한데 저녁에 저랑 제 와이프가 부부가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해서, 집에 식사 초대는 못 하겠네요.”부부가... 해야 할 일?연지석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유남준이 일부러 화를 돋구려고 하는 얘기인지는 알겠지만 그도 불끈불끈 솟아나는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었다.조금 떨어져 서있던 서다희는 처음에 눈도 안 보이는 유남준이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속으로 안도하였다.주변에 줄을 서있던 사람들은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듯이 이쪽을 힐끔거렸다.초반에는 박민정과 연지석이 커플인 줄 알았는데, 이제야 그게 아니고 유남준이 남편이라는 걸 알게 됐다.차례가 되어 만두를 살 때까지 주변의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박민정은 약속했던 대로 연지석한테 만두 1인분을 사주고는 말했다.“난 먼저 돌아갈게.”“그래, 다음에 봐.”연지석은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봤다....서다희는 자신의 차에 타고 박민정과 유남준은 그녀가 몰고 온 차에 함께 탔다.갓 사 온 만두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차내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박민정은 서둘러 운전하지 않고 여전히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유남준의 손부터 거칠게 뿌리쳤다.“뭐예요, 대체?”그녀의 목소리가 차가웠다.손이 내쳐진 채로 유남준은 말없이 앉아있었다.그 모습을 보니 박민정은 더 괘씸하고 화가 났다.“갑자기 왜 찾아왔어요? 부부가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건 또 뭐예요? 누가 당신이랑 그런 일 한댔어요?”유남준은 입을 꾹 다물고 말이 없었지만 뭔가 참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말해 봐요, 어서! 아까는 말하지 말래도 잘만 하더니만!”박민정은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그때 강력한 힘이 그녀를 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24화

    짙은 어둠이 깔렸다.박민정은 은정숙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 등 뒤로부터 한 손이 뻗어와 그녀를 감싸안았다.“민정아.”유남준이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한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배를 가볍게 어루만졌다.“뭐 하는 거예요, 남준 씨?!”아무리 기억을 상실했다 해도 남몰래 방에 들어오는 개 버릇은 어디 가지 않나 보다.유남준도 원래 임신한 여자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임신초기라 더 조심해야 할 때였다.하지만 오늘 그녀가 연지석을 따로 만난 것과 서다희가 해준 말을 생각만 하면...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 귓불에 닿았다. 귓속을 파고드는 뜨거운 입김에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감히 하기만 해봐요!”박민정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큰 소리가 나왔다. 이윽고 그녀는 옆방에서 자고 있는 은정숙이 듣게 될까 봐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유남준은 옷도 입고 오지 않았다.방안에는 조명을 켜지 않았지만 달빛이 눈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방안을 비추었다. 그 빛을 빌어 유남준의 탄탄하고도 건장한 상체를 볼 수 있었다.“당장... 꺼져요, 여기서.”박민정은 너무 놀라서 목소리마저 미세하게 떨렸다.그러자 유남준이 윗몸을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하고 싶을 땐 조용히 나한테 말해. 다른 남자 찾지 말고.”“나가요, 어서!”박민정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폭 덮어쓰고 이불속에서 몸을 웅크렸다.그가 방에서 나가기 전, 그녀는 그의 허리에 있는 자신이 꼬집어서 남긴 시퍼런 멍을 발견했다.전에 박민정은 유남준이 기억을 잃은 데다가 시력까지 잃었으니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대로 그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어찌 보면 그는 기억을 잃기 전보다 더 다루기 힘들었다.기억을 상실하기 전의 그는 항상 오만불손한 자세로 높은 위치에서 남에게 은덕을 베푸는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지금의 그는 아무리 내쳐도 들러붙는 뻔뻔한 거머리와도 같았다.유남준이 다시 돌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25화

