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9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4-30 15:14:25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듯한 차디찬 손이 유남준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유남준은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차가워서가 아니라 온몸의 피가 뜨겁게 끓는 느낌 때문이었다.

박민정의 다른 한 손은 놓을 데가 마땅치 않아 갈 곳을 찾아 헤매다 그의 뺨에 실수로 닿게 되었는데 유남준의 얼굴은 지금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남준 씨 지금 열 나요.”

그녀는 온몸의 기운이 전부 빠져 축 처진 채로 겨우 말을 꺼냈다.

이 추운 날에 얼굴이 불덩이 같으니 당연히 열이 났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붉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목울대는 아래위로 살짝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어젯밤 한 얘기는 늘 유효해.”

박민정은 그의 입술이 벌렸다 닫혔다 하는 것을 보며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대충 얼버무려 대답했다.

“네네.”

유남준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은정숙이 나와서 둘을 보더니 얼른 수건을 갖다주며 물었다.

“왜 인제야 돌아온 거야?”

유남준은 그 수건을 건네받아 박민정의 몸에 있는 눈을 털어줬다.

몸이 얼어붙어 목각처럼 굳었지만 박민정은 은정숙을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줌마, 시간도 늦었는데 어서 들어가서 쉬어요. 제가 오늘 좀 늦게 돌아왔는데 오는 도중에 차가 고장이 났어요.”

그녀는 귀가 안 들린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래. 이따가 뜨끈한 물에 목욕 좀 하려무나.”

은정숙은 쉬러 가지 않고 천천히 주방으로 걸어들어가 박민정한테 줄 생강차를 만들었다.

유남준은 박민정을 방으로 데려와 소파에 앉히고 갈아입을 옷 몇 벌을 가져다 놓았다.

“내가 욕조에 물 준비해 놓을게. 너 옷부터 벗고 이따 목욕 다 하고 나서 이걸로 갈아입어.”

박민정은 그의 입 모양을 보고 그가 옷을 갈아입으러 가겠다는 줄 알았다.

“네, 당신도 어서 갈아입으러 가요.”

유남준은 약간 잠겨 허스키한 목소리로 응, 하며 대답했다.

그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가운을 가지고 박민정의 방 안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박민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가 제 방에서 씻고 있는 줄도 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0화

    두 사람은 마주 앉은 채 분위기가 다소 굳어져 있었다.그러는 와중에 유남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왜 안 들린다고 말을 안 했어?”박민정은 고개를 숙이고 약간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집에 돌아오면 나을 줄 알았어요.”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만지려고 했지만 박민정은 그의 손길을 피했다.갈 길을 잃은 손이 허공에 뻗어있었다.“민정아, 너 오늘 누구랑 같이 있었어?”박민정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또 날 미행했어요?”그가 기억을 잃기 전에 가장 자주 했던 일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유남준은 목이 메었다. 또라니?그가 언제 또 미행을 했었다고?무어라 해명을 하기도 전에 은정숙의 방문이 열리며 의사가 걸어 나왔다.의사는 환자가 과도하게 흥분하여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니 앞으로 마음을 편히 가라앉히고 병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서다희도 방 안에서 나오며 박민정을 쳐다봤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로 인해 그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그러나 유남준이 있는 자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님, 그럼 저흰 먼저 돌아가겠습니다.”“어.”서다희는 의사를 데리고 떠나갔다. 이제 진짜로 유남준과 박민정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오늘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아줌마한테 의사를 찾아 준 것도.”박민정이 운을 뗐다. 어쨌든 미행과 이번 건은 서로 다른 일이니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우린 부부야. 고마워할 거 없어.”유남준이 말하며 다시 한번 손을 뻗어 그녀의 팔꿈치를 잡았다.“그리고 나, 사람 붙여서 너 미행한 적 없어.”박민정은 믿지 않았다.“다음 달이면 설날인데, 내가 내일 데려다줄 테니 남준 씨는 두원 별장으로 가 있어요.”의사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저 그리 하라는 거였다.유남준은 그녀를 더 꽉 붙잡았다.“그럼 넌?”“난 집에서 아줌마를 돌봐야 돼요.”유남준은 순간 가슴이 칼로 도려내는 듯이 아팠다.“민정아, 네가 나랑 결혼한 이유가 날 사랑해서였어?”그의 기억에 그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1화

