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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하얀 눈을 밟으며 걸어가는 세 사람의 모습은 단란한 한 가족처럼 보였다.

연지석한테 손을 잡힌 박민정은 손바닥에서 땀이 삐질삐질 났다.

드디어 레스토랑에 도착해 밥 먹을 때가 되어서야 연지석은 그녀의 손을 놓았다.

윤우는 두 사람한테 단둘이 지낼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웨이터에게 화장실로 데려가달라고 했다.

윤우가 떠나자마자 박민정은 즉시 사과를 건넸다.

“정말 미안해. 윤우가 한 번도 아빠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래.”

결혼도 안 했는데 남한테 아빠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기분 나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연지석은 개의치 않았다.

“난 윤우가 저러는 게 좋은데.”

박민정은 그제야 안심했다.

윤우의 얘기가 일단락되자 연지석은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너랑 유남준이 같이 살고 있다는 걸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말이 튀어나오고 나서 그는 금방 후회했다. 그는 이런 걸 물을 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박민정은 그의 말을 깊게 생각 안 하고, 전에 이혼하기 위해 법정에서 바람났다고 하며 유남준을 위협했던 일과 고영란이 자기를 협박했다는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다.

“누구랑 바람 나?”

연지석은 요점을 꼬집어 물었다.

박민정은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귀까지 빨개졌다.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어. 유남준은 너랑 인 줄로 알 거야.”

너무 긴장하여 저도 몰래 테이블에 놓인 손끝을 살짝 그러쥐었다.

연지석은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눈가엔 감출 수 없는 빛이 반짝였다.

“그거 잘됐네. 마침 그 핑계로 오늘 윤우 아빠 노릇 톡톡히 할 수 있겠어.”

화제를 더 이어나가기 부끄러운 박민정은 벌떡 일어섰다.

“윤우가 왜 아직도 안 돌아오지? 내가 한 번 가서 찾아봐야겠다.”

윤우는 계속 문어귀에 숨어 있었다.

둘의 대화가 끝나가는 걸 보자 그는 화장실에 갔다 오는 척하며 걸어왔다.

“아빠, 엄마. 나 돌아왔어.”

아이가 있으니 분위기가 다시금 훈훈해졌다.

식사를 마치자 윤우는 또 게임 센터에 가자고 졸랐다.

게임 센터에는 젊은 커플들도 꽤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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