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찬이 강연우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강연우는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의 최고 변호사로서 보통의 남자들은 감히 비벼볼 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다.조하랑이 박예찬에게 골라준 유치원은 있는 집 자녀들만 다니는 명문 사립 유치원이었지만 그들의 아버지는 다 와이프가 있었기에 일단 후보에서 제외되었다.전날 박예찬은 학교에 간 김에 틈을 타 유지훈에게 돈 많고 잘생긴 사람을 아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유지훈은 우쭐거리며 말했다."돈 많고 잘생긴 사람은 당연히 우리 유씨 집안에 있지."그때 조하랑의 친조카인 조동민이 그들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예찬아, 너희 아빠도 잘생기고 돈 많잖아."박예찬은 아빠라는 소리에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우리 아빠?""그래, 저번에 원장님이 얘기하시던 분."조동민이 눈치 없이 얘기하자 유지훈이 그의 말을 정정해주었다."그분은 예찬이 아빠가 아니라 인우 삼촌이야. 박 씨랑 김 씨, 성도 다른데 어떻게 아빠야?"조동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근데 할아버지가 인우 삼촌은 이모랑 결혼한댔는데. 예찬이는 이모 아들이니까 결혼하면 삼촌이 예찬이 아빠 아니야?"그 말을 들은 유지훈도 어쩌면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유지훈과 조동민이 한창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박예찬은 잘생긴 사람을 찾으러 가지 않겠냐고 묻자 오늘 그 둘은 학교에 있으면서 내내 박예찬을 기다렸다.유지훈과 조동민은 과외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박예찬이 오길 기다렸다가 함께 나가려고 했다."어제 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 선생님께 얘기만 하고 올게. 그리고 바로 나가자."박예찬은 가방을 내려놓고 서둘러 교무실로 달려가 수학 경시대회에 지원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을 나섰다.조동민은 하품을 하며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했다."근데 잘생긴 사람을 어디 가서 찾아?"그때 유지훈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내가 알아."수호 클럽에 많아. 나 우리 아빠 골드 카드까지 들고 왔다고."유지훈은 가방에서 골드 카드를 꺼내 들며 자랑스
잘생긴 남자를 데려오라는 말을 들은 매니저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여기까지 놀러 온 남자애들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찾는 게 가장 이상했지만 한눈에 보아도 재벌 집 아들들 같아 보이는 모습에 토 달지 않고 대답했다."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데려오겠습니다."매니저는 이 셋의 아빠가 누군지 알아보려고 전화하려 했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박예찬의 섬뜩한 말에 행동을 멈추었다."삼촌, 우리 아빠 누군지 알고 싶은 거예요 설마? 우리 아빠가 알게 되면 이 가게부터 없어질 텐데?""그리고 아빠는 우릴 데리고 나가겠죠. 삼촌은 그렇게 직장을 잃게 될 거고. 좋을 게 없을 텐데요."박예찬의 말에 설득된 매니저는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굽신거렸다."걱정 마세요 도련님. 비밀로 하겠습니다."어차피 제 아들이 아니니 상관은 없었다.매니저는 그래도 애들이니 술은 다 치우고 달달한 디저트와 주스들로 채운 VIP룸으로 데려갔다.그때 그 모습을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김인우가 보게 되었다.친구들에게 끌려와 술을 양껏 마시고 이제서야 눈을 떴는데 이런 곳에서 보게 된 아이들에 김인우는 매니저가 돌아오길 기다려 물었다."저 애들은 여기 왜 온 거야?"김인우의 질문에 매니저는 다급히 말했다."잘생긴 남자를 찾으러 왔다고 합니다.""잘생긴 남자?"갑자기 흥미가 생긴 김인우는 일단은 나가지 않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잘생긴 남자는 찾아서 뭐 하려고 그러는지 좀 잘 살펴봐.""네."...VIP룸.룸으로 들어온 조동민과 유지훈은 이것저것 건드려 보며 신기한 듯 구경했다.그때 그들과 상반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박예찬을 향해 조동민이 물었다."예찬아, 넌 왜 이렇게 여길 잘 알아? 자주 와봤어?"유지훈도 내심 궁금했는지 박예찬을 바라보았다.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던 박예찬은 순간 움찔했다.제 엄마인 박민정은 저를 이런 곳에 데리고 올 사람이 아니었다. 전부 티비에서 배운 걸 따라 한 것뿐이었다."가끔 왔어."유지훈도 와본 적 없는 곳에 와봤다는 박예찬을