    살길을 열어준다고?박민정의 입가에 냉소가 흘러나왔다. 이런 말이 친어머니란 사람이 할 소리가 맞는지...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았다.“그 돈은 내 능력으로 번 거니까 갖고 싶으면 어디 능력껏 해보세요. 그딴 말로 나를 겁 줄 생각이나 하지 마시고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장명철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보아하니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진주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았다.그녀는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서 은정숙의 방으로 갔다.은정숙은 깨어있었고 어젯밤의 일이 오해였다는 걸 알리자 아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유남준이 진짜 변한 거야?”“저도 모르겠어요. 아줌마는 푹 쉬어요, 다른 걱정 하지 마시고요.”“응, 그래.”은정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박민정은 은정숙에게 친구한테 일이 좀 생겨서 돌봐 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그래, 어서 가봐.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그러나 은정숙과 유남준만 집에 남겨 두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내가 간병인 아주머니 한 분 모셔 올게요.”싫다고 하면 박민정이 시름을 놓지 못할 걸 알고 은정숙은 고개를 주억거렸다.“그래, 알았다.”박민정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주방 내 식탁에는 이미 아침이 놓여있었고 그 밑에 쪽지가 한 장 깔려있었다.쪽지에는 유남준의 멋진 손 글씨가 쓰여 있었다.“나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하지만 사실 유남준은 병원에 간 게 아니라 서다희의 차를 타고 두원 별장으로 간 것이었다.두원 별장 내에 일부 기밀문서들이 있다고 서다희가 얘기했다....다른 한편, 공관에는 한수민과 이지원이 거실에 앉아있었다.현재의 한수민은 더 이상 예전의 그 망한 재벌 집의 사모님이 아니었다.5년 전, 그녀는 아들 박민호를 데리고 해외로 도주한 후 무슨 수를 부렸는지 현지에 있는 한 교포 재벌과 결혼하게 되어, 지금은 진주시 부유층 사모님들이 친분을 쌓으려고 애를 쓰는 인물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2화

    밤새 큰 눈이 내려 두원 별장 안팎에는 눈을 쓸고 있는 사용인들로 가득했다. 유남준이 앉은 차는 별장밖에 세워져 있었다. 한참 뒤, 서다희는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별장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그는 유남우였다.서다희는 즉시 그 사실을 유남준한테 알리며 물었다.“지금 들어갈까요?”별장밖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유남준이 이때 들어가면 유남우의 신분은 단번에 들통날 것이다.며칠 전부터 유남우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잠시 유씨 가문 옛 저택에 머물렀었는데 이렇게 금방 두원 별장으로 들어와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유남준의 신분을 대체하고 회사를 차지하더니 이젠 별장까지. 다음엔 가족과 와이프까지 뺏을 셈인가.“급할 거 없어.”유남준의 차분한 목소리가 서다희를 상념에서 깨어나게 했다.그는 차를 우선 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유남준의 곁에 오래 있었지만 그도 동생이 있단 얘기를 듣기만 했지, 직접 두 눈으로 실물을 보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유남우는 정말로 유남준과 똑같이 생겼다. 옷차림마저 똑같다면 아마 누가 누군지 아무도 못 알아볼 것이다.하지만 유남우는 필경 유남준의 친동생이고, 그가 회사를 맡는 것이 그 무능한 사촌 형 유성혁이 맡는 것보다 열 배는 나았다.기다리고 있는 동안, 승합차 한 대가 앞을 지나갔다.그 안에 앉은 사람이 이지원이라는 걸 서다희는 보지 못했다....두원 별장 안에서 유남우는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박민정이 쓰던 방에 들어와서 침대맡에 덮어 놓은 사진 액자를 발견했다. 가늘고 긴 손으로 그 액자를 돌려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이건 박민정과 유남준이 같이 찍은 사진인데 하얀 드레스를 입은 박민정이 정장 차림의 유남준의 곁에서 조심스러운 듯 팔짱을 끼고 있었다.이 사진은 두 사람이 약혼식을 올릴 때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둘은 웨딩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 박민정은 줄곧 이 사진을 웨딩사진처럼 고이 간직해왔다.그러다 이혼을 결정하고 나서 이 사진을 여기에 남겨둔 것이다.유남우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3화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이지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두 손은 꼭 그러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박민정이 임수호와 같이 라이브 영상을 발표하여 그녀의 명예를 완전 바닥으로 끌어내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녀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겠는가.그런데 도리어 박민정한테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내키지 않았지만 유남준의 가차 없는 수단을 생각하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가서 사과할게요.”이지원은 두원 별장에서 어떻게 걸어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얼이 빠져서 떠나갔다.그녀가 떠나자 홍주영은 의문을 내비쳤다.“도련님, 왜 저 여자한테 사과를 강요하셨어요? 큰 도련님과는 서로 사이가 안 좋으신거 아닌가요? 왜 그의 아내를 감싸는 거죠?”말을 끝내자마자 홍주영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항상 온화한 얼굴만 보이던 유남우가 그녀를 조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주영아, 네가 모르는 게 있어.”홍주영은 유남우와 박민정의 과거에 대해 모른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더 캐물으면 안 될 거 같은 육감이 들었다.“그럼 제가 사람을 붙여 이지원이 박민정 씨한테 사과하는 걸 감시하도록 할게요.”“응.”두 사람은 두원 별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그들이 떠나자 유남준과 서다희는 비밀통로를 거쳐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유남준이 만들라고 한 이 비밀통로가 이럴 때 쓰일 줄은 몰랐다.유남준은 기억을 잃었지만 두원 별장에 들어오고 나서 마치 사라졌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처럼 기밀문서를 숨겨둔 장소를 대번에 생각해 냈다. 그리하여 금세 문서를 찾게 되었다.돌아가는 길에 그는 그것을 서다희한테 넘겨주었다.서다희는 깜짝 놀라하며 말했다.“이건 대표님이 직접 열어보시는 게 좋겠어요.”“난 네가 날 배신 안 할 거라 믿어.”“네.”서다희는 그제야 서류를 열어보았다.몇 페이지 대충 봤을 뿐인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갖고 있는 유남준의 개인 자산은 겉에 드러난 것보다 비교할 수 없게 많았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4화

