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찬은 슬퍼하는 엄마를 보고 순간 당황하며 작은 손을 들어 엄마를 안아 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엄마, 나랑 동생은 영원히 엄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다른 사람이 뺏어갈 수도 없어.”박민정은 박예찬의 위로에 그를 꼭 끌어안았다.“고마워 예찬아.”박예찬은 애교가 별로 없었기에 엄마와 자주 포옹을 하진 않았다.예전에는 박민정이 안으려고 하면 박예찬은 항상 튕기며 거절했었다.사실 박예찬은 엄마와의 포옹이 좋았지만 쑥스러웠을 뿐이다.지금도 박예찬의 얼굴은 빨갛게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엄마 우리 지금 저 사람을 속여야 하는 거야? 저 사람이 계속 나를 연우로 알고 있어야 하는 거지?”박민정은 이렇게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아니. 저 남자는 이미 엄마가 쌍둥이를 낳았다는 걸 알고 있어.”그녀는 박예찬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박예찬은 엄마의 말에 작은 머리로 곰곰이 생각하는 듯싶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먼저 예찬이라고는 말하지 않을게. 그러면 되지?”“그래.”두 모자는 약속했다.박예찬은 그제야 엄마가 자기를 혼내지 않은 것에 안심했다.이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은정숙이었다.박민정은 바로 가서 문을 열었고 박예찬도 문을 향해 달려갔다.“할머니.”은정숙은 박예찬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이미 방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를 듣고 알고 있었다.그녀는 박예찬에게 웃어주며 아이를 데리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다.박민정이 거실로 나왔을 때 유남준은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남준 씨.”박민정은 앞으로 걸어가 입을 열었다.“만약 지금 후회하는 거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요. 우리 이혼해요.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민정아. 배 속에 아이도 내 아이가 아니라고 했잖아?”박민정은 멈칫했다.“그렇다면 이제 한 아이가 더 생긴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야.”유남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 기간에 유남준은 기억을 매번 조금씩 되찾고 있었다. 그는 자기도 어렸을 때 코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박예찬이 일부분을 작성한 뒤 유남준이 검사했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박예찬은 아직 어린아이였기에 겸손해야 하는 법을 몰랐다.“내가 아저씨 나이가 되면 분명 아저씨보다 더 잘할 거예요.”유남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럼 네가 날 뛰어넘은 다음에 얘기해.”박예찬은 순간 머릿속에 나쁜 꿍꿍이가 떠올랐다.“우리 내기할래요? 만약 아저씨가 지면 우리 엄마를 떠나요. 어때요?”“그럼 내가 이기면?”“그럼 여기에 계속 있게 허락해 줄게요.”유남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기에 조건이 나한테 너무 불공평해. 난 너하고 내기를 하지 않아도 계속 여기 살 수 있는걸.”박예찬은 아빠의 머리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그럼 원하는 게 뭔데요?”아빠는 지금 앞을 볼 수 없으니 만약 코딩 내기를 한다면 반드시 자기가 이길 것이다.“만약 내가 이기면 넌 날 아빠라고 불러.”박예찬은 순간 깜짝 놀랐다.자기가 어떻게 이 쓰레기 아빠를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까?박예찬이 고민하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를 비웃으며 자극했다.“왜 못하겠어? 고작 아빠라고 부르는 건데? 질 것 같아서 무서워?”“누가 못하겠대요? 하면 하는 거죠.”박예찬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말했다.박민정은 이때 방을 정리한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박예찬과 유남준이 모두 거실에서 각자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두 사람이 왜 갑자기 사이가 좋은 거지?“윤, 윤우야. 목욕해야지.”박민정은 하마터면 잘못 부를 뻔했다.그녀는 예찬이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남준이 오해했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기억을 회복하면 그녀를 떠날 것이다.“엄마 잠시만. 엄마 먼저 자요.”박예찬은 말을 하면서도 계속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었다.“알겠어.”3살이 된 이후부터 박예찬은 혼자서 샤워했다.한 시간 뒤.유남준은 아