신림현.새 회사의 일도 한창 바쁘던 유남준의 핸드폰에 갑자기 시끄럽게 울려댔다.[체크승인]177600000원XX 카드유남준님12/12 10:24 [체크승인]77600000원XX 카드유남준님12/12 10:26 [체크승인]377600000원XX 카드유남준님12/12 11:00 반 시간 사이에 몇억이 사라져 버렸다.유남준에게는 푼돈이었지만 유남준이 아직 유치원에 있을 꼬맹이가 어디에 이 많은 돈을 쓴 건지 궁금해져 전화를 들었다."윤우 유치원에서 뭐 하는지 좀 알아봐.""네."옆방.방에는 박민정이 간병인과 은정숙의 보살핌을 받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박민정은 오늘이 돼서야 유남준이 제 간병인을 바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은정숙은 박민정이 들인 간병인이 사사건건 유남준과 부딪치며 유남준의 신경을 긁었다고 하는데 박민정은 그 화면이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영상 찍어주시지 그러셨어요."박민정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은정숙과 말이라도 해야 몸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게. 그 모습을 찍어뒀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 했네."은정숙이 새로 온 간병인을 보며 목이 마르다고 하자 간병인은 서둘러 물을 가지러 내려갔다.간병인이 나가고 은정숙이 박민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민정아, 네 남편이 예찬이 데려왔는데 혹시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이건 박민정도 늘 걱정하던 일이었다."걱정 마세요. 그 사람 지금 눈도 안 보이고 기억까지 잃었으니까 아무 짓도 못 할 거에요."은정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새 쓸데없는 걱정이 더 늘었어."유남준과 얘기할 때 은정숙도 그의 악의를 느끼진 못 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그렇게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유남준이 언제까지고 박민정을 아껴줄 거라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그런 은정숙을 다독여 주던 박민정은 몸이 조금 찌뿌둥해지자 그제야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굳게 닫힌 유남준의 방문을 보았지만 박민정은 신경 쓰지 않
한수민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보아낼 수 없을 위선이었다.박민정은 예쁜 눈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이번엔 또 어디로 나를 팔려고요? 또 뭐가 필요해서 왔는데요? 왜요, 제가 이용가치라도 생겼나 봐요?"제 위선이 단번에 들키자 한수민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본심을 드러냈다."내가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랬지."저런 박민정의 경멸 어린 눈을 볼 때마다 한수민은 그 눈을 파내 자근자근 밟아주고 싶었다.박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그냥 돌아가실래요 아니면 제가 갈까요?"박민정이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아무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한수민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회사를 박민정에게 넘겨준다는 박민호에게서 전해 들은 박형식의 유언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 무덤을 파버리고 싶었다. 딸이나 그 아비나 어떻게 하나같이 저 모양인지, 한수민은 회사를 하나뿐인 아들이 아니라 딸에게 물려주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죽어서도 짐이야."...누군가에게는 한평생을 들여 치유해야 하는 것이 어린 시절이었다. 박민정이 바로 그러했다.박민정은 한수민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그때, 누군가의 코트가 박민정의 어깨 위로 걸쳐졌다.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모를 연지석이 서 있었다."언제 왔어?""유감스럽게도 한수민 가기 전에."박민정은 눈꼬리를 가볍게 내리며 말했다."그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연지석은 손을 들어 박민정 머리 위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는데 뭘.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걸 신경 써."박민정은 눈물이 맺힌 채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근데 갑자기 왜 온 거야?""정숙 아주머니가 불러서 왔어.박민정은 은정숙이 무슨 얘기를 할지 알아 방으로 들어가기 전 연지석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지석아, 아줌마가 하는 말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아줌마는 그냥 나를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래. 근데 나는 이제 혼자서도