    훈계하듯이 유남준을 한바탕 혼내고 나서야 박민정은 집을 나섰다.유남준은 그녀가 꾸짖어도 화를 내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 다만 그 유별나게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애꿎게 바라볼 뿐이었다.그의 눈이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흠칫하며 당황했다....병실 안.윤우는 형으로부터 저들의 쓰레기 아빠가 지금 엄마랑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 전 교통사고로 눈도 멀었고, 현재는 다른 사람이 그의 신분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그 사람은 그리 당해도 싸.”윤우가 분에 겨운 말투로 말하자 그와 전화를 하고 있는 예찬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맞아. 이런 게 인과응보라는 거지.”“그런데 우리 손으로 그렇게 만들지 못한 것이 좀 아쉽네.”윤우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문득 뭔가 생각나 예찬한테 얘기했다.“형, 오늘 지석 삼촌이랑 엄마가 함께 나를 보러 온다고 했어. 내가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은데 형 생각은 어때?”연지석이 박민정을 어떻게 대하는지 해외에서 그들 두 형제는 똑똑히 봐왔다.연지석은 그 쓰레기 아빠와는 달랐다. 갑자기 무슨 전 여자친구가 튀어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박민정과 소꿉친구이기까지도 하니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윤우는 은정숙도 연지석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다.그러나 전화기 저편의 박예찬은 말없이 침묵하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엄마가 그러길 원할까?”“엄마도 지석 삼촌 좋아할 거야. 그냥 부끄러워서 얘기 안 하는 것뿐이지. 걱정 마, 내가 오늘 두 사람 관계를 명확히 하게 해주려니까.”윤우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전화를 끊고 나서 윤우는 침대에서 지루한 시간을 버텨내며 연지석과 박민정이 오기만을 기다렸다.점심 때가 되어 그들이 앞뒤로 병실을 걸어 들어오자 윤우는 득달같이 애교를 부렸다.“엄마, 윤우도 엄마랑 같이 집에 있으면 안 돼? 여기서 혼자 너무 외로워. 엄마도 보고 싶고, 형이랑 할머니도 보고 싶어..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2화

    오늘 저녁은 학교에서 준비해 줬다.사실 물고기를 잡아서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했는데 다들 많이 잡지 못한 바람에 식사가 조금 부실했다.하여 저녁 식사 시간이 돌아오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탓에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게 되었다.유지훈은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박예찬을 신경 썼다.그리고 내심 박예찬 주변에 친구가 많은 게 부러웠지만 이제 와서 그에게 붙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한편, 최현아는 오늘 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너무 긴장되어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 쪽을 바라보았는데 세 가족이 화기애애해 보이는 모습에 또다시 질투심이 마구 피어올랐다.저녁 식사가 다 끝난 뒤 각자 돌아가서 쉬고 있는데 최현아가 어느새 유남준의 곁에 다가오더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남준 씨, 음식은 입에 잘 맞았나요? 제가 음식을 따로 싸 왔는데 괜찮으시면 좀 드실래요?”그러나 유남준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괜찮습니다.”어제랑 다르게 차가운 그의 태도 때문에 최현아는 순간 멍해졌다.분명 어제 자신이 땀을 닦아줘도 가만히 있던 사람인데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나 싶었다.“그래도 제가 남준 씨 형수인데 너무 체면 차릴 필요 없어요. 제가 금방 가지고 올게요.”최현아는 유남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재빨리 음식 가지러 달려갔다.그저 유남준이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보고 오해할까 봐 철벽친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박예찬과 무료함을 달래려 잡초를 뽑고 있다가 무심결에 최현아와 유남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박예찬에게 물었다.“저 두 사람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박예찬은 박민정이 풀 뽑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열심히 같이 뽑다가 문득 그녀의 뜬금없는 물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유남준이 또 다른 여자랑 시시덕거리고 있었다.“엄마, 내가 가서 물어보고 올게.”“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하나는 유남준의 좋은 시간을 방해할 것 같아서였고 다른 하나는 괜히 박예찬이 가서 물어보면 마치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1화

