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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듯한 차디찬 손이 유남준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유남준은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차가워서가 아니라 온몸의 피가 뜨겁게 끓는 느낌 때문이었다.

박민정의 다른 한 손은 놓을 데가 마땅치 않아 갈 곳을 찾아 헤매다 그의 뺨에 실수로 닿게 되었는데 유남준의 얼굴은 지금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남준 씨 지금 열 나요.”

그녀는 온몸의 기운이 전부 빠져 축 처진 채로 겨우 말을 꺼냈다.

이 추운 날에 얼굴이 불덩이 같으니 당연히 열이 났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붉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목울대는 아래위로 살짝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어젯밤 한 얘기는 늘 유효해.”

박민정은 그의 입술이 벌렸다 닫혔다 하는 것을 보며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대충 얼버무려 대답했다.

“네네.”

유남준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은정숙이 나와서 둘을 보더니 얼른 수건을 갖다주며 물었다.

“왜 인제야 돌아온 거야?”

유남준은 그 수건을 건네받아 박민정의 몸에 있는 눈을 털어줬다.

몸이 얼어붙어 목각처럼 굳었지만 박민정은 은정숙을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줌마, 시간도 늦었는데 어서 들어가서 쉬어요. 제가 오늘 좀 늦게 돌아왔는데 오는 도중에 차가 고장이 났어요.”

그녀는 귀가 안 들린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래. 이따가 뜨끈한 물에 목욕 좀 하려무나.”

은정숙은 쉬러 가지 않고 천천히 주방으로 걸어들어가 박민정한테 줄 생강차를 만들었다.

유남준은 박민정을 방으로 데려와 소파에 앉히고 갈아입을 옷 몇 벌을 가져다 놓았다.

“내가 욕조에 물 준비해 놓을게. 너 옷부터 벗고 이따 목욕 다 하고 나서 이걸로 갈아입어.”

박민정은 그의 입 모양을 보고 그가 옷을 갈아입으러 가겠다는 줄 알았다.

“네, 당신도 어서 갈아입으러 가요.”

유남준은 약간 잠겨 허스키한 목소리로 응, 하며 대답했다.

그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가운을 가지고 박민정의 방 안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박민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가 제 방에서 씻고 있는 줄도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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