하민재도 당연히 장난이었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미안해 형. 나 진짜 할 말 있어."연지석은 귀찮지만 하민재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형이 전에 유앤케이 그룹 프로젝트 몇 개 뺏어왔다고 했었잖아? 근데 거기서도 눈치챈 것 같아. 유남준이 우리 사람한테 협박했대."연지석은 유앤케이 대표가 가짜라는 것을 아직은 하민재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다."그럼 일단 프로젝트 중단해."근데 아마 가짜라고 너무 방심한 듯싶다."알겠어."...한편 유남준은 전주 보디가드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는 박예찬이 클럽에 간 사실과 그의 이름이 연윤우가 아니라 박예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왜 그 어린애가 클럽에 가서 카드를 긁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전화를 끊자 들리는 발소리와 다른 남자의 목소리에 눈썹을 치켜세운 유남준이 방을 나갔다.금방 들어온 건지 아직 열린 문으로 느껴지는 한기에 박민정과 연지석을 향해 유남준이 물었다."민정아, 손님 왔어?"박민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지석이 말했다."접니다 연지석."연지석이라는 이름을 들은 유남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두 남자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박민정은 밥을 하러 가겠다 말했다."난 저녁 준비할게요. 얘기 나눠요.""내가 도울게.""도와줄게."주방 앞에 선 박민정이 거절하려 하는데 연지석이 말해왔다."유남준 씨는 앞이 안 보이니까 내가 도울 게 민정아."그 말을 들은 유남준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구겨졌다.지금 상황을 보아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유남준도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아 박민정은 연지석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유남준이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고 또 요리를 배운다 배운다 하면서도 지금까지 밥을 짓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다."그래."연지석은 자신이 이겼다는 듯한 표정으로 유남준을 한번 보고 나서 박민정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거실에 홀로 남은 유남준은 주방에서 들려오는 둘의 다정한 대화와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점점 심
유남준은 그럴 생각은 없었다.박예찬을 데려온 것도 박민정한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한 건데 오히려 그녀는 이젠 그와 말도 잘 섞지 않았는다. 예찬이는 유남준이 잠자코 있자 방금 자기가 한 말 때문에 유남준이 좀 수그러든 줄 알고 어젯밤에 내기에 져서 아빠라고 불러야 했던 복수를 하느라 계속해서 비꼬았다.“아저씨 때문만 아니었으면 엄마랑 아빠 결혼한 지 오래예요. 그러니까 어서 둘 사이에서 빠져요. 누가 그러던데요?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세컨드라고.” 이 말을 하자마자 예찬이는 이마에 꿀밤을 한 대 세게 맞았다.유남준은 엄숙한 얼굴로 그를 봤다.“그런 말 다시 듣고 싶지 않아. 앞으로 인터넷에서 그런 이상한 소리만 배워서 나르기만 해 봐.”예찬이도 나쁜 말이란 걸 알지만 쓰레기 아빠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 말이 잘못된 건 줄은 아는 걸 보니 유남준이 아주 구제 불능은 아닌 것 같았다.예찬이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이런 말 누가 했는지 왜 안 물어봐요?”“누가 했는데?”“이지원. 아저씨가 그렇게 아끼던 첫사랑, 마음속 여신님.”유남준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고작 네 살짜리 애가 대체 어디서 이런 세컨드니, 여신님이니, 하는 말들을 배웠는지 모르겠다.예찬이는 전에 이지원의 개인 자료를 찾다가 그녀의 부계정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서 저런 말들을 퍼뜨리고 있었다.그걸 보고 예찬이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유남준의 아내는 분명 엄마인데 오히려 이지원은 엄마를 세컨드라고 얘기하고 있었다.예찬이는 그 일이 상기되어 분노가 차 넘치는 얼굴이었지만 유남준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그의 기억 속에 이지원이라는 인물은 없었다.하지만 예찬이의 말투로 봐서 지어낸 얘기 같지는 않았다.“네 말은 그 여자가 나랑 민정이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거야?”“혼자 천천히 생각해 봐요. 내가 지금 알려줘도 어차피 기억도 안 날 건데요, 뭘.”예찬이는 가려다 또 뭔가 생각났는지 한마디 보탰다.“나한테서 그 이야기 듣고 싶으면, 날 아빠라고 불러요.”