    오후가 되니 날씨가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박민정네는 산언덕에 앉아 바람도 쐬고 구운 생선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박예찬은 특별히 물고기 한 마리를 남기더니 조동민에게 주며 말했다.“아마 오래 살지는 못할 거야.”그의 말에 조동민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예찬아, 고마워. 넌 참 착한 아이야.”그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자기 아들이 너무 따뜻한 사람이라 앞으로도 친구 사귀는 건 문제없겠다고 생각되었다.“고작 고기 한 마리 가지고 뭘.”박예찬은 아직 칭찬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듯 쑥스러워했다.조동민은 고맙기는 한데 오늘 발생했던 일 때문에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민정 이모, 혹시 오늘 일은 진짜로 제가 잘못한 걸까요?”어린아이의 세계는 그저 흑과 백으로 단조롭게 나뉘어져 있을 것이다.하여 당연히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여겼는데 자기더러 사과하라던 아버지 때문에 많이 혼란스러웠다.박민정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그에게 말했다.“이모는 동민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넌 단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었을 뿐, 유지훈이 먼저 잘못한 거지.”그녀의 말에 조동민은 더욱 억울한 얼굴로 되물었다.“그런데 저희 아빠는 왜 저더러 사과하라고 했을까요?”“그건 어른들의 세계에는 옳고 그름만이 있는 게 아니거든. 이건 네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다 이해가 될 거야.”조동민은 그제야 뭔가 깨달은 듯 그녀에게 답했다.“저도 알 건 알아요. 저희 아빠는 지훈이네 엄마가 무서웠던 거예요. 저희 부모님은 항상 저에게 유지훈에게 잘 보여야 우리 집안 사업도 잘되고 나중에 돈도 많이 벌 거라고 습관처럼 말하셨어요.”그의 말에 박민정은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이렇게 어린아이가 그런 말 때문에 얼마나 부담감을 느꼈을까?’그녀는 어떻게 조동민을 위로했으면 좋을지 몰라 그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그러나 조동민은 고개를 들고 박민정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이모, 저 오늘부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20화

    한가영은 한껏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박민정을 힐끔 바라보았다.그리고 박민정이 한마디 하자마자 장연수도 빠르게 거들었다.“최 회장님, 다 아이들 일이고 누구도 피해 본 사람이 없는데 이쯤 하시죠.”몇몇 학부모들도 최현아를 말리기 시작했다.“아이가 이 정도로 우는 걸 보면 분명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을 겁니다.”“맞아요.”최현아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어두운 얼굴로 가만히 서서 생각해 보았는데 보는 눈이 이리도 많은데 계속 아이를 혼내기도 뭐한 것 같았다.“그럼 오늘 일은 여기서 끝내겠는데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겁니다.”조민혁은 심장이 다 타들어 갔다가 겨우 입을 열어 인사를 건넸다.“역시나 최 회장님은 아량이 깊으십니다.”한가영은 일이 이대로 마무리되자 단번에 조민혁을 옆으로 밀쳤다.“어떻게 여동생보다도 간이 작아요? 이런 사람이랑 결혼한 제가 멍청이네요.”부모님이 자기 앞에서 다투기 시작하자 조동민은 더욱 마음이 불편했다.자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벌어졌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박민정 덕분에 사건이 종료된 뒤 조동민은 박예찬과 놀기 시작했다. 두 아이는 박민정 뒤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박민정은 조하랑에게 전화를 걸어 조동민과 잠깐 통화하게 했다.조동민은 화면 속의 조하랑을 보자마자 갑자기 서러움에 눈물이 왈칵 터졌고 조하랑은 겨우 그를 달래서 울음이 그쳤다.“민정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아직 아이라 표현 능력이 제한되어 있어서 조하랑은 자기 조카가 뭔가 억울함을 당했다고는 느꼈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하여 박민정은 오늘 있었던 일을 그대로 조하랑에게 알려줬고 그녀는 듣자마자 불같은 화를 냈다.“최현아라는 사람 진짜 너무하네! 이렇게 어린아이더러 동급생 아이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시켰다고? 제정신으로 한 말인가 싶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당장에라도 그 여자 가면을 벗겨버리는 건데!”조하랑은 씩씩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우리 오빠는 진짜 쓸모없는 인간이라니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19화