박예찬이 강연우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강연우는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의 최고 변호사로서 보통의 남자들은 감히 비벼볼 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다.조하랑이 박예찬에게 골라준 유치원은 있는 집 자녀들만 다니는 명문 사립 유치원이었지만 그들의 아버지는 다 와이프가 있었기에 일단 후보에서 제외되었다.전날 박예찬은 학교에 간 김에 틈을 타 유지훈에게 돈 많고 잘생긴 사람을 아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유지훈은 우쭐거리며 말했다."돈 많고 잘생긴 사람은 당연히 우리 유씨 집안에 있지."그때 조하랑의 친조카인 조동민이 그들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예찬아, 너희 아빠도 잘생기고 돈 많잖아."박예찬은 아빠라는 소리에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우리 아빠?""그래, 저번에 원장님이 얘기하시던 분."조동민이 눈치 없이 얘기하자 유지훈이 그의 말을 정정해주었다."그분은 예찬이 아빠가 아니라 인우 삼촌이야. 박 씨랑 김 씨, 성도 다른데 어떻게 아빠야?"조동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근데 할아버지가 인우 삼촌은 이모랑 결혼한댔는데. 예찬이는 이모 아들이니까 결혼하면 삼촌이 예찬이 아빠 아니야?"그 말을 들은 유지훈도 어쩌면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유지훈과 조동민이 한창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박예찬은 잘생긴 사람을 찾으러 가지 않겠냐고 묻자 오늘 그 둘은 학교에 있으면서 내내 박예찬을 기다렸다.유지훈과 조동민은 과외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박예찬이 오길 기다렸다가 함께 나가려고 했다."어제 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 선생님께 얘기만 하고 올게. 그리고 바로 나가자."박예찬은 가방을 내려놓고 서둘러 교무실로 달려가 수학 경시대회에 지원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을 나섰다.조동민은 하품을 하며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했다."근데 잘생긴 사람을 어디 가서 찾아?"그때 유지훈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내가 알아."수호 클럽에 많아. 나 우리 아빠 골드 카드까지 들고 왔다고."유지훈은 가방에서 골드 카드를 꺼내 들며 자랑스
잘생긴 남자를 데려오라는 말을 들은 매니저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여기까지 놀러 온 남자애들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찾는 게 가장 이상했지만 한눈에 보아도 재벌 집 아들들 같아 보이는 모습에 토 달지 않고 대답했다."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데려오겠습니다."매니저는 이 셋의 아빠가 누군지 알아보려고 전화하려 했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박예찬의 섬뜩한 말에 행동을 멈추었다."삼촌, 우리 아빠 누군지 알고 싶은 거예요 설마? 우리 아빠가 알게 되면 이 가게부터 없어질 텐데?""그리고 아빠는 우릴 데리고 나가겠죠. 삼촌은 그렇게 직장을 잃게 될 거고. 좋을 게 없을 텐데요."박예찬의 말에 설득된 매니저는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굽신거렸다."걱정 마세요 도련님. 비밀로 하겠습니다."어차피 제 아들이 아니니 상관은 없었다.매니저는 그래도 애들이니 술은 다 치우고 달달한 디저트와 주스들로 채운 VIP룸으로 데려갔다.그때 그 모습을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김인우가 보게 되었다.친구들에게 끌려와 술을 양껏 마시고 이제서야 눈을 떴는데 이런 곳에서 보게 된 아이들에 김인우는 매니저가 돌아오길 기다려 물었다."저 애들은 여기 왜 온 거야?"김인우의 질문에 매니저는 다급히 말했다."잘생긴 남자를 찾으러 왔다고 합니다.""잘생긴 남자?"갑자기 흥미가 생긴 김인우는 일단은 나가지 않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잘생긴 남자는 찾아서 뭐 하려고 그러는지 좀 잘 살펴봐.""네."...VIP룸.룸으로 들어온 조동민과 유지훈은 이것저것 건드려 보며 신기한 듯 구경했다.그때 그들과 상반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박예찬을 향해 조동민이 물었다."예찬아, 넌 왜 이렇게 여길 잘 알아? 자주 와봤어?"유지훈도 내심 궁금했는지 박예찬을 바라보았다.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던 박예찬은 순간 움찔했다.제 엄마인 박민정은 저를 이런 곳에 데리고 올 사람이 아니었다. 전부 티비에서 배운 걸 따라 한 것뿐이었다."가끔 왔어."유지훈도 와본 적 없는 곳에 와봤다는 박예찬을