    집으로 돌아온 유남준은 사방을 찾아다녀도 박민정이 없자 약간 화가 났다.자신은 외출할 때마다 쪽지를 남기는데, 그녀는 어딜 가든지 자신한테 말하는 법이 없었다.박민정이 고용한 은정숙을 돌봐줄 간병인이 한창 주방에서 음식을 하다가 때때로 밖을 내다보며 답답하고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남준을 힐끔거렸다. 그가 자꾸 박민정의 이름을 부르자 간병인은 참지 못하고 그한테 말했다.“박민정 씨는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나한테 노인을 돌봐달라고 부탁했거든요.”낯선 소리가 들리자 유남준이 물었다.“누구세요?”“아, 저... 난 박민정 씨가 노인을 돌봐달라고 해서 온 간병인이에요.”간병인은 주방에서 걸어 나오며 유남준이 맹인인 걸 발견하고 대뜸 한마디 덧붙였다.“저기, 두 사람 돌보는 건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거 알죠? 나랑은 노인만 돌보면 된다고 했는데, 눈먼 소경이 하나 더 있다고 얘길 안 했어요.”그놈의 눈먼 소경.유남준은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난 돌봐줄 사람 필요 없어요.”“소경을 돌보지 않으면 어떡해요? 아, 몰라, 몰라. 돈 추가해야 돼요. 알았죠?”유남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당장 나가요, 여기서!”그가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간병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난 박민정 씨가 불러서 온 거라고요. 박민정 씨가가라고 해야 갈 거예요. 그리고 날 자르면 노인은 누가 돌봐요?!”그 후 10분 뒤, 근처에 잠복해 있던 경호원 몇 명이 들어와서 간병인을 메고 밖으로 내보냈다.소란스러운 기척에 놀란 은정숙이 일어나 방문을 나서니 바깥에서부터 간병인이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이 들렸다.“돈을 더 안 주면 말라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몰아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 당신들 고소할 거라고! 흑흑흑...”어려서부터 유남준의 앞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이런 막무가내의 시골 아줌마는 처음 상대하는지라 머리가 아팠다.유남준은 밖으로 나와 경호원한테 명령했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5화

    문어귀에 선 유남준은 밖에서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귀뿌리가 빨개져 있었다.“너희들한테 물어보잖아.”그는 경호원들한테 얘기했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윽고 이웃 아줌마들이 그들한테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난리법석들이었다.은정숙이 살고 있는 이 신림현은 도시와 매우 떨어진 곳이다. 여기 사람들은 그저 박민정이 은정숙의 사장님 딸이고 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들었지만 나중에 그녀가 죽은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은정숙네와 왕래를 하지 않은 것은 5년 전에 유남준이 사람을 잔뜩 몰고 여기로 와서 이웃 몇 명을 데려가 조사한다고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다들 은정숙네가 무슨 대단한 인물을 건드린 줄 알고 그들이 다시 여기 돌아온 후부터는 접촉을 삼갔다.예전에 유남준이 이웃들을 데려가 박민정과 은정숙의 행방을 물을 때 무서워 고개도 감히 들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 유남준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은정숙과 박민정의 눈먼 남편을 보고, 모두 희한하게 잘생긴 얼굴이 신기하여 자꾸만 힐끔거렸다.처음에는 박민정의 남편이 눈이 멀었다고 들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유남준의 모습을 보더니 하나둘씩 박민정이 남편을 잘 만났다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눈이 먼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나가서 바람은 피우지 않겠으니.한바탕 소동 후, 유남준과 은정숙은 집안에 들어왔다.방금 은정숙이 저를 사위라고 불렀던 것이 기억나 유남준은 아직도 귓불이 빨갰다.은정숙은 큰 기업 대표라는 사람이 시골 여편네한테 괴롭힘을 당할 줄 몰랐다. 그녀가 더더욱 몰랐던 것은 자신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간병인 여자한테 남은 인생이란 없을 거란 것이었다.“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 새 간병인을 구하라고 했어요.”유남준이 말했다.“그래요.”방금 화를 낸 탓에 은정숙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아픈 몸을 겨우 버텨가며 그녀는 유남준한테 말했다.“내가 방금 유 대표님을 도와줬다 해서 용서한 줄로 생각하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6화