    “지훈아, 우리 동민이가 먼저 때린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무릎을 꿇리는 건 아니라고 봐.”조동민의 아버지 조민혁이 말했다.그리고 어머니 한가영도 다시 최현아에게 애원했다.“최 회장님, 작은 오해로 아이에게 무릎 꿇고 사과시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최현아는 고작 조 씨 가문 따위가 자신에게 반항하는 모습이 너무 기분이 언짢았다.또한 두 사람은 박민정의 친구이자 조하랑의 친척이라는 사실에 더욱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만약 사과할 수 없다면 법원에 고소해야겠네요.”말이 고소지, 분명 다른 방법으로 조씨 가문을 괴롭힐 게 뻔했다.그래도 한가영은 자기 아들이 이런 수모를 겪게 내버려둘 수 없어 재빨리 조동민을 품에 안았다.이 시각, 조동민은 아주 큰 충격에 빠져 있었다.분명 잘못한 사람은 유지훈인데 왜 자신이 무릎을 당연하게 꿇어야 하는지, 왜 어른끼리 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엄마, 저는 잘못하게 없어요.”순간 목이 메어왔다.한가영도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그저 조민혁만 바라보았다.그러나 조민혁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조씨 가문의 세력으로는 최씨 가문이나 유씨 가문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동민아, 미안하다!”괜히 아이 하나 때문에 큰 집안을 말아먹을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기 아들을 무릎 꿇리게 해야 했다.한가영은 순간 마음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자기 남편이 아무리 무능력하다고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구는 데도 가만히 있을 줄은 몰랐다.그러다가 문득 시선이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에게로 향했다.“민정 씨, 제발 저희를 좀 도와줘요. 민정 씨는 하랑 씨 친구잖아요. 하랑이는 동민이 고모예요.”조동민은 어렸을 적부터 조하랑을 이모라고 불렀는데 그러면 여태껏 잘못 부른 것이다.느닷없는 부탁에 박민정은 순간 눈앞의 아이가 조하랑의 조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었다.조동민도 어느새 한껏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때 최현아의 떨떠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18화

    온갖 잡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던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화면을 확인해 보니 시아버지인 유석진이었고 재빨리 구석 쪽으로 가서 통화버튼을 눌렀다.“오늘 저녁에 호우주의보가 떴던데 남준이랑 민정이 모두 거기에 있어?”“네.”“그러면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주 자연스럽겠지?”유석진이 묻는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최현아는 다급히 그에게 설명했다.“여기에는 다른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도 계세요.”“난 그저 유남준이랑 박민정만 사라진다면 다른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이 없어.”유석진의 말대로 그는 다른 사람이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최현아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쥐더니 눈길은 자기도 모르게 유남준에게로 향했다.“알겠어요. 그럼 준비되면 알려주세요.”“그래. 너랑 지훈이는 꼭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네.”말을 마치자마자 최현아는 전화를 끊었다.그러다가 머릿속에서는 진짜로 유남준과 박민정이 사고 나는 걸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지 온갖 잡생각으로 뒤엉켜있었다.박민정은 그다지 걱정되지 않지만 몰래 마음을 두고 있는 유남준이 이대로 죽는 건 아쉬웠다.두통이 몰려오던 이때,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마치 싸우고 있는 듯했다.이때 여교사 한 명이 최현아에게 다급히 달려왔다.“지훈이 어머님, 빨리 가보셔야겠어요. 지훈이가 다른 아이랑 지금 싸움 났거든요.”이건 선생님들이 관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워낙 유지훈의 부모님이 극성이라는 소문이 있어 감히 먼저 말리지 못했다.또한 유씨 가문의 세력만 봐도 선생님들 쪽에서 밉보이는 행동을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처지였다.“누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려?”최현아가 빠르게 싸움 현장에 달려와 보니 유지훈과 조하랑의 조카인 조동민이 한창 주먹다짐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훈은 조동민보다 덩치가 한참 작았기에 전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내 물고기 당장 물어내! 우리 아빠가 직접 잡은 물고기인데 물어내라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17화

