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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문어귀에 선 유남준은 밖에서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귀뿌리가 빨개져 있었다.

“너희들한테 물어보잖아.”

그는 경호원들한테 얘기했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윽고 이웃 아줌마들이 그들한테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난리법석들이었다.

은정숙이 살고 있는 이 신림현은 도시와 매우 떨어진 곳이다. 여기 사람들은 그저 박민정이 은정숙의 사장님 딸이고 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들었지만 나중에 그녀가 죽은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은정숙네와 왕래를 하지 않은 것은 5년 전에 유남준이 사람을 잔뜩 몰고 여기로 와서 이웃 몇 명을 데려가 조사한다고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다들 은정숙네가 무슨 대단한 인물을 건드린 줄 알고 그들이 다시 여기 돌아온 후부터는 접촉을 삼갔다.

예전에 유남준이 이웃들을 데려가 박민정과 은정숙의 행방을 물을 때 무서워 고개도 감히 들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 유남준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은정숙과 박민정의 눈먼 남편을 보고, 모두 희한하게 잘생긴 얼굴이 신기하여 자꾸만 힐끔거렸다.

처음에는 박민정의 남편이 눈이 멀었다고 들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유남준의 모습을 보더니 하나둘씩 박민정이 남편을 잘 만났다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눈이 먼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나가서 바람은 피우지 않겠으니.

한바탕 소동 후, 유남준과 은정숙은 집안에 들어왔다.

방금 은정숙이 저를 사위라고 불렀던 것이 기억나 유남준은 아직도 귓불이 빨갰다.

은정숙은 큰 기업 대표라는 사람이 시골 여편네한테 괴롭힘을 당할 줄 몰랐다. 그녀가 더더욱 몰랐던 것은 자신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간병인 여자한테 남은 인생이란 없을 거란 것이었다.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 새 간병인을 구하라고 했어요.”

유남준이 말했다.

“그래요.”

방금 화를 낸 탓에 은정숙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아픈 몸을 겨우 버텨가며 그녀는 유남준한테 말했다.

“내가 방금 유 대표님을 도와줬다 해서 용서한 줄로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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