    유남준은 5년 전의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박민정과의 결혼식 날에 그녀 혼자 남겨두었던 것과, 박형식이 돌아가셨을 때도 그녀의 집안에서 자신을 속였다는 것만 생각하며 매정하게 그녀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도 관심조차 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더 많은 걸 상기해 내려 했지만 머리가 더 지끈하게 아파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그는 은정숙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아주머니, 그건 제가 약속드릴 수 없어요.”은정숙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요. 하지만 이것만 약속드릴게요. 예전에 제가 잘못한 것들, 앞으로 다 고칠게요. 민정이한테 잘 하고 다신 상처 안 준다고 약속드릴 수 있어요.”하지만 은정숙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어찌 됐거나 지금 유 대표가 이러는 건 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눈이 멀쩡했으면 민정이한테 잘 해준다 어쩐다 그런 소리를 절대 안 했을 거예요.”유남준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은정숙한테 그가 변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믿을 것 같았다.은정숙은 속이 뒤집혀 더는 유남준과 말하려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유남준은 별장에서 돌아온 후 여태 밥도 먹지 못했다. 박민정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그는 간병인이 그녀가 요새 안 돌아올 거라 했던 말을 떠올리며 휴대전화를 꺼내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다.한편, 박민정은 진주로 돌아와 장명철부터 찾아가 그를 보석하여 출소시킨 후 조하랑네 집으로 갔다.한창 식사 중인데 유남준한테서 연락이 와 그녀는 대충 둘러대며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너 지금 어디야?”유남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한테 말해주고 싶지 않은 박민정은 삐딱하게 대답했다.“내가 어디 있든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이 며칠 동안 당신 자신이나 잘 챙겨요. 아줌마는 내가 간병인 구해서 돌보라고 했으니까. 나 이제 며칠 있다가 돌아갈 거예요.”유남준은 한쪽으로 그녀와 통화하며 한쪽으로는 사람을 시켜 그녀의 위치를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337화

    “그게 뭔데?”조하랑이 궁금해하며 묻자 박민정이 대답했다.“아버지의 유언장.”박형식은 죽기 전 회사가 변변치 못한 아들의 손에 넘어가 전부 말아먹게 될까 봐 따로 유언장을 하나 더 작성했다.그 유언장은 주로 두 가지 내용인데, 하나는 박민정에게 200억을 물려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민정이 아무 때든 바움 그룹을 포함한 그의 유산 전부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져갈지에 대한 여부는 박민정이 결정하기로 돼 있었다.박민정은 이 유언장을 계속 손에 쥐고 한 번도 꺼내 본 적이 없었다. 이걸 꺼내면 한수민이 갖고 있던 유언장은 무효가 된다. 이 유언장을 꺼내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 대학에서 갓 졸업한 그녀가 회사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엄마와 동생 손에서 재산을 뺏을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때 이 유언장을 꺼내놓더라도 아무런 배경도 실력도 없는 그녀였기에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그 호락호락하고 마음이 여린 여자애가 아니다. 한수민이 만약 끝까지 몰아붙인다면 그녀도 같이 진흙탕에서 뒹굴 의지가 있다.전후 사정을 다 듣고 나서 조하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된 거구나. 그렇지만 이제 바움 그룹은 없는데...”“내가 굳이 따진다면?”박민정이 묻자 곁에 있던 예찬이가 입을 열었다.“그럼 반드시 돌려줘야지. 돌려줄 수 없다 해도 책임을 져야 하고.”박민정은 예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난 굳이 돌려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좀 겁을 주고 싶은 거지. 너무 설쳐대지 말라고.”조하랑은 예찬이가 자기보다 반응이 더 빠를 줄 몰랐다. 그녀는 또 참지 못하고 예찬이의 볼을 꼬집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예찬이가 요리조리 도망가며 밥상 앞에서 한창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조하랑이 의문에 찬 눈길로 현관을 향해 보며 말했다.“배달 안 시켰는데, 누구지? 잠시만. 내가 가 볼게.”그녀는 슬리퍼를