    햇빛 아래서 그의 덩치는 유난히 우람해 보였는데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박민정은 눈앞의 현실을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웬만한 부잣집 도련님들은 보통 이런건 모르지 않나? 그런데 왜 유남준은 개울에서 물고기 잡을 줄도 아는 거지?’이때, 마침 유남준도 그들을 보고 있었고 물고기를 받으라고 손짓했다.그 모습에 박예찬은 한껏 흥분한 상태로 그를 향해 외쳤다.“여기로 던져주세요.”유남준은 그의 말대로 손바닥보다 더 큰 물고기를 박예찬에게 던져줬다. 필경 아직 어린아이라 물고기를 만져보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첫 번째로 잡은 물고기는 구덩이 하나를 파서 물을 채운 뒤 안에 넣었다.그 모습에 많은 어린이들이 구경하러 오게 되었다.“와! 예찬아, 이게 너희 아빠가 잡은 물고기야?”박예찬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어떤 여자아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너희 아빠 참 대단하다. 우리 아빠는 아직 아무것도 못 잡았는데.”다른 아이들도 유남준을 칭찬하며 박예찬을 한껏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은 또 다른 물고기를 잡아 그에게 던져줬다.최현아 따라 땔감을 주우러 가려던 유지훈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다.“엄마, 저도 가서 볼래요.”그의 말에 최현아도 말리지 않았다.“그래.”최현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유지훈은 재빨리 아이들이 몰린 쪽으로 달려가더니 자기 앞에 서 있는 아이를 밀쳐내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나도 물고기 좀 보게 다들 비켜봐.”아이들은 이런 유지훈의 행동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서 내키지 않지만 저마다 자리를 비켜줬다.유지훈이 맨 앞에 다가가 두 마리의 물고기를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난 또 얼마나 대단한 물고기를 잡았다고. 저건 작아도 너무 작잖아? 우리 아빠가 돈 주고 산 물고기가 훨씬 크고 이뻐!”아이들이라 그런지 한창 비교하기 좋아하는 나이다.특히 유지훈은 모든 아이가 박예찬을 둘러싸고 칭찬하는 모습에 질투심을 느꼈다.그러나 아쉽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16화

    유남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어젯밤에 네가 계속 춥다고 잠꼬대해서 내가 안고 같이 잤어.”“네?”박민정은 그의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날씨도 이젠 어느 정도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더구나 어젯밤도 전혀 춥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때, 옆에 누워있던 박예찬이 침낭에서 일어나더니 박민정에게 말했다.“엄마, 나도 봤어. 어젯밤에 분명 엄마가 계속 춥다면서 안아달라고 했어.”박예찬의 진지한 말투가 전혀 거짓말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자 순간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내가 그런 잠꼬대를 했다고? 나이 먹으면서 외로워졌나?’이때, 박예찬이 박민정 앞에 다가와 다시 말을 이었다.“엄마,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예전에도 두 사람이 자주 그렇게 잤으니까.”박민정은 그의 말에 더욱 부끄러워 어딘가 숨고 싶어졌다.“알았어.”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고개를 돌려 유남준에게 말했다.“그럼 어젯밤은 고마웠어요. 혹시 저 때문에 못 잔 건 아니죠?”유남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야. 내가 이따가 이불을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 오늘 밤에는 우리 이불 덮고 자자.”“그럴 필요 없...”박민정이 단번에 거절하려는 순간 텐트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동서, 남준 씨, 깼어?”최현아였다.그녀의 물음에 박민정이 재빨리 답했다.“네. 무슨 일이에요?”“우리 지금 땔감 주어서 아이들한테 야외에서 불을 피워 밥을 짓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는데 우리랑 같이 가지 않을래?”여기까지 직접 와서 물어보니 박민정은 거절하기 힘들었다.“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박민정이 침낭에서 나오자 유남준이 갑자기 그녀의 팔목을 잡으면서 말했다.“나도 같이 갈게.”이때,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는지 최현아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남준 씨, 동서가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이따 남자분들은 개울에서 낚시해야 해요.”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말없이 얼굴을 찡그렸다.박민정은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텐트 밖으로 나왔는데 최현아는 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15화