유남준은 다급히 당근을 밥과 함께 입에 떠넣었다. 옆에 앉은 예찬이는 그 당근이 제 입안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보고는 몸서리를 쳤다. 저렇게 맛없는 당근을 한꺼번에 다 먹어 치우다니. 쓰레기 아빠에 대해 감탄이 절로 나왔다.당근을 깨끗이 비운 유남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와이프가 해주는 밥은 그게 뭐든 다 맛있어요.”박민정은 천천히 시선을 거둬들였다.와이프라는 호칭에 연지석의 기분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젓가락으로 유남준의 밥그릇에 반찬을 또 얹어주며 그가 말했다.“이 당근 볶음은 내가 한 거예요. 그렇지, 민정아?”“아... 응, 그렇지.”박민정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러나 한편 유남준이 골탕먹는 듯한 처지에 놓이자 왠지 우습기도 하고 속이 약간 후련한 것 같기도 했다.아무튼 항상 고고한 부잣집 도련님한테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당근을 집어 또 한 번 그의 밥그릇에 올려놨다. “맛있으면 많이 먹어요.”유남준의 밥그릇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당근을 보며 예찬이는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갑자기 유남준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아저씨, 당근 좋아하면 제 것도 드릴게요.”천진난만한 얼굴의 예찬이는 마음속에 작은 악마가 살고 있었다. ‘쓰레기 아빠, 날 탓하지 마요. 사나이는 독하고 모진 맛이 있어야 하는 거래요.’자기 밥그릇 안에 있는 당근을 유남준한테 넘겨놓으려 하는 그때, 유남준이 귀신같이 알고 시선을 그아이한테로 돌렸다.“예찬아, 오늘 유치원에서 뭘 배웠어?”예찬이의 손에 쥐고 있는 젓가락이 당근을 잔뜩 집은 채 유남준한테로 향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이때 유남준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너도 당근 좋아하지? 내 것 다 너 줄까?”예찬이가 즉시 거절 의사를 표하려는데 유남준이 또 입을 열었다.“민정아. 너 모르지, 오늘 예찬이가...”“아, 네! 당근 다 제게 주세요. 저 당근 좋아해요.”예찬이는 유남준의 밥그릇에 담긴 당근을 얼른 다 집어와 자기 밥그릇에 담았다.박민정과 은정숙은 경악한
다음 날 아침, 죽을 끓이려던 박민정은 어제 음식하고 남은 당근 몇 개가 하나도 남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오랫동안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한 그녀는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유남준은 아침 댓바람부터 병원에 간다고 나가고 없었다....어두컴컴한 지하실 내에서, 연지석은 천천히 눈을 떴다.그의 팔다리는 의자에 묶여 있고 이마에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온몸에 나 있는 상처는 소금물에 적셔진 것처럼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팠다.맞은편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저 자식 꽤 솜씨가 있던 데요. 열다섯 명 불렀는데 모두 다쳤어요. 저것도겨우겨우 묶어둔 거예요.”서다희가 유남준한테 말했다.그 소리를 따라 연지석이 고개를 들어보니 유남준이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기척이 들리자 서다희는 바로 유남준한테 알려줬다.“저놈 깼어요.”연지석은 일이 생겼을 때부터 유남준의 소행이겠거니 예상하였다. 그가 박민정을 찾아온 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니 해외에 있는 세력은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다만 국내는 안정된 편이다 보니 그도 조심을 기울이지 않아 보디가드를 대동시키지 않았다.“유남준, 날 여기로 잡아 오면 민정이가 다시 널 받아줄 거 같아?”연지석은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싸늘한 미소를 흘렸다.“너랑 다시 같이 잘 해볼 생각이었으면 나와 애를 낳지도 않았어.”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이 삽시에 굳어버렸다.“그래? 그럼 만약 네가 이 세상에 없다면?”“아이가 아빠를 잃게 되면 민정이가 널 더 미워하지 않을까?”연지석은 매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그도 같은 남자로서 또 다른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더 세게 후벼팔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의 말이 유남준의 정곡을 찔렀다. 하나 유남준은 이대로 그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수하들이 연지석을 향해 무참하게 발길질을 했다. 연지석은 입을 꾹 다물고 신음조차도 내지 않았다.서다희는 연지석을 보며 그가 보기와 다르게 깡이 있다는 걸 느꼈다. 남의 와이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