    최신 업데이트 : 2024-05-01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4화

    두 여자는 하나같이 악독했다.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박민정을 찾아가기로 했다.“아이들 잘 지켜봐요.”“걱정 마세요.” 이지원이 대답했다.윤소현은 그제야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유남준이 볼일 보러 나간 후에야 박민정의 병실로 들어갔다.“형수님, 들었어요. 쌍둥이 아들을 낳으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윤소현은 들어오자마자 제멋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박민정은 윤소현의 지금까지의 행적을 떠올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나가주세요. 여기서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환영하지 않는다고요? 어제 친자 검사 때문인가요?” 윤소현이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 “박민정, 사실 난 진작 알고 있었어. 네가 정수미의 친딸이라는 걸.”“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지? 정수미가 널 인정하나? 오늘 누가 날 보내왔는지 알아?”박민정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윤소현은 의도적으로 모든 죄를 정수미에게 뒤집어씌웠다. “바로 정수미야. 그 여자가 특별히 날 보내서 너한테 확실히 말하라고 했어.”“정수미 말로는 장애가 있는 딸은 있을 수 없대. 설령 친딸이라 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 헛수고 하지 말라고.”친딸인데도 인정하지 않는다고?박민정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굉장히 아팠다.“그래요? 친딸에게 빚진 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보상하겠다고도 했는데...”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박민정의 모습에 윤소현이 냉소를 지었다. “그건 남들 보라고 한 거지. 생각해 봐. 정수미가 어떤 사람이고 넌 어떤 사람인지.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정이 있겠어? 그저 친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딸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거야.”장애...장애!박민정은 기분이 매우 얹짢았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그런 말을 내가 믿을 것 같나요? 정수미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난 알아요. 그분이 진심으로 친딸을 찾고 싶어 한다는 걸요.”박민정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고 윤소현의 말 몇 마디에 속아 넘어갈 리가 없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3화

    유남준의 깊은 눈동자에 파도가 일렁였지만 겉으로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어서 가서 찾아. 두 아이를 찾지 못하면 진주시에 있을 자격도 없어.”“네, 네, 네.” 경호원들이 즉시 수색에 나섰고 유남준은 휴대폰을 들어 다른 전화를 걸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누가 아이들을 데려갔는지 반드시 찾아내.”소인배들이 그를 만만하게 본 걸 보니, 예전에는 지나치게 너그러웠나보다.“그리고 진주시의 원수들을 하나하나 다 처리해.”“네.”유남준은 모든 지시를 내리고 박민정의 병실로 향하던 중 그만 비틀거리며 한 발짝 휘청거렸다.박민정은 막 깨어난 참이라 아이들이 사라진 사실을 몰랐다.그녀는 유남준을 보자마자 물었다. “남준 씨, 우리 아이들은 어디 있어요? 보고 싶어요.”유남준은 다가가서 거짓말을 했다. “두 아이 모두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어. 황달이 조금 있거든”“그래요? 그럼 내가 일어나서 보러 갈게요.” 아이들이 태어난 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안 돼. 넌 지금 몸이 약해. 의사 말로는 이틀은 더 누워 있어야 한대. 서두르지 말고 몸이 좋아지면 보러 가자.” 유남준이 부드럽게 달래자 박민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그러고는 팔을 뻗었다. “안아줘요.”최근 이틀은 몸도 마음도 지쳤고 정말 힘들었다. 유남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를 살며시 안았다.박윤우가 간호사와 함께 들어왔을 때 바로 그런 광경을 목격했다. “엄마, 아빠...” 그는 손으로 눈을 가리긴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여전히 보였고 시선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박민정은 서둘러 유남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윤우야, 이리 와봐. 엄마가 좀 볼까?”간호사도 다가왔다.“축하드립니다. 제대혈 교차검사를 했는데 적합하네요. 윤우가 곧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이 소식에 박민정은 무척 기뻤다.“정말요?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별 말씀을요. 당연한 일입니다.” 간호사는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2화