    유남준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알겠어.”빠르게 저녁 시간이 돌아왔고 산기슭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유난히 별들이 잘 보였다.박민정과 박예찬은 같이 앉아 쉬고 있었고 유남준은 그들과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바비큐를 기다리고 있었다.고기 굽는 냄새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해 자기도 모르게 시선들이 이쪽으로 쏠리게 되었다.박민정은 살짝 난감한 듯 박예찬에게 말했다.“예찬아, 네가 다른 친구들이랑 학부모님들, 그리고 선생님들도 데리고 와서 같이 먹자고 해.”전날 밤, 그냥 가벼운 말로 야외에서 캠핑하면 바비큐 먹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걸 유남준이 기억하고 준비해 줬다.“네.”박예찬이 엉덩이를 툭툭 털면서 일어서더니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그렇게 잠깐 박민정과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는데 그녀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에 유남준은 어느새 다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아 박민정에게 건넸다.“먹어.”“먼저 먹어요. 저는 제가 구워서 먹을게요.”박민정은 방금 그와 다퉜는데 그가 구워준 고기를 덥석 받아먹는 게 왠지 미안했다.하여 스스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유남준은 여전히 자신을 거절하는 그녀 때문에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난 고기를 원래 안 좋아해. 네가 안 먹으면 이건 그냥 버릴게.”살짝 화가 난 목소리였다.그의 말에 박민정은 어이없다는 듯이 재빨리 그의 접시를 받아서 들었다.“아깝게 왜 버려요. 고기 안 좋아하면 더 이상 굽지 말아요.”생각했던 대로 말했을 뿐, 별다른 뜻은 없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유남준은 순간 질투가 많은 여느 여고생처럼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이제 자신이 구워주는 고기도 마다한다고 생각하니 유남준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박민정은 이 상황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즐겁게 고기를 먹고 있다가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몰려오자 그들과 같이 식사 자리를 즐기기 시작했고 금세 유남준이라는 사람을 잊어버리게 되었다.그런 유남준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웃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14화

    그러다가 최현아는 무심결에 유남준의 튼실한 팔뚝과 또 잘생긴 그의 얼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애초에 남준 씨랑 결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러다가 그에게 다가가 휴지를 꺼내며 물었다.“땀 흘렸네요. 제가 닦아 드릴까요?”말을 마치자마자 최현아는그의 땀을 닦아주려 손을 뻗었다.막 거절하려던 순간 박민정과 박예찬이 들꽃을 꺾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또다시 괘씸한 마음이 들어 일부러 가만히 서 있었다.순간 최현아는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유남준때문에 심장이 또다시 나대기 시작했다.‘들은 소문에 의하면 유남준에게 첫사랑인 이지원을 제외하면 여자라고는 박민정뿐이라고 했는데?’‘역시나 남자들은 다 똑같네!’순간 최현아는 진작에 유남준에게 접근하지 않은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아니면 진작에 IM 대표의 사모님 자리를 꿰찼을 텐데.마음속 욕망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면서 손은 점점 바빠졌다.박민정과 박예찬은 마침 돌아오자마자 두 사람의 애틋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그러다가 박민정은 문득 머릿속에 기억 한 장면이 떠올랐는데 장소는 비슷했지만 유남준의 맞은편에는 최현아가 아닌 이지원이 서 있었다.순간 박민정은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유남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박예찬도 화가 난 나머지 잡고 있던 박민정의 손을 놓고 재빨리 달려가 두 사람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물었다.“현아 이모, 지훈이가 급한 일이 있다고 이모 찾던데요?”그의 말에 최현아가 재빨리 되물었다.“무슨 급한 일?”“가서 직접 물어보세요.”박예찬의 말에 최현아는 두말없이 유지훈 쪽으로 향해 달려갔다.박민정은 어느새 유남준에게 다가와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보통 이런 식으로 바람피웠나 보네요?”유남준은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무덤덤해 보이는 박민정에게 다가가 되물었다.“화 안나?”“그저 유치해 보이는데요?”박민정의 입에서 들리는 유치하다는 말이 단번에 유남준의 가슴에 꽂혀 계속 귓가에서 맴돌았다.이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