신림현.새 회사의 일도 한창 바쁘던 유남준의 핸드폰에 갑자기 시끄럽게 울려댔다.[체크승인]177600000원XX 카드유남준님12/12 10:24 [체크승인]77600000원XX 카드유남준님12/12 10:26 [체크승인]377600000원XX 카드유남준님12/12 11:00 반 시간 사이에 몇억이 사라져 버렸다.유남준에게는 푼돈이었지만 유남준이 아직 유치원에 있을 꼬맹이가 어디에 이 많은 돈을 쓴 건지 궁금해져 전화를 들었다."윤우 유치원에서 뭐 하는지 좀 알아봐.""네."옆방.방에는 박민정이 간병인과 은정숙의 보살핌을 받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박민정은 오늘이 돼서야 유남준이 제 간병인을 바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은정숙은 박민정이 들인 간병인이 사사건건 유남준과 부딪치며 유남준의 신경을 긁었다고 하는데 박민정은 그 화면이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영상 찍어주시지 그러셨어요."박민정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은정숙과 말이라도 해야 몸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게. 그 모습을 찍어뒀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 했네."은정숙이 새로 온 간병인을 보며 목이 마르다고 하자 간병인은 서둘러 물을 가지러 내려갔다.간병인이 나가고 은정숙이 박민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민정아, 네 남편이 예찬이 데려왔는데 혹시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이건 박민정도 늘 걱정하던 일이었다."걱정 마세요. 그 사람 지금 눈도 안 보이고 기억까지 잃었으니까 아무 짓도 못 할 거에요."은정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새 쓸데없는 걱정이 더 늘었어."유남준과 얘기할 때 은정숙도 그의 악의를 느끼진 못 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그렇게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유남준이 언제까지고 박민정을 아껴줄 거라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그런 은정숙을 다독여 주던 박민정은 몸이 조금 찌뿌둥해지자 그제야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굳게 닫힌 유남준의 방문을 보았지만 박민정은 신경 쓰지 않
한수민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보아낼 수 없을 위선이었다.박민정은 예쁜 눈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이번엔 또 어디로 나를 팔려고요? 또 뭐가 필요해서 왔는데요? 왜요, 제가 이용가치라도 생겼나 봐요?"제 위선이 단번에 들키자 한수민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본심을 드러냈다."내가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랬지."저런 박민정의 경멸 어린 눈을 볼 때마다 한수민은 그 눈을 파내 자근자근 밟아주고 싶었다.박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그냥 돌아가실래요 아니면 제가 갈까요?"박민정이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아무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한수민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회사를 박민정에게 넘겨준다는 박민호에게서 전해 들은 박형식의 유언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 무덤을 파버리고 싶었다. 딸이나 그 아비나 어떻게 하나같이 저 모양인지, 한수민은 회사를 하나뿐인 아들이 아니라 딸에게 물려주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죽어서도 짐이야."...누군가에게는 한평생을 들여 치유해야 하는 것이 어린 시절이었다. 박민정이 바로 그러했다.박민정은 한수민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그때, 누군가의 코트가 박민정의 어깨 위로 걸쳐졌다.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모를 연지석이 서 있었다."언제 왔어?""유감스럽게도 한수민 가기 전에."박민정은 눈꼬리를 가볍게 내리며 말했다."그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연지석은 손을 들어 박민정 머리 위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는데 뭘.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걸 신경 써."박민정은 눈물이 맺힌 채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근데 갑자기 왜 온 거야?""정숙 아주머니가 불러서 왔어.박민정은 은정숙이 무슨 얘기를 할지 알아 방으로 들어가기 전 연지석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지석아, 아줌마가 하는 말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아줌마는 그냥 나를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래. 근데 나는 이제 혼자서도