    “지금 회사가 정상 운영이 안 되고 밖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언론인들도 데리고 왔는데 쫓아내기도 곤란하고요.” 진서연은 해외에서 박민정의 작은 회사나 관리했지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지만 유남준은 오히려 침착했고 차근차근 지시를 내렸다.연지석도 왔는데 도우려다가 유남준이 있는 걸 보고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이때 설인하가 창백한 얼굴로 사과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지난번에 주신 프로젝트를 또... 망했어요.”그녀는 지금 자신의 능력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었고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연지석은 그녀를 탓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이건 설인하 씨 잘못 아닙니다. 내가 인하 씨 같은 평직원이었고 뭘 하든 막으려는 재벌 회장까지 있다면 나도 성공 못 했을 겁니다.”설인하가 놀랐다.“무슨 뜻이세요?”“인하 씨랑 방성원 씨의 부부 사이를 이간질 하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조사해 보니 내가 인하 씨한테 줬던 프로젝트들은 다 방씨 가문에서 가로챘더군요.”설인하는 가슴이 철렁했고 곧이어 분노가 치밀었다.“그래서 그랬군요!”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사장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정말 죄송해요. 제 개인사 때문에 사장님 프로젝트에 피해를 끼쳤네요.”연지석은 두 손을 책상 위에 모았다.“괜찮아요. 민정 씨 친구니까 내 친구기도 해요. 이 정도 프로젝트는 별거 아니에요.”“감사합니다.” 설인하는 다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연지석 사무실을 나와 방성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왜 이런 비열한 짓을 한 거야!”아직 새벽 4시였다. 방성원은 설인하가 혼자 자다가 잠이 안 와서 자기를 생각하며 전화한 줄 알았다.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따지는 소리가 들렸다.“이른 아침부터 날 욕하려고 깨운 거야?” 방성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욕은 무슨, 때리고 싶을 정도야! 왜 내 프로젝트를 가로채? 그게 너한테 무슨 이득이 된다고 생각해? 방씨 가문이랑 우리 PMJ는 업종도 다르고 경쟁사도 아니잖아!” 설인하는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가 떨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1화

    박민호는 그 말을 듣고 아첨하는 웃음을 지었다. “형, 그렇게 안 하셔도 돼요. 걱정 마세요, 꼭 도와드릴게요.”차가 출발하자 박민호는 이미 자신이 진주시의 유력 인사가 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병원 밖에는 그들 외에도 윤소현과 이지원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평범한 차 안에 앉아 각자 생각에 잠겼다.“아들 둘을 또 낳았대요!” 윤소현은 질투심을 숨기지 못했다.유남준에게 아들이 넷이나 있으니 앞으로 자기 아이와 재산을 두고 경쟁할 인물이 생긴 것이다.이지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소현 씨, 우리 계획대로라면 곧 박민정의 경사가 상사로 바뀔 거예요.”윤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 소식을 최현아에게도 전했다.최현아는 최근 시아버지 유석진과 함께 호산 그룹에 있으면서 유남우의 권력을 빼앗으려 했던 터라 갑자기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짜야?”“이런 걸로 거짓말할 이유가 있나요?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죠.” 윤소현이 한숨을 쉬었다. “박민정의 아들 둘도 똑똑한데 이제 둘이 더 생겼으니 지훈이나 제 미래의 아이는 스트레스가 심하겠네요.”최현아는 옆에서 게임하는 유지훈을 보자 화가 났다. “얼른 숙제나 해!”“엄마, 유치원에 무슨 숙제가 있어요.” 유지훈이 불평하며 제 할 일을 계속했다.최현아는 어쩔 수 없었다. 윤소현이 일부러 자신을 부추기는 걸 알았기에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다.“요즘 경쟁이 치열하지. 박민정이 출산했으니 나도 가봐야겠네. 알려줘서 고마워.”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여기서 최현아가 소식을 들었다면 고영란도 당연히 알았을 터. 그녀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귀여운 사내아이 둘을 보자 그녀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민정아, 남준아, 예찬이랑 윤우는 어렸을 때 내가 제대로 키우지 못했잖아. 이번엔 꼭 이 두 아이만큼은 내가 곁에서 돌보면서 키우고 싶어.”박민정이 따뜻하게 웃었다. “좋아요.”유남준은 그녀가 동의하는 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0화

