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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짙은 어둠이 깔렸다.

박민정은 은정숙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 등 뒤로부터 한 손이 뻗어와 그녀를 감싸안았다.

“민정아.”

유남준이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한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배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뭐 하는 거예요, 남준 씨?!”

아무리 기억을 상실했다 해도 남몰래 방에 들어오는 개 버릇은 어디 가지 않나 보다.

유남준도 원래 임신한 여자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임신초기라 더 조심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오늘 그녀가 연지석을 따로 만난 것과 서다희가 해준 말을 생각만 하면...

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 귓불에 닿았다.

귓속을 파고드는 뜨거운 입김에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감히 하기만 해봐요!”

박민정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큰 소리가 나왔다. 이윽고 그녀는 옆방에서 자고 있는 은정숙이 듣게 될까 봐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유남준은 옷도 입고 오지 않았다.

방안에는 조명을 켜지 않았지만 달빛이 눈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방안을 비추었다. 그 빛을 빌어 유남준의 탄탄하고도 건장한 상체를 볼 수 있었다.

“당장... 꺼져요, 여기서.”

박민정은 너무 놀라서 목소리마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자 유남준이 윗몸을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하고 싶을 땐 조용히 나한테 말해. 다른 남자 찾지 말고.”

“나가요, 어서!”

박민정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폭 덮어쓰고 이불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그가 방에서 나가기 전, 그녀는 그의 허리에 있는 자신이 꼬집어서 남긴 시퍼런 멍을 발견했다.

전에 박민정은 유남준이 기억을 잃은 데다가 시력까지 잃었으니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대로 그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어찌 보면 그는 기억을 잃기 전보다 더 다루기 힘들었다.

기억을 상실하기 전의 그는 항상 오만불손한 자세로 높은 위치에서 남에게 은덕을 베푸는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지금의 그는 아무리 내쳐도 들러붙는 뻔뻔한 거머리와도 같았다.

유남준이 다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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