하민재도 당연히 장난이었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미안해 형. 나 진짜 할 말 있어."연지석은 귀찮지만 하민재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형이 전에 유앤케이 그룹 프로젝트 몇 개 뺏어왔다고 했었잖아? 근데 거기서도 눈치챈 것 같아. 유남준이 우리 사람한테 협박했대."연지석은 유앤케이 대표가 가짜라는 것을 아직은 하민재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다."그럼 일단 프로젝트 중단해."근데 아마 가짜라고 너무 방심한 듯싶다."알겠어."...한편 유남준은 전주 보디가드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는 박예찬이 클럽에 간 사실과 그의 이름이 연윤우가 아니라 박예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왜 그 어린애가 클럽에 가서 카드를 긁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전화를 끊자 들리는 발소리와 다른 남자의 목소리에 눈썹을 치켜세운 유남준이 방을 나갔다.금방 들어온 건지 아직 열린 문으로 느껴지는 한기에 박민정과 연지석을 향해 유남준이 물었다."민정아, 손님 왔어?"박민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지석이 말했다."접니다 연지석."연지석이라는 이름을 들은 유남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두 남자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박민정은 밥을 하러 가겠다 말했다."난 저녁 준비할게요. 얘기 나눠요.""내가 도울게.""도와줄게."주방 앞에 선 박민정이 거절하려 하는데 연지석이 말해왔다."유남준 씨는 앞이 안 보이니까 내가 도울 게 민정아."그 말을 들은 유남준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구겨졌다.지금 상황을 보아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유남준도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아 박민정은 연지석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유남준이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고 또 요리를 배운다 배운다 하면서도 지금까지 밥을 짓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다."그래."연지석은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표정으로 유남준을 한번 보고 나서 박민정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거실에 홀로 남은 유남준은 주방에서 들려오는 둘의 다정한 대화와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점점 심
유남준은 그럴 생각은 없었다.박예찬을 데려온 것도 박민정한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한 건데 오히려 그녀는 이젠 그와 말도 잘 섞지 않았는다. 예찬이는 유남준이 잠자코 있자 방금 자기가 한 말 때문에 유남준이 좀 수그러든 줄 알고 어젯밤에 내기에 져서 아빠라고 불러야 했던 복수를 하느라 계속해서 비꼬았다.“아저씨 때문만 아니었으면 엄마랑 아빠 결혼한 지 오래예요. 그러니까 어서 둘 사이에서 빠져요. 누가 그러던데요?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세컨드라고.” 이 말을 하자마자 예찬이는 이마에 꿀밤을 한 대 세게 맞았다.유남준은 엄숙한 얼굴로 그를 봤다.“그런 말 다시 듣고 싶지 않아. 앞으로 인터넷에서 그런 이상한 소리만 배워서 나르기만 해 봐.”예찬이도 나쁜 말이란 걸 알지만 쓰레기 아빠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 말이 잘못된 건 줄은 아는 걸 보니 유남준이 아주 구제 불능은 아닌 것 같았다.예찬이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이런 말 누가 했는지 왜 안 물어봐요?”“누가 했는데?”“이지원. 아저씨가 그렇게 아끼던 첫사랑, 마음속 여신님.”유남준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고작 네 살짜리 애가 대체 어디서 이런 세컨드니, 여신님이니, 하는 말들을 배웠는지 모르겠다.예찬이는 전에 이지원의 개인 자료를 찾다가 그녀의 부계정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서 저런 말들을 퍼뜨리고 있었다.그걸 보고 예찬이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유남준의 아내는 분명 엄마인데 오히려 이지원은 엄마를 세컨드라고 얘기하고 있었다.예찬이는 그 일이 상기되어 분노가 차 넘치는 얼굴이었지만 유남준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그의 기억 속에 이지원이라는 인물은 없었다.하지만 예찬이의 말투로 봐서 지어낸 얘기 같지는 않았다.“네 말은 그 여자가 나랑 민정이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거야?”“혼자 천천히 생각해 봐요. 내가 지금 알려줘도 어차피 기억도 안 날 건데요, 뭘.”예찬이는 가려다 또 뭔가 생각났는지 한마디 보탰다.“나한테서 그 이야기 듣고 싶으면, 날 아빠라고 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