    마침내 분만실 문이 열리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간호사가 두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축하드립니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합니다.”유남준은 아기를 보지 않고 바로 분만실로 들어갔는데 분만실에는 박민정이 기력이 없이 누워있었다.“민정아.”박민정은 힘겹게 웃었다. “괜찮아요.”유남준은 그런 그녀가 더욱 안쓰러웠다.“이제 그만 낳자.”“네, 좋아요.”박민정이 대답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아기들은요?”“밖에 있어, 건강해.” 유남준의 이 말에 박민정은 안심되면서도 궁금했다. “남자애예요, 여자애예요?”유남준이 멈칫했다.“잠깐만, 내가 보고 올게.”그는 박민정 생각에만 빠져서 아기를 보는 걸 잊고 말았다.밖으로 나오니 박윤우와 박예찬이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기들은요?”조하랑이 혀를 찼다. “이제 아기 생각나요? 신생아실로 갔어요.”“깜빡했네요.”유남준이 물었다.“남자애예요, 여자애예요?”“멋진 사내아이 둘이에요.”조하랑의 말에 유남준도 박예찬, 박윤우처럼 실망했다. 그는 박민정을 닮은 딸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고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가 쉬는 동안 조하랑과 진서연네는 아기들을 달래고 있었고 의사는 박윤우의 수술을 위한 검사로 바빴다.“너무 작고 귀여워.”진서연은 모성애가 한껏 피어올라 연신 귀엽다고 했으나 박예찬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여동생이 하나라도 있었으면...”“남동생 둘도 좋아, 실망하지 마.”조하랑의 위로에 박예찬은 기대에 찬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하랑 이모, 언제 아기 낳으실 거예요? 저랑 윤우한테 여동생 둘 낳아주세요.”“맞아요, 한 명씩이요.” 박윤우마저 한마디 하자 조하랑은 말문이 막혔다.“꿈도 꾸지 마. 내가 낳은 딸을 왜 너희한테 하나씩 줘? 게다가 성별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조하랑이 부글부글 말하고 있을 때 김인우도 다가왔다. “맞아, 우리 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9화

    정수미는 돌아간 뒤 박민정이 조산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윤소현이 계속 세뇌를 시도했다. “엄마, 박민정이 회사 일 때문에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벌인 것 같아요.”“지원이가 엄마 딸이잖아요. 박민정도 엄마 딸이라면 쌍둥이라도 낳으셨단 말이에요?”정수미는 귓가가 윙윙거렸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만약 박민정이 정말 딸이라면 그동안 자신이 박민정에게 했던 모든 일들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엄마, 왜 아무 말씀도 없으세요? 절대 믿으시면 안 돼요. 그럼 지원이는 어떻게 해요?” 이 말에 정수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좀 조용히 있어 줄래?”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고 몰래 이지원에게 박민정이 모든 걸 알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지원도 소름이 돋았다. [정수미가 믿었어요?][아직은요. 하지만 엄마 성격상 분명 조사할 거예요.]이 메시지에 이지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방금 소식 들었는데 박민정이 너무 흥분해서 지금 출산한대요. 소현 씨, 우리는 한 배를 탔어요. 도와주셔야 해요.]혼자서는 박민정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정씨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윤소현은 이지원을 찾아갔고 정수미는 모든 걸 지켜보며 사람을 시켜 그들의 대화를 도청하게 했다.이지원은 방에서 계획을 세우다가 윤소현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윤소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사적으로는 언니라고 부르지 마요. 무슨 일이겠어요, 박민정 일로 의논하려고 왔죠.”이지원은 윤소현이 악랄하면서도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자기를 찾아오다니, 정수미가 뭐라고 생각할까?“아...”이지원이 목소리를 낮춰 이해관계를 설명한 후에야 윤소현은 깨달았다. “내가 너무 급했네요.”“괜찮아요, 언니. 진실은 밝혀질 테니 일단 쉬세요.”이지원이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지만 다른 방에서 대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8화

    박민정은 정수미가 검사 결과를 보고 기뻐할 줄 알았다. 이지원이 가짜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정수미가 제일 먼저 위조 얘기를 꺼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박민정은 목구멍이 바늘에 찔린 듯했다.“이건 진짜예요. 위조된 게 아니에요. 믿지 못 하시다면 직접 확인해보세요.” 윤소현이 비웃듯 말했다.“사기꾼 말 믿고 우리 엄마가 세상 모든 여자랑 친자 검사라도 해야 하나?”그녀는 정수미 손에서 검사서를 뺏어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엄마, 가요. 이런 사기꾼이랑 말할 가치도 없어요.”정수미는 일어서지 못한 채 박민정을 바라보았다. “내 친딸 얘기로 장난치지 말라고 했죠. 평생의 아픔이에요!”박민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절대 용서 못 해요. 다시는 연락하지 마요!” 정수미의 마지막 말이었다.그들이 떠난 후, 박민정은 찢어진 검사서를 바라보았고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바보같아.”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식당을 나섰다. 밖에 나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가슴 한켠을 누르는 거대한 바위같은 무게감이 사라지지 않았다.전화벨이 울리자 박민정은 정수미가 마음을 돌려 자신과 함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자신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아보니 유남준이 건 전화였다.“남준 씨.”“일어났어?”남자의 익숙한 목소리에 박민정은 눈물이 났다. “진작 일어났어요.”“그럼 전화하지 그랬어? 지금 갈게.” 유남준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말에 박민정은 휴대폰을 꼭 쥐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나 정수미 씨 만나고 왔어요.” 유남준은 걸으며 통화를 이어갔다.“그래서?”“그 사람이 내가 보여준 유전자 검사를 믿지 않았어요. 나더러 사기꾼이래요. 다시는 연락하지 말래요.”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어디야? 내가 갈게. 울지 마.” 유남준이 차에 타며 말했고 박민정은 주변을 둘러보았다.“병원 근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7화

    윤소현은 정수미가 박민정과 만난다는 걸 알자마자 전화를 걸었고 진짜 그렇다는 걸 확인하고는 순간 급해졌다.“엄마, 제가 같이 갈게요. 박민정이 엄마를 만나자고 한 건 분명 좋은 일이 아닐 거예요. 지난번에 칼을 들고 엄마를 협박했던 일을 잊으셨어요?”정수미는 그 말을 듣고 경계심이 들었다. “네가 말하니 기억나네. 걱정 마, 이번엔 경호원을 데리고 갈 거야. 그러면 못할 거야.”“엄마, 무서워요. 제가 꼭 같이 가야겠어요.” 윤소현은 이미 차에 탄 상태였다. “엄마, 주소 보내주세요. 엄마는 제 전부예요.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요.”정수미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알았어.”주소를 보내고 나서 정수미는 윤소현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비서도 대화를 대충 들었다. “소현 아가씨가 냉철해도 대표님을 많이 생각하시네요.”정수미는 미소 지었다. “그 애는 내가 너무 잘해줘서 그래. 난 정말 걱정이야. 내가 먼저 가버리면 어떡하나...”“대표님, 분명 오래 사실 거예요.” 비서가 아부했다.정수미는 한숨을 쉬었다. “내 몸은 내가 알지. 젊을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육칠십까지만 살아도 만족해.”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박민정과 약속한 식당에 도착했다.윤소현이 오기 전에 정수미는 비서 겸 경호원과 함께 올라갔다.룸의 고급 방에서 박민정은 조용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긴장된 마음을 달랬다.마침내 발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리자 정장 차림의 정수미가 비서와 함께 들어왔다.“민정 씨, 무슨 얘기하실 건가요?”정수미는 들어오자마자 앉지도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함미현 일 때문 아닌가요? 박민정 씨가 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줄 몰랐네요.”예전 같았으면 박민정은 바로 받아쳤을 테지만 지금은 정수미의 얼굴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정수미가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남의 일에 참견하면 대가를 치르게 되죠.”박민정이 화를 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아무 반응 없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6화

    병실에서 퇴원할 생각 없이 늦게까지 떠나지 않는 진서연 일행. 남자인 유남준은 당연히 그들과 할 얘기가 없어 다른 방에서 계속 일했고 그들이 떠나자마자 그는 밖으로 나왔다. 박윤우는 이미 피곤함에 지쳐 잠들어 있었고 그걸 본 유남준이 박민정 곁으로 다가왔다. “피곤하지 않아? 좀 누워있을래?” 박민정은 매번 누울 때마다 그가 이것저것 장난치는 걸 떠올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안 피곤해요, 좀 더 앉아있고 싶어요.”“출산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서 좀 누워있자. 응?” 유남준이 다정하게 달랬고 결국 박민정은 그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함께 누웠다.불을 끄자 밖의 희미한 불빛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함미현네는 괜찮아요?” 박민정이 물었다. 유남준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걱정 마, 내가 몰래 사람을 붙여뒀어.” “네...”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정수미는 왜 저렇게 잔인한 걸까요?” 박민정은 자신과 박예찬이 그녀 손에 죽을 뻔했던 걸 떠올렸다. 또 함미현네 일을 생각하니 그 사람이 무서워졌다. 함미현의 일은 자업자득이지만, 자신은? 그저 윤소현의 미움을 샀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죽을 뻔했다. 이런 사람이 자신의 친어머니라니!“여자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어느 정도 수단은 필요하지.” 유남준이 대답했다. 박민정도 그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고민이에요. 그분을 엄마로 받아들여야 할지...”“사실 진실을 말해도 좋을 것 같아. 그 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면 되고.” 유남준이 말했다.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결심이 선 듯했다. “좋아요, 내일 가서 얘기해 볼게요.” 어차피 이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했다.“응.” 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박민정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남준 씨!” 유남준은 또 ‘응’하고 대답했는데 목소리가 쉰 듯했다.좋아하는 여자가 곁에 있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